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필요하지만, 아무 물이나 마시면 안 된다
야생에서 물은 생존의 핵심이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두통, 어지러움, 판단력 저하가 빠르게 온다. 문제는 물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맑게 흐르는 계곡물도 위쪽에서 동물 배설물, 죽은 동물, 사람의 쓰레기, 농약 성분이 흘러들었을 수 있다. 야생의 물에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화학 오염 물질이 섞일 수 있으므로 겉모습만 보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1.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가능한 한 깨끗한 물원을 고른다.
흙, 낙엽, 벌레 같은 큰 이물질을 먼저 걸러낸다.
정수 필터, 끓이기, 정수제 등 가능한 방법으로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오염을 줄인다.
처리한 물은 깨끗한 용기에 따로 보관한다.
물 확보는 빠를수록 좋지만, 급하다고 손에 잡히는 물을 바로 마시는 습관은 위험하다. 오염된 물 때문에 설사와 구토가 생기면 몸의 물을 더 빨리 잃고, 움직일 힘도 떨어진다. 물을 구하는 일은 '많이 마시기'가 아니라 '가능한 한 안전하게 마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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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찾을 수 있는 곳과 장단점
계곡물과 흐르는 물
산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물은 계곡물이다. 흐르는 물은 고인 물보다 나은 선택인 경우가 많다. 특히 바위 사이로 빠르게 흐르고, 냄새가 없고, 주변에 쓰레기나 동물 흔적이 적다면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흐른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상류에 등산로, 야영지, 목장, 농경지, 동물 사체가 있으면 오염될 수 있다. 물을 뜨기 전에는 가능하면 조금 위쪽과 주변을 살핀다. 죽은 동물, 배설물, 기름막, 거품, 심한 녹조, 이상한 냄새가 있으면 그 물은 피한다.
샘과 지하수
땅속에서 바로 솟는 샘은 비교적 좋은 물원이다. 흙과 바위층을 지나며 큰 이물질이 걸러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샘을 찾았다면 물이 솟는 지점 가까이에서 뜨는 것이 좋다. 아래쪽으로 흐른 뒤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활동으로 오염될 수 있다.
다만 샘물도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다. 주변에 가축 방목지, 농경지, 광산 흔적, 쓰레기 매립 흔적이 있으면 피한다. 샘물도 가능하면 끓이거나 정수해서 마신다.
빗물
비가 올 때는 깨끗한 천, 판초, 방수포, 비상 담요, 넓은 잎을 이용해 빗물을 모을 수 있다. 빗물은 땅에 닿기 전에는 비교적 좋은 물원이다. 다만 더러운 천, 낡은 플라스틱, 흙 묻은 장비를 타고 흘러내린 물은 오염될 수 있다.
빗물을 모을 때는 처음 몇 분간 떨어지는 물은 흘려보내고, 그다음부터 받는 편이 낫다. 장비 표면의 먼지와 오염이 먼저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받은 물도 오래 방치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마신다.
이슬
아침 이슬은 물이 거의 없을 때 도움이 된다. 깨끗한 천, 손수건, 양말 겉면을 풀이나 잎에 문질러 적신 뒤 짜서 모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많은 물을 얻기는 어렵지만, 갈증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식물이다. 농약이 뿌려졌을 가능성이 있는 밭 주변, 독성이 의심되는 식물, 동물 배설물이 많은 곳의 풀에서는 이슬을 모으지 않는다. 양이 적으므로 체력을 많이 쓰지 않는 선에서만 시도한다.
눈과 얼음
눈 덮인 지역에서는 눈을 물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눈을 그대로 먹으면 체온을 빼앗기고 입안이 차가워져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눈은 가능하면 용기에 담아 녹인 뒤 마신다. 불이 있다면, 그리고 이미 가진 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용기에 먼저 넣고 눈을 천천히 추가한다. 이렇게 하면 용기가 타거나 눈이 눌어붙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눈은 보기보다 물의 양이 적다. 큰 눈덩이를 녹여도 생각보다 적은 물만 나온다. 그래서 눈을 녹이는 일에는 시간과 연료가 많이 든다. 눈이 깨끗해 보여도 바람에 날린 먼지, 동물 흔적, 사람의 활동으로 오염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끓인다.
피해야 할 물
다음 물은 가능하면 피한다.
