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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노트북 타이핑이 손글씨보다 빠르고 깔끔한데도 기억에는 손글씨가 더 유리한 이유는, 느리게 쓰는 그 불편함이 오히려 머리를 더 많이 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동안 모든 필기를 노트북으로 했습니다. 타이핑이 훨씬 빠르고, 검색도 되고, 정리도 깔끔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받아 적은 내용이 나중에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손으로 끄적인 메모는 적은 양인데도 오래 남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필기의 진짜 가치는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받아 적느냐가 아니라, 적는 과정에서 내용을 얼마나 내 머리로 소화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리고 손글씨의 느린 속도는, 바로 그 소화를 강제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손글씨가 기억에 유리하다는 주장의 근거와 그 한계, 그리고 손글씨와 타이핑을 언제 어떻게 나눠 써야 하는지를 제가 직접 둘 다 써보며 정리한 그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노트북 옆에서 손으로 필기하는 사람

빠르게 받아 적을수록 머리는 덜 쓰게 됩니다

필기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빠르게 받아 적는 것과 잘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반대로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면 말하는 속도를 거의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 적을 수 있는데요. 얼핏 생각하면 빠짐없이 다 적었으니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들리는 대로 그대로 옮겨 적을 때, 우리의 머리는 그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귀로 들어온 소리를 손가락으로 흘려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위 사진처럼 손으로 천천히 쓰는 것과 달리, 빠른 타이핑은 내용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손끝으로 빠져나가게 만듭니다.

반면 손글씨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들은 것을 그대로 다 받아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필기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추려야 합니다.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곁가지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 중요한 것만 자기 말로 줄여서 적는 것이지요. 바로 이 추리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들은 내용을 이해하고, 구조를 파악하고, 자기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이 일련의 작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손글씨의 느림은 단점이 아니라, 내용을 강제로 소화시키는 장점인 셈인데요. 느려서 다 못 적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어야 합니다.

그래도 많이 적어두면 나중에 보면 되잖아. 빠뜨린 것보다 다 적은 게 낫지 않아?

얼핏 맞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필기의 효과가 두 단계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적는 그 순간에 머리를 쓰며 이해하는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그 필기를 다시 보며 복습하는 효과인데요. 타이핑으로 다 받아 적으면 나중에 볼 자료는 풍부해지지만, 적는 순간의 이해 효과는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서 양은 많아도 정작 머리에 남는 것은 적은 것이지요. 반면 손글씨는 적는 순간에 이미 한 번 소화가 일어나므로, 비록 적은 양이라도 그 내용이 더 깊이 새겨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은 양이 아니라, 적으면서 머리를 얼마나 썼는가입니다.

손글씨가 더 낫다는 연구, 그리고 그 한계

손글씨가 기억과 이해에 더 유리하다는 주장은, 2014년 뮬러와 오펜하이머의 유명한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학생들을 손글씨로 필기하는 그룹과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강의를 듣게 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사실을 묻는 문제에서는 두 그룹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개념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에서는 손글씨 그룹이 더 좋은 성적을 냈는데요. 연구진은 그 원인을 노트북 그룹이 강의를 거의 그대로 받아 적는 경향, 즉 기계적인 받아쓰기에서 찾았습니다. 위 사진처럼 손으로 쓰는 사람은 내용을 자기 말로 바꿔 적은 반면, 타이핑하는 사람은 생각 없이 그대로 옮기기 쉬웠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펜이 키보드보다 강하다"는 제목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정직하게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이 연구가 그대로 다시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9년에 다른 연구진이 같은 실험을 더 큰 규모로 다시 해보았는데요. 손글씨가 약간 더 나은 경향은 보였지만, 그 차이가 처음 연구만큼 뚜렷하고 일관되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필기한 내용을 나중에 따로 공부하고 나면, 손글씨와 타이핑 그룹의 차이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손글씨가 무조건 타이핑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손글씨냐 타이핑이냐라는 도구 자체보다, 적는 동안 내용을 자기 말로 소화하느냐가 진짜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처리 방식입니다

