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장아찌는 왜 배워야 할까
김치와 장아찌는 한국 밥상에서 맛의 중심을 잡아 주는 저장 반찬이다. 밥, 국, 반찬만으로 한 끼가 조금 밋밋할 때 김치의 신맛과 장아찌의 짭짤한 맛이 입맛을 살린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리가 다르다.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뒤 양념을 넣고 익히는 발효 음식이다. 시간이 지나며 신맛과 깊은 맛이 생긴다.
장아찌는 채소를 간장, 식초, 설탕, 소금이 들어간 절임물에 담가 맛을 배게 하는 음식이다. 발효보다 절임의 성격이 강하다.
초절임은 식초의 신맛을 중심으로 짧게 절여 바로 먹는 반찬이다. 무, 양파, 오이에 잘 맞는다.
초보자는 배추김치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 김치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절이고, 헹구고, 양념하고, 익히는 순서를 알면 깍두기나 겉절이도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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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의 전체 흐름
배추김치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눈다.
절이기 → 헹구기 → 양념 만들기 → 버무리기 → 익히기
이 순서만 기억해도 김치가 왜 짜지거나 싱거워지는지 이해하기 쉽다.
1단계: 절이기
절이기는 배추의 숨을 죽이고, 속까지 간이 들어가게 하는 과정이다. 생배추는 뻣뻣하고 수분이 많아 양념이 겉돌기 쉽다. 소금에 절이면 배추가 부드러워지고 양념이 잘 붙는다.
배추 1포기, 약 2kg 기준이다.
배추 1포기: 약 2kg
굵은소금: 종이컵 1컵, 약 150g
물: 종이컵 5컵, 약 900ml
배추를 반으로 가르고, 물에 소금의 절반 정도를 풀어 소금물을 만든다. 배추를 소금물에 적신 뒤 줄기 쪽 사이사이에 남은 소금을 조금씩 뿌린다. 잎 부분보다 두꺼운 줄기 부분에 소금을 더 넣어야 고르게 절여진다.
상온에서 4~6시간 정도 절인다. 중간에 한 번 위아래를 바꾸면 간이 고르게 든다. 배추 줄기를 살짝 구부렸을 때 부러지지 않고 휘면 잘 절여진 것이다.
2단계: 헹구고 물기 빼기
절인 배추는 흐르는 물에 2~3번 헹군다. 이때 소금을 모두 빼겠다고 오래 담가 두면 배추가 싱거워진다. 겉에 남은 소금기만 씻어 낸다는 느낌이면 충분하다.
헹군 배추는 체에 엎어 1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물기가 너무 많으면 양념이 묽어지고 김치 맛이 흐려진다. 반대로 너무 오래 말리면 배추가 마르고 질겨질 수 있다.
3단계: 양념 만들기
김치 양념은 매운맛, 짠맛, 감칠맛, 단맛이 함께 들어간다. 처음에는 재료를 많이 넣기보다 기본 양념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배추 1포기 기준 기본 양념은 다음과 같다.
고춧가루: 종이컵 1컵, 약 70g
멸치액젓 또는 까나리액젓: 1/3컵, 약 60ml, 밥숟가락 4큰술
다진 마늘: 3큰술, 약 45g
다진 생강: 1작은술, 약 5g
설탕 또는 매실청: 1큰술
무채: 2줌, 약 300g
쪽파 또는 대파: 1줌, 약 80g
조금 더 부드러운 양념을 원하면 찹쌀풀을 넣는다. 찹쌀풀은 양념이 배추에 잘 붙도록 도와준다. 작은 냄비에 물 1컵, 찹쌀가루 1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저어 가며 끓인다. 묽은 미음처럼 되면 식혀서 양념에 섞는다.
찹쌀가루가 없으면 생략해도 된다. 초보자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재료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짜지 않게 시작하는 것이다.
4단계: 버무리기
물기 뺀 배추 잎 사이에 양념을 조금씩 넣는다. 줄기 쪽은 두꺼우므로 양념을 조금 더 바르고, 잎 쪽은 가볍게 바른다. 너무 세게 문지르면 배추가 찢어지고 풋내가 날 수 있다.
