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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왜 방 안 네트워크부터 만드는가

인터넷을 바로 만들려고 하면 너무 멀리 가게 됩니다. 아직 우리는 전 세계의 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먼저 같은 방 안에서 컴퓨터 몇 대가 서로 말을 주고받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단계는 작은 동네를 만드는 일과 비슷합니다. 집집마다 문패가 있고, 동네 안에는 길이 있습니다. 우체국까지 갈 필요 없이 옆집에 쪽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이미 작은 통신망이 생긴 것입니다.

네트워크도 같습니다. 컴퓨터 A, 컴퓨터 B, 컴퓨터 C가 같은 장비에 연결되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작은 네트워크입니다. 아직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넷은 이런 작은 네트워크들이 더 큰 길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이번 장에서 만들 것은 '방 안 네트워크'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컴퓨터를 스위치에 연결한 이더넷 네트워크입니다. 보통 아무 특별한 설정을 하지 않은 작은 환경에서는, 같은 스위치에 꽂힌 컴퓨터들이 같은 가까운 네트워크 안에 놓였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스위치는 같은 가까운 네트워크 안의 장치들을 연결하는 장비입니다. 여러 집이 만나는 작은 택배 분류장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더넷은 가까운 장치들이 케이블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약속입니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어떤 모양의 묶음으로 보내고, 장치 이름표를 어디에 적을 것인가"를 정한 규칙입니다.

비유는 여기까지입니다.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쪽지나 택배 상자가 아니라 프레임이라는 데이터 묶음이 오갑니다. 그리고 집 주소 대신 가까운 네트워크용 이름표인 MAC 주소가 사용됩니다.

한 방 안의 작은 네트워크 만들기AI 생성 이미지

스위치에 컴퓨터를 꽂으면 작은 동네가 된다

방 안에 컴퓨터 세 대와 스위치 한 대가 있다고 해 봅시다.

  • 컴퓨터 A

  • 컴퓨터 B

  • 컴퓨터 C

  • 스위치 1대

  • 랜 케이블 3개

각 컴퓨터의 랜카드에 랜 케이블을 꽂고, 케이블의 다른 쪽을 스위치에 꽂습니다. 그러면 컴퓨터들은 모두 같은 스위치에 매달린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스위치의 구멍을 포트라고 부릅니다. 이 장에서 말하는 포트는 프로그램이 쓰는 네트워크 포트가 아니라, 케이블을 꽂는 물리적인 구멍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연결했다고 합시다.

  • 스위치 1번 포트: 컴퓨터 A

  • 스위치 2번 포트: 컴퓨터 B

  • 스위치 3번 포트: 컴퓨터 C

이제 세 컴퓨터는 같은 작은 동네에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 안에서는 인터넷 공유기나 통신사 회선이 없어도 데이터가 오갈 수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목적지가 같은 동네 안에 있고, 그 목적지까지 가는 물리적인 길이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A가 컴퓨터 B에게 데이터를 보내려면, A의 랜카드는 데이터를 이더넷 프레임으로 감쌉니다. 프레임에는 이런 정보가 들어갑니다.

  • 보내는 쪽 MAC 주소

  • 받는 쪽 MAC 주소

  • 실제로 전달할 데이터

  • 오류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

프레임은 랜 케이블을 따라 스위치로 들어갑니다. 스위치는 그 프레임을 보고 어느 포트로 내보낼지 결정합니다.

스위치는 주소를 외우는 분류장이다

스위치의 중요한 능력은 "누가 어느 포트에 있는지" 기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스위치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컴퓨터 A에서 프레임이 들어오면 스위치는 그 프레임의 '보내는 쪽 MAC 주소'를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억합니다.

"이 MAC 주소를 가진 장치는 1번 포트 쪽에 있구나."

이 기억표를 보통 MAC 주소 테이블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장부입니다.

  • A의 MAC 주소 → 1번 포트

  • B의 MAC 주소 → 2번 포트

  • C의 MAC 주소 → 3번 포트

택배 분류장에 비유하면, "김민수 씨 물건은 1번 골목으로 보내면 된다"라고 적어 둔 장부와 비슷합니다. 다만 실제 스위치는 사람 이름을 보지 않습니다. MAC 주소라는 숫자 이름표를 봅니다.