핵심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겠습니다. 기억을 좌우하는 것은 펜이나 키보드라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손으로 쓰더라도 칠판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베끼기만 하면 효과가 약하고, 타이핑하더라도 들은 내용을 자기 말로 요약하며 친다면 효과가 큽니다. 처음 연구에서 손글씨가 이긴 진짜 이유도, 손글씨라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손글씨가 어쩔 수 없이 강제한 요약과 재구성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무조건 손으로 써라"가 아니라, "어떤 도구를 쓰든 내용을 머리로 소화하며 적어라"입니다. 어떻습니까? 도구 논쟁의 진짜 알맹이가 무엇인지 분명해지지요. 결국 좋은 필기란, 받아 적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인 것입니다.

타이핑이 빠지기 쉬운 받아쓰기의 함정

타이핑이 위험한 이유는, 도구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을 받아쓰기의 함정에 쉽게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의 키보드는 손글씨보다 훨씬 빠르게 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바로 그 빠른 속도가 유혹이 됩니다. 다 받아 적을 수 있으니, 굳이 추리고 요약하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타이핑할 때 자기도 모르게 들리는 말을 그대로 옮기는 받아쓰기 기계가 되어버립니다. 머리는 거의 쉬고, 손가락만 바쁜 상태인데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많이 적어도 그 순간의 이해는 일어나지 않으니, 필기의 절반을 잃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타이핑이 무조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니, 그 장점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타이핑은 빠르고, 많은 양을 담을 수 있고, 나중에 검색하고 수정하고 재배열하기가 쉽습니다. 정보의 양이 방대하거나, 나중에 자료로 다시 찾아 써야 하거나, 빠르게 초안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타이핑이 훨씬 효율적인데요. 그래서 저는 타이핑 자체를 버리는 대신, 타이핑할 때 받아쓰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규칙을 정합니다. 들은 문장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반드시 내 말로 줄여서 치기, 핵심 단어 위주로만 적기, 강의가 끝난 뒤 그 내용을 보지 않고 떠올려 한 번 정리하기 같은 것들입니다. 도구의 단점은 사용 방식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손글씨와 타이핑, 언제 무엇을 써야 하나

이제 가장 실용적인 질문, 둘을 언제 나눠 써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제 원칙은 간단합니다. 깊은 이해와 기억이 목표일 때는 손글씨를, 양과 속도와 정리가 중요할 때는 타이핑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개념을 처음 배우거나, 어려운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하거나, 시험을 위해 핵심을 머리에 새겨야 할 때는 손으로 씁니다. 위 사진의 빈 노트에 천천히, 내 말로 요약하며 적는 것이지요. 반대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거나, 회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거나, 나중에 검색해 써야 할 자료를 만들 때는 타이핑이 낫습니다. 목적이 다르면 도구도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효과를 본 방법은, 둘을 단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것입니다. 강의나 공부의 1차 필기는 타이핑으로 빠르게 많이 받아두되, 그날 그 내용을 손글씨로 다시 요약하는 2차 정리를 하는 것이지요. 타이핑으로 자료의 양을 확보하고, 손글씨로 그것을 소화해 핵심을 새기는 두 단계인데요. 이렇게 하면 타이핑의 효율과 손글씨의 깊이를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 2차 정리를 할 때, 1차 필기를 그대로 베끼지 말고 보지 않은 채 떠올려 적으면, 앞서 다룬 인출 연습까지 더해져 효과가 배가됩니다. 타이핑으로 모으고 손글씨로 새긴다는 이 단계 전략이, 제가 오래 헤맨 끝에 찾은 가장 균형 잡힌 방법입니다.

