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분류는 가계부의 반복 노동을 줄인다
거래를 자동으로 모으기만 하면 가계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카드 결제 내역에 '스타벅스', '쿠팡', '네이버페이', '관리비', '○○약국'처럼 상호명만 쌓이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동 분류 규칙이다.
자동 분류 규칙은 간단히 말해 '이런 이름의 거래가 들어오면 이 항목으로 넣는다'는 약속이다. 예를 들어 상호명에 '버스'가 들어가면 교통비로, 매달 같은 날짜에 같은 금액으로 빠져나가는 영상 서비스는 구독료로 보내는 식이다.
규칙을 잘 만들면 매번 같은 판단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가계부 정리 시간은 줄고, 월말에 보는 지출 분석은 더 정확해진다. 다만 자동 분류의 목적은 모든 거래를 완벽하게 맞히는 것이 아니다. 자주 반복되는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애매한 거래만 사람이 확인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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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활 중심 카테고리를 만든다
분류 규칙보다 먼저 정할 것은 카테고리다. 카테고리는 우리 집 돈 흐름을 읽는 언어다. 너무 넓으면 분석이 흐릿하고, 너무 잘게 나누면 관리가 번거롭다.
처음에는 8개에서 12개 정도의 큰 항목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다음 표는 기본 뼈대로 쓸 수 있는 예시다.
| 카테고리 | 포함할 거래 예시 | 구분할 때의 기준 |
|---|---|---|
| 식비 | 외식, 배달, 카페, 간식 | 바로 먹기 위해 쓴 돈 |
| 장보기 | 마트, 온라인 장보기, 식재료 | 집에서 쓸 음식과 생필품 |
| 교통 | 버스, 지하철, 택시, 주유, 주차 | 이동을 위해 쓴 돈 |
| 주거 | 월세, 관리비, 전기, 가스, 수도 | 집을 유지하기 위한 돈 |
| 통신 | 휴대폰, 인터넷, IPTV | 연결 서비스 비용 |
| 의료·건강 | 병원, 약국, 운동 관련 비용 | 몸과 건강을 위한 돈 |
| 교육·돌봄 | 학원, 교재, 어린이집, 돌봄 | 배우거나 돌보는 비용 |
| 여가·문화 | 영화, 공연, 여행, 취미 | 즐기기 위한 돈 |
| 반려동물 | 사료, 병원, 미용, 용품 | 반려동물 관련 비용 |
| 구독·반복 결제 | 영상, 음악, 클라우드, 앱 |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서비스 |
| 선물·경조사 | 생일, 명절, 축의금, 부의금 | 관계를 위한 비정기 지출 |
| 확인 필요 | 성격이 애매한 거래 | 나중에 사람이 판단할 항목 |
1인 가구라면 식비, 장보기, 교통, 주거, 통신, 의료·건강, 여가, 구독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교육·돌봄을 따로 두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반려동물 항목을 분리해야 월별 흐름을 보기 쉽다. 구독 서비스가 많은 가정은 구독·반복 결제를 별도 항목으로 두면 빠뜨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우리 집이 실제로 자주 쓰는 돈'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남들이 쓰는 카테고리를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규칙은 상호명 하나로만 만들지 않는다
가장 쉬운 자동 분류는 상호명 기준이다. 상호명에 '약국'이 있으면 의료·건강, '주유소'가 있으면 교통, '넷플릭스'가 있으면 구독·반복 결제로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호명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간편결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처럼 결제 통로 이름만 보일 때가 있다. 이 경우 실제 사용처가 식비인지 쇼핑인지 구독료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동 분류 규칙은 여러 조건을 조합해서 만든다.
규칙에 쓸 수 있는 대표 조건은 네 가지다.
상호명: 거래 내역에 표시되는 가맹점 이름
결제 금액: 매번 같은 금액인지, 일정 금액 이상인지
결제 주기: 매주, 매월, 매년 반복되는지
카드 종류나 계좌: 생활비 카드, 주유 카드, 교육비 카드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는지
예를 들어 다음처럼 규칙을 만들 수 있다.
| 조건 | 자동 분류 | 보완 메모 |
|---|---|---|
| 상호명에 '약국' 포함 | 의료·건강 | 병원비와 함께 월별 확인 |
| 상호명에 '버스', '지하철', '교통' 포함 | 교통 | 대중교통 |
| 매달 15일 전후 17,000원 결제 | 구독·반복 결제 | 영상 서비스 |
| 생활비 카드로 대형마트 결제 | 장보기 | 필요하면 태그로 보완 |
| 교육비 카드로 학원명 결제 | 교육·돌봄 | 자녀별 메모 가능 |
| 상호명이 간편결제이고 금액이 낯섦 | 확인 필요 | 주 1회 확인 |
규칙은 구체적인 것부터 적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쿠팡'이라는 이름만 보고 모두 장보기로 보내면 책, 가전, 반려동물 용품, 선물까지 섞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쿠팡 정기배송 사료'처럼 반복되는 거래만 반려동물로 보내고, 나머지는 장보기나 확인 필요로 남겨두는 방식이 낫다.
한 상호에 여러 성격이 섞이면 태그와 메모를 쓴다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편의점은 한 상호 안에 여러 지출 성격이 섞인다.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만 사는 날도 있지만, 세제, 아이 장난감, 반려동물 간식, 소형 가전까지 함께 살 수 있다.
이런 거래를 모두 세밀하게 쪼개면 정확해 보이지만 오래가기 어렵다. 영수증을 매번 펼쳐 식재료 43,200원, 생활용품 18,500원, 반려동물 9,900원으로 나누는 일은 처음 며칠은 가능해도 바쁜 달에는 밀리기 쉽다.
