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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새벽의 마을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닭이 울었고, 장터 쪽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옅게 흘러왔지만, 누구도 그것을 아침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창문을 조금만 열어 밖을 살폈고, 문을 여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워했다.

서윤은 광장 가장자리에서 멈춰 섰다.

어젯밤의 일은 이미 사라진 듯 보였다. 쓰러진 가판대는 세워졌고, 깨진 등불 조각은 쓸려 나갔다. 하지만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분수대 아래 돌바닥에는 길고 가는 금이 남아 있었다. 단순히 돌이 갈라진 흔적이라기에는 이상했다. 금은 바닥을 따라 뻗어 가다가, 마치 무언가를 피해 방향을 튼 것처럼 성문 쪽으로 꺾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금을 보지 않는 척했다.

"가까이 가지 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서윤은 고개를 돌렸다. 이안이었다. 그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얼굴이었다. 셔츠 소매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손등에는 마른 흙자국이 남아 있었다.

"왜?"

서윤이 물었다.

이안은 대답 대신 광장 건너편을 보았다. 경비대원 두 명이 줄을 치고 있었다. 줄이라 해도 낡은 밧줄 몇 가닥뿐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넘지 말라는 말보다, 넘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누가 시킨 거야?"

"의회."

"언제부터 의회가 새벽에 이렇게 빨리 움직였지?"

이안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 침묵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누군가 미리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일이 끝난 뒤에야 허둥댄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다시 금이 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흔들리는 빛과, 그 빛을 향해 뻗던 누군가의 손이었다. 그 뒤는 기억이 흐렸다. 소리도, 사람들의 비명도, 누가 먼저 달아났는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또렷했다.

하린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하린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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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말

마을 회관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가 같은 자리에서 부딪치며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다.

"바람 때문이었대. 오래된 지하 수로가 무너진 거라고."

"말도 안 돼. 나는 종탑 그림자가 반대로 움직이는 걸 봤어."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경비대가 듣고 있어."

서윤은 말을 던지는 사람보다 말을 삼키는 사람들을 더 유심히 보았다. 겁먹은 사람은 많았지만, 모두가 같은 이유로 겁먹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두려워했고, 어떤 이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일을 두려워했다.

회관 안쪽에서 민재가 나왔다. 그는 의회 기록실에서 일하는 서기였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게 웃었지만, 오늘은 웃음을 잊은 사람처럼 보였다.

"서윤아."

그가 그녀를 불렀다.

"하린 봤어?"

서윤은 바로 물었다.

민재는 잠시 눈을 피했다.

"집에 있을 거야."

"확인했어?"

"아마도."

"민재야."

서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민재는 손에 든 서류를 세게 쥐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짧게 났다.

"나도 다 아는 게 아니야."

"그럼 네가 아는 것만 말해."

그는 회관 문 뒤쪽을 돌아보았다. 안쪽에는 의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두꺼운 문이 닫혀 있었지만, 가끔 짧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젯밤 광장에 있던 사람들 명단을 만들고 있어."

"왜?"

"확인해야 한다고 했어."

"무엇을?"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름도 있어."

서윤은 놀라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을 줄 알고 있었다. 어젯밤 이후로, 자신은 이미 평소의 자리에서 한 걸음 밀려나 있었다.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걱정과 의심이 섞인 눈빛. 가까이 오고 싶지만, 가까이 오면 자신도 함께 끌려갈까 봐 망설이는 눈빛.

"하린 이름은?"

민재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 서윤은 알았다. 하린의 이름은 명단에 없거나,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있었다.

다시 꺼낸 약속

서윤은 회관을 나와 북쪽 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약방이 있었다. 약방 주인 연희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고, 가장 적게 말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서윤의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부터 두 사람은 가까웠다.

문을 열자 말린 약초 냄새가 먼저 다가왔다. 연희는 계산대 뒤에서 작은 병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윤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올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말하네요. 그런데 정작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어요."

연희는 병 하나를 내려놓았다.

"설명은 늦게 오는 법이지. 감추는 일은 늘 빠르고."

서윤은 더 이상 돌려 묻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 광장에 생긴 금, 그게 뭔지 아세요?"

연희의 손이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윤은 놓치지 않았다.

"금은 돌에도 생기고 사람 사이에도 생긴다."

"비유 말고요."

"비유가 아닐 때도 있다."

서윤은 답답함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연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약방 안쪽 서랍을 열었다. 낡은 천에 싸인 작은 열쇠가 나왔다. 열쇠 끝은 검게 닳아 있었다.

"네 어머니가 내게 맡긴 것이다."

서윤은 그 열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지금 주시는 거예요?"

"어젯밤 전까지는, 네가 몰라도 되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제는요?"

연희는 천천히 말했다.

"모르기에는 너무 가까이 왔다."

