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에서 도구를 호출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협업하고,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기 시작하면 핵심 질문은 바뀝니다. “이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은 “이 에이전트는 누구의 책임 아래 움직이는가?”입니다.
DNSid는 이 문제를 DNS 기반으로 풀어보려는 제안입니다. AI 에이전트를 기존 인터넷 도메인 이름에 연결하고, DNS TXT 레코드에 키, 상태, 생명주기 로그 위치 등을 기록해 식별 가능한 흔적을 남기는 방식입니다.1 목적은 단순히 에이전트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검증 가능한 책임 주체를 남기는 데 있습니다.
상호운용성 다음에 남는 문제
AI 에이전트 생태계에는 이미 중요한 표준화 흐름이 있습니다. Anthropic은 2024년 11월 Model Context Protocol(MCP)을 공개했습니다. MCP는 AI 모델이 각 도구별 맞춤 통합 없이 여러 데이터 소스와 도구에 연결되도록 돕는 범용 어댑터 역할을 합니다.2 MCP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는 월간 다운로드 9,70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2
Google은 2025년 4월 Agent2Agent(A2A) 프로토콜을 발표했습니다. A2A는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AI 에이전트 간 통신과 협업을 목표로 합니다.2 2026년 4월까지 150개 이상의 조직 지지자를 확보했고, MCP와 A2A는 모두 Linux Foundation에 기증됐습니다.2
이 흐름은 분명히 중요합니다. 에이전트가 도구와 연결되고, 서로 대화하고, 협업할 수 있어야 실제 업무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결 가능성과 신뢰 가능성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MCP와 A2A는 상호운용성을 다루지만, 상대 에이전트가 정당한 주체인지, 어떤 권한으로 행동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않습니다.2
DNSid가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이 빈칸입니다.
DNSid는 무엇을 하려는가
DNSid의 기본 발상은 새 신원 체계를 처음부터 만드는 대신, 인터넷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DNS를 신원 앵커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를 특정 도메인 이름에 묶고, 등록 기록과 암호화 증명을 통해 “이 에이전트가 어느 주체와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접근입니다.
여기서 DNSid를 인증·권한 관리 시스템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DNSid 자체가 모든 인증을 처리하거나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OAuth, OIDC, SPIFFE, MCP, A2A 같은 기존 계층이 맡는 역할은 그대로 남습니다. DNSid는 그 아래에서 에이전트의 정당성, 권한, 책임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점을 제공하려는 제안에 가깝습니다.3
쉽게 말해 MCP와 A2A가 “에이전트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협업할 것인가”를 다룬다면, DNSid는 “그 에이전트가 누구의 이름으로 행동하는가”를 다룹니다.
왜 DNS인가
DNS를 쓰는 이유는 실용성에 있습니다. DNS는 이미 웹, 이메일, 인증서 인프라와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새로운 네임스페이스나 별도 식별 체계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존 인터넷 인프라 위에 식별 레이어를 얹는 편이 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도메인 이름은 조직의 책임 주체와 연결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에이전트가 특정 기업의 도메인 아래 등록돼 있고, 그 상태와 키 변경 이력이 남아 있다면 외부 시스템은 그 에이전트를 더 검증 가능한 대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물론 DNSid가 곧바로 표준이 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DNSid 문서는 IETF Internet-Draft이며, Internet-Draft는 작업 중인 문서입니다.1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곧바로 채택될 표준인가”보다 “AI 에이전트 신원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려 하는가”입니다.
도입을 검토할 때 물어야 할 질문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도입하는 조직이라면 DNSid 자체의 채택 여부와 별개로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에이전트의 소유 주체를 외부에서도 검증할 수 있는가?
에이전트의 키가 바뀌었을 때 변경 이력이 남는가?
에이전트가 폐기된 뒤에도 과거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가?
권한 위임과 취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특정 표준 하나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결제, 계약, 데이터 접근에 관여할수록 모든 에이전트 인프라가 답해야 할 기본 조건이 됩니다.
결론: 에이전트 시대의 신뢰는 책임성에서 시작된다
DNSid가 최종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DNSid가 제기하는 문제는 분명합니다.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병목은 단순한 연결성이 아니라 책임성입니다.
앞으로의 AI 인프라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운영하는가”, “어떤 권한으로 행동하는가”,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합니다.
DNSid는 그 방향을 DNS라는 익숙한 인터넷 인프라 위에서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설계한다면, 지금부터 신원과 책임성 구조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다뤄야 합니다.
1DNS-Anchored Durable Identity for AI Agents (DNSid) draft-ihsanullah-dnsid-01
2Vint Cerf pushes for AI agent identity standards as he exits Google after 21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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