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세상이 원자라는 아주 작은 주인공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도대체 얼마나 작을까?
개미도 작고, 먼지도 작고, 머리카락 끝도 작습니다. 하지만 원자의 작음은 그런 작음과 조금 다릅니다. 손가락으로 집을 수도 없고, 돋보기로 볼 수도 없습니다. 아주 좋은 현미경을 써도 우리가 사진을 보듯 또렷하게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원자의 지름은 대략 0.0000000001미터, 즉 1미터를 100억 조각으로 나눈 정도입니다. 과학에서는 이것을 1 × 10⁻¹⁰ m처럼 쓰기도 합니다. 숫자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숫자 대신 상상을 해 봅시다.
만약 원자 1,000만 개를 한 줄로 딱 붙여 세운다면, 그 길이가 겨우 1밀리미터쯤 됩니다.1 1밀리미터는 자에서 가장 작은 눈금 하나 정도입니다. 그 작은 눈금 안에 원자 1,000만 개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자는 그냥 작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작은 세계의 주민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머리카락 속에 몇 개나 들어갈까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손끝에 올려 봅시다. 매우 가늘지만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빛에 비추면 반짝이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지기도 합니다.
머리카락 굵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략 0.05~0.1밀리미터 정도입니다. 원자 하나의 지름을 대략 0.0000001밀리미터 정도로 보면, 머리카락의 굵기 방향으로만 원자 수십만 개에서 백만 개 가까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머리카락 한 올을 보고 "가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원자의 눈으로 보면 머리카락은 아주 거대한 기둥입니다. 마치 우리가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는 것보다 더 큰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상상 실험을 하나 해 봅시다.
머리카락을 거대한 통나무처럼 키웠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원자 하나는 그 통나무 속에 박힌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일 것입니다. 아니, 점이라고 부르기에도 작습니다. 그런 작은 원자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머리카락이라는 물건을 만듭니다.
우리가 만지는 모든 것은 이렇게 작은 것들의 엄청난 모임입니다. 연필도, 지우개도, 책상도, 손톱도 마찬가지입니다.
물 한 방울 속의 어마어마한 주민들
이번에는 물 한 방울을 생각해 봅시다.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 하나. 너무 작아서 손등에 떨어지면 금방 사라집니다.
그 작은 물방울 안에는 물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분자는 원자들이 손을 잡고 만든 작은 팀입니다. 물 분자 하나는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가 붙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물을 H₂O라고 씁니다.
보통 물 한 방울을 약 0.05밀리리터로 잡으면, 그 안에는 대략 1,000,000,000,000,000,000,000개, 즉 10의 21제곱 개 정도의 물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2 말로 하면 약 수십 해 개입니다. 물 분자 하나에 원자가 3개씩 있으니, 원자 수로는 그보다 세 배쯤 많습니다.
이 숫자는 너무 커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만약 물 한 방울 속의 물 분자를 하나씩 세기로 한다면 어떨까요? 1초에 하나씩, 쉬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 센다고 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에 8만 6,400개를 셀 수 있지만, 물 한 방울 속 분자는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물 한 컵을 아무렇지 않게 마십니다. 물 한 컵에는 물방울이 아주 많이 들어 있고, 그 안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분자와 원자가 들어 있습니다.
작은 원자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는 혼자가 아닙니다. 너무나 많이 모이기 때문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원자를 축구장 크기로 키우면
원자는 작을 뿐 아니라, 속도 아주 신기합니다. 원자 안에는 가운데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 전자가 있습니다.
원자핵은 원자의 중심에 있는 아주 작은 덩어리입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만나겠지만, 원자의 무게 대부분은 이 원자핵에 모여 있습니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입니다.
그렇다면 원자핵은 원자 전체에 비해 얼마나 작을까요?
원자를 축구장 크기로 키웠다고 상상해 봅시다. 축구장 한가운데, 센터 서클의 정중앙에 아주 작은 구슬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 구슬의 크기는 지름 1센티미터 정도, 완두콩이나 작은 유리구슬만 합니다. 이것이 원자핵입니다.
그럼 전자는 어디 있을까요?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 작은 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여기 딱 있다!"라고 말하기보다, 원자핵 주변의 넓은 공간에 구름처럼 퍼져 있을 가능성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축구장 비유로 말하면, 원자핵은 가운데 놓인 작은 구슬이고, 전자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운동장 전체에 넓게 퍼져 있습니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아주 넓은 빈 공간이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원자의 지름은 원자핵 지름보다 대략 1만 배 정도 큽니다.1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원자가 대부분 빈 공간이라면, 왜 책상 위에 손을 올렸을 때 손이 책상 속으로 쑥 들어가지 않을까?"
좋은 질문입니다. 그 이유는 원자들이 서로에게 힘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자 바깥쪽의 전자들이 서로 가까워질 때 밀어내는 효과가 생깁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쿠션이 있는 것처럼, 원자들은 아무렇게나 서로의 공간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책상은 단단하게 느껴지고, 벽은 우리 몸을 막아 줍니다. 빈 공간이 많다고 해서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고 빈 원자들이 어떻게 단단한 돌이 될까
이제 더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원자는 아주 작고, 원자 안에는 빈 공간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돌은 단단하고, 솜은 부드럽고, 물은 흐를까요?
비밀은 원자들이 어떻게 모여 있느냐에 있습니다.
레고 블록을 떠올려 봅시다. 같은 블록이라도 촘촘히 맞물려 큰 성을 만들면 단단한 모양이 됩니다. 대충 쌓으면 쉽게 무너집니다. 길게 이어 붙이면 다리가 되고, 넓게 펼치면 바닥이 됩니다. 블록 자체도 중요하지만, 블록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모양과 성질을 바꿉니다.
원자도 비슷합니다.
돌 속의 원자들은 대체로 서로 단단히 붙잡고 질서 있게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모양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가 돌을 손으로 누른다고 해서 납작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솜은 다릅니다. 솜을 이루는 물질 속에도 원자가 있고 분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솜은 가느다란 섬유들이 얽혀 있고, 그 사이에 공기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누르면 푹 들어갑니다. 원자가 약해서가 아니라, 전체 구조에 빈틈이 많고 부드럽게 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또 다릅니다. 물 분자들은 서로 가까이 있지만, 돌처럼 한자리에 단단히 묶여 있지는 않습니다. 옆 친구와 붙어 있다가도 미끄러지듯 자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은 컵 모양에 맞게 담기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립니다.
즉, 물질의 성격은 원자 하나만 보고는 알 수 없습니다. 원자들이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강하게 붙어 있는지, 어떤 모양으로 모였는지가 함께 중요합니다.
작아서 더 놀라운 주인공
우리는 보통 큰 것을 보면 놀랍니다. 높은 산, 넓은 바다, 거대한 빌딩은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원자는 반대입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놀랍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원자가 들어 있습니다. 물 한 방울에도 엄청난 수의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원자를 축구장만 하게 키우면, 그 중심의 원자핵은 작은 구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주인공들이 모이면 단단한 돌이 되고, 부드러운 솜이 되고, 흐르는 물이 됩니다.
우리가 컵을 들고, 연필을 잡고, 빗방울을 맞는 모든 순간에 원자들은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너무 많고, 너무 작고, 너무 질서 있게 모여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듭니다.
다음에 머리카락 한 올이나 물 한 방울을 볼 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 작은 것 안에도 보이지 않는 우주가 숨어 있구나."
원자의 세계는 작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보는 큰 세상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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