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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집중해서 노트에 쓰며 공부하는 학생

이미지 출처: RDNE Stock project on Pexels

여러분은 시험공부를 할 때 주로 어떻게 하십니까? 아마 대부분은 책을 펼쳐놓고 밑줄을 긋고, 노트를 정리하고, 중요한 부분을 다시 읽는 방식으로 공부하실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는 책을 보면서 머릿속에 집어넣는 거 아니야? 책을 덮고 뭘 한다고?

만약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사실 그것이야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공부를 비효율적으로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억은 정보를 집어넣을 때가 아니라, 집어넣은 정보를 다시 꺼낼 때 강해집니다. 이것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출 연습, 영어로 retrieval practice라고 부르고, 같은 현상을 테스팅 효과, 즉 testing effect라고도 부릅니다. 둘은 같은 것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인데요. 핵심은 똑같습니다. 무언가를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행위 그 자체가 그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학습의 결과를 측정하는 도구로만 여기는 "테스트"가, 사실은 학습 그 자체를 일으키는 강력한 도구라는 뜻입니다 [3]. 그렇다면 왜 꺼내는 행위가 집어넣는 행위보다 더 강력한지, 지금부터 그 원리를 차근차근 파헤쳐 보겠습니다.

꺼내는 행위가 기억을 강화하는 원리

우리 뇌에서 기억을 꺼낸다는 것은 단순히 저장된 파일을 열어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을 다시 쓰면서 강화하는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생각합니다. 한 번 저장하면 그대로 보존되고, 꺼내 본다고 해서 파일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큰 오산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억은 꺼낼 때마다 미세하게 변형되고, 그 과정에서 더 강해지거나 더 접근하기 쉬워집니다. 이것이 1992년 비요크 부부(Bjork and Bjork)가 제안한 이론의 핵심인데요. 무언가를 떠올리는 행위는 그 기억을 미래에 다시 떠올리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정보를 떠올리려고 애쓸 때, 우리 뇌는 그 정보로 이어지는 신경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런데 이 경로를 한 번 활성화시키면, 다음번에 같은 경로를 찾아가기가 더 쉬워집니다. 마치 자주 다니는 길이 익숙해져서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지요. 반대로 책을 다시 읽기만 하면, 정보는 외부에서 눈을 통해 들어올 뿐, 우리 뇌가 그 정보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연습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즉, 길을 직접 걸어본 적이 없으니 막상 그 길이 필요할 때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단지 비유에 불과한 이야기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뇌 영상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즉 fMRI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인출 연습은 해마(hippocampus)의 앞쪽과 뒤쪽 영역에 영향을 주는 "이중 작용"을 통해 이후의 기억 보존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 해마는 우리 뇌에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공고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인출 연습의 효과가 작업 기억 용량이나 성격 같은 개인차와 무관하게 나타났고, 오히려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 더 큰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 다시 말해, 인출 연습은 타고난 머리가 좋은 사람만을 위한 기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특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출 연습은 단순한 복습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를 하나 깨뜨려야 합니다. 인출 연습은 그냥 한 번 더 보는 복습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않고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능동적 행위입니다. 이 차이가 모든 것을 가릅니다. 많은 분들이 "복습했어요"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노트나 교과서를 다시 들여다본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출이 아닙니다. 인출의 본질은 정답을 보기 전에 먼저 답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학생은 영어 단어장을 펼쳐서 "apple - 사과, banana - 바나나"를 죽 읽어 내려갑니다. 단어와 뜻을 동시에 보면서 말이지요. 두 번째 학생은 영어 단어만 보고 한국어 뜻을 가린 채, 먼저 머릿속으로 뜻을 떠올린 다음에야 정답을 확인합니다. 어느 쪽이 인출 연습일까요? 당연히 두 번째 학생입니다. 첫 번째 학생은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고, 두 번째 학생은 정답을 보기 전에 자기 기억에서 답을 생성해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생성"의 순간에 기억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인출 연습은 정답이 제공되지 않을 때조차 효과를 발휘합니다 [4]. 물론 피드백, 즉 정답 확인이 있으면 효과가 더 커지지만, 정답을 모르는 채로 그저 떠올리려 애쓰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책을 펼쳐놓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오픈북 상황에서도 인출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4].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 뇌가 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그 노력 자체가, 설령 답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학습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습니까? 시험을 망쳤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지요. 떠올리려 애쓴 그 순간, 여러분은 이미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형태의 인출이 가장 효과적인가

