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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와 통장을 든 손

가족을 떠나보낸 뒤, 고인의 통장에 남은 돈으로 병원비나 장례비를 정리해도 되는지 망설이신 적 있으신가요? 상조회사에서는 빨리 결제해 달라고 하고, 카드값 자동이체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아무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상황일 겁니다.

이때 무심코 한 번의 인출이나 명의 이전이 상속 절차 전체를 뒤집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써 밟아 둔 절차가 소용없어지면서, 원래 지지 않아도 될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되고 어떤 행동은 괜찮은지에는 나름의 기준선이 있습니다. 그 선만 정확히 알면 불필요한 위험을 피할 수 있지요. 그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핵심 요약

「민법」 제1026조는 법정단순승인 사유를 세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둘째, 3개월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때. 셋째,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때입니다.

법정단순승인이 인정되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했더라도 그 효력이 부정되어,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세 번째 사유는 신고를 마친 뒤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법원 심판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민법」 제1032조에 따라 한정승인한 날부터 5일 내에 공고를 하고, 2개월 이상의 채권신고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이 청산 절차를 건너뛰고 재산을 임의로 쓰는 것이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고인 통장에서 장례비 정도는 써도 된다"는 말, 맞을까요?

장례식장이나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흔히 오갑니다.

어차피 부모 돈인데 장례비로 쓰면 문제없다 / 소액이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일반적인 원칙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말하는 처분행위는 금액의 크기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행위의 성격이 기준입니다.

물론 실무에서는 상속재산으로 장례비를 지출한 사정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된 사례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안 된다"고 단정할 수도, "괜찮다"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인출 사실과 사용처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부정소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가 실제 갈림길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3단계 재산 보존법'을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 절차 중 재산을 다룰 때 "3단계 재산 보존법"을 사용합니다. 첫째는 동결, 둘째는 기록, 셋째는 청산 순서 준수입니다.

1. 동결 — 결정 전까지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습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는 고인 명의의 예금 인출, 부동산 이전, 자동차 명의 변경, 보험금 수령을 보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동이체와 카드 자동결제도 확인 대상입니다. 본인이 인출하지 않았더라도 계좌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가면 설명이 복잡해집니다. 금융회사에 사망 사실을 알리고 거래 정지를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대차보증금이나 미수령 급여처럼 나중에 들어오는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받는 순간 처리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 기록 — 모든 입출금에 사용처를 붙입니다

부득이하게 지출이 발생했다면 영수증과 계좌 이체 내역을 하나도 빠짐없이 남깁니다. 병원비 영수증, 장례식장 명세서, 화장·봉안 비용 증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누구 명의의 계좌에서 나갔는지도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상속인 본인 계좌에서 먼저 지출하고, 고인 계좌는 그대로 두는 방식이 분쟁 소지를 줄입니다.

기록은 나중에 재산목록을 작성할 때도 그대로 쓰입니다. 두 번 일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3. 청산 순서 준수 — 한정승인 뒤에는 공고가 먼저입니다

한정승인 심판을 받았다면 「민법」 제1032조에 따라 5일 내 공고부터 해야 합니다. 채권자들이 채권을 신고할 수 있도록 2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어야 하지요.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주거나, 상속재산을 상속인이 가져가면 문제가 됩니다. 「민법」은 부당한 변제를 한 한정승인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절차가 부담스럽다면 상속재산파산 신청을 통해 법원 관리 아래 청산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자주 문제되는 행동 여덟 가지

첫째,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상속인 계좌로 옮기는 행동입니다. 보관 목적이라 해도 외형상 처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둘째, 고인 명의 자동차를 이전등록하거나 폐차하는 행동입니다. 소액이라도 재산 처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고인의 휴대전화 해지 환급금이나 보증금을 받아 쓰는 행동입니다.

넷째,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이사 비용에 쓰는 행동입니다.

다섯째, 고인의 카드로 결제를 이어가는 행동입니다. 채무를 늘리는 동시에 재산을 소비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섯째, 한정승인 신고서의 재산목록에 알고 있던 예금을 빼놓는 행동입니다. 「민법」 제1026조 제3호가 정면으로 겨누는 부분입니다.

일곱째, 공고 전에 친척 채권자에게 먼저 돈을 갚는 행동입니다.

