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른 풍선이 벽에 붙는 이유
머리카락에 문지른 풍선을 벽에 가까이 가져가면 풍선이 벽에 붙는다. 풍선과 벽 사이에 실이나 막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힘이 작용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물체가 가진 전하와, 전하가 주변 공간에 만들어 내는 전기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전하는 전기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의 성질이다. 전하에는 두 종류가 있다. 관습적으로 양전하와 음전하라고 부른다. 같은 종류의 전하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종류의 전하는 서로 끌어당긴다.
원자 안에는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있다. 보통 물체는 양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같아 전체적으로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그러나 마찰이나 접촉이 일어나면 전자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이동할 수 있다. 일상적인 정전기 현상에서는 원자핵 속 양성자가 이동하기보다는, 바깥쪽 전자가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전자를 잃은 물체는 양전하를 띠고, 전자를 얻은 물체는 음전하를 띤다.
중요한 점은 전하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닫힌 계에서 전체 전하량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 전하 보존 법칙이라고 한다. 마찰로 한 물체가 음전하를 얻었다면, 다른 물체는 그만큼의 음전하를 잃어 양전하를 띤다.
전하량의 단위는 쿨롱((text{C}))이다. 전자 하나가 가진 전하량의 크기는 약 (1.60times10^{-19},text{C})로 매우 작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다루는 전하량은 아주 많은 전자들의 이동이 모여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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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정전기 유도
물체가 전하를 띠게 되는 현상을 대전이라고 한다. 대전은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마찰 대전이다. 서로 다른 물질을 문지를 때 전자가 이동하여 두 물체가 반대 종류의 전하를 띠는 현상이다. 머리카락에 문지른 풍선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때 어떤 물체가 전자를 더 잘 얻는지는 물질의 종류와 표면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접촉 대전이다. 전하를 띤 물체가 중성 물체에 닿으면 전하의 일부가 이동할 수 있다. 두 물체가 접촉한 뒤에는 같은 종류의 전하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 특히 금속처럼 전자가 잘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전하가 표면을 따라 비교적 빠르게 퍼진다.
셋째, 정전기 유도이다. 전하를 띤 물체가 직접 닿지 않아도 가까이 있는 물체 내부의 전하 분포가 변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음전하를 띤 막대를 금속 구에 가까이 가져가면, 금속 구 안의 전자들이 막대에서 밀려나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막대에 가까운 쪽은 상대적으로 양전하가 많아지고, 먼 쪽은 음전하가 많아진다.
이때 금속 구 전체의 전하량은 여전히 0일 수 있다. 그러나 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가까운 쪽과 먼 쪽의 전기적 상태가 달라진다. 즉, 전체적으로는 중성이어도 한쪽은 더 양전하처럼, 다른 쪽은 더 음전하처럼 행동할 수 있다.
문지른 풍선이 중성인 벽에 붙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벽은 금속처럼 전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도체가 아니라, 대개 절연체에 가깝다. 절연체에서는 전자가 멀리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벽을 이루는 작은 분자들 안에서 양전하와 음전하의 중심이 아주 조금 어긋날 수 있다. 이를 분극이라고 한다. 풍선 가까운 쪽에 풍선과 반대 종류의 전하가 조금 더 가까이 나타나면, 가까운 쪽의 끌어당김이 먼 쪽의 밀어냄보다 커져서 풍선이 벽에 붙을 수 있다.
도체와 절연체도 구별해야 한다. 도체는 전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이다. 금속이 대표적이다. 절연체는 전자가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물질이다. 고무, 유리, 플라스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전기 유도는 도체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절연체에서도 분자의 전하 분포가 조금 치우치는 방식으로 인력이 생길 수 있다.
쿨롱 법칙: 전하 사이의 힘
두 점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은 쿨롱 법칙으로 계산한다. 점전하는 크기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전하를 뜻한다. 실제 물체도 거리에 비해 크기가 충분히 작으면 점전하처럼 다룰 수 있다.
두 전하량이 (q_1), (q_2)이고, 두 전하 사이의 거리가 (r)일 때 전기력의 크기는 다음과 같다.