버무린 김치는 밀폐용기에 담는다. 이때 위에서 살짝 눌러 공기를 빼고, 용기의 80% 정도만 채운다. 김치는 익으면서 국물이 생기고 부피가 조금 올라오기 때문이다.
5단계: 익히기
김치는 바로 냉장고에 넣어도 되고, 상온에서 조금 익힌 뒤 넣어도 된다. 실내가 따뜻한 여름에는 4~8시간 정도, 서늘한 계절에는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두면 된다.
뚜껑을 열었을 때 살짝 새콤한 향이 나고 작은 기포가 보이면 익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냉장고에 넣으면 천천히 익는다. 너무 오래 상온에 두면 금방 시어진다.
먼저 연습하기 좋은 빠른 김치
배추김치가 부담스럽다면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김치부터 연습하자. 깍두기, 오이소박이, 겉절이는 절이는 시간이 짧고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
깍두기
깍두기는 무를 깍둑썰기해 만드는 김치다. 배추보다 다루기 쉽고, 절임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기 좋다.
재료
무: 1개 중간 크기, 약 1kg
굵은소금: 1큰술
설탕: 1큰술
고춧가루: 3큰술
액젓: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3작은술
대파 또는 쪽파: 1줌
무는 한입 크기로 썬다. 소금 1큰술과 설탕 1큰술을 넣고 30분 정도 둔다. 중간에 한 번 섞는다. 무에서 물이 나오면 따라 버리고, 헹구지는 않는다.
먼저 고춧가루를 넣어 무에 붉은색을 입힌다. 그다음 액젓, 마늘, 생강, 파를 넣고 버무린다. 바로 먹으면 아삭하고, 반나절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냉장하면 국물이 생기며 맛이 부드러워진다.
겉절이
겉절이는 오래 익히지 않고 바로 먹는 김치다. 발효 맛보다 신선한 배추 맛과 양념 맛을 즐긴다.
재료
알배추 또는 배추 속잎: 500g
소금: 1큰술
고춧가루: 2큰술
액젓 또는 국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선택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바로 먹을 때만
통깨: 약간
배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소금 1큰술을 뿌려 15~20분 둔다. 숨이 살짝 죽으면 물에 가볍게 헹구고 물기를 뺀다. 양념을 넣고 손에 힘을 빼고 버무린다.
겉절이는 오래 보관하는 김치가 아니다.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하지만 오래 두면 맛이 무거워지므로 바로 먹을 양에만 넣는다.
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는 오이에 칼집을 내고 부추 양념을 채워 넣는 김치다. 오래 익히기보다 아삭할 때 먹는 것이 맛있다.
재료
오이: 4개
굵은소금: 1큰술
부추: 한 줌, 약 100g
양파 또는 당근: 조금, 약 50g
고춧가루: 3큰술
액젓: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1작은술
오이는 4~5cm 길이로 자른 뒤, 한쪽 끝을 조금 남기고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소금을 뿌려 20~30분 절인 뒤 가볍게 헹구고 물기를 뺀다.
부추는 짧게 썰고, 양파나 당근은 가늘게 썬다. 양념과 섞어 오이 칼집 사이에 채운다. 바로 먹어도 좋고,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냉장하면 양념이 더 잘 밴다.
장아찌와 초절임의 기본 비율
장아찌는 비율만 알면 재료를 바꾸기 쉽다. 양파, 오이, 무, 고추, 마늘종처럼 단단한 채소에 잘 맞는다.
간장 장아찌 기본 비율
가장 쉬운 비율은 다음과 같다.
간장 1컵, 약 180ml
물 1컵, 약 180ml
식초 1컵, 약 180ml
설탕 2/3~1컵, 약 120~180ml
단맛을 줄이고 싶으면 설탕을 2/3컵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너무 달게 만들면 되돌리기 어렵다.
