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를 알면 요리가 쉬워진다
한국 요리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조리법보다 재료 이름이 낯설기 때문일 때가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살 필요는 없다. 자주 쓰이는 재료 몇 가지와 기본 양념만 갖추면 밥, 국, 찌개, 볶음, 무침을 대부분 시작할 수 있다.
장보기의 기준은 간단하다.
여러 요리에 반복해서 쓰이는가
보관이 어렵지 않은가
초보자가 실패해도 다시 활용할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쌀, 두부, 달걀, 대파, 마늘, 양파, 무, 애호박, 버섯은 한국 집밥의 기본 재료가 된다. 여기에 간장,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식초, 액젓을 더하면 맛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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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갖추면 좋은 기본 식재료
쌀
쌀은 한국식 한 끼의 중심이다. 반찬이 조금 짜거나 매워도 밥이 있으면 맛이 맞춰진다. 처음에는 백미나 혼합 잡곡보다 백미로 시작하는 것이 쉽다. 쌀의 물 조절과 밥맛을 익힌 뒤 잡곡을 섞으면 실패가 적다.
보통 쌀 1컵은 종이컵 1컵, 약 150g 정도다. 밥을 지으면 1~2명이 먹기 좋은 양이 된다. 쌀은 냄새를 잘 흡수하므로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고, 여름에는 냉장 보관하면 좋다.
두부
두부는 국, 찌개, 부침, 조림에 모두 쓰인다. 초보자는 찌개용 두부나 부침용 두부를 구분해서 사면 편하다.
찌개용 두부: 부드럽고 국물에 잘 어울린다.
부침용 두부: 단단해서 팬에 구워도 잘 부서지지 않는다.
한 모는 보통 300g 안팎이다. 남은 두부는 깨끗한 물에 담아 밀폐 용기에 넣고 냉장 보관한다. 물은 하루에 한 번 갈아 주면 2~3일 정도 더 쓰기 쉽다.
달걀
달걀은 국에 풀어 넣고, 반찬으로 부치고, 볶음밥에 넣을 수 있는 만능 재료다. 재료가 부족한 날에도 달걀 2개만 있으면 계란말이, 달걀국, 간장달걀밥을 만들 수 있다.
달걀은 냉장 보관하고, 껍데기에 금이 간 것은 오래 두지 말고 빨리 사용한다.
대파와 마늘
대파와 마늘은 한국 요리의 향을 만든다. 대파는 국물의 잡맛을 줄이고, 볶음 요리에는 단맛과 향을 더한다. 마늘은 고기, 생선, 찌개, 무침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대파는 한 단을 사면 양이 많다. 초보자는 씻어서 물기를 닦은 뒤 송송 썰어 냉동해 두면 편하다. 마늘은 통마늘을 직접 다져도 좋지만, 처음에는 다진 마늘을 사도 괜찮다. 다진 마늘 1큰술은 약 15g이다. 레시피에 마늘 2쪽이라고 나오면 다진 마늘 1작은술, 약 5g 정도로 보면 된다.
양파, 무, 애호박, 버섯
이 네 가지는 한국 요리에서 맛과 양을 동시에 채워 준다.
양파: 볶으면 단맛이 난다. 고기볶음, 찌개, 덮밥에 좋다.
무: 국물에 시원한 맛을 낸다. 무국, 생선조림, 깍두기에 쓴다.
애호박: 빨리 익고 맛이 부드럽다. 된장찌개, 볶음, 전으로 좋다.
버섯: 감칠맛을 더한다. 표고, 느타리, 새송이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처음 장을 볼 때는 양파 2~3개, 무 1/2개, 애호박 1개, 버섯 1팩 정도면 부담이 적다. 채소는 많이 사는 것보다 3~4일 안에 쓸 만큼 사는 것이 좋다.