인출의 효과는 떠올리는 데 드는 노력이 클수록 강해집니다. 그래서 객관식보다 주관식, 단답형보다 서술형이 더 강력합니다. 이것은 앞서 다룬 바람직한 어려움의 원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데요. 떠올리는 데 노력이 많이 들수록 뇌가 그 경로를 더 강하게 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테스팅 효과는 변별형 시험, 즉 객관식이나 진위형보다, 생성형 시험, 즉 단답형이나 에세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4]. 그 이유는 객관식은 보기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지만, 서술형은 백지 상태에서 답을 통째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인출 연습에도 위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약한 형태는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이고, 그보다 강한 형태는 빈칸 채우기이며, 그보다 더 강한 형태는 단답형으로 답을 쓰는 것이고, 가장 강한 형태는 백지에 아는 것을 모조리 쏟아내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방법에는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바로 블러팅, 영어로 blurting이라고 부릅니다. 책을 덮고 빈 종이에 방금 공부한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마구 쏟아낸 다음, 책을 펼쳐서 빠뜨린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이 강력한 이유는, 아무런 단서 없이 순수하게 기억에서만 정보를 끌어내야 하므로 인출의 노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깊은 이야기를 덧붙이겠습니다. 인출 연습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전방 테스팅 효과, 즉 forward testing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인데요. 보통 우리는 인출 연습이 이미 공부한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후방 효과(backward effect)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이미 배운 내용을 인출 연습하면 그 다음에 새로 배우는 내용까지 더 잘 학습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5]. 다시 말해, 인출 연습은 과거의 기억을 다지는 것을 넘어, 미래의 학습을 위한 정신적 준비 운동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지요. 이 효과는 여러 실험에서 거듭 확인된 견고한 현상입니다 [5]. 그러니 인출 연습은 단지 복습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의 공부 능률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출 연습을 실전에 적용하는 방법

인출 연습의 핵심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자료를 다시 보기 전에, 먼저 머릿속에서 꺼내려고 시도하십시오. 이 원칙만 지키면 어떤 형태로든 인출 연습이 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한 단락이나 한 챕터를 읽은 직후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내용을 빈 종이에 적어보는 것입니다. 이때 완벽하게 적으려 하지 말고, 기억나는 대로 쏟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책을 펼쳐 빠뜨린 부분을 빨간 펜으로 보충하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요.

플래시카드, 즉 단어 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대표적인 인출 연습입니다 [7]. 다만 여기서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카드 앞면의 질문을 보자마자 뒷면의 답을 뒤집어 보면 그것은 인출이 아닙니다. 반드시 답을 보기 전에 먼저 머릿속으로 답을 떠올리는 그 몇 초의 노력을 거쳐야 합니다. 바로 그 몇 초가 학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방금 배운 내용을 설명하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거나, 연습 문제를 푸는 것 모두 훌륭한 인출 연습입니다.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같습니다. 보지 않고 꺼낸다, 이것 하나면 됩니다.

자, 여기까지 인출 연습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핵심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출발한 통념은 "공부란 정보를 집어넣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가 진실임을 확인했습니다. 기억은 꺼낼 때 강해지고, 꺼내는 노력이 클수록 더 강해지며, 심지어 답을 못 맞혀도 떠올리려 애쓴 것만으로 학습이 일어나고, 나아가 미래의 학습 능력까지 높아진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효과는 fMRI로 확인된 해마의 실제 작용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책을 다시 펼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방금 읽은 내용, 책 안 보고 말할 수 있나?" 이 질문 하나가 여러분의 공부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1. Wikipedia. Testing effect. https://en.wikipedia.org/wiki/Testing_effect

  2. Karpicke, J. D., & Blunt, J. R. (2011). Retrieval Practice Produces More Learning than Elaborative Studying with Concept Mapping. Science, 331(6018), 772-775.

  3. 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 Washington University. Using Retrieval Practice to Increase Student Learning. https://ctl.wustl.edu/

  4. Matuschak, A. Testing effect (notes). https://notes.andymatuschak.org/Testing_effect

  5. Pastötter, B., & Bäuml, K-H. T. (2014). Retrieval practice enhances new learning: the forward effect of testing. Frontiers in Psychology, 5, 286.

  6. Bjork, R. A., & Bjork, E. L. (1992). A new theory of disuse and an old theory of stimulus fluctuation.

  7. Agarwal, P. K., Nunes, L. D., & Blunt, J. R. (2021). Retrieval Practice Consistently Benefits Student Learning.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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