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다 함께 있을 때 안정한 경우
원자는 아주 작지만, 아무렇게나 붙어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원자는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원자와 결합했을 때 더 안정합니다. 여기서 안정하다는 말은 쉽게 말해 "에너지가 낮고, 쉽게 다른 상태로 변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공을 언덕 위에 올려놓으면 조금만 건드려도 굴러 내려갑니다.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반대로 공이 골짜기 아래에 있으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안정한 상태입니다. 원자도 비슷합니다. 원자들은 주변 조건에 따라 에너지가 더 낮은 상태가 되도록 전자를 주고받거나 함께 쓰며 결합합니다.
지난 장에서 원자의 바깥쪽 전자인 원자가 전자가 화학 반응과 결합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화학 결합에서 핵심은 바로 이 전자입니다. 원자핵 깊은 곳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대체로 그대로 있고, 바깥쪽 전자들이 움직이거나 함께 쓰이면서 결합이 생깁니다.
주기율표의 맨 오른쪽에는 헬륨, 네온, 아르곤 같은 비활성 기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원자와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바깥쪽 전자 배치가 비교적 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원자는 이런 안정한 전자 배치와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전자를 얻거나 잃거나 공유합니다. 물론 원자가 실제로 '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화학 결합은 원자들이 더 안정한 상태가 되도록 서로 붙잡아 주는 힘입니다. 결합 방식에 따라 물질의 성질도 달라집니다. 물, 소금, 철이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이는 까닭도 원자들이 결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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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를 함께 쓰는 공유 결합
첫 번째 결합 방식은 공유 결합입니다. 공유 결합은 두 원자가 전자를 서로 함께 쓰면서 생기는 결합입니다. '공유'라는 말 그대로, 전자를 한쪽이 완전히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 분자를 생각해 봅시다. 물은 화학식으로 H₂O라고 씁니다.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해 하나의 물 분자를 이룹니다. 산소 원자는 바깥쪽 전자 배치가 더 안정해지려면 전자를 더 함께 써야 합니다. 수소 원자도 혼자 있을 때보다 전자를 함께 쓰면 더 안정해집니다. 그래서 산소 원자는 두 수소 원자와 각각 전자를 공유합니다.
이때 산소와 수소가 전자를 완전히 똑같이 나누어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산소는 수소보다 전자를 더 세게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물 분자 안에서는 산소 쪽이 약간 마이너스 전하를 띠고, 수소 쪽이 약간 플러스 전하를 띱니다. 이 작은 차이 때문에 물은 여러 특별한 성질을 가집니다. 물이 소금이나 설탕을 잘 녹이고, 생명체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분자의 성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유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물, 이산화 탄소, 산소 기체, 설탕, 플라스틱의 많은 부분이 공유 결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공유 결합은 보통 비금속 원소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비금속 원소는 전자를 완전히 내놓기보다 서로 함께 쓰는 방식으로 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유 결합을 사람 사이의 공동 사용 물건으로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쓰기에는 부족한 물건을 함께 쓰면 둘 다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자도 전자를 함께 쓰면서 더 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다만 실제 전자는 물건처럼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들 주변에 퍼져 움직인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전자를 주고받는 이온 결합
두 번째 결합 방식은 이온 결합입니다. 이온 결합은 원자가 전자를 주고받아 플러스 전하와 마이너스 전하를 띤 이온이 되고, 이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생기는 결합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소금입니다. 우리가 먹는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 나트륨, 화학식으로 NaCl입니다. 나트륨 원자는 바깥쪽 전자 1개를 잃으면 더 안정한 전자 배치에 가까워집니다. 반대로 염소 원자는 전자 1개를 얻으면 더 안정한 전자 배치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나트륨은 전자 1개를 잃고 나트륨 이온 Na⁺이 됩니다. 염소는 전자 1개를 얻고 염화 이온 Cl⁻이 됩니다.
나트륨 이온은 플러스 전하를 띠고, 염화 이온은 마이너스 전하를 띱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서로 끌어당깁니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전기적 끌림이 이온 결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소금은 물 분자처럼 NaCl 하나하나가 독립된 작은 분자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체 소금에서는 수많은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규칙적으로 번갈아 배열되어 큰 결정을 이룹니다. 따라서 NaCl이라는 식은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1:1 비율로 모여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소금 알갱이는 작아 보여도, 그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온들이 질서 있게 줄지어 있습니다.
