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을 처음 쓰려는 사람은 자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대로 쓰려면 오늘 배운 걸 자세히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TIL의 목적은 긴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배움을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붙잡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TIL은 길이보다 선명함으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을 봅시다.
오늘 회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틀린 문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읽으면 무엇을 배웠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회의 방식이 문제였는지, 말하는 순서가 중요했는지, 자료 준비가 부족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선명하게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회의에서는 배경 설명보다 먼저 결정할 안건을 말해야 한다. 오늘 보고에서 설명을 길게 시작하자 팀장이 '그래서 무엇을 정하면 되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다음 회의 자료 첫 장에는 '오늘 결정할 것'을 한 줄로 쓰겠다.
이 문장은 조금 길지만, 핵심은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왜 중요했는지, 다음에 무엇을 바꿀지가 들어 있습니다. 다시 읽었을 때 장면이 떠오르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보입니다.
좋은 TIL은 멋진 문장이 아닙니다. 내일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문장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3문장으로 충분하다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TIL 형식은 3문장입니다.
오늘 무엇을 배웠는가?
왜 중요했는가?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이 세 질문에 한 문장씩만 답해도 충분합니다.
형식으로 쓰면 이렇습니다.
오늘 나는 ______을 배웠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______ 때문이다.
다음에는 ______에 써먹겠다.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매일 쓸 수 있습니다. 기록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양식이 아니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빈칸입니다.
업무 상황에서는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자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상대가 결정해야 할 내용을 먼저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설명이 길어지면 듣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기 쉽다. 다음 보고서 첫 장에는 '결정 요청 사항'을 먼저 쓰겠다.
공부 상황에서는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개념을 이해했다고 느껴도 문제를 풀어 보지 않으면 약한 부분을 모른다는 걸 배웠다. 오늘 수학 강의를 들을 때는 쉬워 보였지만, 혼자 문제를 풀자 조건을 어디에 써야 할지 막혔다. 앞으로는 강의를 본 뒤 바로 예제 하나를 직접 풀어 보겠다.
인간관계에서도 가능합니다.
조언을 바로 하기보다 먼저 상대의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친구는 해결책보다 자기 말을 들어 주길 원했는데, 나는 너무 빨리 방법을 말하려 했다. 다음에는 '지금은 들어 주길 원해, 아니면 같이 방법을 찾길 원해?'라고 먼저 물어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 쓰고 싶으면 더 써도 됩니다. 하지만 기본은 3문장입니다. TIL은 길어져도 괜찮지만, 길어야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실, 깨달음, 행동을 구분하면 더 쉬워진다
TIL을 쓰다 보면 '무엇을 배웠다고 해야 하지?'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기록의 종류를 세 가지로 나누면 조금 쉬워집니다.
첫째, 사실 기록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방법을 적는 방식입니다.
엑셀에서 Ctrl+Shift+L을 누르면, 윈도우 기준으로 필터를 빠르게 켜고 끌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반복해서 메뉴를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내일부터 업무 파일을 정리할 때 이 단축키를 써 보겠다.
둘째, 깨달음 기록입니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의미나 패턴을 적는 방식입니다.
나는 일이 많을 때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중요한 일이 뒤로 밀려 퇴근 직전에 마음이 급해진다. 내일 아침에는 할 일을 적은 뒤 가장 중요한 일 하나에 별표를 치겠다.
셋째, 행동 기록입니다. 다음에 바꿀 구체적인 행동을 중심으로 적는 방식입니다.
질문을 할 때는 '모르겠습니다'보다 '여기까지 이해했고, 이 부분이 헷갈립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는 걸 배웠다. 그래야 상대도 어디를 설명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다. 다음 질문부터는 내가 이해한 부분을 먼저 말하겠다.
세 기록은 완전히 분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의 TIL 안에 섞여도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의 기록이 사실에 가까운지, 깨달음에 가까운지, 행동에 가까운지 알면 문장을 시작하기가 쉬워집니다.
정보를 새로 알았다면 사실 기록으로 쓰면 됩니다. 나의 반복되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깨달음 기록으로 쓰면 됩니다. 다음부터 다르게 해 보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면 행동 기록으로 쓰면 됩니다.
