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볼 때 우리는 별 하나하나를 따로 본다. 그런데 질문을 바꾸어 보자. 저 별들은 정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을까? 더 멀리, 더 크게 보면 우주는 모래알을 뿌려 놓은 듯한 무작위의 공간일까, 아니면 어떤 뼈대를 가진 세계일까?
이 장의 답은 분명하다. 별들은 은하를 이루고, 은하들은 다시 무리와 필라멘트를 이룬다. 우주는 빈 공간 속에 별들이 드문드문 떠 있는 곳이 아니라, 중력이 오랜 시간 빚어 낸 거대한 구조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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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별들의 도시
은하는 별, 가스, 먼지,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묶인 거대한 천체 집단이다. 일상적인 비유로 말하면, 별 하나가 집이라면 은하는 수천억 개의 집이 모인 도시다. 다만 이 도시는 고정된 땅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 별들은 은하 안에서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가스는 식고 뭉치며 새 별을 만들고, 오래된 별은 죽으며 다시 재료를 흩뿌린다.
태양이 속한 은하가 우리은하다. 우리는 우리은하 안에 살기 때문에 그 전체 모습을 밖에서 찍은 사진처럼 볼 수는 없다. 숲속에 서 있는 사람이 숲 전체의 모양을 한눈에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대신 천문학자들은 별의 거리와 운동, 가스의 분포, 전파 관측을 모아 우리은하의 구조를 그린다.
우리은하는 납작한 원반 모양을 한 나선은하이다. 더 정확히는 중심에 막대 모양 구조가 있는 막대나선은하로 이해된다. 원반에는 젊은 별, 가스, 먼지가 많다. 이 원반 위에 소용돌이처럼 뻗은 구조가 나선팔이다. 나선팔은 별들이 줄지어 고정되어 있는 팔이라기보다, 가스가 조금 더 촘촘해지고 별 탄생이 활발해지는 밀도 높은 길에 가깝다. 자동차들이 정체 구간에 잠시 모였다가 빠져나가듯, 별과 가스도 나선팔이라는 밀도 무늬를 지나간다.
태양은 우리은하 중심에 있지 않다. 중심에서 꽤 떨어진 원반의 한 부분, 오리온 팔 또는 국부 팔이라고 부르는 작은 나선 구조 근처에 있다. 그래서 밤하늘에서 은하수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희미한 띠처럼 보인다. 우리가 우리은하의 원반 안쪽에서 원반의 두꺼운 별무리를 옆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심부, 헤일로, 구상성단
우리은하의 중심부에는 별이 매우 빽빽하게 모여 있다. 이곳에는 막대 구조와 팽대부가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태양보다 약 400만 배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가 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 별들의 빠른 운동을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원반 바깥에는 헤일로가 있다. 헤일로는 은하를 둘러싼 둥근 안개 같은 영역이다. 여기서 '안개'는 실제로 뿌연 물질이 가득하다는 뜻이 아니라, 별과 보이지 않는 물질이 넓게 퍼져 있다는 비유다. 헤일로에는 오래된 별들이 드물게 있고, 구상성단도 많이 포함된다.
구상성단은 수십만 개 안팎의 오래된 별들이 공처럼 빽빽하게 모인 별들의 집단이다. 우리은하 원반의 젊은 별들이 비교적 납작한 길을 따라 돈다면, 구상성단은 은하 바깥쪽 헤일로를 넓은 궤도로 돈다. 구상성단은 은하의 오래된 기억에 가깝다. 그 안의 별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은하가 젊었을 때의 조건을 일부 간직하고 있다.
이 구조를 한 번에 그리면 이렇다. 가운데에는 별이 밀집한 중심부가 있다. 그 둘레에는 가스와 별이 풍부한 납작한 원반이 있고, 원반에는 나선팔이 감겨 있다. 더 바깥에는 오래된 별과 구상성단, 암흑물질이 넓게 퍼진 헤일로가 있다. 우리은하는 단순한 별무리가 아니라 여러 층을 가진 거대한 시스템이다.
