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손질은 "더 잘 자라게 하는 방해 줄이기"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뒤 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잎을 따 줘야 할 것 같고, 가지를 잘라야 할 것 같고, 비료도 더 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중간 손질의 핵심은 많이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작물이 자라는 데 방해되는 것을 조금 덜어 주는 일이다.
이 장에서 다룰 일은 세 가지다. 빽빽한 싹을 줄이는 솎아주기, 필요 없는 줄기와 잎을 정리하는 가지치기, 자라는 중간에 양분을 보충하는 웃거름 주기다. 세 작업은 모두 효과가 있지만, 과하면 바로 부담이 된다.
초보자는 이렇게 기억하면 된다.
솎아주기는 서로 경쟁하지 않게 자리 만드는 일이다.
가지치기는 빛과 바람이 통하게 최소한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웃거름은 부족할 때 조금 보충하는 일이다.
작물을 키우는 중간 단계에서는 "무엇을 더 할까?"보다 "지금 이 작물에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솎아주기: 아까워도 남길 것을 정해야 한다
씨앗을 뿌리면 생각보다 많은 싹이 올라온다. 처음에는 풍성해 보여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곧 문제가 생긴다. 잎은 서로 겹쳐 햇빛을 가리고, 뿌리는 같은 자리에서 물과 양분을 나눠 먹는다. 통풍이 나빠져 병도 생기기 쉽다.
솎아주기는 빽빽하게 난 싹 중 일부를 뽑거나 잘라서 남은 작물이 자랄 공간을 만들어 주는 작업이다. 수확량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제대로 자랄 작물을 고르는 일에 가깝다.
솎는 시점은 보통 본잎이 2~4장 나왔을 때가 좋다. 본잎은 처음 올라오는 둥근 떡잎 다음에 나오는, 작물다운 모양의 잎이다. 너무 일찍 솎으면 어떤 싹이 튼튼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너무 늦으면 뿌리가 엉켜서 뽑을 때 옆 작물까지 흔들 수 있다.
남길 개체는 다음 기준으로 고른다.
줄기가 짧고 단단한 것
잎색이 고르고 상처가 적은 것
옆 싹과 간격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위치의 것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은 것
반대로 줄기가 길고 가늘게 웃자란 싹, 잎이 찢어졌거나 색이 유난히 약한 싹,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싹은 먼저 정리한다.
상추나 쑥갓처럼 비교적 뿌리가 얕은 작물은 조심해서 뽑아도 된다. 다만 당근, 무처럼 뿌리가 곧게 자라야 하는 작물은 옆 싹을 뽑다가 남길 뿌리를 건드릴 수 있다. 이럴 때는 손으로 억지로 뽑기보다 작은 가위로 흙 표면 가까이에서 잘라 주는 편이 안전하다.
솎은 뒤에는 흙이 들뜨지 않았는지 보고, 필요하면 손가락으로 주변 흙을 가볍게 눌러 준다. 흙이 말라 있다면 물을 부드럽게 준다. 강한 물줄기로 주면 아직 어린 싹이 쓰러질 수 있으니 물조리개의 샤워형 구멍을 쓰는 것이 좋다.
화분 텃밭에서는 솎아주기가 더 중요하다. 화분은 흙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작물이 많아질수록 물과 양분 경쟁이 빨리 온다. "몇 개 더 자라겠지" 하고 두면 모두 작게 자랄 수 있다. 작은 화분 하나에 많은 작물을 몰아넣기보다, 적은 수를 제대로 키우는 편이 결과가 좋다.
가지치기: 작물마다 필요한 손질이 다르다
가지치기는 모든 작물에 똑같이 하는 작업이 아니다. 어떤 작물은 손질이 거의 필요 없고, 어떤 작물은 중간중간 정리해야 수확이 편하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만나는 예는 방울토마토와 고추다.
방울토마토는 잎과 줄기 사이에서 새 줄기가 계속 나온다. 이것을 곁순이라고 한다. 곁순을 모두 키우면 줄기가 복잡해지고, 잎이 겹치며, 지지대에 묶기도 어려워진다. 특히 키가 위로 계속 자라는 방울토마토는 곁순을 어느 정도 제거해 주면 관리가 쉬워진다.