손글씨를 쓸 때도 그대로 베끼지는 마십시오

다만 손글씨로 바꾼다고 저절로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베끼기만 해서는 소용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손으로 쓰더라도 교재나 칠판의 문장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옮기면, 그것은 느린 받아쓰기일 뿐 머리를 쓰는 필기가 아닙니다. 손글씨의 힘은 느림 그 자체가 아니라, 느려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요약과 재구성에서 나오는데요. 그러니 손으로 쓸 때도 의식적으로 내용을 줄이고, 내 말로 바꾸고, 화살표나 도식으로 관계를 표현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그래야 손글씨가 가진 소화의 힘이 온전히 발휘됩니다. 결국 손글씨든 타이핑이든, 머리를 쓰지 않고 베끼기만 하면 둘 다 똑같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태블릿 펜 필기는 손글씨일까 타이핑일까

요즘 많이 쓰는 태블릿 펜 필기는 손글씨일까 타이핑일까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 제 생각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태블릿에 전용 펜으로 글씨를 쓰는 방식은, 동작만 보면 손글씨에 가깝습니다. 손으로 직접 획을 그으며 쓰니, 앞서 말한 느림이 강제하는 요약과 소화의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데요. 동시에 디지털의 장점인 검색, 수정, 무한한 페이지, 자료 보관의 편리함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태블릿 펜 필기를, 손글씨의 사고 효과와 디지털의 편의를 절충한 꽤 괜찮은 선택으로 봅니다. 종이가 쌓이는 부담 없이 손글씨의 이점을 살리고 싶은 분에게는 특히 잘 맞는 방식이지요.

다만 태블릿 펜 필기에도 함정은 그대로 따라오니, 빠르게 쓸 수 있다고 베끼기에 빠지면 소용없습니다. 태블릿은 종이보다 쓰고 지우기가 편해서, 오히려 생각 없이 많이 쓰게 되는 유혹이 있는데요. 결국 도구가 종이든 태블릿이든, 핵심은 똑같습니다.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내 말로 줄여서 적느냐 하는 점이지요. 태블릿으로 쓰더라도 의식적으로 요약하고 재구성하면 손글씨의 효과를 살릴 수 있고, 반대로 아무리 종이에 써도 베끼기만 하면 그 효과는 사라집니다. 새로운 도구가 나와도 좋은 필기의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쓰며 적는다는 그 원칙 말입니다.

도구를 탓하지 말고 머리를 쓰며 적으십시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끝에서부터 거꾸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손글씨로 쓸 때조차 그대로 베끼면 소용없다는 점, 그리고 타이핑으로 모으고 손글씨로 새기는 단계 전략에서 출발했습니다. 둘을 나눠 써야 하는 이유는, 도구마다 강점이 달라 깊은 이해에는 손글씨가, 양과 정리에는 타이핑이 어울리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그 모든 차이의 뿌리를 캐 보니, 손글씨가 이긴 진짜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손글씨가 강제한 요약과 소화였습니다. 처음 연구는 손글씨의 우위를 보여주었지만 그 뒤의 재검증은 차이가 생각보다 작다고 말했고, 그 엇갈림조차 결국 같은 결론을 가리켰습니다. 중요한 것은 펜이냐 키보드냐가 아니라, 적으며 머리를 쓰느냐라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핵심은 분명합니다. 도구를 탓하지 말고, 어떤 도구를 쥐든 내용을 머리로 소화하며 적으십시오. 위 사진처럼 천천히 손으로 쓰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손이 느려서가 아니라 그 느림이 생각을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손글씨를 쓰되 베끼지 말고 요약하고, 타이핑을 쓰되 받아치지 말고 내 말로 줄이십시오. 저는 모든 것을 노트북으로 받아 적던 습관을 버리고, 타이핑으로 모은 뒤 손으로 다시 새기는 방식으로 바꾼 뒤에야 비로소 필기한 내용이 머리에 남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필기는 손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입니다. 도구가 무엇이든, 생각하며 적으십시오. 그것이 필기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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