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은 '순서가 있는 함수'다
수열은 숫자를 차례대로 늘어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 1, frac12, frac13, frac14, cdots ]
은 각 자연수 (n)에 대해 (a_n=frac1n)으로 정해지는 수열이다. 여기서 (a_n)은 "(n)번째 항"을 뜻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수열을 주로 규칙 찾기나 합 계산의 대상으로 보았다. 대학 수학에서는 수열을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본다. 수열은 자연수 집합 (mathbb N)에서 실수 집합 (mathbb R)로 가는 함수다.
[ a:mathbb N to mathbb R, qquad n mapsto a_n ]
즉 수열은 정의역이 자연수인 함수다. 다만 보통 함수처럼 연속적인 그래프를 그리지 않고, (n=1,2,3,ldots)에 해당하는 점들만 찍는다.
수열을 이해하는 데에는 두 가지 그림이 도움이 된다.
첫째, 좌표평면에 점 ((n,a_n))을 찍어 본다. 그러면 항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흔들리는지 볼 수 있다. 둘째, 수직선 위에 (a_1,a_2,a_3,ldots)의 위치를 표시해 본다. 그러면 항들이 어느 한 점으로 가까워지는지 볼 수 있다.
수열의 극한은 두 번째 관점에서 특히 잘 보인다. 항들이 계속 진행될수록 어떤 수 (L) 가까이에 모여든다면, 우리는 그 수열이 (L)로 수렴한다고 말한다.
AI 생성 이미지
수렴과 발산의 직관
수열 ((a_n))이 어떤 실수 (L)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
[ lim_{ntoinfty} a_n=L ]
이라고 쓴다. 읽을 때는 "(n)이 무한히 커질 때 (a_n)의 극한은 (L)이다"라고 읽는다.
예를 들어 (a_n=frac1n)이면 항은
[ 1, frac12, frac13, frac14,ldots ]
이다. 값은 계속 작아지지만 음수가 되지는 않는다. 수직선 위에서 보면 항들이 점점 0 가까이 다가간다. 그래서
[ lim_{ntoinfty}frac1n=0 ]
이다.
반대로 (a_n=(-1)^n)은
[ -1, 1, -1, 1,ldots ]
처럼 두 값 사이를 계속 오간다. 어느 한 실수에 가까워지지 않는다. 이 수열은 수렴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발산한다고 한다.
또 (a_n=n)은
[ 1,2,3,4,ldots ]
처럼 계속 커진다. 이 수열도 실수 하나에 가까워지지 않으므로 발산한다. 다만 앞의 ((-1)^n)과는 발산 방식이 다르다. ((-1)^n)은 진동해서 발산하고, (n)은 무한히 커져서 발산한다.
따라서 "발산한다"는 말은 단순히 "값이 커진다"는 뜻이 아니다. 수렴하지 않는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
수렴을 거리로 말하기
앞 장에서 절댓값을 거리로 해석했다. 이 관점은 극한에서 핵심이다.
[ |a_n-L| ]
은 (n)번째 항 (a_n)과 목표값 (L) 사이의 거리다. 수열 ((a_n))이 (L)로 수렴한다는 말은 이 거리가 0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a_n=frac1n)과 (L=0)에 대해
[ |a_n-L|=left|frac1n-0right|=frac1n ]
이다. (n)이 커질수록 이 거리는 작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까워진다"가 감각적인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 수학은 이 말을 정밀하게 바꾼다. 그 방식이 입실론-엔 논법이다.
입실론-엔 논법의 생각
수열 ((a_n))이 (L)로 수렴한다는 것은 다음 뜻이다.
원하는 만큼 작은 오차 범위 (varepsilon>0)를 정해도, 충분히 뒤의 항부터는 모두 (L)에서 (varepsilon)보다 가까운 곳에 들어간다.
이를 수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 forall varepsilon>0, exists Ninmathbb N text{ such that } nge N Rightarrow |a_n-L|<varepsilon. ]
기호가 많지만 문장으로 풀면 어렵지 않다.