곁순은 작을 때 손으로 톡 떼거나 깨끗한 가위로 자른다. 길게 자란 뒤 자르면 상처가 커지고 식물도 회복하는 데 힘을 쓴다. 기준은 단순하다. 중심 줄기를 정하고, 잎겨드랑이에서 새로 올라오는 작은 줄기를 초기에 정리한다. 다만 모든 잎과 곁가지를 없애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잎은 햇빛을 받아 양분을 만드는 기관이다. 잎을 지나치게 줄이면 열매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람이 느려질 수 있다.
고추는 토마토와 손질 방식이 다르다. 고추는 어느 정도 자라면 줄기가 갈라지며 꽃이 달린다. 초기에 모종이 아직 작고 약한데 꽃이 너무 빨리 피면, 식물은 몸집을 키우기보다 열매를 만들려고 힘을 쓴다. 이럴 때는 첫 꽃이나 아주 이른 꽃을 한두 개 따 주면 뿌리와 줄기가 더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무조건은 아니다. 모종이 이미 튼튼하고, 햇빛이 충분하며, 계절이 너무 늦지 않았다면 꽃을 모두 따낼 필요는 없다. "고추 첫 꽃은 반드시 따야 한다"라고 외우기보다, 작물이 아직 작고 약한데 꽃이 먼저 왔는지를 보면 된다. 줄기가 가늘고 잎 수가 적은 상태라면 초반 꽃을 조금 정리한다. 반대로 잎이 충분하고 줄기가 단단하면 과하게 손대지 않는다.
상추 같은 잎채소는 가지치기보다 수확이 곧 손질이다. 바깥잎부터 필요한 만큼 따 먹으면 안쪽 새잎이 계속 자란다. 이때도 한 번에 잎을 너무 많이 따면 작물이 회복할 힘이 줄어든다. 한 포기에서 잎을 대부분 따 버리는 방식은 피하고, 바깥잎 몇 장을 따는 정도로 시작한다. 중심부의 어린잎은 남겨 두어야 다음 잎이 올라온다.
오이, 가지처럼 열매가 무거운 작물은 병든 잎, 땅에 닿는 잎, 지나치게 겹쳐 통풍을 막는 잎부터 정리한다. 처음부터 멀쩡한 잎을 많이 자르지 않는다. 잎이 많아 보인다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빛이 전혀 안 들어가고, 잎이 젖은 채 오래 마르지 않으며, 병든 잎이 방치되는 상태다.
과한 손질은 성장 지연으로 돌아온다
초보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정리하면 더 잘 자라겠지"라는 생각으로 너무 많이 자르는 것이다. 잎과 줄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잎은 햇빛을 받아 작물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만들고, 줄기는 물과 양분이 오가는 길이다. 잎을 많이 따거나 가지를 크게 잘라내면 식물은 수확보다 상처 회복에 힘을 쓴다.
특히 한여름 낮, 비 온 직후, 작물이 이미 시든 상태에서는 큰 손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더위와 습기, 상처가 겹치면 회복이 늦고 병이 들어오기 쉽다. 가지치기는 가능하면 맑은 날 오전에 한다. 자른 자리가 낮 동안 마를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가위는 깨끗하고 잘 드는 것을 쓴다. 무딘 가위로 으깨듯 자르면 상처가 커진다. 병든 잎을 자른 뒤에는 다른 작물을 바로 자르기보다 가위를 한 번 닦아 주는 습관도 좋다. 텃밭이 작을수록 병이 번지면 전체가 빠르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번에 크게 바꾸지 말고, 조금씩 한다. 오늘 잎 몇 장을 정리했다면 며칠 뒤 작물 상태를 보고 다음 손질을 결정한다. 가지치기는 실력보다 관찰이 먼저다.
웃거름: 부족 신호가 보일 때 조금씩 보충한다
웃거름은 작물이 자라는 중간에 추가로 주는 비료다. 심기 전에 흙에 섞는 밑거름과 다르다. 밑거름이 출발할 때 준비하는 식사라면, 웃거름은 달리는 중간에 보충하는 간식에 가깝다.