고인 물: 웅덩이, 오래된 물웅덩이, 움직임이 거의 없는 늪 같은 곳은 세균과 벌레가 많을 수 있다.
동물 사체 주변의 물: 죽은 동물, 뼈, 깃털, 털, 강한 썩은 냄새가 있으면 피한다.
동물 발자국과 배설물이 많은 물가: 동물이 자주 마시는 곳은 배설물 오염 가능성이 높다.
농경지 아래쪽 물: 농약, 비료, 가축 분뇨가 빗물에 섞여 내려올 수 있다.
도로, 공장, 광산, 마을 아래쪽 물: 기름, 금속, 생활하수 같은 화학 오염이 있을 수 있다.
거품, 기름막, 이상한 색, 강한 냄새가 나는 물: 끓여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끓인다고 모든 오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끓이기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같은 병원체를 줄이는 데 강하지만, 농약, 중금속, 기름, 독성 조류가 만든 독소 같은 화학 오염을 없애는 방법은 아니다2. 화학 오염이 의심되는 물밖에 없다면, 그 물을 어떻게든 처리해 마시기보다 다른 물원을 찾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물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본 순서
초보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음 순서를 기억하면 된다.
좋은 물원 선택 → 가라앉히기 또는 천으로 거르기 → 정수 필터 사용 → 끓이기 또는 정수제 사용 → 깨끗한 용기에 보관
항상 모든 단계를 할 수는 없다. 장비, 날씨, 연료, 시간에 따라 가능한 방법을 조합한다. 그래도 큰 이물질을 먼저 줄이고, 그다음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를 줄이는 흐름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1단계: 천으로 거르기
천으로 거르기는 가장 단순한 전처리다. 손수건, 깨끗한 티셔츠 조각, 반다나, 커피 필터가 있으면 물통 입구에 대고 물을 천천히 붓는다. 이렇게 하면 흙, 낙엽, 벌레, 모래 같은 큰 이물질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천으로 거른 물은 아직 안전한 물이 아니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천 거르기는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다음 정수 과정을 쉽게 해 주는 준비 단계다.
물이 많이 탁하다면 용기에 담아 잠시 가라앉힌다. 위쪽의 비교적 맑은 물만 조심스럽게 따라내고, 바닥의 흙탕물은 버린다. 그다음 천으로 거른다. 물이 맑아질수록 필터가 덜 막히고, 정수제도 더 잘 작동한다.
2단계: 정수 필터 사용
휴대용 정수 필터가 있다면 매우 유용하다. 필터는 흙탕물의 입자와 많은 기생충, 세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빨대형 필터, 펌프형 필터, 중력식 필터 등 형태는 다르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물이 미세한 구멍을 지나가며 오염 입자가 걸러진다.
단, 모든 필터가 바이러스나 화학 물질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매우 작아서 일반적인 야외용 필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떤 필터는 기생충 제거에는 강하지만 세균 제거 성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제품마다 성능이 다르므로 출발 전에 설명서를 읽고, 어떤 오염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3.
필터는 관리도 중요하다. 필터가 얼면 내부가 손상될 수 있고, 흙탕물을 계속 걸러내면 쉽게 막힌다. 가능하면 물을 먼저 가라앉히고 천으로 거른 뒤 필터를 사용한다.
필터 사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을 섞지 않는 것이다. 원수에 닿은 손, 호스, 병 입구가 정수된 물에 닿으면 다시 오염될 수 있다. 정수된 물을 받을 용기와 원수를 담는 용기는 가능하면 구분한다.
3단계: 끓이기
불과 금속 용기가 있다면 끓이기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 중 하나다. 물을 팔팔 끓는 상태까지 올린 뒤 일정 시간 유지하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맑은 물은 완전히 끓기 시작한 뒤 1분 이상 끓이고, 해발 약 2,000미터(6,500피트)보다 높은 곳에서는 3분 정도 끓이는 기준이 널리 쓰인다4.
끓일 때는 다음을 지킨다.
플라스틱 병을 직접 불에 올리지 않는다.
이중벽 보온병은 끓이는 용도로 쓰지 않는다.
물이 끓은 뒤 바로 마시지 말고 식힌다.
끓인 물은 깨끗한 용기에 담는다.
끓인 물에 더러운 손가락이나 원수에 닿은 뚜껑을 넣지 않는다.
