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원자, 함께 있는 원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손을 잡고 줄을 서면 혼자 있을 때와 전혀 다른 모양이 됩니다. 두 명이 손을 잡으면 짝이 되고, 여러 명이 둥글게 서면 원이 되고, 길게 늘어서면 기차놀이가 됩니다.
원자도 비슷합니다. 원자 하나하나는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만나 '손'을 잡으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듭니다.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만나 물이 되고, 나트륨과 염소가 만나 소금이 됩니다. 탄소, 수소, 산소 같은 원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연결되면 설탕 같은 물질도 되고, 아주 길게 이어지면 플라스틱 같은 물질도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원자들이 잡는 손을 화학 결합이라고 합니다. 화학 결합은 원자와 원자가 서로 붙어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물론 원자에게 진짜 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자핵 주변의 전자, 특히 바깥쪽 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원자들을 이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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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들이 손을 잡고 싶어 하는 까닭
지난 장에서 원자의 종류는 원자핵 속 양성자 수로 정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자가 다른 원자와 어떻게 어울릴지는 주로 바깥쪽 전자가 결정합니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원자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들은 다른 원자를 만날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치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내미는 손처럼, 바깥쪽 전자들이 원자 사이의 관계를 만듭니다.
많은 원자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원자와 전자를 주고받거나 함께 쓸 때 더 안정해집니다. 여기서 안정하다는 말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삐뚤게 쌓은 블록 탑은 금방 무너지지만, 블록이 잘 맞물린 탑은 오래 서 있습니다. 원자들도 전자 배치가 더 편안한 상태가 되면 잘 흩어지지 않고 물질을 이룹니다.
입문 단계에서는 원자들이 안정해지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전자를 함께 쓰는 방법입니다. 두 원자가 바깥쪽 전자를 함께 나누어 쓰면서 연결됩니다. 친구 둘이 색연필 한 통을 같이 쓰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런 결합을 공유 결합이라고 합니다. '공유'는 함께 가진다는 뜻입니다.
둘째, 전자를 주고받는 방법입니다. 어떤 원자는 전자를 내놓고, 어떤 원자는 그 전자를 받습니다. 그러면 한쪽은 양전하를 띠고, 다른 한쪽은 음전하를 띱니다. 서로 반대 전하를 띠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끌어당깁니다. 이렇게 전기를 띤 원자를 이온이라고 하고, 이온들이 서로 끌어당겨 생기는 결합을 이온 결합이라고 합니다.
물은 원자 세 개가 만든 작은 팀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아주 익숙하지만, 원자 세계에서 보면 멋진 팀워크의 결과입니다. 물 분자 하나는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물을 H₂O라고 씁니다. H는 수소, O는 산소를 뜻하고, H 옆의 작은 2는 수소가 2개 있다는 뜻입니다.
물 분자를 상상해 봅시다. 산소 원자 하나가 가운데에 있고, 수소 원자 두 개가 양쪽에 붙어 있습니다. 완전히 일직선으로 서 있는 모습은 아니고, 살짝 구부러진 모양입니다. 마치 미키마우스 머리처럼 산소가 얼굴이고 수소 두 개가 귀처럼 붙어 있다고 상상하면 쉽습니다.
산소와 수소는 전자를 함께 쓰며 결합합니다. 즉, 물 분자는 공유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소는 수소와 전자를 나누어 쓰면서 더 안정해지고, 수소도 산소와 전자를 나누어 쓰면서 더 안정해집니다.
신기한 점은 수소와 산소가 따로 있을 때의 성질과, 둘이 결합해 물이 되었을 때의 성질이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수소는 아주 가벼운 기체이고, 산소도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기체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정해진 비율과 방식으로 결합하면 투명한 액체인 물이 됩니다.
재료만 보면 결과를 바로 알 수 없는 요리와 비슷합니다. 밀가루와 달걀, 설탕을 각각 보면 케이크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맞은 비율과 방법으로 섞고 구우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됩니다. 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원자가 몇 개 모였는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가 물질의 성질을 바꿉니다.
