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넓어지는 이유
중학교 때까지 우리는 여러 종류의 수를 배웠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라는 이름이 따로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외워야 할 목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 체계는 필요에 따라 넓어진 것이다. 어떤 계산을 하고 싶은데 기존의 수만으로 답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더 큰 수의 세계가 필요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수는 자연수다. 1, 2, 3처럼 개수를 셀 때 쓰는 수다. 자연수에서는 3+5=8, 4×6=24처럼 더하기와 곱하기가 잘 된다. 하지만 3-5를 계산하면 자연수로는 답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0과 음수를 포함한 정수가 필요하다. 정수에서는 빚, 온도, 기준점 아래의 위치처럼 방향이 있는 양을 표현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나눗셈이 문제를 만든다. 3÷2는 정수가 아니다. 이를 표현하려면 3/2 같은 유리수가 필요하다. 유리수는 두 정수의 비, 즉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수다. 이때 분모는 0이 아니어야 한다. 유리수를 소수로 쓰면 0.5처럼 끝나거나, 0.333…처럼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그러나 모든 길이가 분수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2이다. √2는 분수로 정확히 나타낼 수 없는 수이고, 이런 수를 무리수라고 한다. 유리수와 무리수를 모두 합친 것이 실수다. 실수는 수직선 위의 한 점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라고 생각하면 좋다.
고등학교에서는 여기에 복소수가 더해진다. 복소수는 실수와 허수 단위 i를 사용해 a+bi 꼴로 나타내는 수다. 여기서 a와 b는 실수이고, i는 i²=-1이 되도록 정한 새로운 수다. 왜 이런 수가 필요할까? 실수 범위에서는 x²=-1을 만족하는 x가 없다. 어떤 실수를 제곱해도 0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소수를 쓰면 x=i 또는 x=-i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복소수는 방정식의 해를 더 넓은 범위에서 다루기 위한 언어다.
| 수 체계 | 필요한 이유 | 예 |
|---|---|---|
| 자연수 | 개수를 세기 위해 | 1, 2, 3 |
| 정수 | 뺄셈 결과와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 | -3, 0, 7 |
| 유리수 | 나눗셈 결과를 표현하기 위해 | 1/2, -5/3 |
| 무리수 | 분수로 안 되는 길이와 값을 표현하기 위해 | √2, π |
| 실수 | 수직선 위의 모든 값을 다루기 위해 | -1, 0.7, √5 |
| 복소수 | 음수의 제곱근과 더 넓은 방정식의 해를 다루기 위해 | 2+3i, -i |
수 체계를 배울 때 중요한 질문은 "이 수가 어떤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가?"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지면, 공식보다 구조가 먼저 보인다.
AI 생성 이미지
근호와 지수는 수를 짧게 쓰는 도구다
근호와 지수는 복잡한 수를 간단히 표현하기 위한 약속이다. 예를 들어 2×2×2×2×2를 매번 쓰는 대신 2⁵이라고 쓴다. 같은 수를 여러 번 곱하는 상황을 짧게 나타낸 것이다. 반대로 √9는 "제곱해서 9가 되는 0 이상의 수"를 뜻하므로 3이다.
근호를 다룰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성질은 √a²=|a|이다. 예를 들어 √(-3)²=√9=3이다. 여기서 답은 -3이 아니라 3이다. 근호 √는 기본적으로 0 이상의 값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자가 들어간 식에서는 √x²=x라고 바로 쓰면 위험하다. x가 음수일 수도 있으므로 정확히는 √x²=|x|이다.
근호의 곱셈은 조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 a≥0, b≥0일 때 √a×√b=√ab가 성립한다. 예를 들어 √2×√8=√16=4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복잡한 근호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50=√(25×2)=5√2
근호가 분모에 있을 때는 보통 분모를 유리수로 바꾼다. 이를 유리화라고 한다. 유리화는 답의 모양을 정리하고, 이후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3/√2를 유리화해 보자.
3/√2 = 3/√2 × √2/√2 = 3√2/2
값은 바뀌지 않았다. √2/√2는 1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의 값을 바꾼 것이 아니라, 같은 값을 더 다루기 쉬운 모양으로 바꾼 것이다.
지수법칙도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지수가 자연수일 때 2³×2²는 2를 세 번 곱한 것과 두 번 곱한 것을 이어 붙인 것이다.
2³×2²=(2×2×2)×(2×2)=2⁵
그래서 같은 밑에서는 곱할 때 지수를 더한다. 일반적으로 aᵐ×aⁿ=aᵐ⁺ⁿ이다. 나눗셈에서는 겹치는 곱을 지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2⁵÷2²=(2×2×2×2×2)/(2×2)=2³
그래서 aᵐ÷aⁿ=aᵐ⁻ⁿ이다. 단, 나눗셈이므로 a는 0이 아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은 사소한 주의가 아니라 식의 의미를 지키는 핵심이다. 나중에 지수가 0이나 음수로 확장될 때도 이 조건은 계속 중요하게 따라온다.
매우 큰 수나 작은 수는 과학적 표기법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는 약 300,000,000 m/s이므로 3×10⁸ m/s처럼 쓸 수 있다. 0.000045는 4.5×10⁻⁵로 쓴다. 보통 앞의 수를 1 이상 10 미만으로 맞추고, 10의 거듭제곱으로 자릿수를 조정한다. 과학적 표기법은 수를 멋있게 보이게 하는 표기가 아니라, 자릿수가 긴 수를 비교하고 계산하기 쉽게 만드는 도구다.
