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는 전하의 흐름이다
손전등의 스위치를 켜면 전구가 거의 즉시 밝아진다. 이때 전선 안의 전자가 건전지에서 전구까지 순식간에 달려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전선 전체에 전기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그 영향으로 전선 속 전하들이 조금씩 움직인다. 이처럼 전하가 질서 있게 흐르는 현상을 전류라고 한다. 이 장에서는 특히 방향이 일정한 직류 회로를 중심으로 전류를 살펴본다.
전류의 세기는 단위 시간 동안 한 단면을 통과한 전하량으로 정의한다.
I = ΔQ/Δt
여기서 I는 전류, ΔQ는 이동한 전하량, Δt는 시간이다. 전하량의 단위는 쿨롱(C), 시간의 단위는 초(s)이므로 전류의 단위는 C/s이다. 이를 암페어(A)라고 부른다. 즉 1 A는 1초 동안 1 C의 전하가 지나가는 전류이다.
전류의 방향은 역사적으로 양전하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금속 전선에서는 실제로 주로 이동하는 입자가 음전하인 전자이므로, 전자의 이동 방향은 전류 방향과 반대이다. 회로 문제를 풀 때는 보통 전류 방향을 양전하의 흐름 방향으로 잡는다. 이것은 약속이므로, 한 가지 방향을 정해 일관되게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산 결과가 음수로 나오면 실제 전류 방향이 처음 정한 방향과 반대라는 뜻이다.
전류가 계속 흐르려면 두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이동할 수 있는 전하가 있어야 한다. 금속에는 자유 전자가 있어 전류가 잘 흐른다. 둘째, 전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전기적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압, 더 정확히 말하면 두 점 사이의 전위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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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은 전하 1 C당 에너지 차이를 나타낸다
전지를 회로에 연결하면 전지는 전하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전하는 그 에너지를 가지고 회로를 지나가며 전구, 저항, 모터 같은 장치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때 두 점 사이에서 전하 1 C당 전기적 에너지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전압이라고 볼 수 있다.
V = W/q
여기서 V는 전압, W는 전기적 일이자 에너지 변화, q는 전하량이다. 전압의 단위는 볼트(V)이며, 1 V = 1 J/C이다. 예를 들어 1.5 V 건전지는 전하 1 C이 전지를 지나는 동안 대략 1.5 J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다. 그 에너지는 외부 회로의 전구나 저항 같은 소자에서 빛, 열, 운동 등으로 바뀐다.
중요한 점은 전류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전달되고 전환된다는 것이다. 전구를 지난 뒤 전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상 상태의 한 줄 회로에서는 전구 앞과 뒤의 전류가 같다. 대신 전하가 가진 전기적 에너지가 전구에서 빛과 열로 바뀐다.
전기 에너지가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는 전력으로 나타낸다.
P = IV
전력의 단위는 와트(W)이다. 예를 들어 3 V 전지에 연결된 장치에 2 A의 전류가 흐르면, 그 장치는 매초 P = 2 A × 3 V = 6 W의 비율로 에너지를 받는다. 저항에서 전기 에너지가 열로 바뀌는 경우에는 옴의 법칙을 함께 사용해 P = I²R 또는 P = V²/R로도 나타낼 수 있다.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이다
전선, 전구 필라멘트, 전열기, 반도체 소자는 모두 전류를 흐르게 하지만, 그 정도가 다르다. 같은 전압을 걸어도 어떤 물질에는 큰 전류가 흐르고, 어떤 물질에는 작은 전류가 흐른다. 이 차이를 나타내는 물리량이 저항이다.
저항은 전압과 전류의 비로 나타낸다.
R = V/I
저항의 단위는 옴(Ω)이며, 1 Ω = 1 V/A이다. 저항이 크다는 것은 같은 전압을 걸었을 때 전류가 작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 소자에서는 전압과 전류의 비가 항상 일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R = V/I는 그 순간 또는 그 작동 조건에서의 저항을 나타낸다고 이해하면 좋다.
