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수학을 처음 배울 때 우리는 "하나, 둘, 셋……" 하고 수를 셉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말한 수가 전체의 개수를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사과를 하나씩 가리키며 "하나, 둘, 셋, 넷"이라고 세었다면, 마지막 말인 "넷"이 사과 전체의 개수입니다.
하지만 수를 잘 안다는 것은 숫자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48이 50보다 조금 작다는 것, 100은 10이 열 묶음이라는 것, 302에서 0은 아무 뜻이 없는 숫자가 아니라 '십의 자리가 비어 있음'을 알려 주는 숫자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수 감각입니다.
수 감각이 있는 아이는 계산을 시작하기 전에도 답이 어느 정도 될지 짐작합니다. 198+3을 보며 "198은 200보다 2 작으니까, 3을 더하면 200보다 1 큰 201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 감각이 약하면 계산 절차는 외워도 답이 이상한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자연수를 세고, 읽고, 비교하는 기초를 다집니다. 이 기초가 튼튼해야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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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세기에서 묶어 세기로
책상 위에 바둑돌이 27개 있다고 해 봅시다. 하나씩 세면 정확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 둘, 셋…… 스물여섯, 스물일곱."
이번에는 바둑돌을 2개씩 묶어 봅니다. 두 개, 네 개, 여섯 개…… 이렇게 세면 조금 빨라집니다. 양말 한 켤레, 젓가락 한 벌처럼 생활 속에도 2개씩 묶인 물건이 많습니다.
5개씩 묶어 세는 것도 좋습니다. 손가락 한 손이 5개이기 때문입니다. 5, 10, 15, 20처럼 세면 다섯 단위의 리듬이 생깁니다. 시계의 분 눈금을 읽을 때도 5분씩 묶어 세는 생각이 쓰입니다.
가장 중요한 묶음은 10개씩 묶기입니다. 우리 수 체계는 10개를 모으면 새로운 한 묶음으로 바꾸는 방식을 씁니다. 낱개 10개는 '십' 1개가 됩니다. 십 10개는 '백' 1개가 됩니다. 백 10개는 '천' 1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빨대 34개를 세어 봅시다. 하나씩 세는 대신 빨대 10개를 고무줄로 묶습니다.
10개 묶음 1개: 10
10개 묶음 2개: 20
10개 묶음 3개: 30
남은 낱개 4개: 4
그래서 전체는 34개입니다. 여기서 34는 단순히 숫자 3과 4를 붙여 쓴 것이 아닙니다. 3은 10개짜리 묶음이 3개라는 뜻이고, 4는 낱개가 4개라는 뜻입니다.
묶어 세기는 곱셈으로도 이어집니다. 10개씩 3묶음이면 30, 5개씩 4묶음이면 20입니다. 아직 곱셈식을 쓰지 않아도, 묶음의 크기와 묶음의 수를 보는 눈이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자릿값은 위치와 단위가 함께 만드는 약속
숫자 5는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5는 낱개 5개입니다.
50의 5는 십이 5개, 즉 50입니다.
500의 5는 백이 5개, 즉 500입니다.
같은 숫자 5라도 자리가 달라지면 나타내는 양이 달라집니다. 이것을 자릿값이라고 합니다. 자릿값을 이해하려면 "왼쪽으로 한 자리 갈 때마다 10배가 된다"는 말을 외우기보다, 10개씩 모아 새 단위가 되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수 4,326을 살펴봅시다.
4는 천이 4개이므로 4,000입니다.
3은 백이 3개이므로 300입니다.
2는 십이 2개이므로 20입니다.
6은 일이 6개이므로 6입니다.
따라서 4,326은 4,000+300+20+6입니다. 이처럼 수를 자리별로 나누어 보는 것은 계산의 바탕이 됩니다. 나중에 4,326+215를 계산할 때 천은 천끼리, 백은 백끼리, 십은 십끼리, 일은 일끼리 더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릿값에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은 '숫자'와 '값'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507에서 숫자 5는 단순한 5가 아니라 500을 뜻합니다. 숫자 7은 일의 자리에 있으므로 7을 뜻합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느 자리에 있는지 꼭 함께 보아야 합니다.
0은 빈자리를 알려 주는 중요한 숫자
0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큰 수를 쓸 때는 더 중요한 일을 합니다. 바로 빈자리를 지켜 주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305를 생각해 봅시다.
305는 300+0+5입니다. 백은 3개, 십은 0개, 일은 5개입니다. 여기서 0을 빼고 35라고 쓰면 완전히 다른 수가 됩니다. 35는 30+5입니다. 305와 35는 크기가 많이 다릅니다.