소금은 작은 전하들이 만든 성
이번에는 소금을 볼까요? 소금의 대표적인 성분은 나트륨과 염소입니다. 나트륨은 금속 원소이고, 염소는 보통 기체로 존재하는 원소입니다. 따로 놓고 보면 둘 다 우리가 밥에 뿌려 먹는 하얀 소금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나트륨 원자와 염소 원자가 만나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나트륨은 바깥쪽 전자 하나를 내놓기 쉽고, 염소는 전자 하나를 받기 쉽습니다. 나트륨이 전자를 하나 잃으면 양전하를 띤 나트륨 이온이 됩니다. 염소가 전자를 하나 얻으면 음전하를 띤 염화 이온이 됩니다.
양전하와 음전하는 서로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은 서로 붙으려 합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이온 결합입니다.
소금은 물 분자처럼 작은 분자 하나가 따로따로 돌아다니는 모습과 조금 다릅니다. 소금 알갱이 안에서는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번갈아 가며 아주 질서 있게 늘어서 있습니다. 마치 흰색 블록과 검은색 블록을 번갈아 끼워 거대한 성을 만든 것처럼, 이온들이 규칙적으로 쌓여 단단한 결정을 이룹니다.
그래서 소금 알갱이는 각진 모양으로 부서지기 쉽고, 물에 넣으면 이온들이 물속으로 흩어져 짠맛을 냅니다. 우리가 국에 소금을 넣으면 하얀 알갱이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물속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
설탕과 플라스틱은 복잡한 원자 연결
물과 소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자들은 더 크고 복잡한 구조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설탕은 탄소, 수소, 산소 원자들이 여러 개 연결되어 만들어집니다. 물 분자보다 훨씬 많은 원자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설탕은 물과 다른 맛, 다른 모양, 다른 성질을 가집니다. 물은 흐르는 액체이지만, 설탕은 달콤한 흰 알갱이로 보이는 까닭도 원자들의 종류와 개수, 연결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설탕보다도 더 긴 원자 사슬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분자들이 기차 칸처럼 길게 이어져 긴 사슬을 만들고, 그 사슬들이 얽혀 플라스틱의 질기고 가벼운 성질을 만듭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원자들의 연결 방식이 빨대, 장난감, 물병, 옷감 같은 물건의 성질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원자 하나가 특별해서 모든 성질이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원자들이, 몇 개씩, 어떤 순서와 모양으로 연결되는지가 물질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레고 블록을 생각해 봅시다. 같은 빨간 블록과 파란 블록을 가지고도 자동차를 만들 수 있고, 집을 만들 수 있고, 로봇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블록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블록을 어떻게 끼우는지가 결과를 바꿉니다. 원자 세계도 그렇습니다.
같은 원자도 배열이 달라지면
더 놀라운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원자만 있어도 배열이 달라지면 성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입니다. 탄소 원자들이 아주 단단한 3차원 그물처럼 연결되면 다이아몬드가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매우 단단하고 투명합니다. 그런데 탄소 원자들이 얇은 판처럼 층층이 연결되면 흑연이 됩니다. 흑연은 연필심의 주된 재료로, 종이에 문지르면 쉽게 묻어납니다.
둘 다 탄소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반짝이는 보석이고, 하나는 글씨를 쓰는 재료가 됩니다. 이유는 원자들의 배열과 결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중요한 열쇠입니다. 물질의 성질은 원자 종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원자들이 어떤 모양으로 줄을 서고, 어떤 방식으로 손을 잡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작은 손잡이가 만든 큰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자들이 만든 거대한 손잡이 놀이와 같습니다. 어떤 원자는 전자를 함께 쓰며 분자를 만들고, 어떤 원자는 전자를 주고받아 이온이 됩니다. 어떤 원자들은 짧게 연결되고, 어떤 원자들은 길게 이어집니다. 어떤 것은 물처럼 흐르고, 어떤 것은 소금처럼 단단한 결정이 되고, 어떤 것은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질긴 물건이 됩니다.
원자 하나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자들이 손을 잡는 방식은 우리가 만지고, 먹고, 입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질의 성질을 결정합니다.
다음에 물을 마실 때, 소금을 뿌릴 때, 연필로 글씨를 쓸 때 잠깐 떠올려 봅시다.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원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손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손잡이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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