현실적인 방법은 기본 카테고리와 태그를 함께 쓰는 것이다. 카테고리는 큰 목적이고, 태그는 보조 설명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거래는 기본적으로 장보기로 분류한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성격이 뚜렷한 경우에만 태그나 메모를 붙인다.
82,000원 대형마트 결제: 장보기
146,000원 대형마트 결제, 아이 준비물 포함: 장보기 / 태그: 교육용품
210,000원 대형마트 결제, 전자레인지 구매: 생활용품 또는 기타 / 메모: 전자레인지
39,000원 온라인몰 정기배송, 사료: 반려동물 / 태그: 정기배송
태그를 쓰면 카테고리를 지나치게 늘리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남길 수 있다. '카페', '야식', '아이', '반려동물', '명절', '여행', '정기배송' 같은 태그는 나중에 특정 소비 흐름을 살펴볼 때 도움이 된다.
단, 태그도 너무 많이 만들면 관리 부담이 생긴다. 처음에는 5개 안팎으로 시작하고, 실제로 자주 확인하는 태그만 남기는 편이 좋다.
잘못 분류된 거래는 규칙을 고치는 기회다
자동 분류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틀린 거래를 발견했을 때 단순히 그 한 건만 고치는 데서 끝내지 않는 것이다. 같은 거래가 다음 달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규칙도 함께 고쳐야 한다.
수정 순서는 간단하다.
잘못 분류된 거래를 찾는다.
올바른 카테고리로 바꾼다.
왜 틀렸는지 확인한다.
다음에도 같은 거래가 들어오면 맞게 분류되도록 규칙을 추가하거나 수정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거래까지 잘못 묶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페이 12,900원'이 확인 필요로 들어왔는데 실제로는 음악 구독료였다면, 단순히 이번 달 거래만 구독·반복 결제로 바꾸면 다음 달에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 경우 '매달 같은 시기 12,900원, ○○페이로 결제되면 구독·반복 결제'라는 규칙을 추가한다.
반대로 '편의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거래를 식비로 보내는 규칙은 조심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택배비를 결제하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액이나 카드 종류를 함께 조건으로 넣거나, 일정 금액 이상은 확인 필요로 보내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둔다.
스프레드시트를 쓴다면 규칙표를 따로 만들어두면 좋다. 항목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 우선순위 | 조건 | 카테고리 | 태그 | 메모 |
|---|---|---|---|---|
| 1 | 상호명에 '넷플릭스' 포함 | 구독·반복 결제 | 영상 | 월 구독 |
| 2 | 상호명에 '약국' 포함 | 의료·건강 | ||
| 3 | 상호명에 '대형마트' 포함 | 장보기 | 큰 금액은 확인 | |
| 4 | 상호명에 '페이' 포함 | 확인 필요 | 실제 사용처 확인 |
우선순위가 중요한 이유는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넓은 규칙보다 구체적인 규칙을 먼저 적용해야 한다. '페이'는 확인 필요라는 넓은 규칙보다, '매달 같은 금액의 음악 구독료' 같은 구체 규칙이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
카테고리를 너무 잘게 나누지 않는다
자동화가 익숙해지면 카테고리를 더 세밀하게 나누고 싶어진다. 식비를 외식, 배달, 카페, 간식, 야식으로 나누고, 장보기를 식재료, 생필품, 냉동식품, 아이 간식으로 나누는 식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관리 부담이 먼저 커진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기 전에는 세 가지를 물어보자.
이 항목을 따로 보면 다음 행동이 달라지는가?
한 달에 최소 몇 번 이상 반복되는가?
가족이 들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인가?
예를 들어 카페 지출이 매달 크고 가족이 줄이거나 조정할지 대화하고 싶다면 '카페'를 식비에서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두세 번 있는 지출을 위해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면 월별 분석표만 복잡해진다. 그런 항목은 기타나 메모로 충분하다.
좋은 카테고리는 멋진 이름이 아니라 꾸준히 쓸 수 있는 이름이다. 가족이 함께 쓰는 가계부라면 더 단순해야 한다. '생활소모품'보다 '생활용품'이 쉽고, '문화생활비'보다 '여가·문화'가 이해하기 쉽다.
점검은 자주, 수정은 작게 한다
자동 분류 규칙은 한 번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 한 달은 초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거래가 쌓이면 어떤 상호가 자주 등장하는지, 어떤 항목이 계속 틀리는지 보인다.
주 1회 10분 정도만 확인해도 충분하다. 확인할 것은 많지 않다.
확인 필요에 쌓인 거래가 너무 많지 않은가?
같은 상호가 매번 다른 카테고리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구독료나 반복 결제가 빠짐없이 잡히는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거래가 지나치게 한 항목에 몰려 있지 않은가?
새로 만든 카테고리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가?
월말에는 카테고리 수를 한 번 더 본다. 거의 쓰이지 않는 항목은 합치고, 너무 많은 거래가 몰리는 항목은 태그로 보완한다. 예를 들어 여가·문화에 여행, 영화, 게임, 취미가 모두 섞여 분석이 어렵다면 태그를 먼저 붙여본다. 그래도 매달 금액이 크고 따로 보고 싶다면 그때 별도 카테고리로 나누면 된다.
자동 분류 규칙의 목표는 손대지 않는 가계부가 아니다. 손댈 곳이 분명한 가계부다. 반복 거래는 자동으로 지나가게 하고, 애매하거나 큰 거래만 사람이 확인한다. 이 정도만 되어도 가계부는 밀리는 기록장에서 생활 흐름을 읽는 도구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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