은하의 모양은 과거를 말한다
은하는 모두 같은 모습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나선은하, 타원은하, 불규칙은하가 있다. 이 분류는 단순히 생김새를 나누는 일이 아니다. 은하가 어떤 역사를 겪었는지 알려 주는 단서다.
나선은하는 납작한 원반과 나선팔을 가진 은하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여기에 속한다. 나선은하에는 차갑고 조밀한 가스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 새 별이 계속 태어날 수 있다. 나선팔에는 푸르고 밝은 젊은 별들이 많고, 중심부에는 오래된 별들이 더 많다. 그래서 나선은하는 '아직 별을 만들 재료가 남은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타원은하는 둥글거나 길쭉한 공 모양에 가깝다. 뚜렷한 나선팔이 없고, 젊고 푸른 별보다 오래되고 붉은 별이 많다. 가스와 먼지가 적어 새 별 탄생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타원은하는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다고 이해된다. 두 은하가 만난다고 해서 별끼리 직접 부딪히는 일은 드물다. 별 사이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력은 은하 전체의 궤도를 뒤흔들고, 가스를 압축하거나 흩어 놓으며, 원반 구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불규칙은하는 이름 그대로 뚜렷한 나선이나 타원 모양을 갖지 않는 은하다. 크기가 작거나, 가까운 큰 은하의 중력에 흔들렸거나, 격렬한 별 탄생을 겪으며 모양이 흐트러진 경우가 있다. 마젤란은하처럼 우리은하 주변의 작은 불규칙은하는 큰 은하와 작은 은하가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중요한 점은 은하의 모양이 영원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은하는 주변에서 가스를 끌어들이고, 작은 은하를 삼키고, 때로는 비슷한 크기의 은하와 합쳐진다. 은하의 형태는 현재의 사진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흔적이다.
은하도 혼자 살지 않는다
별들이 은하를 이루듯, 은하들도 무리를 이룬다. 우리은하, 안드로메다은하, 삼각형자리은하와 여러 작은 은하들은 국부은하군이라는 작은 은하 무리에 속한다. 여기서 '군'은 몇십 개 규모의 은하가 중력으로 함께 묶인 집단을 뜻한다.
더 큰 규모에는 은하단이 있다. 은하단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은하가 모인 거대한 집단이다. 은하단 안에는 은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은하 사이 공간에는 매우 뜨거운 가스가 퍼져 있어 X선을 내고, 전체 질량의 상당 부분은 암흑물질이 차지한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흡수하지 않아 직접 보이지 않지만, 중력으로 은하와 가스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은하군과 은하단은 다시 더 큰 배열 속에 놓인다. 초은하단은 은하군과 은하단이 수억 광년 규모에 걸쳐 이어진 큰 구조다. 그러나 초은하단 전체가 하나의 단단한 물체처럼 묶여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주의 팽창 속에서 어느 부분은 중력으로 묶이고, 어느 부분은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초은하단은 '하나의 건물'이라기보다, 대도시권처럼 여러 중심이 느슨하게 이어진 거대한 배치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우주의 거대한 그물
많은 은하의 위치를 3차원으로 표시하면 놀라운 모습이 드러난다. 은하들은 공간에 고르게 흩어져 있지 않다. 어떤 곳에는 은하가 줄처럼 이어져 있고, 어떤 곳에는 은하단이 매듭처럼 모여 있으며, 그 사이에는 은하가 거의 없는 거대한 빈 영역이 있다. 이런 우주의 큰 구조를 우주 거대 구조라고 부르고, 그 모양 때문에 흔히 우주 거미줄, 즉 코스믹 웹이라고 부른다.1
이 거미줄의 줄기에 해당하는 구조가 필라멘트다. 필라멘트는 은하와 은하단이 길게 이어진 거대한 통로다. 여러 필라멘트가 만나는 곳에는 은하단 같은 조밀한 매듭이 생긴다. 반대로 필라멘트와 필라멘트 사이에는 보이드가 있다. 보이드는 은하가 매우 드문 거대한 빈 공간이다. 완전히 아무것도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균보다 물질이 훨씬 적다.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적색편이를 이용해 이런 지도를 만든다. 적색편이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이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대체로 더 큰 적색편이를 보인다. 은하의 방향과 적색편이를 함께 측정하면, 하늘에 찍힌 점들을 깊이까지 가진 3차원 지도 위에 놓을 수 있다. 대규모 은하 탐사들은 이런 방법으로 은하들이 군, 은하단, 초은하단, 필라멘트, 벽, 보이드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2
보이드의 존재는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우주를 생각할 때 별과 은하가 있는 곳에만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큰 규모의 우주는 '있는 곳'과 '비어 있는 곳'이 함께 만든 구조다. 거품 목욕을 떠올려 보자. 비눗방울의 막에는 물질이 모여 있고, 방울 안쪽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 우주 거대 구조도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은하들이 거대한 빈 공간의 경계와 줄기를 따라 모여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직관을 준다.