컴퓨터 A가 컴퓨터 B에게 프레임을 보낸다고 해 봅시다. 스위치가 이미 B의 MAC 주소가 2번 포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프레임을 2번 포트로만 내보냅니다. C가 연결된 3번 포트로는 보내지 않습니다.

이것이 스위치의 장점입니다. 같은 네트워크 안에 여러 장치가 있어도, 필요한 곳으로만 데이터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데이터가 줄어들고, 네트워크가 더 조용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스위치는 보통 데이터의 깊은 내용까지 읽지 않습니다. 편지 봉투 안의 편지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겉면의 가까운 네트워크용 이름표를 보고 방향을 정합니다. 그 이름표가 MAC 주소입니다.

모르는 주소와 브로드캐스트

스위치가 항상 모든 장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연결했거나, 한동안 통신이 없었거나, 장치가 다른 포트로 옮겨졌다면 스위치의 기억이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두 가지 상황이 생깁니다.

첫째, 스위치가 받는 쪽 MAC 주소를 모르는 경우입니다. 이때 스위치는 일단 들어온 포트를 제외한 다른 포트들로 프레임을 보내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름표를 가진 장치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아직 모르니, 가능한 길로 한 번 내보내 보자"에 가깝습니다. 정확히는 모르는 목적지로 가는 프레임을 여러 포트로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둘째, 애초에 모두에게 보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을 브로드캐스트라고 합니다. 브로드캐스트는 같은 네트워크 안의 모든 장치에게 보내는 방식입니다. 동네 방송처럼 "이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들어 주세요"라고 외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컴퓨터가 "이 주소를 쓰는 장치는 누구인가요?"라고 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상대의 가까운 이름표, 즉 MAC 주소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질문은 브로드캐스트로 나갑니다. 스위치는 이 질문을 같은 네트워크 안의 다른 포트들로 전달합니다.

컴퓨터 B와 C는 그 질문을 받습니다. 자기에게 해당하지 않으면 조용히 버립니다. 자기에게 해당하면 응답합니다. 응답이 오면 보낸 컴퓨터와 스위치는 조금 더 알게 됩니다. 컴퓨터는 상대의 MAC 주소를 알게 되고, 스위치는 응답이 들어온 포트를 보고 그 장치의 위치를 기억합니다.

브로드캐스트는 꼭 필요합니다. 처음 만나는 장치를 찾을 때 특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으면 네트워크가 시끄러워집니다. 동네 방송이 가끔 나오면 편리하지만, 계속 울리면 대화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비유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실제 브로드캐스트는 소리로 퍼지는 방송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지 MAC 주소를 가진 프레임입니다. 스위치는 그 목적지가 "모두"를 뜻한다고 보고 같은 네트워크 안으로 퍼뜨립니다.

인터넷 없이도 파일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유

같은 방 안 네트워크에 있는 컴퓨터들은 인터넷 없이도 통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메시지를 보내거나 파일을 공유할 때 인터넷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장치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전 세계 인터넷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A와 B가 같은 스위치에 연결되어 있고, 같은 가까운 네트워크 안에 있으며,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주소와 이름표를 갖고 있고, 같은 통신 규칙을 사용한다면 데이터는 방 안에서만 움직이면 됩니다. 스위치가 A의 프레임을 B가 있는 포트로 전달하면 끝입니다. 이때 데이터는 집 밖 통신사 회선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먼 도시의 라우터를 지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무실의 컴퓨터끼리 파일을 공유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파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은 운영체제에 데이터를 맡깁니다. 운영체제는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내보낼 준비를 합니다. 랜카드는 그 데이터를 이더넷 프레임에 담아 케이블로 보냅니다. 스위치는 목적지 MAC 주소를 보고 알맞은 포트로 전달합니다. 받는 컴퓨터의 랜카드는 신호를 비트로 읽고, 운영체제는 그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넘깁니다.

흐름을 짧게 쓰면 이렇습니다.

  1.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보내 달라고 운영체제에 요청한다.

  2. 운영체제가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보낼 준비를 한다.

  3. 랜카드가 데이터를 이더넷 프레임으로 내보낸다.

  4. 스위치가 목적지 MAC 주소를 보고 포트를 고른다.

