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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장비는 많이 살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첫 텃밭에서 장비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내가 실제로 할 작업에 필요한가?

처음 하는 텃밭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흙을 조금 고르고,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자란 줄기를 자르는 일이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첫 시작은 충분하다.

반대로 처음부터 큰 삽, 괭이, 갈퀴, 자동 물주기 장치, 비료통, 각종 분무기까지 갖추면 텃밭보다 장비 보관이 먼저 고민이 된다. 특히 베란다 텃밭은 공간이 좁고, 주말농장은 매일 도구를 쓰지 않는다. 첫 장비는 작게 시작하고, 불편함이 반복될 때 하나씩 더하는 편이 낫다.

장비를 고를 때는 텃밭의 크기만 보지 말고 작업의 종류와 횟수를 보자. 한 계절에 한두 번 쓰는 도구는 빌리거나 함께 써도 된다. 반대로 매주 손에 잡는 도구는 내 손에 맞는 것을 사는 편이 좋다.

처음 사야 할 장비와 나중에 사도 되는 장비AI 생성 이미지

첫날 바로 필요한 기본 도구

처음부터 준비하면 좋은 도구는 많지 않다. 다음 다섯 가지면 대부분의 첫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장갑

장갑은 가장 먼저 사야 한다. 흙을 만질 때 손을 보호하고, 작은 상처를 줄여 준다. 잡초를 뽑거나 지지대를 묶을 때도 필요하다.

면장갑만 써도 되지만, 물에 젖으면 금방 무거워지고 흙이 잘 스며든다. 가능하면 손바닥에 고무나 코팅이 된 원예용 장갑을 고르자. 손에 너무 크면 모종을 잡거나 끈을 묶을 때 불편하다. 손가락 끝이 많이 남지 않는 크기가 좋다.

가시가 있는 작물이나 나뭇가지를 많이 만질 계획이 아니라면 두꺼운 가죽 장갑까지는 필요 없다. 첫 텃밭에서는 얇고 손에 잘 맞는 장갑이 더 자주 쓰인다.

모종삽

모종삽은 작은 삽이다. 모종을 심을 구멍을 파고, 화분 흙을 옮기고, 배양토와 퇴비를 섞을 때 쓴다. 베란다 화분 텃밭에서는 큰 삽보다 모종삽이 훨씬 중요하다.

고를 때는 날이 너무 얇아 쉽게 휘지 않는지, 손잡이가 미끄럽지 않은지 보면 된다. 흙이 딱딱한 노지에서는 약한 모종삽이 금방 휘어진다. 화분 위주라면 가볍고 작은 제품으로도 충분하다.

호미

호미는 흙 표면을 긁고, 얕은 잡초를 제거하고, 작은 이랑을 만들 때 쓰는 도구다. 이랑은 작물을 심기 좋게 흙을 길게 돋운 줄을 말한다.

마당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는 호미가 거의 매번 쓰인다. 잡초가 어릴 때 호미로 살짝 긁어 주면 나중에 뿌리째 뽑느라 고생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베란다 화분 몇 개만 키운다면 큰 호미는 필요 없다. 작은 손호미나 모종삽으로도 충분하다.

호미는 날이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아도 되지만, 손잡이는 단단해야 한다. 흔들리는 제품은 흙을 긁을 때 힘이 새고 손목이 피곤해진다.

물조리개

물조리개는 작물을 심은 첫날 바로 필요하다. 물을 세게 붓지 않고 부드럽게 흩뿌릴 수 있어야 흙이 패이지 않고 어린 모종이 쓰러지지 않는다.

베란다에서는 1.5~3L 정도가 다루기 쉽다. 너무 큰 물조리개는 물을 채우면 무겁고,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기 불편하다. 마당이나 작은 노지 텃밭은 5~8L 정도가 편하다. 주말농장처럼 면적이 넓으면 물조리개만으로는 힘들 수 있으니 현장에 수도와 호스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입구에 물을 부드럽게 퍼뜨리는 샤워형 뚜껑이 있는지도 보자. 물줄기가 한 줄로 세게 나오는 제품은 씨앗이나 어린 모종에 부담이 된다.

전지가위

전지가위는 줄기나 잎을 자르는 원예용 가위다. 고추, 토마토, 허브, 쌈채소를 수확할 때 손으로 뜯는 것보다 상처가 적다. 병든 잎을 제거하거나 끈을 자를 때도 쓴다.

전지가위는 너무 싼 제품을 대충 사기보다 손에 맞고 잘 잘리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다. 잘 들지 않는 가위는 줄기를 으깨고,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사용한 뒤에는 흙과 물기를 닦아 두면 오래 쓴다.