암흑물질이 먼저 길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우주는 이런 거미줄 모양이 되었을까? 핵심은 중력과 시간이다.
초기 우주는 지금보다 훨씬 균일했다. 하지만 완전히 매끈하지는 않았다. 어느 곳은 평균보다 아주 조금 더 조밀했고, 어느 곳은 아주 조금 덜 조밀했다. 조밀한 곳은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그러면 더 조밀해지고, 더 많은 물질을 끌어당길 수 있었다. 작은 차이가 오랜 시간 증폭된 것이다.
여기서 암흑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물질, 즉 원자와 가스는 빛과 상호작용한다. 초기 우주에서는 빛의 압력과 뜨거운 환경 때문에 보통 물질이 마음대로 뭉치기 어려웠다. 반면 암흑물질은 빛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고 주로 중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암흑물질은 먼저 큰 중력의 뼈대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보통 물질이 그 중력의 골짜기 안으로 흘러들어가 가스를 만들고, 별을 만들고, 은하를 만들었다.
현대 우주론 시뮬레이션은 이 과정을 컴퓨터 안에서 재현한다. 아주 많은 암흑물질 입자를 넣고 중력에 따라 시간이 흐르게 하면, 물질은 자연스럽게 매듭과 필라멘트, 빈 공간을 가진 구조로 성장한다. 실제 은하 관측 지도와 이런 시뮬레이션을 비교하면, 암흑물질이 우주 거대 구조의 성장에 깊이 관여했다는 그림이 강하게 지지된다. 유럽의 유클리드 임무를 위한 대규모 모의 우주도 암흑물질 입자의 중력 진화를 계산해 은하와 은하단, 필라멘트 구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시험한다.3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다.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정체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은하의 회전, 은하단의 질량, 중력렌즈, 우주 거대 구조를 설명하려면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강한 증거들이 있다. 이 장에서는 암흑물질을 '정체는 모르지만 중력 효과로 존재가 드러나는 물질'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큰 구조를 알면 밤하늘이 달라진다
맨눈으로 보는 밤하늘은 대부분 우리은하 안의 별들이다. 그러나 그 별들 너머에는 다른 은하들이 있고, 은하들은 다시 거대한 그물의 일부다. 안드로메다은하는 단지 멀리 있는 희미한 얼룩이 아니라 우리은하와 같은 국부은하군의 큰 이웃이다. 처녀자리 방향의 수많은 은하는 더 큰 은하단과 초은하단 구조를 가리키는 표지다.
우주의 큰 스케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크다"라고 감탄하는 일이 아니다. 구조를 보는 일이다. 별은 은하 안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은하는 서로 끌어당기고 합쳐지며 모양을 바꾼다. 은하군과 은하단은 필라멘트를 따라 이어지고, 그 사이에는 거대한 보이드가 놓인다. 그리고 이 전체 구조의 밑그림에는 암흑물질의 중력이 있다.
우주는 별들의 무작위 집합이 아니다. 빛나는 별과 보이지 않는 물질, 조밀한 매듭과 텅 빈 공간이 함께 만든 거대한 그물이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 하나를 볼 때, 사실은 그 별이 속한 은하와 그 은하가 놓인 우주의 뼈대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참고
1NASA Science, Mapping the Cosmic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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