막연한 문장을 선명하게 바꾸는 법
처음 쓴 TIL은 대부분 막연합니다.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쓴 뒤에 조금만 다듬으면 됩니다.
아래 예시를 보며 차이를 느껴 보세요.
| 막연한 문장 | 선명한 TIL 문장 |
|---|---|
| 시간 관리를 잘해야겠다. | 예상 시간만 적으면 부족하다는 걸 배웠다. 오늘 과제를 1시간이면 끝낼 줄 알았지만 자료 찾는 데만 40분이 걸렸다. 다음에는 시작 전에 '자료 찾기, 작성, 검토'로 나누어 시간을 잡겠다. |
| 질문을 잘해야겠다. | 질문은 빨리 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오늘 사수에게 막연히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니 다시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다음에는 내가 시도한 방법과 막힌 지점을 함께 말하겠다. |
| 발표가 어려웠다. | 발표가 어려웠던 이유는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첫 문장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시작할 때 말을 고르느라 긴장했고 흐름이 흔들렸다. 다음 발표에서는 첫 문장만큼은 미리 써서 연습하겠다. |
| 인간관계가 힘들다. | 나는 피곤할 때 상대의 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오늘 동료의 수정 요청을 비난처럼 느꼈지만, 다시 보니 업무 기준을 맞추자는 말이었다. 다음에는 바로 반응하기 전에 요청 내용만 따로 적어 보겠다. |
|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 단어를 눈으로만 보면 아는 것 같지만 문장으로 쓰려 하면 막힌다는 걸 배웠다. 오늘 외운 단어 10개 중 실제 문장에 쓸 수 있는 것은 3개뿐이었다. 내일부터 단어를 외울 때 예문 하나를 직접 만들겠다. |
막연한 문장과 선명한 문장의 차이는 대단한 표현력이 아닙니다. 장면, 이유, 다음 행동이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막연한 문장을 쓰게 되면 스스로에게 세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오늘 어떤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나?
왜 그것이 나에게 중요했나?
다음에 무엇을 다르게 해 볼 수 있나?
이 세 질문에 답하면 문장은 자연스럽게 선명해집니다.
좋은 TIL은 다음 행동을 부른다
TIL을 쓰는 이유는 과거를 예쁘게 보관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미래의 행동을 조금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좋은 TIL에는 작은 행동이 들어 있습니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바로 해 볼 수 있는 행동이면 됩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
이 문장은 의지는 있지만 행동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바꾸면 훨씬 낫습니다.
아침에 할 일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쉬운 일부터 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중요한 일이 계속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내일부터 출근 후 5분 동안 오늘 꼭 끝낼 일 하나를 메모장 맨 위에 쓰겠다.
좋은 TIL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 행동을 작게 보여 줍니다.
'매일 두 시간 공부하겠다'보다 '강의를 본 뒤 예제 하나를 풀겠다'가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말을 잘하겠다'보다 '회의 전에 내가 말할 핵심 한 문장을 적겠다'가 더 실용적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보다 '피곤할 때 답장을 바로 보내지 않고 10분 뒤 다시 읽겠다'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TIL은 결심문이 아닙니다. 다음 행동을 위한 작은 안내문입니다.
오늘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식
오늘부터 바로 쓰고 싶다면 아래 순서로 해 보세요.
오늘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고릅니다.
그 장면에서 배운 것을 한 문장으로 씁니다.
왜 중요했는지 한 문장으로 덧붙입니다.
다음에 해 볼 행동을 한 문장으로 정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됩니다.
오늘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감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기준을 묻지 않고 작업을 시작하니 중간에 방향이 바뀌어 다시 수정해야 했다. 다음 업무를 받을 때는 '완료 기준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한 TIL입니다. 문장이 조금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길이가 짧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배움이 흐릿한 느낌으로 사라지기 전에 붙잡는 것입니다.
선명한 TIL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내일의 나를 덜 헤매게 하는 작은 표지판입니다.
오늘 한 줄을 쓴다면, 잘 쓰려고 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이 문장을 내일 다시 읽었을 때, 내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이 보인다면 이미 좋은 TI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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