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힘
우리는 손에 잡히는 것만 진짜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물컵은 보이고, 소금 알갱이는 보이고, 설탕도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화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물컵 속의 물, 소금 한 알, 설탕 한 숟가락도 더 작게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입자란 물질을 이루는 아주 작은 알갱이를 뜻합니다. 먼지처럼 작은 알갱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현미경으로도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말입니다.
화학에서 이 생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이 끓는 까닭, 설탕이 물에 녹는 까닭, 소금물이 짠 까닭, 철이 녹스는 까닭을 이해하려면 겉모습만 보아서는 부족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떨어지고, 붙고, 바뀌는지 상상해야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입자 모형입니다. 모형은 실제를 똑같이 복사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대상을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지구본이 실제 지구보다 작고 단순하지만 지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입자 모형은 물질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모형은 어디까지나 설명 도구입니다. 그림에 그린 동그라미가 실제 입자의 모습과 똑같다는 뜻은 아니고, 입자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쉽게 나타낸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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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물질을 이루는 기본 알갱이
화학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입자는 원자입니다.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알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원소의 성질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원소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지금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종류' 정도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철은 철 원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물질입니다. 구리는 구리 원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물질입니다. 산소, 탄소, 수소도 각각 자기만의 원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는 너무 작아서 손으로 잡거나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원자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일이 설명됩니다. 예를 들어 금속 숟가락을 아무리 작게 자른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보통 방법으로 나눌 수 없는 아주 작은 알갱이의 세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화학에서는 그 기본 단위를 원자로 봅니다.
물론 실제 원자 안에도 더 작은 입자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에서는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물질은 아무렇게나 이어진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원자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분자: 원자들이 붙어 만든 작은 팀
원자는 혼자 있기도 하지만, 여러 원자가 서로 붙어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원자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입자를 분자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분자는 원자들이 만든 작은 팀입니다.
물은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 분자 하나는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물을 화학식으로 H₂O라고 씁니다. 여기서 H는 수소, O는 산소를 뜻합니다. 숫자 2는 수소 원자가 2개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산소도 분자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 산소는 보통 산소 원자 2개가 결합한 산소 분자입니다. 이산화탄소는 탄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2개가 결합한 분자입니다. 우리가 숨을 내쉴 때 나오는 기체 중 하나입니다.
분자를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원자의 종류와 붙는 방식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소와 산소는 각각 기체이지만, 둘이 일정한 방식으로 결합하면 물이 됩니다. 탄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같은 원자라도 어떻게 묶이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블록 장난감과 비슷합니다. 같은 블록을 가지고도 자동차를 만들 수 있고, 집을 만들 수 있고, 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블록의 종류와 연결 방식이 달라지면 완성된 모습과 역할이 달라집니다. 원자와 분자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물질을 꼭 분자로만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서 볼 소금처럼, 어떤 물질은 이온들이 규칙적으로 모여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원자, 분자, 이온을 각각 구분해 익혀 두면 좋습니다.
이온: 전기를 띠는 입자
이제 세 번째 입자인 이온을 살펴봅시다. 이온은 전기를 띠는 입자입니다. 여기서 전기를 띤다는 말은 입자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성질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원자에는 전기와 관련된 작은 입자인 전자가 있습니다. 전자는 마이너스 전기를 띱니다. 자세한 구조는 뒤의 장에서 다시 배우겠지만, 지금은 전자를 '원자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이너스 입자'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보통 원자는 전체적으로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 상태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서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으면 균형이 깨집니다. 전자를 잃으면 마이너스가 줄어들기 때문에 플러스 성질을 띱니다. 반대로 전자를 얻으면 마이너스가 많아져 마이너스 성질을 띱니다.
이렇게 원자나 원자들이 모인 입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기를 띠게 된 것이 이온입니다.
전자를 잃은 입자 → 플러스 이온
전자를 얻은 입자 → 마이너스 이온
생활 속에서 이온을 만나는 대표적인 예는 소금물입니다. 우리가 먹는 소금은 염화나트륨이라는 물질입니다. 소금이 물에 녹으면 아주 작은 입자 상태로 흩어지는데, 이때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나뉘어 물속에 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금물은 순수한 물보다 전기를 더 잘 통하게 됩니다. 물속에 전기를 띠는 입자들이 있고, 그 입자들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흐르려면 전하를 가진 입자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소금물 속 이온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온은 배터리, 신경 신호, 몸속 수분 조절, 세제, 바닷물 같은 여러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직은 어렵게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이온은 전기를 띠는 입자라는 한 문장만 분명히 잡으면 됩니다.
설탕이 물에 녹는 일을 입자로 보기
이제 입자 모형으로 아주 익숙한 현상을 설명해 봅시다. 설탕을 물에 넣고 저으면 설탕 알갱이가 점점 사라집니다. 겉으로 보면 설탕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물질이 다른 물질 속에 고르게 섞여 들어가는 일을 용해라고 합니다. 설탕이 물에 녹는 것도 용해입니다.
설탕은 작은 설탕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설탕 알갱이는 많은 설탕 분자들이 모여 있는 덩어리입니다. 물에 넣기 전에는 설탕 분자들이 서로 모여 고체 알갱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에 넣고 저으면 물 분자들이 설탕 알갱이 사이로 들어가 설탕 분자들을 하나씩 떼어 냅니다.
떨어져 나온 설탕 분자들은 물 분자들 사이사이로 퍼집니다. 그래서 눈에는 설탕 알갱이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설탕 분자는 물속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설탕물을 마시면 단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설탕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너무 작은 입자로 흩어져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을 입자 모형으로 말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설탕 알갱이는 많은 설탕 분자가 모인 덩어리이다.
물 분자들이 설탕 분자를 둘러싸며 떼어 낸다.
떨어진 설탕 분자들이 물 분자 사이에 고르게 퍼진다.
설탕은 보이지 않지만 물속에 남아 있어 단맛을 낸다.
여기서 소금과 설탕의 차이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설탕은 물에 녹을 때 주로 설탕 분자 상태로 퍼집니다. 반면 소금은 물에 녹을 때 이온으로 나뉘어 퍼질 수 있습니다. 둘 다 눈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입자 수준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입자 모형으로 세상을 다시 보기
입자 모형을 알면 평범한 장면도 다르게 보입니다.
향수를 방 한쪽에서 뿌리면 시간이 지난 뒤 방 안 여러 곳에서 냄새가 납니다. 향수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입자들이 스스로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는 현상을 확산이라고 합니다.
뜨거운 물에 설탕이 더 빨리 녹는 것도 입자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물 분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설탕 분자들이 더 빨리 흩어질 수 있습니다.
물이 끓을 때도 입자 모형이 필요합니다. 물이 끓으면 물 분자들이 서로 더 멀리 떨어져 기체 상태로 움직입니다. 이때 물 분자가 다른 물질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물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종이가 타는 경우에는 단순히 입자들이 멀어지는 정도가 아닙니다. 종이를 이루던 물질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새로운 물질을 만듭니다. 그래서 재, 연기, 기체가 생깁니다. 이런 차이는 앞으로 화학 반응을 배울 때 매우 중요해집니다.
결국 화학은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의 세계를 상상하며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원자, 분자, 이온은 그 세계를 이해하는 첫 번째 언어입니다.
확인 질문
원자는 어떤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까요?
분자는 원자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이온은 왜 전기를 띠게 되나요?
설탕이 물에 녹을 때 설탕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요?
소금이 물에 녹는 경우와 설탕이 물에 녹는 경우는 입자 수준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완벽한 문장으로 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 둡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를 상상할 수 있으면, 화학의 많은 현상이 훨씬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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