(varepsilon)은 허용 오차다.
(N)은 "이 지점 이후부터 보면 된다"는 기준 번호다.
(nge N)인 모든 항은 목표값 (L)에서 (varepsilon)보다 가까워야 한다.
예를 들어 (frac1nto0)임을 보이자. 주어진 (varepsilon>0)에 대해 (frac1n<varepsilon)가 되게 만들면 된다. 이는 (n>frac1varepsilon)이면 성립한다. 따라서 (N)을 (frac1varepsilon)보다 큰 자연수로 잡으면, (nge N)일 때
[ left|frac1n-0right|=frac1nle frac1N<varepsilon ]
가 된다. 그러므로 (frac1n)은 0으로 수렴한다.
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다. 먼저 (varepsilon)이 주어지고, 그다음에 그 (varepsilon)에 맞는 (N)을 찾는다. 오차를 아무리 작게 요구해도 결국 어느 지점 뒤에서는 그 요구를 만족해야 한다.
극한 계산의 기본 법칙
수열의 극한을 매번 입실론-엔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 기본 성질을 알고 있으면 많은 극한은 계산으로 구할 수 있다.
(a_nto A), (b_nto B)이고 (c)가 상수이면 다음이 성립한다.
[ lim(a_n+b_n)=A+B ]
[ lim(ca_n)=cA ]
[ lim(a_nb_n)=AB ]
또 (Bne0)이고 충분히 큰 (n)에 대해 (b_nne0)이면
[ limfrac{a_n}{b_n}=frac AB ]
이다.
예를 들어
[ a_n=frac{3n^2+1}{n^2-2n} ]
의 극한을 구해 보자. 분자와 분모를 (n^2)로 나누면
[ frac{3n^2+1}{n^2-2n} =frac{3+frac1{n^2}}{1-frac2n}. ]
여기서 (frac1{n^2}to0), (frac2nto0)이므로
[ lim_{ntoinfty}frac{3n^2+1}{n^2-2n}=frac{3+0}{1-0}=3. ]
이런 계산에서는 가장 큰 차수로 나누는 전략이 자주 쓰인다. 무한히 커지는 항을 그대로 다루기보다, 전체 크기를 지배하는 항으로 나누어 안정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예로
[ sqrt{n^2+n}-n ]
을 보자. 단순히 (infty-infty)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표현은 변형해야 한다. 켤레식을 곱하면
[ sqrt{n^2+n}-n =frac{(n^2+n)-n^2}{sqrt{n^2+n}+n} =frac{n}{sqrt{n^2+n}+n}. ]
자연수 (n)은 양수이므로 분자와 분모를 (n)으로 나누면
[ frac{n}{sqrt{n^2+n}+n} =frac{1}{sqrt{1+frac1n}+1}. ]
따라서 극한은
[ frac{1}{sqrt{1+0}+1}=frac12 ]
이다. 겉보기에는 둘 다 무한히 커지는 양의 차이지만, 실제 차이는 (frac12)에 가까워진다.
끼워넣기 원리
어떤 수열의 극한을 직접 계산하기 어려울 때는 양쪽에서 눌러서 구할 수 있다. 이를 끼워넣기 원리 또는 샌드위치 정리라고 부른다.
만약 충분히 큰 (n)에 대해
[ b_nle a_nle c_n ]
이고
[ lim b_n=lim c_n=L ]
이면
[ lim a_n=L ]
이다.
직관은 단순하다. (a_n)이 항상 (b_n)과 (c_n) 사이에 끼어 있는데, 양쪽 수열이 모두 같은 값 (L)로 다가가면 가운데 수열도 (L)로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 a_n=frac{(-1)^n}{n} ]
을 보자. ((-1)^n) 때문에 부호는 계속 바뀐다. 하지만 크기는 (frac1n)을 넘지 않는다.