[ F = kfrac{|q_1q_2|}{r^2} ]
여기서 (k)는 쿨롱 상수로,
[ k approx 8.99 times 10^9,text{N}cdottext{m}^2/text{C}^2 ]
이다. 이 값은 진공에서의 값이며, 공기 중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거의 같은 값으로 다루어도 된다.
이 식에서 확인할 점은 세 가지이다.
전하량이 클수록 힘이 커진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작아진다.
힘의 방향은 두 전하를 잇는 직선 방향이다.
예를 들어 (+2.0,mutext{C})의 전하와 (-3.0,mutext{C})의 전하가 (0.50,text{m}) 떨어져 있다고 하자. 전기력의 크기는
[ F = (8.99times10^9)frac{(2.0times10^{-6})(3.0times10^{-6})}{(0.50)^2} ]
[ F approx 0.216,text{N} ]
이다. 두 전하는 부호가 반대이므로 서로 끌어당긴다. 따라서 각 전하가 받는 힘은 상대 전하를 향한다. 만약 두 전하의 부호가 같았다면 힘의 크기는 같지만 방향은 서로 멀어지는 쪽이 되었을 것이다.
전기력은 벡터량이다. 여러 전하가 있을 때 한 전하가 받는 전체 힘은 각각의 전하가 만드는 힘을 벡터로 더해 구한다. 이것을 중첩 원리라고 한다. 힘을 계산할 때는 크기만 더하지 말고 방향을 반드시 함께 보아야 한다. 같은 직선 위에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은 더하고,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은 서로 빼야 한다.
전기장: 보이지 않는 힘의 지도
전하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고 말할 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두 전하는 서로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힘을 주고받을까? 현대 물리에서는 이 상황을 장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전하가 있으면 그 주변 공간의 성질이 변한다. 다른 전하가 그 공간에 놓이면 힘을 받는다. 이처럼 전하가 주변 공간에 만들어 놓은 전기적 영향이 전기장이다.
전기장은 단위 양전하가 받는 전기력으로 정의한다.
[ vec{E}=frac{vec{F}}{q} ]
여기서 (q)는 전기장을 알아보기 위해 놓은 작은 시험 전하이다. 시험 전하는 주변 전하의 분포를 거의 바꾸지 않을 만큼 작다고 생각한다. 전기장의 단위는 (text{N/C})이다. 전기장은 벡터량이므로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가진다. 전기장의 방향은 그 위치에 놓인 양전하가 힘을 받는 방향으로 정한다.
점전하 (Q)가 만드는 전기장의 크기는 쿨롱 법칙에서 바로 얻을 수 있다.
[ E = kfrac{|Q|}{r^2} ]
여기서 (r)은 전하 (Q)로부터 전기장을 구하려는 지점까지의 거리이다. 양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은 바깥쪽으로 향한다. 양전하를 놓으면 밀려나기 때문이다. 음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은 안쪽으로 향한다. 양전하를 놓으면 끌려가기 때문이다.
전기장을 알면 전하가 받는 힘도 쉽게 구할 수 있다.
[ vec{F}=qvec{E} ]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q)가 양전하이면 힘의 방향은 전기장 방향과 같다. (q)가 음전하이면 힘의 방향은 전기장 방향과 반대이다. 전기장의 방향은 항상 "양전하라면 어떤 방향으로 힘을 받을까?"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기력선으로 전기장을 그리기
전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전기장을 시각화할 때 전기력선을 사용한다. 전기력선은 공간에서 전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그림으로 나타낸 선이다.
전기력선을 해석할 때는 다음 규칙을 기억하면 된다.
전기력선의 접선 방향이 그 지점의 전기장 방향이다.
전기력선이 촘촘한 곳일수록 전기장이 세다.
전기력선은 양전하에서 나와 음전하로 들어간다.
전기력선은 서로 교차하지 않는다.
전기력선이 교차하지 않는 이유는 한 지점에서 전기장의 방향이 하나로 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력선이 교차한다면 그 지점에서 전기장이 두 방향을 동시에 가진다는 뜻이 되어 모순이다.
두 같은 양전하가 가까이 있으면 전기력선은 서로 밀어내듯 바깥쪽으로 휘어진다. 반대로 양전하와 음전하가 가까이 있으면 전기력선은 양전하에서 나와 음전하로 이어진다. 이 그림은 두 전하 사이에 끌어당기는 상호작용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다만 전기력선은 실제로 공간에 그어진 실선이 아니라, 전기장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한 표현 방법이다. 선을 몇 개 그릴지는 사람이 정하지만, 같은 그림 안에서는 선이 촘촘한 곳일수록 전기장이 세다는 뜻이 되도록 그린다.