냄비에 간장, 물, 설탕을 넣고 설탕이 녹을 정도로 끓인다. 불을 끈 뒤 식초를 넣는다. 손질한 채소를 깨끗한 용기에 담고 절임물을 붓는다. 양파나 무처럼 단단한 채소는 따뜻한 절임물을 부어도 좋고, 오이처럼 아삭함이 중요한 채소는 식힌 뒤 붓는 것이 낫다.
냉장고에서 하루 지나면 먹을 수 있다. 오래 두고 먹을수록 짠맛이 강해지므로, 초보자는 적은 양으로 만들어 1~2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초절임 기본 비율
초절임은 간장 없이 산뜻하게 먹는 절임이다.
식초 1컵
물 1컵
설탕 1/2컵
소금 1작은술
얇게 썬 무, 양파, 오이에 붓고 냉장고에 2~3시간 두면 먹을 수 있다. 고기 요리나 전, 튀김처럼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자주 하는 실수와 살리는 방법
김치가 너무 짤 때
가장 흔한 원인은 절인 뒤 충분히 헹구지 않았거나, 액젓과 소금을 한꺼번에 많이 넣은 경우다.
살리는 방법
버무린 직후라면 양념하지 않은 무채나 배추를 조금 더 넣는다.
먹을 때만 살짝 헹궈 물기를 짜고 참기름, 깨를 넣어 무친다.
너무 짠 김치는 찌개, 볶음밥, 김치전 재료로 쓰면 좋다.
김치통에 물을 붓는 것은 좋지 않다. 전체 맛이 흐려지고 보관성이 떨어진다.
김치가 싱거울 때
절임이 부족했거나 양념의 액젓, 소금이 적었을 수 있다.
살리는 방법
버무린 직후라면 액젓 1큰술 또는 소금 1작은술을 양념에 섞어 조금씩 추가한다.
이미 하루 이상 지난 김치라면 새 양념을 많이 넣기보다 빨리 먹는 것이 낫다.
싱거운 김치는 쉽게 물러질 수 있으므로 냉장 보관하고 오래 두지 않는다.
너무 빨리 시어질 때
상온에 오래 두었거나, 주방 온도가 높았거나, 설탕과 찹쌀풀이 많이 들어갔을 때 빨리 익는다.
살리는 방법
새콤한 향이 나기 시작하면 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이미 많이 신 김치는 생으로 먹기보다 김치찌개, 김치볶음, 김치전으로 활용한다.
다음에는 상온 숙성 시간을 줄이고, 단맛 재료를 조금 줄인다.
풋내가 날 때
채소가 충분히 절여지지 않았거나, 물기가 많거나, 양념한 뒤 바로 먹었을 때 풋내가 날 수 있다. 마늘이나 생강을 너무 많이 넣어도 날카로운 향이 난다.
살리는 방법
김치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더 두고 맛을 본다.
먹을 때 깨, 참기름을 아주 조금 넣어 향을 부드럽게 한다.
다음에는 절인 채소의 물기를 충분히 빼고, 생강은 적게 넣는다.
초보자를 위한 보관 원칙
김치와 장아찌는 깨끗한 도구로 덜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 먹던 젓가락이 들어가면 맛이 빨리 변할 수 있다. 용기는 뜨거운 물로 헹군 뒤 완전히 말려 사용한다.
김치는 용기에 담을 때 위를 눌러 공기를 줄이고, 국물이 재료를 덮도록 한다. 장아찌도 채소가 절임물 밖으로 오래 나오지 않게 한다. 위쪽 재료가 마르면 맛이 거칠어지고 상하기 쉽다.
냄새가 이상하게 썩은 듯하거나, 표면에 곰팡이가 뚜렷하게 보이거나, 끈적한 점액이 생겼다면 아깝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김치와 장아찌는 어려운 음식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채소의 물기를 소금으로 조절하고, 양념이나 절임물로 맛을 입히고, 시간으로 맛을 깊게 만든다. 이 원리를 알면 한국 요리의 깊은 맛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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