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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책상 위 교재와 노트로 공부하는 모습

암기과목과 이해과목을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둘 다 어중간하게 망치기 쉽습니다. 저는 한때 모든 과목을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교재를 읽고, 밑줄을 긋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방식이었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과목은 그럭저럭 점수가 나오는데, 어떤 과목은 아무리 봐도 제자리였습니다.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과목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다른데, 저는 모든 과목에 똑같은 한 가지 방법만 들이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암기과목은 잊지 않도록 자주 꺼내보는 반복이 핵심이고, 이해과목은 원리를 스스로 설명하고 적용하는 훈련이 핵심입니다. 이 둘은 공부의 방향 자체가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두 과목이 왜 다른지, 각각 어떤 전략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과목이 섞여 있는 이 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제가 직접 시행착오로 배운 그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과목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다릅니다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할 것은, 과목마다 머릿속에서 요구하는 작업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위 사진처럼 책상에 쌓인 여러 과목의 교재는 겉보기에 다 비슷한 책이지만, 그 안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은 제각각인데요. 크게 나누면, 어떤 과목은 정보를 정확히 기억해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어떤 과목은 원리를 이해해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앞쪽을 흔히 암기과목, 뒤쪽을 이해과목이라고 부르지요. 역사의 연도와 사건, 생물의 용어, 법조문 같은 것은 전자에 가깝고, 수학과 물리, 논리적 추론이 필요한 과목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두 가지 전형적인 실패가 생깁니다. 첫째는 이해과목을 암기과목처럼 공부하는 실패입니다. 수학 문제의 풀이를 통째로 외우는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풀이를 외우면 똑같은 문제는 풀지만, 숫자만 바뀐 문제 앞에서도 막혀버립니다. 원리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답을 외운 것이기 때문이지요. 둘째는 암기과목을 이해과목처럼 공부하는 실패입니다. 그냥 외우면 될 용어를 "왜 그런지" 자꾸 따지며 시간을 끄는 경우인데요. 물론 이해가 암기를 돕지만, 외워야만 하는 단순 정보까지 일일이 원리를 파고들면 정작 외울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그러니 과목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공부법을 골라야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어야 합니다.

결국 다 외우는 거 아니야? 이해과목도 공식이랑 풀이를 외워야 시험을 보잖아.

얼핏 맞는 말 같지만, 핵심을 놓친 생각입니다. 이해과목에서도 외울 것은 있지만, 외우는 대상이 다릅니다. 이해과목에서 외워야 할 것은 개별 풀이가 아니라 원리와 접근법입니다. 그 원리를 이해해두면, 처음 보는 문제에도 그것을 적용해 스스로 풀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반대로 풀이 자체를 외우면 그 문제 하나에만 갇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암기과목의 암기는 정보 그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고, 이해과목의 암기는 그 정보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체득하는 것입니다. 같은 외우기라도 무엇을 외우느냐가 다르고, 그래서 공부법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암기과목, 잊기 전에 자주 꺼내보는 것이 핵심

암기과목의 공부는 한마디로, 잊어버리기 전에 자주 다시 꺼내보는 반복에 달려 있습니다. 위 그림의 해마는 외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옮기고 굳히는 일을 하는데, 이 굳히는 작업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정보를 여러 번 반복해서 꺼내야 비로소 단단해지는데요. 그래서 암기과목은 한 번에 오래 붙잡고 몰아서 외우기보다, 짧게라도 여러 날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망각이 일어나기 직전에 다시 한번 떠올려주면, 그 한 번의 인출이 기억을 다시 단단하게 다져주기 때문이지요. 결국 암기과목의 승부는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꺼내봤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래서 암기과목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은, 짧은 간격 반복과 인출 연습의 결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외울 내용을 질문 형태로 만들어두고 그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용어를 외운다면, 용어를 보고 뜻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뜻을 보고 용어를 떠올리는 식으로 거꾸로 꺼내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기 머리에서 답을 끄집어내는 인출 연습이, 그냥 눈으로 반복해 읽는 것보다 몇 배 강합니다. 또한 외울 것이 많을 때는, 여러 항목의 첫 글자를 따 짧은 말로 묶는 두문자 암기나, 서로 연관 지어 이야기로 엮는 방법이 기억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데요. 암기과목은 적게 보고 자주 꺼내는 것, 그리고 외울 양을 영리하게 묶어 줄이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암기과목일수록 복습 일정이 생명입니다

