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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컴퓨터 부품은 공장에서 태어난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기 신호, 트랜지스터, 논리 게이트, 메모리, CPU, 저장장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그 많은 회로는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질까?"

CPU나 메모리 칩 안에는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트랜지스터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다. 이 트랜지스터들은 손으로 납땜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장에서는 아주 깨끗한 실리콘 판 위에 얇은 막을 입히고, 빛으로 무늬를 찍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고, 전기가 흐르는 성질을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대표적인 반도체 공정은 증착, 포토리소그래피, 식각, 도핑 같은 단계가 여러 층에 걸쳐 되풀이되는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1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칩은 한 번에 완성되는 조각품이 아니다. 얇은 종이를 한 장씩 겹쳐 입체 카드를 만들듯, 아주 얇은 층을 쌓고 무늬를 새기며 조금씩 만들어진다.

칩과 기판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AI 생성 이미지

실리콘 웨이퍼: 회로가 그려질 둥근 운동장

반도체 칩의 출발점은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모래에 많이 들어 있는 이산화규소와 관련이 있지만, 칩을 만들 때는 아무 모래나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다. 매우 깨끗하게 정제한 실리콘을 사용한다. 먼저 실리콘을 긴 원기둥 모양의 결정으로 만들고, 이것을 얇게 썰어 둥근 판으로 만든다. 이 판을 웨이퍼라고 한다.2

웨이퍼는 회로가 그려질 운동장이다. 단, 보통 운동장과 달리 표면이 매우 평평하고 깨끗해야 한다. 먼지 한 알도 거대한 바위처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은 클린룸이라는 특별히 깨끗한 공간을 사용한다. 사람도 방진복을 입고 들어간다. 우리가 집에서 CPU를 직접 만들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요한 장비가 비싸서만이 아니라, 환경 자체가 극도로 정밀해야 한다.

하지만 원리는 어렵지 않다. 칩 제조는 크게 보면 네 가지 행동의 반복이다.

  • 얇은 막을 입힌다.

  • 빛으로 회로 무늬를 표시한다.

  •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낸다.

  • 일부 영역의 전기적 성질을 바꾼다.

이 네 가지 행동이 쌓이면 트랜지스터와 금속 배선이 된다.

포토리소그래피: 빛으로 찍는 초미세 도장

포토리소그래피는 이름이 길지만, 생각은 간단하다. "빛을 이용해 아주 작은 무늬를 옮겨 찍는 기술"이다.

먼저 웨이퍼 위에 빛에 반응하는 얇은 물질을 바른다. 이것을 포토레지스트라고 한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받으면 성질이 바뀌는 특수한 코팅이다. 햇빛에 색이 변하는 장난감이나 사진 필름을 떠올리면 쉽다.

그다음 회로 무늬가 들어 있는 마스크의 패턴을 빛으로 웨이퍼 위에 옮긴다. 마스크는 스텐실과 비슷하다. 스텐실 판에 별 모양 구멍을 뚫고 물감을 뿌리면 종이에 별 모양이 남는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물감 대신 빛을 사용하고, 종이 대신 웨이퍼를 사용한다. 실제 장비에서는 마스크를 웨이퍼 위에 그냥 얹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렌즈와 빛을 이용해 아주 작은 무늬를 투영한다.

빛을 받은 포토레지스트는 이후 현상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거나 사라진다. 그러면 웨이퍼 위에는 "여기는 처리하고, 저기는 보호하라"는 임시 표시가 생긴다. 이 표시가 다음 단계에서 길잡이가 된다. 실제 공정에서는 매우 짧은 파장의 빛과 정밀한 광학 장비를 사용해 아주 작은 무늬를 찍는다.1

포토리소그래피는 칩 제조의 지도 그리기다. 아직 회로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어디를 깎고 어디를 남길지 알려 주는 지도가 생긴다.

