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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칩은 혼자서는 제품이 될 수 없다

웨이퍼 위에서 회로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웨이퍼 위의 칩은 아주 얇고 작은 실리콘 조각이다. 손으로 만지면 쉽게 오염되고, 작은 충격에도 깨질 수 있으며, 외부 회로와 전기를 주고받을 단자도 충분하지 않다.

비유하면, 칩은 정교한 엔진과 같다. 엔진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면 차가 달릴 수 없다. 연료를 넣는 길, 전기를 연결하는 선, 열을 빼내는 구조, 외부 충격을 막는 틀이 필요하다. 반도체에서 이 역할을 하는 단계가 패키징이다.

패키징은 칩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다. 작은 실리콘 조각을 실제 전자기기 속에서 쓸 수 있는 부품으로 바꾸는 공정이다. 칩을 보호하고, 전기 신호가 오갈 길을 만들고, 열을 밖으로 빼내며, 회로 기판에 납땜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이전 장에서 검사를 통해 양품과 불량품을 구분했다. 이제 양품으로 판정된 칩은 웨이퍼에서 잘려 나와 하나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칩을 세상과 연결하는 패키징AI 생성 이미지

웨이퍼를 칩으로 자르는 다이싱

웨이퍼에는 같은 회로가 반복해서 만들어져 있다. 이 각각의 회로 조각을 다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칩은 보통 이 다이를 가리킨다. 다이싱은 웨이퍼를 정해진 경계선을 따라 잘라 개별 다이로 나누는 과정이다.

피자를 조각내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다이싱은 훨씬 까다롭다. 웨이퍼는 얇고 단단한 실리콘 판이다. 너무 거칠게 자르면 가장자리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이 균열은 당장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 온도 변화나 충격을 받았을 때 커질 수 있다. 그러면 칩이 동작 중에 고장 날 수 있다.

다이싱에는 아주 얇은 절단날을 쓰는 방식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중요한 것은 회로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칩 가장자리에 손상을 최소화하며, 잘린 조각이 오염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절단 중 생기는 실리콘 가루나 물방울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세정과 건조가 함께 중요하다.

다이싱 전에는 웨이퍼 뒷면을 얇게 갈아 칩 두께를 줄이기도 한다. 얇은 칩은 패키지를 더 얇게 만들고 열을 빼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얇으면 휘거나 깨지기 쉽다. 그래서 패키징에서도 늘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작고 얇게 만들수록 성능과 공간에는 유리하지만, 다루기는 어려워진다.

칩을 기판에 붙이는 다이 어태치

잘라낸 다이는 패키지 안의 작은 기판이나 금속 받침 위에 놓인다. 이때 칩을 고정하는 공정을 다이 어태치라고 한다. 쉽게 말해 칩을 제자리에 붙이는 단계다.

칩을 붙이는 재료는 접착제일 수도 있고, 금속 성분이 들어간 재료일 수도 있다. 단순히 떨어지지 않게 붙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칩에서 생긴 열이 아래쪽으로 잘 빠져나가야 하므로, 접착층의 열 전달 성능도 중요하다. 접착층이 고르지 않으면 칩이 기울거나 빈 공간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결함은 열 문제와 신뢰성 문제로 이어진다.

기판은 칩과 외부 세계를 이어 주는 중간 다리다. 칩 위의 전극은 매우 작고 촘촘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회로 기판은 그보다 훨씬 큰 간격의 단자를 사용한다. 패키지 기판은 이 작은 세계와 큰 세계 사이에서 신호 간격을 넓혀 주고, 전원과 접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와이어 본딩: 가느다란 금속선으로 연결하기