암기과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소홀히 하는 것이, 바로 복습 일정의 관리입니다. 암기한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한 번 외우고 방치하면, 시험 무렵에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이를 막으려면 외운 그 순간부터 다시 볼 시점을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새로 외운 것은 그날, 다음 날, 사나흘 뒤, 일주일 뒤, 보름 뒤 식으로 간격을 점점 벌려가며 다시 꺼내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매번 잊기 직전에 복습하게 되어, 적은 횟수로도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암기과목은 새로 외우는 것보다 외운 것을 잊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그 관리의 핵심이 바로 복습 일정입니다.

이해과목, 스스로 설명하고 적용하는 것이 핵심

이해과목의 공부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스스로 설명하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훈련에 달려 있습니다. 위 칠판의 수학 문제처럼, 이해과목에서 시험에 나오는 것은 대개 처음 보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풀이를 외워봐야 소용이 없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원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원리를 정말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는 것입니다. 머릿속으로 안다고 느껴도, 막상 말로 설명하려 하면 막히는 지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그 막히는 곳이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해과목을 공부할 때, 배운 개념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듯 소리 내어 설명해봅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풀이를 외우는 대신 스스로 다시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수학 공식이라면 그 공식을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공식이 유도되는지 한 번 따라가 봅니다. 유도 과정을 이해하면, 설령 공식을 잊어버려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문제 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설을 보고 이해했다면, 해설을 덮고 백지에서 처음부터 스스로 다시 풀어봅니다. 이때 막히면 그 부분이 바로 이해가 덜 된 곳이므로, 거기를 집중해서 다시 봅니다.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연습을 반복하면, 원리가 손에 익어 처음 보는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해과목은 눈으로 읽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손과 입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과목입니다.

그래서 이해과목은 암기과목과 복습의 결이 다릅니다. 암기과목이 같은 정보를 자주 꺼내보는 반복이라면, 이해과목은 같은 원리를 다양한 문제에 적용해보는 변형 연습이 복습이 됩니다. 똑같은 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가 적용되는 여러 종류의 문제를 풀어보며 원리의 쓰임새를 넓혀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해과목은 외운 것을 잊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한 번 제대로 이해한 원리를 여러 상황에서 써보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어떻습니까? 같은 복습이라는 말도 과목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가리킨다는 것이 분명해지지요.

대부분의 과목은 둘이 섞여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현실의 과목 대부분이 암기와 이해가 섞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순수한 암기과목도, 순수한 이해과목도 드뭅니다. 예를 들어 과학은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해과목이면서도, 용어와 단위, 기본 사실은 외워야 하는 암기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는데요. 역사도 연도와 사건을 외우는 암기과목처럼 보이지만,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이해해야 깊이 있는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과목을 통째로 암기과목 또는 이해과목으로 못 박기보다, 그 과목 안에서 어떤 부분이 암기이고 어떤 부분이 이해인지를 나누어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위 사진의 빈 노트에 그 과목의 내용을 정리할 때, 외울 것과 이해할 것을 구분해 적어두는 것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제가 쓰는 방법은, 한 과목을 공부하기 전에 그 내용을 두 종류로 나누는 것입니다. 먼저 그냥 외워야 하는 사실, 용어, 수치 같은 것을 따로 모으고, 이것들은 앞서 말한 간격 반복과 인출 연습으로 처리합니다. 그다음 원리, 개념, 풀이 방법처럼 이해해야 하는 것을 따로 모으고, 이것들은 스스로 설명하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 과목 안에서도 부분마다 다른 방법을 적용하면, 외울 것은 확실히 외우고 이해할 것은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것을 뭉뚱그려 공부하던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효율이 올라가는데요. 핵심은 과목을 통째로 보지 말고, 그 안의 내용을 성격에 따라 쪼개어 각각에 맞는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시간 배분도 성격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과목의 성격을 구분했다면, 시간을 배분하는 방식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암기 요소가 많은 부분은 짧게 자주 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하루에 조금씩 여러 날에 나누어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한 번 깊이 파고들 때 효과가 크므로, 어느 정도 긴 시간을 확보해 집중해서 다루는 편이 낫습니다. 짧은 자투리 시간에는 암기 항목을 꺼내보고, 머리가 맑고 시간이 넉넉한 때에는 이해가 필요한 어려운 부분을 붙잡는 식이지요. 이렇게 시간의 성격과 공부 내용의 성격을 맞추면, 같은 시간을 들이고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과목별 차별화란 방법만이 아니라 시간 배분까지 그 성격에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 같은 과목은 어떻게 나눌까