서윤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머니의 이름이 이런 방식으로 다시 나올 줄은 몰랐다. 어릴 적 어머니는 서윤에게 한 가지 약속을 시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북문 밖 폐창고에는 혼자 가지 말 것. 누군가 '첫 번째 문'에 대해 묻거든 모른다고 말할 것. 그리고 하린을 끝까지 믿을 것.

그때는 이상한 장난처럼 들렸다. 어른들이 아이를 겁주기 위해 만든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약속은 낡은 동화가 아니라, 어젯밤 광장의 금과 이어져 있었다.

"하린도 알아요?"

연희는 대답이 늦었다.

"하린은 네가 아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서윤의 마음 한쪽을 건드렸다. 믿음이 흔들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게 금이 갔다.

닫힌 입

해가 기울 무렵, 서윤은 하린의 집을 찾아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식탁 위에는 아직 온기가 남은 차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듯했다. 의자 하나가 뒤로 밀려 있었고, 창가에는 젖은 흙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서윤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하린은 늘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책장 세 번째 칸이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오래된 지도책이 꽂혀 있었어야 했다. 서윤과 하린이 어릴 때 몰래 펼쳐 보던 책이었다. 지도 가장자리에 두 사람이 장난으로 표시해 둔 별 모양이 있었다.

북문 밖 폐창고 근처에.

"서윤."

문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이안이었다.

"여기 있으면 안 돼."

"다들 나한테 같은 말만 해. 가지 마, 묻지 마, 가까이 오지 마."

"널 지키려는 거야."

"누가?"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윤은 그를 똑바로 보았다.

"너도 알고 있었어?"

이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작은 흔들림이 어떤 고백보다 분명했다.

"전부는 아니야."

"그 말도 오늘 세 번째야."

"정말이야. 나는 네가 다치지 않게 하라는 말만 들었어."

"누구한테?"

이안은 입을 다물었다.

서윤은 그 침묵을 오래 바라보았다. 침묵은 때로 거짓말보다 더 잔인했다. 거짓말은 붙잡고 따질 수라도 있지만, 침묵은 벽처럼 서서 사람을 밀어냈다.

"하린이 어디 있는지 알아?"

"모른다."

"그건 진짜야?"

이안은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망설임 때문에, 서윤은 더 묻지 않았다. 어떤 대답은 듣는 순간 되돌릴 수 없었다.

밖에서 종이 울렸다. 마을 회관 쪽이었다. 하루를 마감하는 종소리와 달랐다. 짧고 급했다.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신호였다.

이안이 낮게 말했다.

"오늘 밤은 밖에 나오지 마."

"왜?"

"한 번 더 열릴 수 있어."

서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무엇이?"

이안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안전한 길과 위험한 길

밤이 내려오자 마을은 불빛을 줄였다. 평소라면 창문마다 따뜻한 노란빛이 새어 나왔겠지만, 오늘은 대부분 커튼이 닫혀 있었다. 사람들은 어둠을 피하려고 불을 켜는 대신, 불빛 때문에 들킬까 봐 숨는 쪽을 택했다.

서윤은 자기 방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연희가 준 열쇠는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작고 낡은 물건인데도 이상하게 무거웠다. 그것은 선택처럼 느껴졌다.

안전한 길은 분명했다. 문을 잠그고, 아침까지 기다리는 것. 의회가 부르면 모르는 척 대답하는 것. 하린이 돌아오면 그때 묻는 것. 이안이 숨긴 말도, 민재가 감춘 서류도, 어머니가 남긴 약속도 잠시 덮어 두는 것.

그 길은 조용했다. 그리고 비겁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쉬웠다. 위험을 피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었다. 살아남는 일도 중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서윤은 광장 바닥의 금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척하던 그 선. 하린의 집에서 사라진 지도책. 어머니의 오래된 당부. 그리고 이안의 마지막 말.

한 번 더 열릴 수 있어.

무엇이 열리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문 하나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어젯밤 이후 흔들린 것은 광장의 돌바닥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말, 관계, 약속, 오래 묻어 둔 비밀까지 함께 갈라지고 있었다.

서윤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방문을 열기 전, 그녀는 잠시 멈춰 섰다. 하린을 끝까지 믿으라는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 그 믿음은 예전처럼 가볍고 따뜻한 것이 아니었다. 믿는다는 것은 눈을 감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서윤은 등불을 들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만으로도 계단의 윤곽은 보였다. 아래층을 지나 뒷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가 밀려왔다.

멀리 북문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 같기도 하고, 아주 오래 닫혀 있던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서윤은 두려웠다. 두려움이 없어서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른 채 안전해지는 것. 누군가의 침묵에 자신의 선택까지 맡기는 것.

그녀는 골목의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돌아보면 집은 아직 가까웠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윤은 돌아가지 않았다. 오늘 밤, 균열은 더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가장자리에 서 있는 대신, 그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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