절댓값, 팩토리얼, 문자식은 조건을 압축한다
식은 긴 설명을 짧게 압축하는 언어다. 예를 들어 "어떤 수 x가 3에서 2만큼 이내에 있다"는 말을 식으로 쓰면 |x-3|≤2이다. 절댓값은 수직선에서의 거리로 이해하면 쉽다. |x-3|은 x와 3 사이의 거리다. 거리는 음수가 될 수 없으므로 절댓값은 항상 0 이상이다.
|x-3|≤2를 풀어 보자.
x가 3에서 2만큼 이내에 있으려면 왼쪽 끝은 3-2=1, 오른쪽 끝은 3+2=5이다. 따라서 1≤x≤5이다. 절댓값 기호를 보면 먼저 "거리"를 떠올리면 된다. 나중에 함수 그래프를 배울 때 y=|x|의 그래프가 V자 모양이 되는 이유도 여기서 연결된다. 0에서 멀어질수록 y값이 커지기 때문이다.
팩토리얼은 1부터 어떤 자연수까지를 모두 곱하는 기호다. 5!은 5×4×3×2×1=120이다. 이것은 단순한 계산 기호가 아니라 배열과 경우의 수를 압축하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5명을 한 줄로 세우는 방법은 첫 번째 자리에 5가지, 두 번째 자리에 4가지, 그다음 3가지, 2가지, 1가지가 남는다. 그래서 전체 경우의 수는 5×4×3×2×1=5!이다. 확률과 통계를 배울 때 팩토리얼은 경우의 수를 세는 기본 언어가 된다.
문자식도 조건을 압축한다. 사과 한 개가 1200원, 바나나 한 개가 800원이라고 하자. 사과를 x개, 바나나를 y개 산다면 전체 금액은 1200x+800y이다. 여기에는 "사과 가격에 개수를 곱하고, 바나나 가격에 개수를 곱해 더한다"는 설명이 한 줄로 들어 있다.
문자식은 처음에는 숫자가 비어 있는 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상황을 한꺼번에 담는 틀이다. x=2, y=3이면 1200×2+800×3=4800원이다. x=5, y=1이면 1200×5+800×1=6800원이다. 하나의 식이 여러 경우를 동시에 표현한다.
분수식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체 거리 120km를 x시간 동안 이동했다면 평균 속력은 120/x km/h이다. 이 식은 "거리 ÷ 시간"이라는 관계를 압축한다. 하지만 x는 0이 될 수 없다. 시간이 0시간인데 120km를 이동했다는 평균 속력은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0으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의 정확한 뜻
많은 학생이 "0으로 나누면 안 된다"를 규칙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유를 알아야 방정식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6÷0이 어떤 수 k라고 해 보자. 나눗셈의 뜻에 따라 6÷0=k라면 0×k=6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수에 0을 곱해도 결과는 0이다. 6이 될 수 없다. 따라서 6÷0은 정의할 수 없다.
0÷0은 어떨까? 0÷0=k라면 0×k=0이어야 한다. 이 식은 k가 1이어도 맞고, 10이어도 맞고, -3이어도 맞다. 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0÷0도 하나의 값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방정식 풀이에서 매우 중요하다. 분모가 0이 되는 값은 처음부터 제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식을 보자.
(x²-1)/(x-1)=0
분모가 x-1이므로 x≠1이어야 한다. 이제 분자를 인수분해하면 x²-1=(x-1)(x+1)이다.
(x²-1)/(x-1)=((x-1)(x+1))/(x-1)
x≠1일 때는 x-1을 약분할 수 있으므로 식은 x+1=0이 된다. 따라서 x=-1이다. 여기서 x=1은 분자를 0으로 만들지만, 원래 식의 분모도 0으로 만든다. 원래 식이 정의되지 않으므로 해가 될 수 없다.
무리식에서도 정의역을 확인해야 한다. 실수 범위에서 √(x+1)은 x+1≥0일 때만 의미가 있다. 즉 x≥-1이어야 한다. 다음 방정식을 보자.
√(x+1)=x-1
왼쪽은 제곱근이므로 0 이상이다. 따라서 오른쪽 x-1도 0 이상이어야 하므로 x≥1이다. 이제 양변을 제곱한다.
x+1=(x-1)²
x+1=x²-2x+1
0=x²-3x
0=x(x-3)
따라서 x=0 또는 x=3이 나온다. 하지만 처음 조건 x≥1을 만족하는 것은 x=3뿐이다. 실제로 x=3을 넣으면 √4=2, 3-1=2로 맞다. x=0을 넣으면 √1=1, 0-1=-1로 맞지 않는다. 제곱 과정에서 원래 없던 해가 생긴 것이다. 이런 값을 무연근이라고 한다.
식을 잘 다룬다는 것은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계산은 점점 길어진다. 하지만 계산이 길어질수록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식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놓치지 않는 일이다. 근호를 간단히 만들 때도, 지수법칙을 쓸 때도, 분수식을 약분할 때도 식의 값과 조건이 유지되어야 한다.
앞으로 방정식과 부등식을 풀 때는 조건을 식으로 바꾸고, 식을 변형해 해를 찾게 된다. 함수에서는 하나의 식이 그래프의 모양과 변화를 나타낸다. 기하에서는 길이와 넓이가 식으로 표현되고, 확률과 통계에서는 경우의 수와 비율이 식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수와 식은 한 단원에서 끝나는 내용이 아니다. 고등학교 수학 전체를 읽기 위한 기본 문장이다. 수 체계는 어떤 값을 다룰 수 있는지 정해 주고, 식은 조건과 관계를 짧게 표현한다. 이 두 가지가 단단해야 이후 단원에서 계산보다 개념이 먼저 막히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