기본 양념의 역할 알기
양념은 많이 넣는 것보다 역할을 알고 넣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짠맛이라도 간장, 된장, 액젓의 맛은 다르다. 이 차이를 알면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맛을 고칠 수 있다.
| 양념 | 주된 맛 | 잘 어울리는 요리 | 처음 살 때 기준 |
|---|---|---|---|
| 간장 | 짠맛, 감칠맛 | 조림, 볶음, 무침 | 하나만 산다면 진간장이나 양조간장 |
| 된장 | 구수한 짠맛 | 된장찌개, 된장국, 무침 | 너무 큰 통보다 작은 용량 |
| 고추장 | 매콤달콤한 맛 | 제육볶음, 비빔밥, 떡볶이 | 단맛이 있으므로 설탕은 줄여 넣기 |
| 고춧가루 | 매운맛, 붉은 색 | 김치, 찌개, 무침 | 처음에는 중간 굵기 |
| 참기름 | 고소한 향 | 나물, 비빔밥, 마무리 양념 | 작은 병으로 사서 빨리 쓰기 |
| 식초 | 신맛 | 초무침, 냉국, 양념장 | 일반 양조식초면 충분 |
| 액젓 | 짠맛, 깊은 감칠맛 | 김치, 찌개, 나물 | 멸치액젓 또는 까나리액젓 중 하나 |
간장: 가장 자주 쓰는 짠맛
간장은 종류가 많아 헷갈린다. 처음에는 진간장이나 양조간장 하나로 시작하면 된다. 볶음, 조림, 양념장에 두루 쓴다. 국을 자주 끓이기 시작하면 색이 옅고 짠맛이 또렷한 국간장을 추가한다.
간장은 한 번에 많이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2인분 반찬에는 처음부터 2큰술을 넣기보다 1큰술, 약 15ml를 넣고 맛을 본 뒤 1작은술, 약 5ml씩 더한다.
된장: 구수한 맛의 바탕
된장은 찌개와 국의 맛을 쉽게 잡아 준다. 된장 1큰술은 약 18g 정도로 보면 된다. 물 2컵, 약 360ml에 된장 1큰술을 풀면 1~2인분 된장국의 기본 간이 된다. 찌개처럼 진하게 먹고 싶다면 1/2큰술을 더 넣는다.
된장은 오래 끓이면 맛이 깊어지지만, 너무 센불에 계속 끓이면 향이 둔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물이 끓고 재료가 어느 정도 익은 뒤 된장을 풀어도 충분하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매운맛의 방향이 다르다
고추장은 매운맛에 단맛과 끈기가 있다. 그래서 제육볶음이나 떡볶이처럼 양념이 재료에 붙어야 하는 요리에 좋다. 고춧가루는 국물이나 무침에 붉은 색과 깔끔한 매운맛을 낸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같은 재료처럼 쓰는 것이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음식이 달고 텁텁해질 수 있다. 칼칼한 맛이 필요하면 고추장을 늘리기보다 고춧가루를 1작은술씩 더하는 편이 낫다.
참기름, 식초, 액젓: 마지막 맛을 정리하는 양념
참기름은 불 위에서 오래 익히기보다 마지막에 넣을 때 향이 좋다. 나물 1접시에는 참기름 1작은술, 약 5ml부터 시작한다. 많이 넣으면 고소함보다 느끼함이 먼저 느껴진다.
식초는 무침과 냉국의 맛을 산뜻하게 만든다. 단맛, 짠맛이 있는 양념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맛이 또렷해진다.
액젓은 적은 양으로도 맛이 강하다. 김치뿐 아니라 된장찌개, 나물, 무침에도 1작은술만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단, 냄새가 부담스러우면 처음부터 1큰술을 넣지 말고 1/2작은술부터 시작한다.
육수 재료 고르기와 보관하기
한국 국물 요리는 맹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멸치와 다시마를 쓰면 맛이 훨씬 안정된다. 육수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물에 맛을 내는 재료를 넣고 잠깐 끓이거나 우려내는 과정이다.
국물용 멸치
국물용 멸치는 크고 마른 것이 좋다. 색이 지나치게 누렇거나 기름 냄새가 강하면 오래된 것일 수 있다. 멸치는 내장과 머리를 떼면 쓴맛이 줄어든다. 바쁠 때는 그대로 써도 되지만, 오래 끓일수록 쓴맛이 날 수 있으니 10~15분 안에 건져낸다.
기본 비율은 물 4컵, 약 720ml에 국물용 멸치 8~10마리다. 여기에 다시마 손바닥 반 장, 약 5g을 더하면 더 부드러운 감칠맛이 난다.
다시마
다시마는 국물에 깊은 맛을 준다. 표면의 흰 가루는 맛 성분이므로 물로 박박 씻지 않는다. 먼지만 마른 행주로 가볍게 닦는다. 다시마는 오래 팔팔 끓이면 미끈한 맛이 강해질 수 있으니 물이 끓기 시작하면 먼저 건져낸다.