금속 도선의 저항은 길이, 굵기, 물질,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도선이 길수록 전자가 지나가며 더 많이 방해받으므로 저항이 커진다. 도선이 굵을수록 전하가 지나갈 통로가 넓어져 저항이 작아진다. 같은 모양의 도선이라도 물질에 따라 전류가 잘 흐르는 정도가 다르다. 이 성질을 비저항이라고 하며, 균일한 도선에서는 다음처럼 나타낼 수 있다.
R = ρL/A
여기서 ρ는 물질의 비저항, L은 도선의 길이, A는 도선의 단면적이다. 또한 금속은 보통 온도가 올라가면 원자들의 진동이 커져 전자의 이동이 더 방해받고 저항이 증가한다.
저항에서 전기 에너지는 주로 열에너지로 바뀐다. 전열기, 헤어드라이어, 전기난로는 이 효과를 의도적으로 이용한다. 전구의 필라멘트도 높은 온도로 달아오르며 빛을 낸다.
옴의 법칙과 그 한계
많은 금속 저항은 온도가 거의 일정할 때 전압과 전류가 비례한다.
V = IR
이 관계를 옴의 법칙이라고 한다. 전압-전류 그래프에서 옴의 법칙을 따르는 저항은 원점을 지나는 직선으로 나타난다. 그래프의 기울기 V/I가 저항이다. 이런 소자를 옴성 소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6 Ω 저항에 12 V 전압을 걸면 전류는 다음과 같다.
I = V/R = 12 V / 6 Ω = 2 A
하지만 모든 소자가 옴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전구의 필라멘트는 전류가 커지면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 상승 때문에 저항도 변한다. 이 경우 전압과 전류의 비가 일정하지 않다. 다이오드는 한쪽 방향으로는 전류가 잘 흐르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거의 흐르지 않는다. 이런 소자를 비옴성 소자라고 한다.
따라서 옴의 법칙을 사용할 때는 "저항값이 일정한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교과서 문제의 고정 저항은 대개 옴성 소자로 가정하지만, 실제 회로에서는 온도 변화와 소자의 특성이 중요할 수 있다.
직렬 연결: 전류는 같고 전압은 나뉜다
저항들이 한 줄로 차례로 연결되어 전류가 갈라질 길이 없으면 직렬 연결이다. 직렬 회로에서는 모든 저항에 같은 전류가 흐른다. 전하가 한 길만 지나가므로 중간에서 더 많아지거나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직렬 연결의 등가저항은 각 저항의 합이다.
R_eq = R1 + R2 + R3 + ...
예를 들어 2 Ω과 4 Ω 저항을 직렬로 연결하면 등가저항은 6 Ω이다. 여기에 12 V 전압을 걸면 전체 전류는
I = 12 V / 6 Ω = 2 A
이다. 두 저항에 흐르는 전류는 모두 2 A이다. 각 저항에 걸리는 전압은 V = IR로 구한다.
2 Ω저항:V1 = 2 A × 2 Ω = 4 V4 Ω저항:V2 = 2 A × 4 Ω = 8 V
두 전압을 더하면 12 V가 된다. 직렬 회로에서는 저항이 큰 곳에 더 큰 전압이 걸린다. 이것을 전압 분배라고 한다.
병렬 연결: 전압은 같고 전류는 나뉜다
저항들이 같은 두 지점 사이에 나란히 연결되어 전류가 여러 갈래로 나뉘면 병렬 연결이다. 병렬 회로에서는 각 가지의 양 끝이 같은 두 점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모든 저항에 같은 전압이 걸린다.
병렬 연결의 등가저항은 다음 관계로 구한다.
1/R_eq = 1/R1 + 1/R2 + 1/R3 + ...
예를 들어 6 Ω과 3 Ω 저항을 병렬로 연결하면
1/R_eq = 1/6 + 1/3 = 1/6 + 2/6 = 3/6 = 1/2
이므로 R_eq = 2 Ω이다. 병렬 연결에서는 등가저항이 가장 작은 저항보다도 작아질 수 있다. 전류가 흐를 길이 여러 개 생기기 때문이다.