증착과 식각: 입히고, 가리고, 깎는다

증착은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과정이다. 이 막은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일 수도 있고, 전기를 막는 절연막일 수도 있으며, 반도체 성질을 가진 물질일 수도 있다. 빵에 잼을 두껍게 바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만큼 얇은 코팅을 균일하게 입히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막을 전체에 입히기만 하면 회로가 되지 않는다. 회로에는 길과 벽이 필요하다. 그래서 포토리소그래피로 무늬를 표시한 뒤, 식각을 한다. 식각은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내는 과정이다. 나무판을 조각칼로 파내듯이, 웨이퍼 위의 특정 부분을 화학 반응이나 플라스마로 제거한다.

이때 포토레지스트가 보호막 역할을 한다. 덮여 있는 곳은 남고, 열린 곳은 깎인다. 그래서 "입힌다 → 무늬를 찍는다 → 깎는다"가 한 묶음처럼 자주 등장한다.

이 과정을 한 번만 하면 단순한 무늬가 생긴다. 하지만 칩에는 트랜지스터, 절연층, 금속 배선이 여러 층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공정은 여러 번 반복된다. 마치 도시를 만들 때 먼저 땅을 다지고, 도로를 놓고, 전선관을 묻고, 건물을 세우는 과정을 층층이 반복하는 것과 같다.

도핑: 실리콘에 성격을 부여하기

실리콘은 그냥 두면 컴퓨터가 원하는 방식으로 완벽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곳은 전기가 잘 흐르게 하고, 어떤 곳은 조건이 맞을 때만 흐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도핑을 한다.

도핑은 실리콘 속에 아주 적은 양의 다른 원자를 넣어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과정이다. 요리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맛이 달라지듯, 실리콘에 특정 원자를 조금 넣으면 전자가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원자는 움직일 수 있는 전자를 더 쉽게 만들고, 어떤 원자는 전자가 비어 있는 자리처럼 행동하는 공간을 만든다. 이 빈자리를 보통 정공이라고 부른다. 반도체에서는 이런 차이를 이용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영역과 막히는 영역을 정한다. 실제 공장에서는 이온 주입 같은 방법으로 선택된 위치에 원자를 넣어 트랜지스터의 중요한 부분을 만든다.3

도핑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불순물을 넣는다"는 말에 놀라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불순물은 더러운 먼지가 아니다. 정해진 종류와 양으로 넣는 조절 재료다. 설탕물에 설탕 한 숟가락을 정확히 넣는 것처럼, 실리콘의 성격을 계산해서 바꾸는 일이다.

금속 배선: 칩 안의 좁은 도로

트랜지스터 하나만 있으면 컴퓨터가 되지 않는다. 트랜지스터의 출력이 다른 트랜지스터의 입력으로 이어져야 논리 게이트가 되고, 논리 게이트가 이어져 ALU와 제어장치가 된다.

그래서 칩 안에는 금속 배선층이 필요하다. 금속 배선은 칩 내부의 도로망이다. 어떤 길은 데이터를 보내고, 어떤 길은 제어 신호를 보내며, 어떤 길은 전원을 공급한다. 이 배선도 증착과 포토리소그래피, 식각 같은 과정을 이용해 만든다. 매우 좁은 길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리고, 층 사이에는 작은 구멍을 통해 위아래를 연결한다.

이제 우리가 앞에서 배운 버스와 데이터 경로를 떠올릴 수 있다. 책에서는 선으로 단순하게 그렸지만, 실제 칩 안에서는 그 선들이 얇은 금속 길로 존재한다.

패키징: 작은 칩에 손잡이를 달아 주기

웨이퍼 위에는 똑같거나 비슷한 칩이 바둑판처럼 많이 만들어진다. 공정이 끝나면 웨이퍼를 검사해 제대로 동작하는 칩과 문제가 있는 칩을 구분한다. 그다음 웨이퍼를 잘라 개별 칩으로 나눈다. 이렇게 잘린 한 조각을 보통 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이는 너무 작고 약하다. 그대로는 메인보드나 기판에 연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패키징이 필요하다.

