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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이야기⑪] 여의도 33배 옥토를 만든 기적 - 세계가 감탄한 '정주영 공법'과 서산 간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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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서해안의 바다를 메워 옥토를 만들겠다는 서산 간척지 사업이 시작됐다. 서울 여의도 33배에 달하는 1억5537만㎡, 4700만평의 땅을 만드는 국토개발 프로젝트였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도 기업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때 정주영 회장이 나섰다. 해외에 나가 있던 건설장비와 인력을 들여와 국토 확장 사업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의 결심 뒤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자갈을 골라내며 한 뼘의 밭이라도 더 넓히려던 아버지. "토끼 새끼만한 국토가 반쪽이 되었는데 사람은 오글오글 많으니"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 그리고 아버지의 평생 소원이었던 넓은 논밭을 만들어 하늘에서라도 풍족하게 내려다보시게 해드리겠다는 다짐이 서산으로 향하게 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미국 농업보다 60년 뒤진 우리 농업을 따라잡겠다. 택시 운전보다 트랙터 운전이 더 나은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일하는 방식은 정주영다웠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새벽 6시면 청운동 자택에서 현장으로 전화를 걸어 "불도저, 포클레인 제 위치에 있나"를 확인하고, 벽 지도에 장비 위치까지 표시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현장을 내려가 인부들과 밥을 먹으며 "한 뼘이라도 더 만들어야 후손들이 큰 옥토를 갖는다"고 설득했다.

가장 큰 위기는 착공 5년째인 1984년 찾아왔다. 6400m 방조제 중 마지막 270m 구간이 도저히 막히지 않은 것이다. 초속 8m의 급류, 한강 홍수 때보다 빠른 물살에 자동차만 한 바위도, 30톤 덤프트럭의 돌도 모두 휩쓸려 갔다. 학계도, 해외 건설사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그때 정주영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가 '천수만호'였다. 현대가 고철로 팔기 위해 30억 원에 사들여 울산에 정박시켜 둔 23만 톤급 스웨덴 유조선이었다. 폭 45m, 높이 27m, 길이 322m의 거대한 배를 가라앉혀 물막이로 쓰자는 발상, 건축학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유조선 공법'이었다. 기술진은 검증된 바 없다고 만류했지만, 그는 "이론만 따라 하면 세상 공사를 다 할 수 있나"라며 현대정공,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기술진을 모두 붙였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진행된 침몰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애를 먹이던 물막이 공사가 이틀 만에 끝났고, 공사비 290억 원을 절감했다. 이 황당하고 허술해 보였던 방법은 '정주영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뉴스위크와 타임지에 소개됐고, 영국 템즈강 방조제 공사팀에서 문의가 오기도 했다.

긴 시간 끝에 서산 간척지는 1988년,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고 수확까지 완전 기계화한 대규모 영농단지로 탈바꿈했다. 정주영이 꿈꾸던 트랙터가 달리는 넓은 들판이었다. 그가 남긴 말처럼,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해볼 생각은 않고 책 속에서만 답을 찾고 권위에만 의존한다면 창의력은 죽고 만다. 창의력이 없으면 획기적인 변화도 없다"는 것을 증명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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