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셈은 언제 필요할까
책상 위에 사탕이 있습니다. 접시 1개에 사탕이 4개씩 담겨 있고, 그런 접시가 3개 있습니다. 전체 사탕은 몇 개일까요?
처음에는 이렇게 더할 수 있습니다.
4 + 4 + 4 = 12
같은 수 4가 세 번 반복됩니다. 이때 우리는 더 짧게 이렇게 씁니다.
4 × 3 = 12
여기서 4 × 3은 "4씩 3묶음"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곱셈은 덧셈보다 빠르게 쓰기 위한 기호처럼 보이지만, 더 중요한 뜻이 있습니다. 곱셈은 같은 크기의 묶음이 몇 번 반복되는 구조를 나타냅니다.
만약 접시마다 사탕 수가 4개, 5개, 3개로 다르다면 어떨까요? 이때는 바로 4 × 3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묶음의 크기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곱셈을 쓰려면 먼저 "같은 수가 반복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곱셈을 배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 속에서 같은 묶음을 찾는 일입니다.
바구니 5개에 귤이 6개씩 있다.
연필 한 다스가 12자루인데, 그런 다스가 4개 있다.
한 줄에 의자가 8개씩 있고, 그런 줄이 7줄 있다.
이런 장면에는 곱셈이 숨어 있습니다. 곱셈식은 그 장면을 짧고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곱셈식에는 두 가지 수가 들어 있다
곱셈식 6 × 4를 봅시다. 이 식을 "6 곱하기 4"라고 읽을 수 있지만, 뜻까지 함께 말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6 × 4는 "6씩 4묶음"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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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짜리 묶음이 4개 있습니다. 모두 세면 24개입니다.
여기에서 첫 번째 수 6은 한 묶음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두 번째 수 4는 묶음의 개수를 나타냅니다. 물론 교실이나 교재에 따라 설명하는 방향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수가 아무렇게나 놓인 것이 아니라, 각각 상황 속 역할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곱셈 문제를 어려워할 때는 계산 자체보다 이 역할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상자에 8개씩, 상자가 5개"라면 한 상자의 크기는 8이고, 상자의 개수는 5입니다. 그래서 8 × 5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식은 짧지만, 그 안에는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배열로 보면 곱셈이 눈에 보인다
곱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그림 중 하나는 배열입니다. 배열은 물건을 줄과 칸에 맞추어 가지런히 놓은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바둑돌을 한 줄에 4개씩 3줄 놓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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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열은 4 × 3 = 12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줄에 4개씩 있고, 그런 줄이 3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한 줄에 3개씩 4줄로 놓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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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열은 3 × 4 = 12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배열은 모양이 다릅니다. 하나는 가로로 더 길고, 하나는 세로로 더 깁니다. 하지만 바둑돌의 전체 개수는 둘 다 12개입니다. 그래서
4 × 3 = 3 × 4
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생각이 나옵니다. 곱셈에서는 두 수의 순서를 바꾸어도 전체 개수는 같습니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 교환법칙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자리를 바꾸어도 결과가 같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결과가 같다"와 "상황이 완전히 같다"는 다릅니다. 4개씩 3줄과 3개씩 4줄은 전체 개수는 같지만, 실제 배치 모양은 다릅니다. 그래서 곱셈을 배울 때는 답만 같다고 끝내지 말고, 두 식이 어떤 장면을 나타내는지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넓이 모델은 곱셈을 더 멀리 데려간다
배열은 나중에 넓이와도 연결됩니다. 가로가 4칸, 세로가 3칸인 직사각형을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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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사각형이 모두 몇 칸인지 세면 12칸입니다. 이것도 4 × 3 = 12입니다.
처음에는 바둑돌이나 사탕처럼 하나하나 셀 수 있는 물건으로 곱셈을 배웁니다. 그런데 칸으로 된 직사각형을 보면 곱셈은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세는 방법을 넘어섭니다. 가로와 세로가 만나 전체 넓이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넓어집니다.
이 생각은 뒤에서 도형의 넓이를 배울 때 아주 중요합니다. 직사각형의 넓이를 구할 때 "가로 × 세로"를 쓰는 까닭은 공식을 외워서가 아닙니다. 가로 한 줄에 들어 있는 칸 수가 세로 방향으로 여러 줄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곱셈은 수와 도형을 이어 주는 다리입니다.
구구단은 외우기 표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구구단을 외우는 일은 필요합니다. 자주 쓰는 곱셈을 빠르게 떠올릴 수 있으면 더 복잡한 문제를 풀 때 힘이 덜 듭니다. 하지만 구구단을 아무 뜻 없이 소리로만 외우면 쉽게 헷갈립니다.
구구단은 서로 연결된 관계망으로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2단을 생각해 봅시다. 2단은 2씩 늘어나는 곱셈입니다.
2 × 3 = 6은 2씩 3묶음입니다.2 × 7 = 14는 2씩 7묶음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곱셈은 두 수의 자리를 바꾸어도 전체 개수가 같습니다. 그래서 2 × 3은 3 × 2와 같고, 2 × 7은 7 × 2와 같습니다. 배열을 돌려서 보면 2단은 어떤 수를 두 번 더한 것, 곧 두 배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5단은 손가락과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손 한쪽에는 손가락이 5개입니다. 손 그림이 3개라면 15개, 손 그림이 6개라면 30개입니다. 5단의 답은 5씩 커지고, 끝자리가 5와 0이 번갈아 나오는 규칙도 보입니다.