[ -frac1nle frac{(-1)^n}{n}le frac1n ]
이고 양쪽 (-frac1n), (frac1n)은 모두 0으로 수렴한다. 따라서
[ lim_{ntoinfty}frac{(-1)^n}{n}=0 ]
이다. 이 예는 진동이 있어도 진동의 폭이 0으로 줄어들면 수렴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단조수열과 유계수열
수열 ((a_n))이 모든 (n)에 대해
[ a_nle a_{n+1} ]
이면 증가수열이라고 한다. 반대로
[ a_nge a_{n+1} ]
이면 감소수열이라고 한다. 증가수열과 감소수열을 합쳐 단조수열이라고 부른다.
또 어떤 수 (M)이 있어서 모든 (n)에 대해 (a_nle M)이면 위로 유계라고 한다. 어떤 수 (m)이 있어서 모든 (n)에 대해 (mle a_n)이면 아래로 유계라고 한다. 둘 다 만족하면 유계수열이다.
중요한 정리는 다음이다.
단조수열이 유계이면 수렴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증가수열이 위로 유계이면 수렴하고, 감소수열이 아래로 유계이면 수렴한다.
예를 들어
[ a_n=1-frac1n ]
은
[ 0, frac12, frac23, frac34,ldots ]
처럼 증가한다. 동시에 모든 항은 1보다 작다. 따라서 이 수열은 증가하면서 위로 막혀 있다. 실제로 극한은 1이다.
이 정리는 실수의 중요한 성질과 연결된다. 앞 장에서 상한을 배웠다. 증가수열이 위로 유계이면 항들의 집합은 상한을 가진다. 그 상한이 바로 수열이 다가가는 값이 된다. 엄밀한 증명은 상한의 정의와 입실론-엔 논법을 결합해 진행된다.
이 정리의 의미는 크다. 어떤 수열의 극한값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해도, 단조성과 유계성을 보이면 "수렴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해석학에서는 이런 방식이 자주 쓰인다.
무한대와 무한소에 대한 오해
극한을 배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무한대를 하나의 평범한 수처럼 다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frac1nto0)을 보고 "(n=infty)를 대입하면 (frac1infty=0)"이라고 말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표준적인 실수 체계에서 (infty)는 실수가 아니다. (ntoinfty)는 (n)이 끝없이 커지는 과정이지, (n)이 어떤 수 (infty)에 도달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무한소도 조심해야 한다. (frac1n)은 점점 0에 가까워지지만, 어떤 자연수 (n)에 대해서도 (frac1n=0)은 아니다. "0에 가까워진다"와 "0이다"는 다르다.
또 (infty-infty), (0cdotinfty), (frac00), (fracinftyinfty) 같은 표현은 그 자체로 값을 말해 주지 않는다. 이런 형태를 부정형이라고 부른다. 부정형에서는 식을 변형하거나 다른 정리를 사용해야 한다.
앞에서 본
[ sqrt{n^2+n}-n ]
은 겉으로는 (infty-infty)처럼 보이지만, 실제 극한은 (frac12)였다. 따라서 극한 계산에서는 기호의 인상보다 식의 구조를 보아야 한다.
극한은 이후 수학의 출발점이다
수열의 극한은 미적분으로 가는 첫 문이다. 함수의 극한, 연속, 미분, 적분은 모두 "가까워짐"을 어떻게 정확히 다루는가에서 출발한다.
수열의 극한에서 배워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수렴은 항들이 어떤 값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그래프에서는 점들의 흐름으로, 수직선에서는 한 점 주변으로 모이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수렴은 절댓값을 이용해 거리로 표현된다. (|a_n-L|)이 작아진다는 말이 극한의 중심이다.
셋째, 입실론-엔 논법은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말을 엄밀한 문장으로 바꾼다. 임의의 오차 (varepsilon)에 대해 충분히 큰 번호 (N)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에는 이 정의가 복잡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수학에서 엄밀함은 계산을 방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모호한 직관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언어다. 수열의 극한을 이해하면, 다음 장에서 함수의 극한과 연속성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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