칩을 기판에 붙인 뒤에는 칩의 전극과 패키지의 단자를 전기적으로 이어야 한다. 가장 오래전부터 널리 쓰인 방식이 와이어 본딩이다. 와이어 본딩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금속선을 이용해 칩 위의 전극과 패키지 기판의 전극을 하나씩 연결하는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칩 가장자리의 작은 금속 패드에 금, 구리, 알루미늄 같은 가는 선을 붙이고, 그 선의 반대쪽을 기판의 전극에 붙인다. 이렇게 하면 칩 안에서 만들어진 전기 신호가 패키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와이어 본딩은 공정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비용이 낮아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선이 칩 위에서 둥글게 휘어 올라갔다 내려오기 때문에 공간을 차지한다.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길이도 길어진다. 고속 신호에서는 이 길이가 지연이나 잡음을 만들 수 있다. 또 전극이 주로 칩 가장자리에 배치되어야 하므로, 연결 수가 매우 많은 고성능 칩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그래도 와이어 본딩은 여전히 중요하다. 모든 칩이 최고 속도와 최고 연결 밀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센서, 전력 반도체, 단순한 제어 칩 등에서는 와이어 본딩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플립칩: 칩을 뒤집어 바로 연결하기

더 많은 신호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칩에서는 플립칩 방식이 많이 쓰인다. 이름 그대로 칩을 뒤집어서 기판에 붙이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와이어 본딩에서는 칩의 회로 면이 위를 향하고, 가장자리 전극에서 금속선이 나간다. 반면 플립칩에서는 칩의 회로 면이 아래를 향한다. 칩 표면에 작은 금속 돌기인 범프를 만들고, 이 범프를 기판의 전극과 직접 맞닿게 한다. 범프는 보통 납땜 재료인 솔더나 구리 기둥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의 장점은 연결 길이가 짧다는 것이다. 신호가 긴 와이어를 지나지 않고 바로 기판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고속 신호에 유리하고, 전원 공급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칩 전체 면적에 전극을 배치할 수 있어 연결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플립칩도 쉬운 공정은 아니다. 칩과 기판의 위치가 아주 정확히 맞아야 한다. 범프 하나라도 제대로 붙지 않으면 신호가 끊길 수 있다. 또한 칩과 기판은 열을 받았을 때 팽창하는 정도가 다르다. 이 차이 때문에 연결부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를 줄이기 위해 칩과 기판 사이에 언더필이라는 보호 재료를 채워 넣는다. 언더필은 작은 범프들을 기계적으로 지지하고, 온도 변화로 인한 피로를 줄여 준다.

패키지는 칩의 방패이자 방열판이다

패키징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보호다. 칩은 습기, 먼지, 화학물질, 정전기, 충격에 약하다. 그래서 연결이 끝난 칩은 보통 몰딩 수지나 뚜껑 구조로 감싸진다. 이를 봉지 또는 인캡슐레이션이라고 한다.

보호 재료는 외부 충격을 줄이고, 습기가 칩 표면과 금속 연결부에 닿는 것을 막는다. 습기가 들어오면 금속 부식이 생길 수 있고, 온도 변화 때 내부 압력이 커져 패키지가 손상될 수도 있다. 전자기기는 책상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안처럼 뜨겁고 추운 환경, 진동이 많은 환경, 습한 환경에서도 동작해야 한다. 패키지는 이런 현실 세계와 칩 사이의 완충지대다.

열 관리도 중요하다. 칩이 동작하면 전류가 흐르고 열이 생긴다.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트랜지스터의 특성이 변하고, 누설 전류가 늘며, 장기적으로 고장이 빨라진다. 고성능 프로세서나 전력 반도체는 특히 열 문제가 크다.

패키지는 칩에서 생긴 열을 기판, 금속 뚜껑, 방열판으로 전달하는 길을 만든다. 어떤 패키지는 칩 위에 금속 덮개를 붙여 열을 넓은 면적으로 퍼뜨린다. 어떤 경우에는 열전도 재료를 넣어 칩과 방열 구조 사이의 빈틈을 줄인다. 좋은 패키지는 전기 신호만 잘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열도 잘 내보내야 한다.

