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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사진을 찍듯 회로를 옮긴다

스마트폰 화면에 보호필름을 붙일 때를 떠올려 보자. 필름이 조금만 비뚤어져도 카메라 구멍이나 스피커 구멍이 맞지 않는다. 반도체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작은 세계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회로 도안이 웨이퍼 위의 정확한 위치에 놓여야 하고, 한 층 위에 다음 층이 다시 정확히 겹쳐야 한다.

포토리소그래피는 이 일을 맡는 공정이다. 이름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빛으로 회로 무늬를 그리는 기술이다. 설계자가 만든 회로 도안을 웨이퍼 위에 손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빛과 감광성 물질을 이용해 아주 작은 무늬로 옮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포토리소그래피가 곧바로 완성된 회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먼저 웨이퍼 위에 임시 무늬를 만든다. 이 임시 무늬가 뒤따르는 식각, 이온 주입, 박막 패턴 형성 같은 공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종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그 선을 따라 자르거나 색칠하는 것과 비슷하다.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포토리소그래피AI 생성 이미지

왜 빛으로 그릴까

반도체 칩에는 같은 모양의 회로가 엄청나게 많이 반복된다. 트랜지스터 하나하나를 기계 바늘로 직접 새긴다면 너무 느리고, 너무 부정확하며,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반도체 제조는 사진을 찍어 인화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을 선택했다.

먼저 회로 도안을 준비한다. 그다음 빛에 반응하는 얇은 막을 웨이퍼에 바른다. 빛을 쬐면 그 막의 성질이 바뀐다. 이후 약품으로 씻어 내면 빛을 받은 부분 또는 빛을 받지 않은 부분만 남는다. 이렇게 하면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의 임시 막이 생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반복성과 정밀성이다. 같은 도안을 이용해 웨이퍼 위 여러 위치에 회로를 반복해서 찍을 수 있다. 또 렌즈와 장비를 이용해 도안을 아주 작게 축소해 옮길 수 있다. 포토리소그래피가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면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토레지스트: 빛에 반응하는 얇은 옷

포토리소그래피의 첫 주인공은 포토레지스트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반응하는 감광성 물질이다. 사진 필름이 빛을 받으면 화학적으로 달라지는 것처럼, 포토레지스트도 빛을 받으면 약품에 녹는 성질이 달라진다.

공정에서는 먼저 깨끗한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를 아주 얇게 바른다. 보통 웨이퍼 가운데에 액체 상태의 포토레지스트를 떨어뜨린 뒤 빠르게 회전시킨다. 이를 스핀 코팅이라고 한다. 피자 도우를 돌리면 얇고 넓게 펴지는 것처럼, 회전하는 힘이 액체를 웨이퍼 전체로 고르게 퍼뜨린다.

이 막은 너무 두꺼워도 문제이고, 너무 얇아도 문제다. 두꺼우면 작은 무늬가 흐릿해질 수 있고, 얇으면 뒤 공정에서 보호막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두께와 균일도가 중요하다. 웨이퍼 한가운데와 가장자리의 막 두께가 크게 다르면, 같은 빛을 쬐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포토레지스트를 바른 뒤에는 가볍게 열을 가한다. 이를 소프트 베이크라고 한다. 막 안에 남아 있는 용매를 줄이고, 포토레지스트가 웨이퍼에 잘 붙도록 돕는 과정이다. 젖은 물감을 바로 만지면 번지지만, 살짝 말리면 모양이 안정되는 것과 비슷하다.

마스크: 회로 도안이 담긴 원판

두 번째 주인공은 마스크다. 마스크는 회로 도안이 새겨진 원판이다. 포토마스크 또는 레티클이라고도 부른다. 쉽게 말해 빛으로 찍어 내는 회로의 원본 도안이다. 포토리소그래피에서 마스크는 무늬를 웨이퍼로 옮기는 기준판 역할을 한다1.

일반적인 광학 리소그래피에서 마스크에는 빛이 지나갈 수 있는 부분과 막히는 부분이 있다. 빛이 통과한 곳의 포토레지스트만 성질이 바뀐다. 반대로 빛이 막힌 곳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마스크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빛을 어디에 보내고 어디에서 막을지 결정하는 정밀한 문이다.

실제 장비에서는 마스크의 무늬를 렌즈로 축소해 웨이퍼 위에 투영한다. 큰 도안을 작게 줄여 찍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마스크를 만들고 다루는 난이도를 조금 낮추면서도 웨이퍼 위에는 매우 작은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단, 마스크가 완벽해야 한다. 마스크에 결함이 있으면 그 결함도 웨이퍼에 반복해서 찍힐 수 있다. 도장을 찍을 때 도장 표면에 흠집이 있으면 종이마다 같은 흠집이 생기는 것과 같다.

노광: 빛을 쏘아 무늬를 새기는 순간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마스크를 준비하면, 이제 노광을 한다. 노광은 정해진 빛을 포토레지스트에 쬐는 과정이다. 이때 빛은 마스크의 도안을 거쳐 웨이퍼 위로 향한다.

이 과정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순간과 비슷하다. 초점이 맞아야 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빛의 양도 적당해야 한다. 빛이 부족하면 무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빛이 지나치면 원래보다 넓은 영역이 반응할 수 있다.

포토레지스트에는 크게 양성 포토레지스트와 음성 포토레지스트가 있다. 양성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받은 부분이 현상액에 잘 녹게 된다. 그러면 노광된 부분이 씻겨 나가고,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이 남는다. 음성 포토레지스트는 반대다. 빛을 받은 부분이 더 단단해져 남고,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이 제거된다.