  5. 받는 컴퓨터의 랜카드가 프레임을 받아 운영체제에 넘긴다.

  6. 받는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읽는다.

이 과정만으로도 작은 통신은 완성됩니다. 아직 라우터가 없어도 됩니다. DNS가 없어도 됩니다. 전 세계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됩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두 장치가 같은 가까운 네트워크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찾는 데 필요한 주소 설정이 맞아야 합니다. 주소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번 장에서는 스위치가 MAC 주소를 보고 같은 동네 안의 프레임을 전달한다는 점만 잡으면 됩니다.

스위치는 라우터가 아니다

이쯤에서 스위치와 라우터를 구분해야 합니다. 둘 다 네트워크 장비라서 비슷해 보이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스위치는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장치들을 연결합니다. 같은 동네 안에서 어느 집으로 보낼지 나누는 장비입니다.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합니다. 한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장비입니다.

집에서 쓰는 공유기에는 보통 여러 기능이 합쳐져 있습니다. 공유기 뒤쪽에 랜 케이블을 여러 개 꽂을 수 있다면, 그 안에는 스위치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집 네트워크와 통신사 네트워크를 잇는 라우터 기능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비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역할이 나뉩니다.

이번 장의 주인공은 라우터가 아니라 스위치입니다. 우리는 아직 다른 네트워크로 나가지 않습니다. 같은 방, 같은 동네 안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봅니다.

안 되면 어디를 볼 것인가

방 안 네트워크가 동작하지 않을 때는 복잡한 설정부터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케이블과 불빛을 봅니다. 랜 케이블이 제대로 꽂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스위치 포트 옆에는 보통 작은 불빛이 있습니다. 불빛이 켜지거나 깜박이면 물리적인 연결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빛이 전혀 없다면 케이블, 포트, 랜카드, 전원부터 봐야 합니다.

둘째, 연결된 포트를 확인합니다. 컴퓨터 A가 1번 포트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다른 포트에 꽂혀 있을 수 있습니다. 스위치는 스스로 MAC 주소를 배우지만, 사람이 장애를 찾을 때는 어느 케이블이 어느 장치로 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셋째, 같은 스위치와 같은 가까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두 컴퓨터가 같은 방에 있어도 서로 다른 장비에 꽂혀 있고 그 장비들이 이어져 있지 않다면, 같은 네트워크가 아닐 수 있습니다. 또 장비가 이어져 있더라도 설정에 따라 네트워크가 나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케이블이 실제로 이어져 있는가"와 "같은 작은 동네로 묶여 있는가"를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넷째, 장치의 네트워크 인터페이스가 켜져 있는지 봅니다. 유선 랜이 꺼져 있거나, 와이파이에만 연결되어 있거나, 운영체제가 해당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브로드캐스트가 지나갈 수 있는 범위인지 생각합니다. 같은 작은 네트워크 안에서는 모두에게 보내는 프레임이 전달됩니다. 그런데 중간에 다른 네트워크로 나뉘어 있으면 그 프레임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계는 다음 장 이후에 주소와 라우터를 배우면 더 분명해집니다.

이번 장의 핵심

방 안 네트워크는 인터넷의 가장 작은 조각입니다. 여러 컴퓨터를 스위치에 연결하면 가까운 장치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동네가 만들어집니다.

스위치는 프레임의 MAC 주소를 보고 장치가 어느 포트에 있는지 배웁니다. 알고 있는 목적지는 필요한 포트로만 보냅니다. 모르는 목적지는 여러 포트로 흘려보낼 수 있고, 모두에게 보내야 하는 프레임은 같은 네트워크 안으로 넓게 퍼뜨립니다. 이렇게 모두에게 보내는 방식이 브로드캐스트입니다.

인터넷 없이도 가까운 컴퓨터끼리 파일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가 반드시 먼 길을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적지가 같은 동네 안에 있고, 스위치가 그 길을 이어 주면 통신은 이미 성립합니다.

이제 작은 동네의 길은 생겼습니다. 다음에는 이 동네 안에서 각 장치가 어떤 주소를 가져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MAC 주소가 가까운 이름표라면, 다음 장에서 배울 IP 주소는 더 큰 길 찾기를 준비하는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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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만들기: 작은 네트워크로 배우는 인터넷의 작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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