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에서 전류까지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철 클립이 달라붙는다. 이때 클립과 자석 사이에는 직접 닿지 않아도 힘이 작용한다. 전기장에서 전하가 전기력을 받았듯이, 자기장 안에서는 움직이는 전하나 전류가 자기력을 받는다.
자기장은 자석이나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생기는 물리적 영향이다. 보통 기호 (vec{B})로 나타내며, 단위는 테슬라(T)이다. 자기장의 방향은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정한다. 막대자석 바깥에서는 자기장 선이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들어가는 모양으로 그려진다. 실제 자기장 선은 자석 안쪽까지 이어져 닫힌 곡선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정지한 전하는 전기장 안에서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자기장 안에서는 정지한 전하가 자기력을 받지 않는다. 자기력은 전하가 움직일 때 나타난다. 즉 자기장은 "움직이는 전하"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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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전하가 받는 자기력
전하량이 (q)인 입자가 속도 (vec{v})로 자기장 (vec{B}) 속을 지날 때, 자기력의 크기는 다음과 같다.
[ F = |q|vBsintheta ]
여기서 (theta)는 속도 방향과 자기장 방향 사이의 각도이다. 이 식은 세 가지를 알려 준다.
첫째, 전하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자기력이 커진다. 둘째, 자기장이 강할수록 자기력이 커진다. 셋째, 속도와 자기장이 이루는 각도가 중요하다. 입자가 자기장과 나란히 움직이면 (theta=0^circ)이므로 (sintheta=0), 자기력은 0이다. 반대로 자기장에 수직으로 움직이면 (theta=90^circ)이므로 자기력이 최대가 된다.
자기력의 방향은 속도 방향에도, 자기장 방향에도 수직이다. 그래서 자기력은 입자의 운동 방향을 꺾을 수는 있지만, 속력 자체를 직접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균일한 자기장 속에 수직으로 들어간 전하는 원운동을 할 수 있다. 이때 자기력이 구심력 역할을 한다.
방향은 오른손 법칙으로 판단한다. 양전하에 대해서는 오른손 네 손가락을 속도 (vec{v}) 방향에서 자기장 (vec{B}) 방향으로 감아쥘 때, 엄지손가락이 자기력 (vec{F})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는 검지를 속도 (vec{v}), 중지를 자기장 (vec{B}), 엄지를 힘 (vec{F}) 방향으로 두는 방식도 쓴다. 음전하인 전자는 양전하와 반대 방향의 힘을 받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받는 힘
전류는 많은 전하가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자기장 속에 놓인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도선 안의 움직이는 전하들이 자기력을 받고 그 결과 도선 전체가 힘을 받는다.
길이 (L)인 직선 도선에 전류 (I)가 흐르고, 도선이 자기장 (B)와 각도 (theta)를 이룰 때 도선이 받는 자기력의 크기는
[ F = ILBsintheta ]
이다. 도선이 자기장과 나란하면 힘은 0이고, 수직이면 힘이 최대가 된다.
이 식은 전동기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전동기 안에는 자기장 속에서 전류가 흐르는 코일이 있다. 코일의 한쪽 도선과 반대쪽 도선은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을 받는다. 두 힘은 코일을 돌리는 토크를 만든다. 전류의 방향을 적절한 순간마다 바꾸어 주면 코일은 한 방향으로 계속 회전한다. 즉 전동기는 전기 에너지를 회전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다.
전동기를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자기장이 일을 해서 에너지를 새로 만든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에너지는 전원에서 공급된다. 자기장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힘을 작용시켜 에너지가 운동의 형태로 전환되도록 해 준다.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
자석만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전류도 자기장을 만든다. 직선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도선 주위에는 원형의 자기장이 생긴다. 이때도 오른손 법칙을 사용한다. 오른손 엄지를 전류 방향으로 세우면, 네 손가락이 감기는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다.
도선을 둥글게 감아 코일을 만들면 자기장이 한쪽 방향으로 모인다. 여러 번 감은 코일을 솔레노이드라고 하며, 긴 솔레노이드 내부의 자기장은 막대자석 내부처럼 비교적 일정한 방향을 가진다. 전류의 세기가 클수록, 감은 횟수가 많을수록 자기장은 강해진다.
이 사실은 전자석의 원리이다. 철심에 코일을 감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전류를 끄면 자기장이 약해지거나 사라진다. 자석의 성질을 전류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석은 스피커, 릴레이, 자기부상 장치, 전동기 등에서 널리 쓰인다.
정리하면, 전류는 자기장을 만들고, 자기장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힘을 작용시킨다. 전기와 자기는 따로 떨어진 현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현상이다.
자기선속: 자기장이 얼마나 통과하는가
전자기 유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선속을 알아야 한다. 자기선속은 어떤 면을 통과하는 자기장의 양을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기호는 (Phi_B)로 쓰며, 균일한 자기장이 평평한 면을 통과할 때
[ Phi_B = BAcostheta ]
로 나타낸다. 여기서 (A)는 면적이고, (theta)는 자기장 방향과 면에 수직인 방향 사이의 각도이다. 따라서 자기장이 면에 수직으로 통과하면 자기선속이 가장 크고, 자기장이 면과 나란하면 자기선속은 0이 된다.