암기와 이해가 가장 복잡하게 얽힌 대표적인 과목이 영어이니, 이것을 예로 나누는 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영어를 막연히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사실 그 안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데요. 단어와 숙어, 그리고 불규칙 변화 같은 것은 그냥 외워야 하는 순수 암기 요소입니다. 이런 것은 앞서 말한 간격 반복과 인출 연습으로, 짧게 자주 꺼내보며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면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독해, 그리고 문법 규칙을 새로운 문장에 적용하는 능력은 이해 요소에 가깝습니다. 이런 것은 외운다고 늘지 않고, 직접 여러 문장에 적용해보며 원리를 체득해야 늘어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영어를 공부할 때, 이 둘을 의식적으로 분리해 다른 방식으로 다룹니다. 단어는 자투리 시간에 카드나 앱으로 자주 꺼내보며 외우고, 독해와 문법은 머리가 맑은 시간에 긴 호흡으로 집중해서 다루는 것입니다. 단어를 외우는 마음으로 독해를 공부하면, 지문을 통째로 외우려다 시간만 버리고 정작 새로운 지문 앞에서는 무너지는데요. 반대로 독해하듯 단어를 공부하면, 단어 하나의 어원을 파헤치느라 정작 외워야 할 양을 못 채웁니다. 이처럼 한 과목 안에서도 요소의 성격을 갈라 각각에 맞는 방법을 쓰는 것이, 영어처럼 복합적인 과목을 정복하는 열쇠입니다. 과목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의 내용 하나하나의 성격을 보는 눈, 그것이 진짜 공부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과목의 성격을 읽고 그에 맞는 무기를 드십시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끝에서부터 거꾸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과목의 성격에 따라 시간 배분까지 달리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한 과목 안에서도 외울 것과 이해할 것을 나누어 각각에 맞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나눠야 하는 이유는, 현실의 과목 대부분이 암기와 이해가 섞여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 앞에서 우리는 이해과목이 스스로 설명하고 원리를 적용하는 훈련을 요구하고, 암기과목이 잊기 전에 자주 꺼내보는 반복을 요구한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차이의 근원에는, 과목마다 머릿속에서 요구하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핵심은 분명합니다. 모든 과목에 같은 방법을 들이밀지 말고, 과목의 성격을 먼저 읽고 그에 맞는 무기를 드십시오. 위 사진의 책 더미는 다 같은 책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저마다 다른 공부법을 요구합니다. 암기 요소에는 간격 반복과 인출이라는 무기를, 이해 요소에는 스스로 설명하고 적용하는 훈련이라는 무기를 쓰는 것이지요. 저는 모든 과목을 똑같이 읽고 밑줄 긋던 습관을 버리고, 과목과 내용의 성격에 따라 방법을 바꾼 뒤에야 제자리걸음이던 과목들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부에 만능 열쇠는 없습니다. 자물쇠의 모양을 보고 맞는 열쇠를 고르는 것, 그것이 과목별 공부의 시작이자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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