다음 수들을 비교해 봅시다.
350: 삼백오십, 십이 5개이고 일이 0개입니다.
305: 삼백오, 백이 3개이고 십이 0개이며 일이 5개입니다.
3005: 삼천오, 천이 3개이고 백과 십은 0개이며 일이 5개입니다.
3050: 삼천오십, 천이 3개이고 십이 5개이며 일이 0개입니다.
모두 3과 5가 들어 있지만 수의 크기는 다릅니다. 중간에 있는 0이 어느 자리가 비어 있는지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수를 읽을 때도 0 때문에 헷갈릴 수 있습니다. 4,070은 "사천칠십"이라고 읽습니다. 백의 자리는 비어 있고, 십의 자리에 7이 있습니다. 4,007은 "사천칠"이라고 읽습니다. 백과 십의 자리는 비어 있고, 일의 자리에 7이 있습니다.
수를 쓸 때는 말로 읽은 수를 자리 표에 넣어 보면 도움이 됩니다.
| 수 | 천 | 백 | 십 | 일 |
|---|---|---|---|---|
| 사천칠십 | 4 | 0 | 7 | 0 |
| 사천칠 | 4 | 0 | 0 | 7 |
| 사천칠백 | 4 | 7 | 0 | 0 |
0은 없어도 되는 숫자가 아닙니다. 빈자리를 정확히 알려 주어 수의 모양을 지켜 주는 숫자입니다.
큰 수를 읽고 쓸 때는 묶어 보기
큰 수를 보면 숫자가 길어서 겁이 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도 묶음의 생각을 사용합니다. 먼저 천, 백, 십, 일의 자리를 확인합니다. 더 큰 수에서는 만, 십만, 백만처럼 새로운 단위가 나오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10개씩 모이면 한 단계 큰 단위가 됩니다.
예를 들어 12,304를 보겠습니다. 이 수는 1만 2천 3백 4입니다. 십의 자리가 비어 있으므로 0이 들어갑니다. 읽을 때는 "일만 이천삼백사"라고 합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말 수 읽기는 네 자리마다 큰 단위가 바뀝니다. 10,000을 '십천'이라고 하지 않고 '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주 큰 수를 읽을 때는 오른쪽에서 네 자리씩 끊어 보면 편합니다.
8,000은 팔천입니다.
80,000은 팔만입니다.
800,000은 팔십만입니다.
8,000,000은 팔백만입니다.
쉼표는 수를 읽기 쉽게 도와주는 표시입니다. 다만 쉼표 자체가 수의 크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수의 크기는 각 숫자가 어떤 자리에 놓였는지로 정해집니다.
큰 수를 쓸 때는 이렇게 해 볼 수 있습니다.
말로 읽은 수에서 큰 단위를 찾습니다.
각 자리의 숫자를 자리 표에 넣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는 0으로 채웁니다.
마지막에 다시 읽어 보며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오만 육백이십"은 50,620입니다. 만의 자리에 5, 천의 자리에 0, 백의 자리에 6, 십의 자리에 2, 일의 자리에 0이 들어갑니다. 중간의 0을 빼면 5,620이 되어 전혀 다른 수가 됩니다.
수의 크기는 어떻게 비교할까
두 수의 크기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자리의 개수입니다. 987과 1,002를 비교해 봅시다. 987은 세 자리 수이고 1,002는 네 자리 수입니다. 네 자리 수는 적어도 1,000 이상이므로 1,002가 더 큽니다.
자리의 개수가 같으면 왼쪽 자리부터 비교합니다.
742와 768을 비교해 봅시다.
백의 자리: 둘 다 7입니다.
십의 자리: 4와 6입니다.
6십이 4십보다 크므로 768이 더 큽니다.
일의 자리까지 볼 필요가 없습니다. 큰 자리에서 이미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은 단순한 규칙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릿값의 원리에서 나옵니다. 백의 자리 하나 차이는 100만큼의 차이입니다. 십의 자리 하나 차이는 10만큼의 차이입니다. 큰 자리의 차이는 작은 자리의 차이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599와 601을 비교할 때 599에 9가 두 개나 있어도 601보다 작습니다. 601은 600보다 1 큰 수이고, 599는 600보다 1 작은 수입니다. 숫자 9가 많다고 항상 큰 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직선에서 수를 바라보기
수직선은 수를 길 위에 놓아 보는 그림입니다. 왼쪽으로 갈수록 작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큽니다. 수직선을 잘 보면 수의 순서뿐 아니라 수 사이의 간격도 알 수 있습니다.