패키징은 칩에 집과 손잡이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작은 다이를 받침 기판 위에 올리고, 칩의 접점을 외부 연결부와 이어 준다. 연결 방식에는 아주 가는 금속선으로 잇는 방식도 있고, 작은 금속 돌기들을 이용해 뒤집어 붙이는 방식도 있다. 그런 다음 칩을 보호 재료로 감싸고, 열을 잘 빼내도록 구조를 만든다.1

우리가 보는 CPU의 금색 접점, 메모리 칩의 금속 연결부, 작은 검은 사각형 부품은 대부분 패키징이 끝난 모습이다. 안쪽에는 미세한 회로가 있고, 바깥쪽에는 사람이 다룰 수 있는 크기의 연결부가 있다. 패키징은 칩과 바깥세상 사이의 통역 장치인 셈이다.

인쇄회로기판: 부품들이 만나는 도시 지도

칩이 완성되어도 혼자서는 컴퓨터가 되지 않는다. CPU는 메모리와 이야기해야 하고, 저장장치와도 연결되어야 하며, 전원도 받아야 한다. 이 연결 무대가 인쇄회로기판, 즉 PCB다.

PCB는 보통 단단한 절연판 위에 얇은 구리층을 붙여 만든다. 구리는 전기가 잘 흐르므로 신호가 지나다니는 길이 된다. 제조 과정에서는 필요한 구리 길만 남기고 나머지를 제거해 트레이스라는 배선을 만든다. 트레이스는 PCB 위의 도로다.

부품이 앉는 자리에는 패드가 있다. 패드는 납땜을 위한 자리다. 칩, 저항, 커패시터 같은 부품의 다리나 금속 접점이 이 패드에 붙는다. 여러 층짜리 PCB에서는 위층과 아래층의 구리 길을 연결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만들고, 그 안쪽을 금속으로 이어 준다. 이런 구멍을 비아라고 한다.

PCB도 반도체 공정처럼 무늬를 만들고 불필요한 구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제작될 수 있다. 빛에 반응하는 막을 이용해 원하는 배선 무늬를 남기고, 노출된 구리를 식각해 회로 길을 만드는 식이다.4 마지막에는 초록색으로 많이 보이는 솔더 마스크를 입힌다. 솔더 마스크는 납땜이 엉뚱한 곳에 번지지 않게 막고, 구리 길을 보호한다.

칩과 기판이 만나 컴퓨터가 된다

이제 큰 그림을 연결해 보자.

칩 안에서는 트랜지스터가 논리 게이트를 만들고, 논리 게이트가 덧셈 회로와 기억 회로와 제어 회로를 만든다. 그 칩은 패키징을 통해 외부 접점을 얻는다. PCB는 그 접점들을 구리 길로 이어 CPU, 메모리, 저장장치, 입력과 출력 장치를 연결한다.

즉, 컴퓨터는 한 덩어리로 갑자기 태어나지 않는다.

  • 실리콘 위에 아주 작은 스위치를 만든다.

  • 스위치들을 회로로 연결한다.

  • 칩을 잘라 보호하고 외부 접점을 붙인다.

  • PCB 위의 구리 길로 여러 부품을 연결한다.

  • 전원이 들어오면 신호가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인다.

집에서 CPU를 직접 굽거나 웨이퍼를 식각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모형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종이에 도시 지도를 그리고, 스티커를 칩이라고 정한 뒤, 색연필 선을 데이터 길과 전원 길로 그려 보자. 어떤 선은 주소 버스, 어떤 선은 데이터 버스, 어떤 선은 전원이라고 이름 붙이면 된다. 실제 공장의 장비는 훨씬 정밀하지만, 생각의 뼈대는 같다.

컴퓨터 만들기의 핵심은 "작은 스위치를 많이 만든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스위치들을 정확한 위치에 만들고, 서로 이어 주고, 바깥 부품과 대화할 수 있게 길을 내는 것까지 포함한다. 칩은 생각하는 회로의 도시이고, 기판은 그 도시들을 이어 주는 도로망이다.

다음에는 이 하드웨어가 전원을 받은 뒤,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첫 명령을 깨우는지 살펴볼 것이다.

참고

1ASML, 6 crucial steps 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2Semiconductor Manufacturing Process – Steps, Technology, Flow Chart

3Sharretts Plating, How Are Semiconductors Made?

4WellPCB, Photolithography Technology – The Most Useful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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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해하는 컴퓨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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