여덟째, 상속재산으로 상속인의 개인 채무를 정리하는 행동입니다.

이 여덟 가지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위험은 줄어듭니다.

어떤 행동이 안전하고 어떤 행동이 위험할까요?

구분비교적 안전한 방향위험이 큰 행동예외·임계값
고인 예금사망 신고 후 거래 정지 요청인출해 상속인 계좌로 이체금액과 무관하게 처분으로 평가될 수 있음
장례비상속인 본인 자금으로 지출 후 증빙 보관고인 계좌에서 인출해 사용사안별 판단이 갈리는 영역
자동차명의 그대로 두고 운행 중단이전등록·매도·폐차처분행위 해당 가능(민법 제1026조 제1호)
재산목록확인되는 항목 전부 기재소액이라 판단해 누락고의 누락 시 단순승인 간주(제1026조 제3호)
채무 변제공고·신고기간 후 안분 변제일부 채권자에게 선변제공고는 한정승인일부터 5일 내(제1032조)
보험금수익자 지정 여부 확인 후 판단확인 없이 수령해 소비지정 수익자면 상속재산이 아닐 수 있음

표의 근거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시된 「민법」 제1026조·제1032조이며, 개별 행위의 평가는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인 기준: 2026년 8월 23일)

한계·주의사항·반대 관점

"이 여덟 가지만 피하면 빚을 안 떠안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정단순승인은 개별 행위의 목적, 규모, 시점을 종합해 판단되는 영역입니다. 목록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참고일 뿐 안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한정승인을 했다는 것과 채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다릅니다. 상속받은 재산 범위에서는 변제 의무가 남고, 그 청산을 상속인이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반대 관점도 있습니다. 상속재산이 명백히 채무보다 많다면 이런 제약을 감수하며 한정승인을 유지할 이유가 적습니다. 오히려 절차 비용과 시간이 손해가 될 수 있지요.

또한 실무에서는 장례비 지출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보지 않은 사례들도 알려져 있어, 모든 인출이 곧바로 단순승인으로 이어진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설명할 수 있는 상태로 남겨두는 것과 아무 기록 없이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재산파산은 청산 부담을 덜어주지만 별도의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재산 규모가 작다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어 사전 비교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말 소액 인출로도 한정승인이 무효가 되나요?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민법」 제1026조는 금액 기준을 두고 있지 않고, 실제 판단은 행위의 성격과 사정을 함께 봅니다. 다만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으므로 결정 전 인출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고인 계좌에서 자동이체가 빠져나갔는데 제 책임인가요? 본인이 지시하지 않은 자동이체는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사망 사실을 알고도 오래 방치했다면 설명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금융회사에 조기에 통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사망보험금도 상속재산인가요? 수익자가 특정인으로 지정되어 있다면 그 사람의 고유재산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수익자가 "상속인"으로 되어 있거나 지정이 없는 경우 취급이 달라질 수 있어 약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재산목록에 빠뜨린 항목을 나중에 발견하면 어떻게 하나요? 고의가 아니었다면 즉시 법원에 보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발견하고도 방치하는 것이 더 큰 위험입니다.

Q. 공고는 꼭 신문에 해야 하나요? 「민법」 제1032조는 공고 의무를 정하고 있으며, 실무상 일간신문 공고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비용은 일반적으로 4만원 안팎으로 안내되나 매체에 따라 다릅니다.

Q. 모든 상속인이 이 규정의 적용을 받나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한 상속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다만 개별 적용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사망 인지 → 계좌·재산 동결 → 신고(포기 또는 한정승인) → 공고 5일·신고기간 2개월 → 안분 변제

어떤 절차도 상속인이 이미 써버린 재산을 되돌려 주지는 않습니다.

지금 가장 안전한 순서는 단순합니다. 결정 전에는 건드리지 않고, 부득이한 지출은 증빙으로 남기며, 한정승인 뒤에는 공고와 신고기간을 지켜 순서대로 변제하는 것입니다. 판단이 서지 않는 지출이 있다면 관할 가정법원 안내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을 먼저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및 확인 기준

면책 문구: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법률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특정 행위가 법정단순승인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별 사실관계와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필요 시 관할 가정법원 및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 수치와 법령은 2026년 8월 23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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