패키지 바깥에는 납땜할 단자가 필요하다

패키지가 완성되면 바깥쪽에는 회로 기판에 붙일 수 있는 단자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다리처럼 삐져나온 금속 리드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패키지 아래쪽에 작은 납땜 공을 배열한 BGA 방식도 널리 쓰인다. BGA는 Ball Grid Array의 약자로, 패키지 바닥에 공 모양 단자가 격자처럼 놓인 구조다.

이런 외부 단자는 칩 내부의 아주 미세한 전극과 전자기기 회로 기판의 비교적 큰 배선을 이어 준다. 패키지는 크기를 바꿔 주는 어댑터와 같다. 스마트폰 충전기에 여러 규격의 젠더가 필요한 것처럼, 칩도 외부 세계와 맞물리기 위한 물리적 형식이 필요하다.

패키지 단자에는 신호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원, 접지, 클록, 제어 신호가 함께 오간다. 고성능 칩일수록 전류가 크고 신호 속도가 빠르므로, 패키지 내부 배선 설계도 중요해진다. 패키지 안에서도 저항, 정전용량, 잡음, 열이 문제가 된다. 즉 패키징은 단순한 후공정이 아니라 칩 성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설계 영역이다.

여러 칩을 한곳에 넣는 고급 패키징

반도체가 작아지면서 모든 기능을 하나의 큰 칩에 넣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큰 칩은 웨이퍼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크고, 결함 하나로 버려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여러 개의 작은 칩을 한 패키지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넓게 고급 패키징이라고 부른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는 시스템 인 패키지다. 서로 다른 기능의 칩, 예를 들어 프로세서, 메모리, 전원 관리 칩, 통신 칩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넣는다. 기기 입장에서는 하나의 부품처럼 다룰 수 있고, 칩들 사이의 거리가 짧아져 속도와 공간 면에서 유리하다.

더 발전한 방식으로는 여러 칩을 아주 촘촘하게 옆으로 배치하거나 위아래로 쌓는 구조가 있다. 칩을 쌓으면 면적을 줄이고 데이터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 수 있다. 고성능 메모리처럼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제품에서는 이런 구조가 큰 장점이 된다.

최근에는 칩렛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졌다. 칩렛은 큰 칩 하나를 여러 개의 작은 기능 블록으로 나눈 것이다. 각각의 칩렛을 따로 만들고, 패키지 안에서 다시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서로 다른 공정으로 만든 칩을 조합할 수 있고, 양품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산을 담당하는 칩렛과 입출력을 담당하는 칩렛을 다른 제조 조건으로 만들고 한 패키지에서 합치는 식이다.

물론 고급 패키징은 장점만 있는 기술이 아니다. 칩 사이를 매우 짧고 촘촘하게 연결해야 하므로 정렬과 접합이 어렵다. 열도 더 복잡한 문제가 된다. 여러 칩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한 칩에서 생긴 열이 다른 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사도 까다롭다. 패키지 안에 들어간 칩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 패키지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패키징까지 끝나야 비로소 부품이 된다

반도체 제조를 앞쪽 공정만으로 생각하기 쉽다.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배선을 쌓고, 검사를 통과하면 핵심은 끝났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제품 관점에서는 패키징이 끝나야 비로소 하나의 부품이 된다.

패키징은 네 가지 질문에 답한다. 칩을 어떻게 자를 것인가. 칩을 어디에 어떻게 붙일 것인가. 칩의 작은 전극을 외부 단자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리고 칩을 열, 습기, 충격으로부터 어떻게 지킬 것인가.

와이어 본딩은 가는 금속선으로 칩과 기판을 잇는다. 플립칩은 칩을 뒤집어 범프로 직접 연결한다. 패키지는 외부 단자를 통해 회로 기판과 만난다. 더 나아가 고급 패키징은 여러 칩을 한 패키지 안에서 조합해 성능과 기능을 높인다.

작은 실리콘 조각은 혼자서는 세상과 대화할 수 없다. 패키징은 그 조각에 몸체와 연결부와 보호막을 입히는 과정이다. 칩이 전자기기 속에서 안전하게 전기를 주고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지막 큰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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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만들기: 모래에서 칩까지 쉽게 이해하는 제조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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