자기선속은 세 가지 방법으로 변할 수 있다. 자기장 (B)의 세기가 변할 수 있고, 코일의 면적 (A)가 변할 수 있으며, 코일의 방향이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선속이 "변할 때" 전기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일 가까이에 자석을 가만히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석을 코일 쪽으로 밀어 넣거나 빼내면 코일에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른다. 코일을 움직이지 않고 자석만 움직여도 되고, 자석을 가만히 두고 코일을 움직여도 된다. 핵심은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선속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가이다.
패러데이 법칙: 변하는 자기선속이 전압을 만든다
패러데이 법칙은 자기선속의 변화가 유도 기전력을 만든다는 법칙이다. 기전력은 회로에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전압에 해당한다. 코일을 (N)번 감았을 때 유도 기전력의 크기는
[ |varepsilon| = Nleft|frac{Delta Phi_B}{Delta t}right| ]
이다. 더 정확히는 방향까지 포함해 다음처럼 쓴다.
[ varepsilon = -Nfrac{Delta Phi_B}{Delta t} ]
이 식에서 크기는 자기선속이 빠르게 변할수록 커진다. 자석을 천천히 움직일 때보다 빠르게 움직일 때 더 큰 전압이 생긴다. 코일을 한 번 감았을 때보다 여러 번 감았을 때도 유도 기전력이 커진다.
음수 기호는 방향과 관련된다. 이 방향을 설명하는 법칙이 렌츠 법칙이다.
렌츠 법칙: 변화에 저항하는 방향
렌츠 법칙은 유도 전류의 방향을 정하는 법칙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유도 전류는 자기선속의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예를 들어 막대자석의 N극을 코일 쪽으로 가까이 가져간다고 하자.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선속이 증가한다. 그러면 코일에는 그 증가를 막는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도록 전류가 유도된다. 코일 가까운 쪽이 N극처럼 작용하여 다가오는 N극을 밀어내는 방향이 된다.
반대로 N극을 코일에서 멀리 빼내면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선속이 감소한다. 이때 코일은 감소를 막으려 하므로, 자석을 붙잡아 두는 방향의 자기장을 만든다. 코일 가까운 쪽은 S극처럼 작용한다.
렌츠 법칙은 에너지 보존과도 연결된다. 만약 유도 전류가 변화를 돕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작은 움직임이 더 큰 전류를 만들고 그 전류가 다시 움직임을 더 키우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도 전류는 원인인 변화를 방해하므로, 전류를 계속 만들려면 외부에서 일을 해 주어야 한다. 발전기에서 손잡이를 돌릴 때 저항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기와 전동기 비교
전동기와 발전기는 같은 전자기 법칙을 반대 방향으로 활용한다.
전동기는 전류가 흐르는 코일이 자기장 속에서 힘을 받아 회전하는 장치이다. 입력은 전기 에너지이고, 출력은 운동 에너지이다. 선풍기, 믹서, 전기차 모터가 여기에 속한다.
발전기는 코일을 자기장 속에서 회전시키거나 자석을 코일 주위에서 움직여 자기선속을 변화시키는 장치이다. 그러면 패러데이 법칙에 따라 유도 기전력이 생기고 회로에 전류가 흐른다. 입력은 운동 에너지이고, 출력은 전기 에너지이다. 수력 발전에서는 떨어지는 물이 터빈을 돌리고, 풍력 발전에서는 바람이 날개를 돌리며, 화력·원자력 발전에서는 증기가 터빈을 돌린다. 터빈의 회전은 결국 발전기 내부의 자기선속 변화를 만든다.
두 장치는 서로 다른 기계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매우 가깝다. 전류를 넣어 회전을 얻으면 전동기이고, 회전을 넣어 전류를 얻으면 발전기이다.
변압기와 무선 통신의 출발점
전자기 유도는 변압기의 원리이기도 하다. 변압기는 두 코일을 가까이 두고 한쪽 코일에 변하는 전류를 흘려 다른 쪽 코일에 전압을 유도하는 장치이다. 1차 코일의 전류가 변하면 자기장이 변하고, 그 자기장의 변화가 2차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선속을 변화시킨다. 그러면 2차 코일에 유도 기전력이 생긴다.
이때 코일의 감은 수를 조절하면 전압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이상적인 변압기에서는 대략
[ frac{V_2}{V_1}=frac{N_2}{N_1} ]
의 관계가 성립한다. 송전에서는 전압을 높여 전류를 줄이면 도선에서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는 다시 낮은 전압으로 바꾸어 안전하게 사용한다.
무선 통신도 더 넓은 의미에서 전자기 현상의 응용이다. 안테나에 빠르게 변하는 전류를 흘리면 주변의 전기장과 자기장이 함께 변하고, 이 변화가 공간으로 퍼져 나간다. 다음 장에서 다룰 전자기파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라디오, 휴대전화, 와이파이는 모두 전기와 자기의 연결을 이용한다.
문제를 풀 때 확인할 것
자기장과 전자기 유도 문제에서는 먼저 무엇이 변하는지 보아야 한다. 전하가 움직이는가, 전류가 흐르는가, 자기선속이 변하는가를 구분하면 사용할 법칙이 정해진다.
움직이는 전하의 힘은 (F=|q|vBsintheta)를 쓴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의 힘은 (F=ILBsintheta)를 쓴다. 방향은 오른손 법칙으로 판단하되, 전자처럼 음전하일 때는 반대 방향임을 확인한다. 유도 기전력은 패러데이 법칙으로 크기를 구하고, 렌츠 법칙으로 방향을 정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이다. "이 현상에서 전기와 자기가 어떻게 서로를 만들거나 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전동기, 발전기, 변압기, 무선 통신은 모두 같은 원리의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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