주방가위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흙과 식물 즙이 묻기 쉽다. 가능하면 텃밭용 가위를 따로 두는 것이 깔끔하다.

큰 도구는 사기 전에 빌려 본다

삽, 괭이, 갈퀴, 운반 카트는 있으면 편하지만 처음부터 모두 살 필요는 없다. 이 도구들은 주로 밭을 처음 만들 때 많이 쓰인다. 한 번 밭 모양을 잡고 나면 사용 횟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삽

삽은 깊게 파고 흙을 옮길 때 쓴다. 마당에 새 밭을 만들거나, 주말농장에서 딱딱한 흙을 뒤집어야 한다면 필요하다. 하지만 화분 텃밭에서는 거의 필요 없다. 배양토 포대를 열고 화분에 담는 일은 모종삽이나 작은 바가지로도 충분하다.

작은 노지라도 한두 평 규모라면 처음에는 이웃이나 농장 관리실에서 빌려 쓸 수 있는지 확인하자. 한 계절 동안 자주 쓰지 않는다면 보관 공간만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괭이

괭이는 단단한 흙을 깨거나 깊은 잡초 뿌리를 캐낼 때 쓴다. 호미보다 크고 힘이 많이 들어간다. 새로 빌린 주말농장 땅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면 유용하다.

하지만 이미 흙이 부드럽고 작은 모종을 심는 정도라면 괭이까지 필요하지 않다. 초보자가 무거운 괭이를 오래 쓰면 손목과 허리에 부담이 간다. 처음에는 빌려 써 보고, 매년 노지 텃밭을 할 계획이 생기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

갈퀴

갈퀴는 흙 표면을 고르고, 돌이나 마른 풀을 모으고, 씨앗을 뿌릴 자리를 평평하게 만들 때 쓴다. 밭 면적이 넓을수록 편하다.

상자 텃밭이나 작은 화분에서는 거의 필요 없다. 작은 손갈퀴 하나면 충분하다. 주말농장에서 넓은 이랑을 만들 때 큰 갈퀴가 빛을 본다.

운반 카트

흙, 퇴비, 물통, 수확물을 옮길 때 운반 카트가 있으면 허리가 편하다. 하지만 카트는 부피가 크고 보관이 어렵다.

주말농장에서는 공동 카트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자. 마당 텃밭도 흙 포대를 자주 옮기는 시기에는 유용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사용 횟수가 줄어든다. 베란다에서는 접이식 손수레나 튼튼한 장바구니가 더 현실적이다.

큰 도구는 이렇게 판단하면 쉽다. 한 계절에 세 번 이상 쓸 것 같으면 구매를 고려하고, 밭 만드는 날 하루만 필요하면 빌린다.

화분 텃밭과 노지 텃밭은 준비물이 다르다

같은 상추를 심어도 화분과 노지는 준비 기준이 다르다. 화분은 흙의 양과 배수가 핵심이고, 노지는 기존 흙의 상태와 작업 도구가 핵심이다.

화분 텃밭은 용기와 배수가 먼저다

화분 텃밭에서는 작물이 자랄 공간을 사람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도구보다 용기, 배수구멍, 물받침, 배양토가 중요하다.

용기는 크기가 너무 작으면 물이 빨리 마르고 뿌리가 충분히 뻗지 못한다. 쌈채소와 허브는 깊이 15~20cm 정도의 상자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처럼 열매를 맺는 작물은 더 깊고 큰 화분이 필요하다. 작은 컵 화분에 심으면 초반에는 귀엽지만, 곧 물과 양분이 부족해진다.

화분 바닥에는 반드시 물 빠지는 구멍이 있어야 한다. 구멍이 없는 용기는 겉보기에는 깔끔해도 뿌리가 쉽게 상한다. 실내 베란다에서는 물받침이 필요하지만, 받침에 물이 계속 고여 있으면 안 된다. 물을 준 뒤 오래 고인 물은 버리는 습관을 들이자.

흙은 밭흙을 퍼 와서 쓰기보다 채소용 배양토를 쓰는 편이 안전하다. 배양토는 화분 안에서 물과 공기가 오가도록 조성된 흙이다. 일반 밭흙은 화분 안에서 쉽게 굳고, 배수가 나빠질 수 있다.