말린 표고버섯
말린 표고버섯은 향이 진하고 보관이 쉽다. 찬물에 20~30분 담가 두면 버섯도 부드러워지고, 우린 물은 육수로 쓸 수 있다. 표고버섯 우린 물은 된장찌개, 버섯밥, 조림에 잘 어울린다.
멸치,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은 습기를 싫어한다. 개봉 후에는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넣고 냉동 보관하면 냄새와 벌레 걱정을 줄일 수 있다.
초보자용 한국 요리 기본 장바구니
처음 장을 볼 때는 욕심내지 말고 일주일 안에 쓸 수 있는 양으로 산다. 아래 장바구니는 밥, 된장찌개, 달걀반찬, 간단한 볶음, 무침까지 만들 수 있는 기본 구성이다.
실온 보관 재료
쌀 1~2kg
진간장 또는 양조간장 1병
된장 작은 통 1개
고추장 작은 통 1개
고춧가루 1봉
식초 1병
소금, 설탕, 식용유
쌀과 고춧가루는 더운 계절에는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더 안전하다. 고춧가루는 색과 향이 쉽게 약해지므로 작은 봉지를 사서 밀봉해 둔다.
냉장 보관 재료
두부 1~2모
달걀 10개
대파 1단
양파 2~3개
애호박 1개
버섯 1팩
김치 1통
참기름 1병
액젓 1병
참기름은 실온에 두기도 하지만, 주방이 덥거나 오래 먹을 양이면 냉장 보관이 낫다. 냉장고에 넣으면 향이 조금 둔해질 수 있으니 사용 전 잠시 꺼내 둔다.
냉동 보관하면 좋은 재료
송송 썬 대파
다진 마늘
국물용 멸치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남은 밥
남은 밥은 한 공기씩 소분해 냉동하면 볶음밥이나 국밥을 만들 때 편하다. 뜨거운 밥을 바로 냉동실에 넣기보다 김을 살짝 뺀 뒤 밀폐 용기에 담는다.
자주 하는 실수
첫째, 양념을 큰 용량으로 한꺼번에 산다.
처음에는 사용 속도를 모르기 때문에 작은 용량이 좋다. 특히 참기름, 고춧가루, 액젓은 향이 중요하므로 오래 두면 맛이 약해진다.
둘째, 채소를 너무 많이 산다.
한국 요리는 채소를 많이 쓰지만, 초보자는 손질에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양파, 대파, 애호박, 버섯처럼 손질이 쉬운 것부터 산다.
셋째, 간장과 액젓을 같은 양으로 넣는다.
액젓은 향과 짠맛이 강하다. 간장 1큰술을 넣는 자리에 액젓 1큰술을 그대로 넣으면 맛이 튈 수 있다. 액젓은 1작은술부터 시작한다.
넷째, 멸치 육수를 오래 끓인다.
멸치를 오래 끓이면 깊은 맛보다 쓴맛이 날 수 있다. 초보자는 10분 정도만 끓이고 건져내는 습관을 들이면 안전하다.
살리는 방법
양념이 너무 많아졌다면 물이나 재료를 더해 농도를 낮춘다. 찌개가 짜면 두부, 애호박, 양파를 추가하고 물을 조금 붓는다. 볶음이 짜면 밥과 함께 볶아 볶음밥으로 바꾸면 좋다.
채소를 많이 사서 시들기 시작했다면 국이나 볶음으로 먼저 사용한다. 대파는 썰어 냉동하고, 버섯은 밑동을 정리해 볶아 둔다.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어 소금 한 꼬집을 뿌린 뒤 팬에 볶으면 간단한 반찬이 된다.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많이 넣어 너무 매워졌다면 단맛과 기름기를 조금 더한다. 설탕 1작은술, 양파, 참기름 몇 방울이 매운맛을 둥글게 만든다. 그래도 맵다면 밥, 두부, 달걀처럼 부드러운 재료와 함께 먹는 방식으로 조절한다.
좋은 장보기는 많은 재료를 사는 일이 아니다. 자주 쓰는 재료를 알고, 쓸 만큼 사고, 남은 재료를 다음 음식으로 이어 가는 일이다. 이 기본 장바구니만 익숙해져도 한국 요리는 훨씬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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