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는 '종류', 원자는 '알갱이'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물질이 아주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 입자 중에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알갱이를 원자라고 했다. 이번 장에서는 원자와 함께 자주 나오는 말인 원소를 살펴보자.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종류를 뜻한다. 반면 원자는 그 원소에 속하는 실제 알갱이 하나를 뜻한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말이 아니다.
레고 블록으로 비유해 보자. 빨간 블록, 파란 블록, 노란 블록처럼 블록의 "종류"를 말할 때가 있다. 이것이 원소에 가깝다. 그리고 손에 쥔 빨간 블록 한 개, 파란 블록 한 개처럼 실제 "블록 하나"를 말할 때가 있다. 이것이 원자에 가깝다.
예를 들어 산소는 원소의 이름이다. 산소 원자 하나, 산소 원자 두 개처럼 말할 때는 실제 작은 알갱이를 가리킨다. 철도 마찬가지다. 철은 원소의 이름이고, 철 원자 하나하나는 철이라는 원소에 속한 알갱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원소: 물질을 이루는 기본 종류
원자: 어떤 원소에 속하는 아주 작은 알갱이 하나
"탄소는 생명체를 이루는 중요한 원소다"라고 말하면 물질을 이루는 종류를 말하는 것이다. "탄소 원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긴 사슬을 만든다"라고 말하면 실제 알갱이들의 배열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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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원소들
원소 이름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원소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다. 물을 이루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물 분자 H₂O에는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들어 있다. 수소는 연료로도 주목받는다. 수소가 산소와 반응하면 물이 생기고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산소는 우리가 숨 쉴 때 꼭 필요한 원소다. 공기 속에는 산소가 들어 있고, 우리 몸은 산소를 이용해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산소는 불이 타는 데에도 깊이 관련된다. 초를 유리컵으로 덮으면 불이 꺼지는 이유도 컵 안의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탄소는 생명과 매우 가까운 원소다.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같은 물질에는 탄소가 들어 있다. 숯도 탄소가 많은 물질이고, 연필심에 들어 있는 흑연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다이아몬드도 탄소 원자들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같은 탄소라도 원자들이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일 수 있다.
철은 단단하고 튼튼해서 건물, 자동차, 공구 등에 많이 쓰인다. 철은 금속 원소의 대표적인 예다. 다만 철은 물과 산소를 만나면 녹이 슬 수 있다. 붉은 갈색 녹은 철이 산소와 반응해 생긴 새로운 물질이다.
나트륨은 조금 조심해서 이해해야 한다. 나트륨은 금속 원소이고, 순수한 나트륨 금속은 물과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소금에도 나트륨이 들어 있다. 그렇다고 소금이 순수한 나트륨 금속과 같은 성질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가 결합해 생긴 물질이다. 원소가 다른 원소와 결합하면 성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은 화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떤 물질에 특정 원소가 들어 있다고 해서, 그 물질이 그 원소의 순수한 상태와 같은 성질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소의 기본 성격을 알면 물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생긴다.
주기율표는 원소의 지도다
원소가 많아지면 하나하나 외우기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소들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리했다. 그 표가 주기율표다.
주기율표를 처음 보면 작은 칸이 빽빽하게 모인 암기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기율표는 단순히 이름을 외우라고 만든 표가 아니다. 주기율표는 원소들의 성질을 정리한 지도에 가깝다.
지도에서 산, 강, 도로의 위치를 보면 그 지역의 모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주기율표도 비슷하다. 어떤 원소가 표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면 그 원소가 금속에 가까운지, 기체로 존재하기 쉬운지, 다른 원소와 어떤 식으로 반응하기 쉬운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주기율표의 한 칸에는 보통 원소 이름, 원소 기호, 원자 번호가 적혀 있다. 원자 번호는 원소마다 붙어 있는 고유한 번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번호가 왜 중요한지는 원자의 구조를 배울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소는 보통 C로 나타낸다. 산소는 O, 수소는 H, 철은 Fe, 나트륨은 Na로 쓴다. 이런 짧은 글자를 원소 기호라고 한다. 원소 기호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같은 원소를 같은 방식으로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속이다.
원소 기호가 항상 한국어 이름의 첫 글자와 맞지는 않는다. 철이 I가 아니라 Fe인 이유는 라틴어 이름에서 온 기호이기 때문이다. 나트륨도 S가 아니라 Na를 쓴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자주 만나는 원소부터 익히면 된다.
가로줄은 성질이 조금씩 변하는 길이다
주기율표의 가로줄을 주기라고 한다. 주기는 원소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열된 줄이다.