이온 결합 물질은 성질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소금처럼 단단한 결정인 경우가 많고, 녹는점이 높은 편입니다. 또 고체 상태에서는 이온들이 제자리에 묶여 있어서 전기가 잘 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에 녹거나 액체가 되면 이온들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때 전기가 흐를 수 있습니다. 소금물이 맹물보다 전기를 더 잘 통하는 까닭도 물속에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속 원자들이 함께 만드는 금속 결합
세 번째 결합 방식은 금속 결합입니다. 금속 결합은 금속 원자들이 바깥쪽 전자를 여러 원자가 함께 나누어 쓰는 방식의 결합입니다. 공유 결합이 몇몇 원자 사이에서 전자를 함께 쓰는 것이라면, 금속 결합에서는 많은 금속 원자들이 전자를 넓게 함께 사용합니다.
금속을 이루는 원자들은 바깥쪽 전자를 비교적 쉽게 내놓는 편입니다. 이 전자들은 특정한 원자 하나에만 단단히 묶이지 않고 금속 전체에 퍼져 움직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금속 안에는 금속 양이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사이를 전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움직이기 쉬운 전자를 자유 전자라고 부릅니다.
자유 전자 덕분에 금속은 전기를 잘 통합니다. 전기는 전하의 흐름입니다. 금속 안에는 움직일 수 있는 전자들이 많으므로, 전선에 전압을 걸면 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류가 흐릅니다. 구리나 알루미늄이 전선 재료로 쓰이는 이유도 금속 결합과 관련이 있습니다.
금속은 잘 휘고 잘 펴지는 성질도 가집니다. 철사처럼 길게 뽑히는 성질을 연성, 얇은 판으로 펴지는 성질을 전성이라고 합니다. 금속 원자들이 층처럼 배열되어 있을 때 힘을 받으면 층이 조금 밀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유 전자들이 금속 양이온들을 계속 붙잡아 주기 때문에 금속 전체가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온 결합 물질인 소금 결정은 힘을 받으면 쉽게 쪼개질 수 있습니다. 결정의 층이 밀리면 같은 전하끼리 마주 보게 되어 서로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금은 망치로 치면 부서지지만, 금속은 두드리면 납작하게 펴질 수 있습니다. 결합 방식이 성질을 바꾸는 좋은 예입니다.
결합이 다르면 물질의 성질도 달라진다
원자들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됩니다.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공유 결합하면 물이 됩니다. 나트륨과 염소가 전자를 주고받아 이온 결합을 만들면 짠맛이 나는 소금이 됩니다. 철 원자들이 금속 결합으로 모이면 단단하고 전기가 통하는 철이 됩니다.
이것이 화학 결합을 배우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화학 결합은 단순히 "원자들이 붙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질의 녹는점, 단단함, 전기 전도성, 물에 녹는 정도, 휘어지는 성질을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물은 실온에서 액체이고, 설탕은 물에 잘 녹으며, 소금물은 전기를 통하고, 구리선은 전기를 멀리까지 전달합니다. 이런 차이는 물질을 이루는 입자와 결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눈에는 모두 평범한 물건처럼 보이지만,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전자를 공유하거나 주고받거나 넓게 나누어 쓰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화학 결합을 이해하면 물질을 외우지 않고도 성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은 어떤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까?", "전자는 어떻게 움직일까?", "입자들은 서로 얼마나 강하게 붙어 있을까?" 이런 질문이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는 길을 열어 줍니다.
간단히 정리하기
화학 결합은 원자들이 더 안정한 상태가 되도록 전자와 관련된 변화를 일으키며 서로 붙어 있는 힘입니다. 공유 결합은 전자를 함께 쓰는 결합입니다. 물 분자처럼 비금속 원자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온 결합은 전자를 주고받아 생긴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끌어당기는 결합입니다. 소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금속 결합은 금속 원자들이 자유 전자를 함께 나누어 쓰는 결합입니다. 이 때문에 금속은 전기를 잘 통하고 잘 휘어집니다.
결국 결합의 방식은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물질이 왜 단단한지, 왜 전기가 통하는지, 왜 물에 녹는지 알고 싶다면 원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확인 질문
원자들이 결합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어떤 점에서 더 안정해질 수 있을까요?
공유 결합에서 원자들은 전자를 어떻게 사용하나요?
소금이 만들어질 때 나트륨 원자와 염소 원자는 전자를 어떻게 주고받나요?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는 까닭을 자유 전자와 연결해 설명해 보세요.
소금은 잘 부서지지만 금속은 잘 펴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결합 방식과 연결해 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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