끓이기의 약점은 연료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면 불 관리가 어렵다. 또 앞에서 말했듯 화학 오염은 끓여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4단계: 정수제 사용
정수제는 불을 피울 수 없을 때 유용하다. 작은 알약이나 액체 형태로 휴대하기 쉽다. 보통 염소계, 이산화염소계, 요오드계 제품이 있다. 사용법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설명서의 양과 대기 시간을 따른다. 어떤 제품은 30분 정도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차가운 물이나 특정 기생충을 대상으로 할 때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정수제는 맑은 물에서 더 잘 작동한다. 물이 탁하면 먼저 가라앉히고 천으로 거른 뒤 사용한다. 정수제를 넣은 뒤 바로 마시면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도 정수 과정의 일부다.
정수제에도 한계가 있다. 염소나 요오드 계열 제품은 세균과 바이러스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부 기생충에는 효과가 약할 수 있다. 이산화염소 제품은 더 넓은 범위에 작용할 수 있지만, 역시 제품 설명서의 시간과 조건을 지켜야 한다. 가능하면 필터로 먼저 거르고 정수제로 소독하는 방식을 함께 쓰는 편이 안전하다3.
요오드계 정수제는 임신 중이거나 갑상샘 질환이 있는 사람, 요오드에 민감한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장기간 계속 마시는 용도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 질환이 있다면 출발 전 자신에게 맞는 정수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물이 부족할 때는 몸의 물 사용을 줄인다
물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물을 덜 잃는 일이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갈증은 빠르게 심해지고 판단력도 떨어진다.
다음 행동을 우선한다.
한낮의 더운 시간에는 무리하게 이동하지 않는다.
그늘에서 쉬고, 이동은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한다.
옷을 완전히 벗어 햇볕에 노출하지 않는다. 얇게 가려 땀 증발과 화상을 줄인다.
말을 줄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줄인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반복하지 않는다.
갈증이 난다고 흙, 눈, 식물 수액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물이 조금 있을 때는 계획 없이 한 번에 모두 마시지 말고, 상태를 보며 나누어 마신다.
입이 마를 때는 물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긴장, 빠른 호흡, 더위 때문에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코로 천천히 숨을 쉬고, 그늘에 앉아 몸을 식히면 갈증이 조금 늦춰진다.
단, 물을 지나치게 아끼려고 전혀 마시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몸이 심하게 탈수되면 걷기, 판단하기, 구조 신호 보내기가 모두 어려워진다. 가진 물과 예상 구조 시간, 날씨, 이동 필요성을 함께 보고 조절한다.
상황별 판단 예시
계곡을 만났는데 물이 맑고 빠르게 흐른다. 상류에 야영지나 동물 사체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는 물을 떠서 천으로 거르고, 필터가 있으면 필터를 통과시킨 뒤, 가능하면 끓여 마신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대피소 위에 판초를 걸 수 있다면 깨끗한 물통으로 빗물을 받는다. 처음 흘러내리는 물은 버리고, 이후 모은 물을 따로 보관한다. 장비가 깨끗하지 않았다면 끓이거나 정수제를 쓴다.
눈 덮인 능선에 있다. 눈을 그대로 먹지 말고 용기에 담아 녹인다. 불이 있다면 조금씩 녹이며 물을 만든다. 바람이 강하면 체온 손실이 커지므로 대피소 안이나 바람을 막은 곳에서 작업한다.
고인 웅덩이밖에 없다. 주변에 동물 발자국이 많고 냄새도 좋지 않다. 이런 물은 마지막 선택지다. 다른 물원을 찾을 수 있다면 먼저 찾는다. 정말 선택지가 없다면 위쪽의 비교적 맑은 부분을 떠서 가라앉히고, 천으로 거르고, 필터와 끓이기 또는 정수제를 가능한 만큼 조합한다. 그래도 위험이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기억해야 할 한 줄 원칙
야생에서 물은 생명을 지키지만, 오염된 물은 생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물원을 고르고, 먼저 거르고, 그다음 끓이거나 정수한다. 물이 부족할수록 서두르지 말고, 땀을 줄이고, 깨끗한 물을 만들 가능성이 높은 행동부터 선택한다.
참고
1CDC, About Water Treatment Options When Hiking, Camping, or Traveling
2CDC, Drinking Water Advisories: An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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