어느 쪽을 쓰든 핵심은 같다. 빛을 받은 곳과 받지 않은 곳의 차이를 만든다. 그 차이를 이용해 웨이퍼 위에 원하는 모양만 남긴다.

현상: 보이지 않던 그림이 드러난다

노광이 끝난 뒤에는 현상을 한다. 현상은 포토레지스트의 일부를 약품으로 녹여 없애는 과정이다. 사진 필름을 현상하면 숨어 있던 이미지가 나타나듯이, 웨이퍼 위에서도 빛으로 만든 차이가 실제 무늬로 드러난다.

표준적인 흐름은 대체로 이렇다. 웨이퍼를 세정하고,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살짝 굽고, 마스크를 맞춘 뒤, 빛을 쬔다. 필요하면 다시 열처리해 화학 반응을 안정시킨다. 마지막으로 현상액으로 씻으면 패턴이 있는 포토레지스트 막이 남는다2.

이때 남은 포토레지스트 무늬는 완성 회로가 아니다. 임시 보호막이자 표시선에 가깝다. 예를 들어 다음 단계가 식각이라면, 포토레지스트가 덮고 있는 부분은 보호되고 드러난 부분만 깎인다. 다음 단계가 이온 주입이라면, 포토레지스트가 막고 있는 곳에는 불순물이 거의 들어가지 못하고, 열린 부분에 주로 주입된다. 박막을 쌓은 뒤 필요한 부분만 남길 때도 이 무늬를 기준으로 어디를 남기고 어디를 없앨지 정할 수 있다.

따라서 포토리소그래피는 뒤 공정에 명령을 내리는 지도와 같다. 어디를 깎을지, 어디를 남길지, 어디에 재료를 넣을지를 알려 준다.

한 번 찍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칩은 한 장의 그림이 아니다. 여러 층이 겹친 입체 구조물이다.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한 영역, 절연막, 금속 배선, 접점 구멍 등이 층층이 쌓인다. 그래서 포토리소그래피도 한 번만 하지 않는다.

한 층을 만들 때마다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마스크를 맞추고, 노광하고, 현상한다. 그다음 식각하거나 재료를 쌓고, 다시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한다. 이런 흐름이 수십 번 반복된다.

여기서 정렬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층의 무늬와 위층의 무늬가 어긋나면 회로가 연결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곳이 붙을 수 있다. 도로 위에 다리를 놓는데 기둥 위치가 조금씩 어긋난다면 다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없는 것과 같다.

공정에서는 이렇게 층과 층이 얼마나 정확히 겹치는지를 오버레이라고 부른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장비가 마스크와 웨이퍼를 맞추는 일은 정렬이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층의 무늬가 얼마나 잘 겹쳤는지를 보는 기준이 오버레이다.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허용되는 오차도 줄어든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아니던 아주 작은 흔들림이 최신 공정에서는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작은 회로에는 더 짧은 빛이 필요하다

작은 글씨를 굵은 붓으로 쓰기 어렵다. 비슷하게 아주 작은 회로 무늬를 만들려면 더 정교한 빛이 필요하다.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파장이 길면 아주 작은 경계를 또렷하게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은 점점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 왔다. 오래전에는 비교적 긴 자외선을 썼고, 이후 더 짧은 심자외선이 사용되었다. 최신 첨단 공정에서는 극자외선, 즉 EUV가 중요해졌다. EUV 리소그래피는 약 13.5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사용해 더 작은 패턴을 만들 수 있게 한다3.

하지만 짧은 빛을 쓴다고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UV 빛은 다루기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물질에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일반 렌즈로 통과시키기 어렵고, 장비 안에서는 특수한 거울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키며 경로를 만든다. 빛의 세기, 거울의 품질, 마스크의 구조, 포토레지스트의 반응, 장비의 진동까지 모두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 회로가 작아질수록 선의 가장자리가 조금 거칠어지는 문제도 커진다. 종이에 잉크가 아주 살짝 번지면 큰 글씨에서는 티가 덜 나지만,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선에서는 그 번짐이 곧 치명적인 오차가 된다.

포토리소그래피의 본질

포토리소그래피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설계된 회로 모양을 빛으로 웨이퍼 위에 옮기는 공정이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더 크다. 반도체 제조에서 많은 정밀한 위치 결정은 포토리소그래피를 거쳐 이루어진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기억하는 얇은 막이다. 마스크는 회로 도안이 담긴 원본이다. 노광은 그 도안을 빛으로 옮기는 순간이다. 현상은 빛의 흔적을 실제 무늬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무늬는 다음 공정에서 깎고, 쌓고, 주입할 위치를 알려 주는 임시 지도다.

앞 장에서 클린룸과 오염 관리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포토리소그래피에서는 그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먼지 하나, 초점의 미세한 흔들림, 정렬 오차 하나가 회로 전체의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은 결국 작은 스위치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모양으로, 수없이 반복해 만드는 일이다. 포토리소그래피는 그 위치와 모양을 정하는 핵심 단계다. 다음 장에서는 이 무늬를 기준으로 실제 재료를 깎고, 쌓고, 다듬는 박막 공정과 식각 공정을 살펴본다.

참고

1Photomask and Photoresist

2Photolithography Process 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3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책 목록

반도체 만들기: 모래에서 칩까지 쉽게 이해하는 제조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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