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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아침이 밝았지만 마을은 깨어나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전날 밤, 서윤은 골목의 어둠을 따라 북문 쪽으로 향했었다. 그러나 폐창고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경비대의 불빛이 서 있었고, 멀리 광장 쪽에서는 낮게 땅이 우는 듯한 소리가 번졌다. 붙잡히기 직전, 서윤은 담장 아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겨 돌아와야 했다. 북문은 가까웠지만, 아직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시 마주한 아침의 광장은 더 낯설었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큰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어젯밤의 일은 이미 모두의 눈앞에 남아 있었다. 분수대 아래로 전날보다 더 짙게 뻗은 검은 금, 그 주변을 둘러싼 경비대의 줄, 그리고 의회 사람들이 밤새 빠르게 치워 버린 흔적들.

서윤은 광장 가장자리에서 멈춰 섰다.

사람들은 서로를 살피고 있었다.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누가 무엇을 보았는지, 누가 먼저 침묵했는지를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두려움은 소문보다 빨랐다. 누구도 정확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은 사고가 아니었다.

분수대 옆에는 작은 종잇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명단을 옮기다 흘린 것 같았다. 서윤은 그것을 주워 펼쳤다가, 손끝이 굳어 그대로 구겼다. 종이 위에는 하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쪽에도 글자가 이어져 있었지만, 물에 번진 탓에 바로 알아보기 어려웠다.

하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윤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지만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린의 실종보다 자신들이 그 이름과 함께 묶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하는 듯했다.

"서윤."

민재가 골목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그는 늘 성급하게 움직이던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한 걸음마다 주변을 확인했다.

"여기 있으면 안 돼."

"왜?"

"의회가 어젯밤 광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따로 부르고 있어. 그냥 확인이라고 말하지만, 돌아온 사람들 표정이 좋지 않아."

서윤은 손안의 종이를 더 세게 쥐었다.

"하린 이름도 있었어."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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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의 책임

서윤과 민재는 연희의 약방 뒤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웅성거림이 한 겹 멀어졌다. 하지만 안쪽도 편안하지는 않았다.

이안이 먼저 와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광장 쪽을 보고 있었다. 연희는 말없이 찻잔을 내려놓았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우린 하린을 찾아야 해." 서윤이 말했다.

민재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찾아야지. 그런데 어떻게? 북문 쪽은 이미 막혔어. 경비대가 길목마다 서 있어. 우리가 움직이면 더 의심받아."

"의심받는 게 문제야?"

서윤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민재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제지. 우리까지 잡히면 하린을 찾을 사람은 없어."

둘 사이의 공기가 굳었다. 민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견디기 어려웠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옳게 들렸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숨어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린은 끌려간 게 아닐 수도 있어."

서윤이 그를 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 아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너보다 먼저."

"뭘?"

이안은 대답을 망설였다. 그 망설임이 서윤의 분노를 건드렸다.

"너희는 항상 그래.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아. 위험하다고만 해. 기다리라고만 해. 그러다 일이 터지면 또 침묵해."

연희가 낮게 말했다.

"침묵이 늘 비겁해서 생기는 건 아니야."

"그럼 뭐 때문에 생기는데요?"

연희는 한동안 서윤을 바라보다가, 약장 아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천 조각에 싸인 얇은 책자가 있었다. 표지는 닳아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네 어머니가 남긴 기록이야. 전부는 아니고, 일부만 내게 맡겼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어머니.

그 이름은 늘 닫힌 방 같았다. 열고 싶어도 열 수 없고, 멀리하려 해도 마음 한가운데 남아 있는 방.

연희는 책자를 펼쳤다. 안쪽에는 마을의 오래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의 길과 조금 달랐다. 광장 아래에는 원형 표식이 있었고, 북문 밖 폐창고 자리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 문은 닫힌 것이 아니라, 닫혀 있는 척한다.

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숨겨진 구조

"문이라는 게 실제 문이야?" 민재가 물었다.

연희는 고개를 저었다.

"문이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아는 문과는 달라. 이 마을 아래에 오래전부터 이어진 통로 같은 것이 있어. 단순한 길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두고 숨기기 위한 구조였지."

"그걸 의회가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관리해 왔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서윤은 광장의 균열을 떠올렸다. 그것은 땅이 무너진 흔적만은 아니었다. 오래 닫혀 있던 것이 안쪽에서부터 밀어 올린 자국 같았다.

"왜 숨겼어요?"

연희는 책자의 낡은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눌렀다.

