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 쓴 정보는 아직 내 것이 아니다
TIL을 쓰다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은 자료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입니다. 강의에서 들은 말, 책의 문장, 검색 결과의 설명을 복사해 붙이면 기록은 금방 채워집니다. 하지만 그 문장을 다음 날 다시 봤을 때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배운 것이 아니라 보관한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캐시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라고 적었다고 해봅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문장만으로는 내가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내 언어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캐시는 자주 쓰는 정보를 가까운 곳에 잠깐 저장해두는 방식이다. 매번 멀리 가서 다시 가져오지 않아도 되니 화면이 더 빨리 뜬다.
기획자라면 "고객 여정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전체 과정이다"를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고객 여정은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다시 찾거나 떠나는 순간까지의 흐름이다. 중간에 어디서 불편해하는지 찾기 위해 본다.
같은 내용이라도 두 번째 문장은 설명할 수 있는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TIL의 힘은 여기서 생깁니다.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한 모양으로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핵심을 줄이는 질문: 그래서 무엇인가?
긴 내용을 요약할 때는 먼저 "그래서 무엇인가?"라고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회의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고 해봅시다. 일정, 역할, 문제점, 다음 회의 날짜가 모두 나왔습니다. 이것을 전부 적으면 회의록은 되지만 TIL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때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새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내 일하는 방식에서 바꿀 점은 무엇인가?
그래서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답이 나오면 한 문장으로 줄여봅니다.
오늘 배운 것: 일정이 밀리는 이유는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시작 전에 기준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좋은 요약은 모든 내용을 담는 문장이 아니라, 다음 행동을 바꾸는 문장입니다.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기
전문 용어는 짧고 편리하지만, 이해한 척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TIL에서는 어려운 말을 한 번 쉬운 말로 바꿔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선순위 정렬", "가설 검증", "리팩터링", "인지 부하" 같은 말을 그대로 쓰기 전에 이렇게 바꿔봅니다.
우선순위 정렬: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기준에 따라 나누는 것
가설 검증: 내 생각이 맞는지 작은 실험으로 확인하는 것
리팩터링: 겉으로 보이는 기능은 그대로 두고, 안쪽 코드를 더 읽기 좋게 고치는 것
인지 부하: 한 번에 처리해야 할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버거운 상태
쉽게 바꾸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좋은 신호입니다. 그 지점이 아직 덜 이해한 부분입니다. TIL에는 모르는 척 넘기지 말고 이렇게 남기면 됩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리팩터링은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기존 코드를 정리하는 일이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더 좋은 코드"라고 판단하는지는 아직 헷갈린다.
이 문장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히려 다음에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10분 실습: 오늘의 배움을 내 말로 바꾸기
오늘은 자료 하나나 장면 하나를 골라 내 언어로 바꿔보겠습니다. 책의 한 문단, 강의 내용, 회의에서 들은 말, 검색해서 알게 된 개념 모두 괜찮습니다.
1분: 오늘 본 내용 중 하나를 고릅니다.
내가 고른 내용: ____________________
2분: 원래 표현을 짧게 적습니다. 그대로 옮겨도 됩니다.
원래 표현: ____________________
3분: "그래서 무엇인가?"라고 묻고 핵심 한 문장으로 줄입니다.
핵심 한 문장: ____________________
3분: 어려운 말이나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바꿉니다.
쉬운 말 풀이: ____________________
1분: 마지막에 이 문장을 붙여 완성합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____________________
예시는 이렇습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피드백은 상대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다음 행동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정보다. 그래서 다음에 의견을 줄 때는 "별로예요"가 아니라 "목표가 잘 안 보이니 첫 문장을 더 구체적으로 바꾸면 좋겠어요"처럼 말해보겠다.
작은 점검 질문
오늘 쓴 TIL을 읽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세요.
나는 원문을 그대로 옮긴 문장보다 내 말로 바꾼 문장이 더 많은가?
"그래서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한 문장으로 보이는가?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면서 막힌 부분이 있었는가?
마지막 문장에 "내가 이해한 바로는"을 붙였을 때 어색하지 않은가?
이 요약을 내일의 행동이나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가?
요약은 짧게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오늘부터 TIL의 끝에 한 문장만 덧붙여보세요.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 문장이 배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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