웃거름은 "심은 지 몇 주 됐으니 무조건 준다"보다 작물 상태를 함께 봐야 한다. 물론 작물마다 대략적인 시기는 있다. 잎채소는 첫 수확을 시작하고 새잎이 계속 나와야 할 때, 열매채소는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기 시작할 때 양분 요구가 커진다. 화분 재배는 흙의 양이 적고 물을 줄 때 양분이 빠져나가기 쉬워 노지보다 조금 더 자주, 대신 적은 양으로 주는 편이 안전하다.
부족 신호는 다음처럼 나타난다.
새잎이 잘 나오지 않고 전체 생장 속도가 느려진다.
잎색이 전보다 연해지고 누렇게 보인다.
아래쪽 오래된 잎부터 색이 빠진다.
열매가 달린 뒤 새순 힘이 약해진다.
다만 잎이 노랗다고 모두 비료 부족은 아니다.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잎이 누렇게 변하고, 뿌리가 상해도 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웃거름을 주기 전에는 흙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흙이 계속 젖어 있고 냄새가 나거나 줄기가 약해졌다면 비료보다 과습 문제일 수 있다.
비료가 많은 상태도 문제다. 잎이 지나치게 진한 초록색이고 줄기와 잎만 무성한데 꽃과 열매가 적다면 질소가 많은 상태일 수 있다. 잎끝이 타듯 마르거나, 비료를 준 뒤 갑자기 시드는 경우도 과비료를 의심해야 한다. 초보자는 제품 권장량을 꽉 채우기보다 처음에는 절반 정도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비료는 줄기 가까이가 아니라 뿌리 주변 바깥쪽에 준다
웃거름을 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다. 비료를 줄기 바로 옆에 뿌리면 뿌리에 직접 닿아 손상을 줄 수 있다. 비료는 물에 녹으면서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 농도가 뿌리에 바로 닿으면 뿌리가 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양분을 준 것이 아니라 뿌리를 따갑게 만든 셈이 된다.
노지 텃밭에서는 줄기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 작물 줄 사이 또는 포기 주변 바깥쪽에 얕게 뿌린다. 그다음 흙과 가볍게 섞고 물을 준다. 깊게 파서 뿌리를 끊을 필요는 없다. 표면 가까이에 살짝 섞어도 물과 함께 서서히 내려간다.
화분에서는 줄기 가까이가 아니라 화분 가장자리 쪽에 조금씩 나누어 준다. 작은 화분일수록 한 번에 많은 양을 넣지 않는다. 액체비료를 쓸 때도 진하게 타는 것보다 묽게 타서 주는 편이 안전하다. "빨리 키우려고 진하게"는 텃밭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다.
비료를 주는 순서는 이렇게 하면 좋다.
흙이 너무 말라 있으면 먼저 물을 조금 줘서 적신다.
비료를 줄기에서 떨어진 곳에 정량보다 적게 놓는다.
흙과 얕게 섞거나 가볍게 덮는다.
물을 충분히 주어 비료가 한곳에 뭉치지 않게 한다.
마른 흙에 비료를 바로 많이 주면 뿌리가 더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비가 많이 와서 흙이 질척한 날에도 웃거름은 미루는 것이 낫다. 물이 너무 많으면 비료가 흘러가거나 뿌리 상태가 나쁜데 비료만 더해질 수 있다.
주말농장처럼 자주 가지 못하는 밭에서는 방문한 날 한꺼번에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비료는 밀린 숙제처럼 몰아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양이 많으면 흡수되는 것보다 손상되는 것이 먼저다. 방문 간격이 길다면 천천히 녹는 완효성 비료를 소량 쓰거나, 작물 수를 줄여 관리 부담을 낮추는 편이 낫다.
이번 장의 기준
중간 손질의 기준은 단순하다. 빽빽하면 솎고, 막히면 조금 자르고, 부족하면 조금 보충한다.
솎아주기는 아까운 싹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남길 작물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가지치기는 작물을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필요한 만큼만 정리하는 일이다. 웃거름은 많이 줄수록 좋은 보약이 아니라, 부족할 때 조심스럽게 더하는 양분이다.
첫 텃밭에서는 손질을 잘하는 사람보다 과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안정적으로 수확한다. 오늘 할 일이 헷갈린다면 먼저 작물을 본다. 잎색, 줄기 힘, 흙의 마름, 서로 겹치는 정도를 확인한다. 그다음 한 가지 작업만 작게 한다. 텃밭 관리는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보고 조정하는 일이다.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