0과 100이 표시된 수직선을 그려 봅시다. 가운데는 50입니다. 25는 0과 50의 가운데에 있고, 75는 50과 100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이렇게 수를 선 위에 놓으면 "얼마나 큰가", "어디에 가까운가"를 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수직선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은 간격이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0, 10, 20, 30을 표시할 때 0과 10 사이의 길이, 10과 20 사이의 길이, 20과 30 사이의 길이가 같아야 합니다. 숫자만 맞게 쓰고 간격이 들쭉날쭉하면 수의 크기를 바르게 볼 수 없습니다.
어림할 때도 수직선이 도움이 됩니다. 398은 400에 아주 가깝습니다. 1,002도 1,000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398+1,002를 보면 정확히 계산하기 전에도 1,400쯤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림은 대충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답을 구하기 전에 답의 범위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계산 결과가 398+1,002=1,040처럼 나왔다면, 수직선 감각으로 "400쯤 되는 수와 1,000쯤 되는 수를 더했는데 1,040은 너무 작지 않을까?" 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해 보는 활동
자릿값은 눈으로만 보아서는 잘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으로 묶어 보면 훨씬 분명해집니다.
첫째, 작은 물건 37개를 준비합니다. 콩, 단추, 블록 무엇이든 좋습니다. 먼저 하나씩 세어 보고, 다음에는 10개씩 묶어 봅니다. 10개 묶음이 몇 개인지, 낱개가 몇 개인지 말해 봅니다. "37은 10이 3개, 1이 7개"라고 표현하면 좋습니다.
둘째, 같은 숫자가 다른 자리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합니다. 6, 60, 600을 종이에 쓰고 각각을 그림으로 나타내 봅니다. 6은 점 6개, 60은 10개 묶음 6개, 600은 100개 묶음 6개로 그립니다.
셋째, 0이 들어간 수 카드를 만듭니다. 204, 240, 2,004, 2,040을 쓰고 읽어 봅니다. 어느 자리가 비어 있는지 자리 표에 표시합니다. 이 활동을 하면 0이 수를 헷갈리게 하는 숫자가 아니라 수를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넷째, 긴 종이에 수직선을 그립니다. 0과 100을 먼저 표시하고, 50, 25, 75를 차례로 놓아 봅니다. 그다음 48, 52, 99 같은 수를 어디에 놓을지 이야기합니다. 정확히 자로 재는 것만큼이나 "어느 수에 더 가까운가"를 말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수직선의 간격은 되도록 고르게 잡아야 합니다.
자릿값이 연산의 이유를 보여 준다
자릿값은 이번 장에서 끝나는 내용이 아닙니다. 앞으로 배우는 거의 모든 계산의 바탕이 됩니다.
덧셈에서 28+35를 계산할 때 일의 자리 8과 5를 더하면 13입니다. 여기서 13은 낱개 13개입니다. 낱개 10개를 십 1개로 바꾸고 낱개 3개를 남깁니다. 이것이 받아올림입니다. 받아올림은 갑자기 생긴 규칙이 아니라 10개를 모아 더 큰 단위로 바꾸는 일입니다.
뺄셈에서 42-18을 계산할 때는 일의 자리에서 2에서 8을 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십 1개를 일 10개로 바꿉니다. 이것이 받아내림입니다. 십 1개가 일 10개와 같다는 자릿값의 원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곱셈과 나눗셈도 마찬가지입니다. 30×4는 3×4에 0을 붙이는 요령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30은 십이 3개입니다. 십 3개가 4묶음이면 십 12개, 즉 120입니다. 나눗셈에서도 120을 3명에게 나누면 백, 십, 일을 어떻게 나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릿값을 아는 것은 계산 방법을 외우기 위한 준비가 아닙니다. 계산이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하기 위한 눈을 갖는 일입니다.
이 장에서 꼭 붙잡을 생각
수는 하나씩 셀 수도 있지만, 묶어 세면 더 잘 보입니다. 2개씩, 5개씩, 10개씩 묶어 보는 경험은 수의 구조를 이해하게 합니다.
우리의 자연수는 10개씩 모아 새 단위를 만드는 십진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일, 십, 백, 천의 자리는 단순한 위치가 아니라 서로 10배씩 연결된 단위입니다.
0은 빈자리를 알려 주는 중요한 숫자입니다. 특히 큰 수를 읽고 쓸 때 0을 정확히 보아야 수의 크기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직선은 수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수의 크기, 순서, 간격, 어림값을 생각할 때 수직선을 사용하면 계산 전에도 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릿값을 제대로 이해하면 앞으로 배우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따로 떨어진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원리로 이어져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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