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구분한다는 것
우리 주변의 물질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맑고 투명한 물컵 속에도 물만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소금이나 설탕이 녹아 있을 수도 있다. 공기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기체가 섞여 있다. 커피 한 잔도 물, 커피 성분, 향을 내는 물질, 때로는 설탕과 우유까지 함께 들어 있는 복잡한 물질이다.
화학에서는 이런 물질을 크게 순물질과 혼합물로 나누어 생각한다. 이 구분은 단순한 이름 붙이기가 아니다. "이 물질은 한 가지로 이루어졌을까?", "여러 가지가 섞여 있을까?", "섞여 있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를 묻는 훈련이다. 이 질문을 잘 던지면 물질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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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물질: 한 가지 물질로 이루어진 것
순물질은 한 가지 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어느 부분을 떠서 보아도 같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일정한 성질을 가진다. 예를 들어 순수한 물은 물 분자 H₂O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산소 기체는 산소 분자 O₂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설탕은 설탕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순물질은 다시 원소와 화합물로 나눌 수 있다.
원소는 더 간단한 다른 물질로 나눌 수 없는 기본 종류의 물질이다. 산소, 철, 구리, 탄소 같은 것이 원소이다. 철 조각은 철 원자로 이루어진 순물질이다. 산소 기체는 산소 원자들이 결합한 산소 분자로 이루어진 순물질이다.
화합물은 두 종류 이상의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만들어진 순물질이다. 물 H₂O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 나트륨 NaCl은 나트륨과 염소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설탕도 탄소, 수소, 산소가 일정한 방식으로 결합한 화합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화합물도 순물질이라는 것이다. "여러 원소가 들어 있으니 혼합물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화합물에서는 원소들이 아무렇게나 섞인 것이 아니라 화학 결합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따로 섞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질을 가진 물 분자로 존재한다.
혼합물: 여러 물질이 섞여 있는 것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 있는 것이다. 혼합물에서는 각 물질이 자기 성질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그리고 섞이는 비율이 꼭 일정하지 않다.
소금물을 생각해 보자. 소금을 조금 넣으면 싱거운 소금물이 되고, 많이 넣으면 짠 소금물이 된다. 그래도 둘 다 소금물이다. 소금물 속에는 물과 소금이 함께 들어 있다. 소금은 물에 녹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물 분자 사이에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퍼져 있는 것이다.
커피도 혼합물이다. 커피 가루에서 물에 녹아 나온 여러 성분이 물과 섞여 있다. 설탕을 넣으면 설탕도 함께 섞인다. 우유를 넣으면 지방, 단백질, 물 등이 더해진다. 컵 안의 커피는 한 가지 물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물질이 섞인 혼합물이다.
공기도 대표적인 혼합물이다. 공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밖에 아르곤, 이산화 탄소, 수증기 등이 조금씩 들어 있다. 우리는 공기를 한 덩어리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여러 기체가 섞인 것이다.
겉보기와 실제 구성이 다를 수 있다
혼합물은 겉모습에 따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전체가 고르게 섞여 한 가지처럼 보이는 혼합물이다. 소금물, 설탕물, 공기가 여기에 가깝다. 이런 혼합물은 어느 부분을 떠도 성분이 거의 비슷하다. 맑은 소금물은 보기에는 물처럼 보이지만, 맛을 보면 소금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부분에 따라 성분이 달라 보이는 혼합물이다. 흙탕물, 샐러드, 모래와 철가루의 혼합물처럼 눈으로도 여러 성분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다. 흙탕물은 시간이 지나면 흙 알갱이가 아래로 가라앉기도 한다.
우유는 조금 더 흥미로운 예이다. 우유는 하얗고 고르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 속에 지방 방울, 단백질, 당, 무기질 등이 아주 작게 퍼져 있는 혼합물이다. 너무 작아서 눈에는 하나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물질을 볼 때는 "보기에 하나인가?"보다 "실제로 어떤 입자들이 들어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바닷물도 마찬가지다. 투명하게 보이는 바닷물 속에는 물, 소금, 여러 무기질, 아주 적은 양의 기체와 유기물이 들어 있다. 맑다고 해서 순물질은 아니다.
혼합물은 성질의 차이로 분리한다
혼합물의 좋은 점은 성분들이 화학 결합으로 완전히 새 물질이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적절한 방법을 쓰면 성분들을 나눌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기준은 물질마다 다른 성질이다.