노지 텃밭은 기존 흙을 읽고 보완한다

마당이나 주말농장은 이미 땅이 있다. 이때는 화분처럼 흙을 전부 새로 사는 방식보다, 기존 흙에 퇴비를 섞고 배수를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노지에서는 호미, 모종삽, 물조리개 또는 호스가 먼저 필요하다. 새 밭을 만드는 날에는 삽과 갈퀴가 있으면 편하지만, 매일 쓰는 장비는 아니다. 밭이 넓어질수록 장비도 커지지만, 첫해에는 작게 시작하는 편이 관리가 쉽다.

주말농장은 현장 조건을 꼭 확인하자. 수도가 가까운지, 공용 도구가 있는지, 개인 도구를 보관할 장소가 있는지에 따라 구매 목록이 달라진다. 보관함이 없다면 비싼 도구를 현장에 두기 어렵다.

싼 장비를 사도 되는 것과 품질을 봐야 하는 것

모든 장비를 좋은 것으로 살 필요는 없다. 다만 몸에 직접 부담을 주거나 안전과 관련된 도구는 품질을 봐야 한다.

싸게 사도 되는 항목은 이름표, 끈, 작은 바구니, 흙을 섞는 통, 여분 장갑, 간단한 물받침 같은 것들이다. 자주 잃어버리거나 계절이 지나면 교체할 가능성이 큰 물품은 비싼 제품이 아니어도 된다.

반대로 전지가위, 호미, 삽, 괭이, 장갑은 너무 약한 제품을 피하자. 전지가위가 잘 들지 않으면 줄기가 찢기고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호미나 삽의 손잡이가 흔들리면 작업 중 다칠 수 있다. 장갑이 너무 헐겁거나 쉽게 찢어지면 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허리가 불편한 사람은 긴 손잡이 도구를 고려하자. 쪼그려 앉아 오래 작업하면 생각보다 몸에 부담이 크다. 작은 텃밭이라도 무릎 방석, 접이식 의자, 긴 손잡이 호미가 작업 시간을 줄여 준다. 장비는 멋보다 몸을 덜 아프게 하는 쪽이 좋은 장비다.

처음부터 사면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

초보자가 자주 사지만 바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있다.

자동 물주기 장치, 고급 분무기, 여러 종류의 비료 세트, 실내 육묘등, 온실 덮개, 대형 퇴비통, 비싼 수분 측정기, 큰 농약 분무기는 대부분 구매를 미뤄도 된다.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내 텃밭의 문제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자동 물주기 장치는 여름에 자주 집을 비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물이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모르는 첫 주부터 설치하면 과습이 생길 수 있다. 수분 측정기도 참고는 되지만,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흙을 만져 보고 화분 무게를 들어 보는 감각을 익히는 편이 더 중요하다.

비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질소, 인산, 칼륨 제품을 따로 살 필요는 없다. 질소는 잎을 키우는 데, 인산은 뿌리와 꽃에, 칼륨은 전체 생육과 열매에 관여하는 주요 양분이다. 하지만 초보자의 첫 시즌에는 기본 배양토나 퇴비, 그리고 필요할 때 쓰는 범용 비료 하나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자세한 비료 사용은 다음에 다룰 흙과 비료의 기본기를 알고 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규모별 첫 구매 목록

처음 장비를 고를 때는 아래처럼 시작하면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베란다 화분 텃밭은 장갑, 모종삽, 작은 물조리개, 전지가위, 배수구멍 있는 화분, 물받침, 채소용 배양토가 기본이다. 호미는 작은 손호미 정도면 충분하고, 큰 삽과 괭이는 필요 없다.

마당의 작은 텃밭은 장갑, 모종삽, 호미, 물조리개나 호스, 전지가위가 기본이다. 새로 밭을 만들 때만 삽과 갈퀴가 필요할 수 있다. 흙이 딱딱하면 괭이를 빌려 써 보고 판단하자.

주말농장은 장갑, 호미, 모종삽, 전지가위, 물통이나 현장용 물조리개, 튼튼한 가방이 기본이다. 삽, 갈퀴, 카트는 농장에 공용 장비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개인 도구를 둘 곳이 없다면 가볍고 꼭 필요한 것만 들고 다니는 편이 낫다.

첫 텃밭의 장비 준비는 완벽한 세트를 맞추는 일이 아니다. 첫날 심고, 물 주고, 다음 주에 다시 관리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장비는 텃밭을 시작하게 해 주는 도구이지, 텃밭을 대신해 주는 답은 아니다.

처음에는 손에 자주 잡히는 것만 사고, 한 계절을 지나며 반복해서 아쉬운 것만 추가하자. 그러면 돈도 아끼고, 내 텃밭에 맞는 장비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책 목록

첫 텃밭: 장비부터 수확까지 한 시즌을 끝내는 입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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