"처음에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적은 변해. 지키기 위한 비밀은 권력이 되고, 권력이 된 비밀은 사람을 가르기 시작하지."

그 말은 너무 차분해서 더 무거웠다.

서윤은 그제야 마을 사람들의 눈빛을 조금 이해했다. 그들은 단지 균열을 무서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믿고 살아온 질서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린은 왜 거기에 가까이 간 거죠?"

이안이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가 사라지기 전, 하린의 집에도 기록 일부를 맡겼어. 하린은 네가 준비되기 전까지 너를 지키려고 했을 거야."

"나를 지킨다고?"

서윤은 웃음 비슷한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웃음은 되지 못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게 만드는 게 지키는 거야?"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서윤은 깨달았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려 했다. 어머니는 기록을 나누어 숨겼고, 연희는 열쇠를 맡았고, 하린은 먼저 위험에 다가갔다. 민재는 지금도 움직임을 늦추자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는 때로 감옥과 닮아 있었다. 밖에서 문을 잠근 사람이 선의였더라도, 안에 갇힌 사람에게는 어둠만 남았다.

갈라지는 길

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의회에 알리자. 기록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하린을 찾게 만들면 돼."

이안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어. 우리가 가진 조각을 넘기면 남은 길도 막힐 거야."

"그럼 우리끼리 북문으로 가자고? 경비대가 막고 있는데?"

"막고 있다는 건 그곳에 뭔가 있다는 뜻이야."

민재의 얼굴이 굳었다.

"말은 쉽지. 잡히면? 하린을 찾기도 전에 끝나면? 서윤까지 위험해지면 그 책임은 누가 져?"

이번에는 이안도 침묵했다.

책임.

그 단어가 방 안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서윤은 민재의 두려움을 알았다. 그는 겁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아진 사람이었다. 하린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서윤까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서윤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 다만 방향이 달랐다.

하린을 찾지 못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 버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일이었다.

그때 왜 멈춰 있었느냐고.

서윤은 주머니에서 낡은 열쇠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지난밤 연희에게서 건네받은 바로 그 열쇠였다. 희미한 문양이 빛을 받아 잠깐 드러났다. 지도 속 북문 밖 표식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 열쇠는 문을 그냥 여는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

연희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요?"

"문 앞에서, 네가 누구인지 확인하게 만드는 표식일지도 몰라. 문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알아보게 하는 도구라고 해야겠지."

서윤은 열쇠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손에 익었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물건처럼.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자리

바깥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의회가 사람들을 광장으로 부를 때 치는 종이었다. 민재가 창문 틈으로 밖을 보았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것 같아."

서윤은 손에 쥐고 있던 종잇조각을 천천히 펼쳤다. 구겨진 종이 위에는 하린의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물에 번져 흐릿해진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처음에는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을 만큼 분명했다.

피할 수 없었다.

광장으로 가면 의회가 묻고 싶은 것을 물을 것이다. 북문으로 가면 숨겨진 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같지 않았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질문에 끌려가는 길이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답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서윤은 천천히 말했다.

"난 북문으로 갈 거야."

민재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종이 울리는 동안 경비대 시선은 광장으로 쏠릴 거야. 어젯밤엔 너무 늦었고, 혼자였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너 혼자 보내진 않아."

그 말은 민재의 반대처럼 들렸지만, 끝에는 다른 결심이 섞여 있었다. 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남아 있던 날카로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금이 간 자리로 빛이 들어올 때가 있었다.

이안이 지도 일부를 찢어 서윤에게 건넸다.

"폐창고 뒤쪽에 오래된 배수로가 있어. 정문으로 가지 마."

연희는 작은 약병 하나와 가느다란 끈을 내밀었다.

"문 가까이 가면 어지러울 수 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바로 믿지 마. 그곳은 사람의 기억을 건드린다고 들었다."

서윤은 두 사람을 차례로 보았다.

아직도 말하지 않은 것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이제 서윤은 모든 설명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진실은 누군가 완성된 문장으로 건네주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두려움 속에서 직접 맞춰야 하는 조각이었다.

서윤은 열쇠에 끈을 꿰어 목에 걸고, 구겨진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문밖의 종소리는 계속 울렸다. 마을 사람들은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윤은 그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북문으로.

하린이 사라진 곳으로.

그리고 오래전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첫 번째 문으로.

이 선택을 하면 다시 예전처럼 모르는 척 살 수 없다는 것을 서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침묵 뒤에 숨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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