예를 들어 모래와 물은 알갱이 크기가 다르다. 물은 작은 틈을 지나가지만 모래 알갱이는 걸린다. 이 차이를 이용하면 거름으로 분리할 수 있다.
소금물은 조금 다르다. 소금이 물에 녹아 있어 거름종이로는 분리되지 않는다. 소금 입자가 물속에 너무 작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물과 소금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할 수 있다. 물은 가열하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고, 소금은 남는다.
즉, 분리는 "무엇이 다르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가?"를 찾는 과정이다. 알갱이 크기, 끓는점, 녹는 정도, 자석에 붙는 성질, 종이나 액체에 달라붙는 정도 같은 차이가 분리의 열쇠가 된다.
대표적인 분리 방법
거름은 알갱이 크기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모래가 섞인 물을 거름종이에 부으면 물은 통과하고 모래는 남는다.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도 비슷한 원리가 쓰인다. 물에 녹아 나온 커피 성분은 아래로 내려가지만, 큰 커피 가루는 필터에 남는다.
증발은 액체를 기체로 날려 보내고 남은 물질을 얻는 방법이다. 소금물을 넓은 그릇에 두고 물을 날려 보내면 소금이 남는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 염전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햇빛과 바람이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 결정이 남는다.
증류는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액체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소금물을 끓이면 물이 먼저 수증기가 된다. 이 수증기를 차갑게 식히면 다시 액체 물이 된다. 이렇게 얻은 물은 소금이 거의 없는 물이다. 증류는 단순히 물을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날아간 기체를 다시 모은다는 점이 중요하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성분마다 이동하는 속도가 다른 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어려운 말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종이에 사인펜 점을 찍고 아래쪽을 물에 살짝 담그면, 물이 종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잉크 성분을 함께 끌고 간다. 이때 어떤 색소는 물을 잘 따라가고, 어떤 색소는 종이에 더 잘 붙어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하나의 검은색 잉크가 여러 색으로 갈라져 보일 수 있다.
이처럼 분리 방법은 마법이 아니라 성질의 차이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분리는 생활과 산업에서 중요하다
분리 기술은 실험실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깨끗한 물을 얻는 정수 과정에는 거름과 흡착 같은 방법이 쓰인다. 흡착은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의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이다. 활성탄은 냄새나 색을 내는 작은 물질을 표면에 붙잡아 물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의약품을 만들 때도 분리는 중요하다. 약을 만들면 원하는 성분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산물이 함께 생길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성분을 골라내고 불순물을 제거해야 안전한 약이 된다. 아주 적은 양의 불순물도 사람 몸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검사에서도 분리와 분석이 쓰인다. 음료에 어떤 색소가 들어 있는지, 식품에 원하지 않는 물질이 섞였는지, 농산물에 남아 있는 물질이 기준을 넘지 않는지 확인할 때 여러 분리 방법을 활용한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이런 검사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고, 원유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나누고, 공기에서 산소와 질소를 분리하는 일도 모두 혼합물을 다루는 기술이다. 우리가 쓰는 많은 물질은 자연에서 바로 순수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섞인 것에서 필요한 성분을 골라낸 결과이다.
순물질과 혼합물을 구분하는 생각법
어떤 물질을 만났을 때 다음 질문을 해 보자.
첫째, 한 가지 입자로만 이루어져 있는가? 그렇다면 순물질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여러 물질이 섞여 있지만 겉으로 하나처럼 보이는가? 그렇다면 소금물이나 공기 같은 혼합물일 수 있다.
셋째, 성분의 비율이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 커피는 진하게도, 연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혼합물이다.
넷째, 물리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가? 거름, 증발, 증류,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방법으로 성분을 나눌 수 있다면 혼합물이다.
반대로 화합물은 단순히 거르거나 끓이는 것만으로 원소로 나뉘지 않는다. 물을 끓이면 수소와 산소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가 된다. 물 분자 자체는 그대로이고 상태만 바뀐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누려면 화학 반응이 필요하다. 이 차이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화학 반응을 이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확인 질문
순물질과 혼합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물은 화합물인데도 순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소금물은 투명해 보이지만 혼합물이다. 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모래 섞인 물과 소금물은 각각 어떤 방법으로 분리하는 것이 알맞을까?
크로마토그래피는 성분의 어떤 차이를 이용하는 분리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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