가로줄을 따라가면 원소의 성질이 조금씩 변한다. 한 줄의 왼쪽에는 금속 성질이 강한 원소들이 많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비금속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많아진다. 맨 오른쪽 끝에는 다른 원소와 잘 반응하지 않는 원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비활성 기체라고 부른다. "비활성"은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같은 가로줄에서 왼쪽에 있는 나트륨은 금속이고 반응성이 크다. 반면 오른쪽에 있는 염소는 비금속이며, 나트륨과 결합해 소금을 만들 수 있다. 더 오른쪽 끝의 아르곤은 다른 원소와 쉽게 반응하지 않는 기체다.
물론 지금 모든 이유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왜 이런 규칙이 생기는지는 원자 안의 전자와 관련이 있다. 전자는 원자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은 입자인데,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지금은 주기율표의 가로줄을 보면 성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정도를 잡으면 충분하다.
세로줄은 닮은 원소들의 모임이다
주기율표의 세로줄을 족이라고 한다. 같은 세로줄에 있는 원소들은 서로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활동을 하거나 공통된 특징을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전자가 놓이는 방식이 비슷해서 화학적 행동도 닮는 경우가 많다. 전자 배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나오므로, 여기서는 "같은 세로줄이면 성질이 닮는 일이 많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나트륨과 칼륨은 같은 세로줄에 있다. 둘 다 물과 잘 반응하는 금속이다. 그래서 순수한 상태로 물에 넣으면 위험할 수 있다. 반대로 헬륨, 네온, 아르곤처럼 맨 오른쪽 세로줄에 있는 원소들은 대체로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 네온사인에 쓰이는 네온도 이 무리에 속한다.
이처럼 주기율표에서 세로줄은 매우 중요하다. 낯선 원소를 보더라도 같은 세로줄에 있는 익숙한 원소를 떠올리면 성질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비듐이라는 원소를 처음 보았다고 하자. 이름만 보면 아무것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주기율표에서 루비듐이 나트륨, 칼륨과 같은 세로줄에 있다는 것을 알면 "아, 물과 잘 반응하는 금속일 가능성이 크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주기율표를 읽는 힘이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
주기율표를 읽을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큰 구분은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다.
금속 원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
반짝이는 광택이 있다.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한다.
두드리거나 잡아당기면 모양이 바뀔 수 있다.
대부분 상온에서 고체다.
철, 구리, 알루미늄, 금, 은, 나트륨 등이 금속 원소에 속한다. 전선에 구리를 쓰는 이유는 구리가 전기를 잘 통하기 때문이다. 냄비에 금속을 쓰는 이유는 열이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포일이 얇게 펴질 수 있는 것도 금속의 성질과 관련이 있다.
비금속 원소는 대체로 금속과 다른 성질을 가진다.
광택이 약하거나 없다.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체일 때 잘 부서지는 경우가 있다.
상온에서 기체인 원소도 많다.
산소, 질소, 탄소, 황, 염소 등이 비금속 원소에 속한다. 산소와 질소는 공기 속에 들어 있는 기체다. 탄소는 비금속이지만 흑연처럼 전기를 어느 정도 통하는 예외도 있다. 그래서 "항상 그렇다"보다는 "대체로 그렇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주기율표에서는 보통 왼쪽과 가운데에 금속 원소가 많고, 오른쪽 위쪽에 비금속 원소가 많다. 수소는 특별하다. 주기율표의 왼쪽 위에 있지만 금속이 아니라 비금속으로 다룬다. 주기율표를 읽을 때는 큰 흐름을 먼저 보고, 예외는 나중에 하나씩 익히면 된다.
원소의 위치가 힌트가 된다
주기율표는 모든 것을 한눈에 완벽히 알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주 좋은 힌트를 준다.
어떤 원소가 왼쪽에 있다면 금속 성질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 위에 있다면 비금속 성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맨 오른쪽 세로줄에 있다면 반응을 잘 하지 않는 기체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세로줄에 있는 원소들은 서로 닮은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주기율표는 외울 내용이 가득한 벽이 아니라, 낯선 원소를 만났을 때 길을 알려 주는 지도다. 처음부터 모든 원소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수소, 산소, 탄소, 철, 나트륨처럼 자주 만나는 원소부터 익히고, 그 원소들이 주기율표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화학을 배운다는 것은 원소 이름을 많이 외우는 일이 아니다. 원소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놓여 있고, 그 위치가 성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주기율표를 읽을 줄 알면 처음 보는 원소도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다.
확인 질문
원소와 원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종류"와 "알갱이"라는 말을 사용해 설명해 보세요.
물 H₂O에는 어떤 원소가 들어 있나요?
주기율표에서 가로줄과 세로줄은 각각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같은 세로줄에 있는 원소들이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과 관련이 있나요?
금속 원소가 생활 속에서 전선이나 냄비에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주기율표는 원소 이름을 외우는 표가 아니라, 원소의 성질을 읽는 지도다. 이 지도를 보는 법을 알면 화학의 길이 훨씬 덜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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