이 병렬 회로에 12 V 전압을 걸면 각 저항에 걸리는 전압은 모두 12 V이다. 각 가지 전류는
6 Ω가지:I1 = 12 V / 6 Ω = 2 A3 Ω가지:I2 = 12 V / 3 Ω = 4 A
전체 전류는 2 A + 4 A = 6 A이다. 병렬 회로에서는 저항이 작은 가지에 더 큰 전류가 흐른다. 이것을 전류 분배라고 한다.
가정의 콘센트가 병렬 연결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전기 기기를 연결해도 각 기기는 거의 같은 전압을 받는다. 한 기기를 꺼도 다른 기기의 회로는 계속 닫혀 있으므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실제 가정 배선에는 안전을 위해 차단기와 접지 같은 장치도 함께 사용된다.
키르히호프 법칙: 전하 보존과 에너지 보존의 회로 언어
복잡한 회로에서는 단순히 직렬과 병렬만으로 바로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용하는 기본 원리가 키르히호프 법칙이다. 이름은 새롭지만 내용은 이미 배운 보존 법칙과 연결된다.
첫째, 접합점 법칙이다. 회로의 한 점으로 들어오는 전류의 합은 그 점에서 나가는 전류의 합과 같다.
들어오는 전류의 합 = 나가는 전류의 합
이 법칙은 전하 보존에서 나온다. 접합점에 전하가 계속 쌓이지 않는 정상 상태라면, 들어온 전하량만큼 나가야 한다.
둘째, 고리 법칙이다. 닫힌 회로 고리를 한 바퀴 돌 때 전압 상승과 전압 강하를 모두 더하면 0이다.
전압 변화의 총합 = 0
이 법칙은 에너지 보존에서 나온다. 전하가 회로를 한 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전기적 위치가 같아진다. 전지에서 에너지를 얻었다면 저항이나 다른 소자에서 그만큼 에너지를 잃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보자. 전지 10 V에 저항 2 Ω과 3 Ω이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면, 한 고리를 돌며 다음처럼 쓸 수 있다.
+10 V - 2I - 3I = 0
여기서 2I와 3I는 각각 두 저항에서의 전압 강하를 뜻한다. 따라서 10 = 5I, I = 2 A이다. 이것은 등가저항으로 계산한 결과와 같다. 키르히호프 법칙은 더 복잡한 회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먼저 전류 방향을 임의로 정하고, 접합점 법칙과 고리 법칙을 세운 뒤 연립방정식을 풀면 된다. 계산 결과 전류가 음수로 나오면, 실제 전류 방향이 처음 가정한 방향과 반대라는 뜻이다.
회로 문제를 푸는 순서
회로 분석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전류, 전압, 저항을 한꺼번에 섞어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순서를 따르면 혼동을 줄일 수 있다.
회로의 구조를 본다. 한 줄로 이어져 있으면 직렬, 같은 두 점 사이에 나란히 있으면 병렬이다.
같은 물리량을 찾는다. 직렬에서는 전류가 같고, 병렬에서는 전압이 같다.
등가저항을 구한다. 가능한 부분부터 단순한 하나의 저항으로 바꾼다.
전체 전류 또는 전체 전압을 구한다. 옴의 법칙을 적용한다.
원래 회로로 되돌아간다. 각 저항의 전류, 전압, 전력을 차례로 계산한다.
보존 법칙으로 확인한다. 접합점에서 전류가 보존되는지, 닫힌 고리에서 전압 변화의 합이 0인지 확인한다.
전기 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하의 흐름을 다룬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하다. 전류는 전하가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전압은 전하 1 C당 에너지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저항은 그 흐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키르히호프 법칙은 전하 보존과 에너지 보존을 회로에 적용한 것이다. 이 관점을 잡으면 회로 법칙은 공식 모음이 아니라 전기 에너지의 이동 경로를 읽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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