10단은 자릿값과 바로 이어집니다.
10 × 3 = 3010 × 8 = 80
10씩 묶으면 십의 자리 수가 됩니다. 앞에서 배운 십진법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4단은 2단의 두 배로 볼 수 있습니다.
4 × 6을 모른다면 2 × 6 = 12를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4는 2의 두 배이므로, 12를 한 번 더 두 배 하면 24입니다.
4 × 6 = 24
8단도 마찬가지입니다. 8은 4의 두 배입니다.
8 × 6은 4 × 6의 두 배입니다. 4 × 6 = 24이므로 8 × 6 = 48입니다.
9단은 10단에서 한 묶음씩 빼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9 × 7은 10 × 7보다 7이 작습니다.
10 × 7 = 7070 - 7 = 63
그래서 9 × 7 = 63입니다.
이렇게 보면 구구단은 낱낱이 떨어진 81개의 답이 아닙니다. 2씩 늘어나기, 5씩 늘어나기, 10씩 늘어나기, 두 배의 두 배, 10배에서 빼기 같은 관계로 이어진 그물입니다.
배수는 곱셈이 만든 발자국이다
수직선 위에서 3씩 뛰어 봅시다.
0, 3, 6, 9, 12, 15, 18 ...
이 수들은 3의 배수입니다. 배수는 어떤 수를 1배, 2배, 3배, 4배 한 수입니다.
3의 1배는 3
3의 2배는 6
3의 3배는 9
3의 4배는 12
배수를 알면 곱셈을 더 넓게 볼 수 있습니다. 3 × 5 = 15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3씩 다섯 번 뛰어 도착한 곳이 15라는 뜻입니다.
배수는 나눗셈과도 이어집니다. 15가 3의 배수라는 말은 15를 3씩 똑같이 나눌 수 있다는 뜻과 연결됩니다. 다음 장에서 배울 나눗셈은 곱셈과 따로 떨어진 계산이 아닙니다. 곱셈으로 만들어진 구조를 거꾸로 살피는 일입니다.
두 자리 수 곱셈은 자릿값을 나누어 보면 쉽다
한 자리 수 곱셈을 어느 정도 익히면 두 자리 수 곱셈이 나옵니다. 이때 갑자기 새로운 계산법이 생기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앞에서 배운 자릿값입니다.
23 × 4를 생각해 봅시다.
23은 20과 3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3 = 20 + 3
그러면 23 × 4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23 × 4 = (20 × 4) + (3 × 4)
20이 4묶음이면 80입니다. 3이 4묶음이면 12입니다.
80 + 12 = 92
그래서
23 × 4 = 92
세로셈으로 계산할 때도 사실은 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의 자리 3에 4를 곱하고, 십의 자리 2는 그냥 2가 아니라 20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받아올림이 생기는 까닭도 자릿값 때문입니다.
조금 더 큰 곱셈도 같은 원리입니다.
23 × 14를 넓이 모델로 생각해 봅시다. 23은 20과 3으로 나누고, 14는 10과 4로 나눕니다.
그러면 큰 직사각형 하나를 네 조각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20 × 10 = 20020 × 4 = 803 × 10 = 303 × 4 = 12
이 네 부분을 모두 더하면
200 + 80 + 30 + 12 = 322
따라서
23 × 14 = 322
세로셈에서는 이 과정을 짧게 적습니다. 하지만 짧게 적는 방법만 외우면 왜 한 줄을 한 칸 왼쪽으로 옮겨 쓰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4의 1은 1이 아니라 10입니다. 그래서 23 × 10을 계산하는 줄은 일의 자리에서 시작하지 않고 십의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알고리즘은 생각을 줄여 쓴 기록입니다. 먼저 생각을 이해하고 나면, 세로셈은 더 편리한 도구가 됩니다.
곱셈을 잘한다는 것
곱셈을 잘한다는 것은 구구단을 빠르게 말하는 것만 뜻하지 않습니다. 물론 구구단을 익히면 계산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힘은 곱셈이 필요한 구조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문제를 만났을 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크기의 묶음이 반복되고 있는가?
한 묶음에는 몇 개가 있는가?
그런 묶음이 몇 개 있는가?
줄과 칸으로 배열해 볼 수 있는가?
수를 자릿값에 따라 나누면 계산이 쉬워지는가?
답이 대략 어느 정도일지 어림할 수 있는가?
49 × 6을 계산할 때도 무작정 세로셈으로 들어가기 전에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9는 50보다 1 작습니다.
50 × 6 = 300
49는 50보다 1 작으므로, 6묶음에서 1씩 6개가 빠집니다.
300 - 6 = 294
이런 방법은 곱셈을 수의 구조로 본 예입니다.
곱셈은 빠른 덧셈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같은 묶음, 배열, 넓이, 배수, 자릿값이 모두 곱셈 안에서 만납니다. 구구단의 답을 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곱셈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오래 남습니다. 이해한 곱셈은 나눗셈, 분수, 넓이, 비와 비율을 배울 때 다시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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