전위와 전위차: 전기적 높이
중력장에서 높은 곳에 있는 물체는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가진다. 전기장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전하가 전기장 안에 있으면 위치에 따라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가 달라진다.
전기 현상에서는 전하 1 C당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를 전위라고 한다.
[ V=frac{U}{q} ]
전위의 단위는 볼트((text{V}))이다.
[ 1,text{V}=1,text{J/C} ]
즉, 어떤 지점의 전위가 높다는 말은 그곳에 양전하 1 C를 놓았을 때 전기적 위치 에너지가 크다는 뜻이다. 전위는 전기적 "높이"에 비유할 수 있다. 중력장에서 물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며 운동에너지를 얻듯이, 양전하는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전기장이 일을 해 줄 수 있다.
두 지점 사이의 전위 차이를 전위차 또는 전압이라고 한다.
[ Delta V=V_f - V_i ]
전하 (q)가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할 때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 변화는
[ Delta U=qDelta V ]
이다. 전기장이 전하에 해 준 일은 퍼텐셜 에너지의 감소량과 같으므로,
[ W_{text{전기장}}=-Delta U ]
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양전하가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 (Delta V<0)이고,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는 줄어든다. 줄어든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음전하는 부호가 반대이므로 같은 전기장 안에서도 양전하와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이 식은 전압을 단순히 회로에서 쓰는 숫자로만 보지 않게 해 준다. 전압은 전하 1 C가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할 때 전기적 에너지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양이다.
예를 들어 1.5 V 건전지는 전하 1 C가 건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지날 때 전기적 에너지 변화의 크기가 약 1.5 J임을 뜻한다. 건전지는 내부의 화학 에너지를 이용해 전하가 회로를 따라 계속 이동할 수 있는 전위차를 만들어 준다. 다음 장에서 배울 전류와 회로는 이 전위차 때문에 전하가 계속 이동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힘의 관점과 에너지의 관점
전기 현상은 두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힘의 관점이다. 전하가 전기장 안에서 어떤 힘을 받는지 계산한다.
[ vec{F}=qvec{E} ]
다른 하나는 에너지의 관점이다. 전하가 이동할 때 전위와 퍼텐셜 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본다.
[ Delta U=qDelta V ]
힘의 관점은 방향과 순간적인 운동 변화를 파악하는 데 좋다. 에너지의 관점은 처음과 나중 상태를 비교하는 데 좋다. 역학에서 뉴턴 법칙과 에너지 보존을 함께 사용했듯이, 전기 현상에서도 전기장과 전위를 함께 사용하면 문제를 더 넓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전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알고 싶다면 전기장과 힘을 먼저 보는 편이 좋다. 반대로 전하가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하며 에너지를 얼마나 얻거나 잃는지 알고 싶다면 전위차를 보는 편이 더 간단하다. 두 관점은 서로 다른 설명이 아니라, 같은 전기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도구이다.
핵심 정리
전하는 전기적 상호작용의 원인이며 양전하와 음전하가 있다. 전하는 이동할 수 있지만 전체 전하량은 보존된다. 일상적인 대전 현상에서는 주로 전자가 이동하며, 물체가 전자를 잃으면 양전하를 띠고 전자를 얻으면 음전하를 띤다.
대전 현상과 정전기 유도는 전하의 이동 또는 분포 변화로 설명된다. 도체에서는 전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해 전하 분포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절연체에서는 분자의 전하 분포가 조금 치우치는 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쿨롱 법칙은 두 점전하 사이의 전기력 크기를 구하는 법칙이다. 전기력은 전하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방향은 두 전하를 잇는 선을 따라 정해지며, 같은 부호는 밀어내고 다른 부호는 끌어당긴다.
전기장은 전하가 주변 공간에 만들어 놓은 영향이다. 전기장은 단위 양전하가 받는 힘으로 정의하며, 전기력선으로 방향과 세기를 시각화할 수 있다.
전위는 단위 전하당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이다. 전위차는 전하가 이동할 때 에너지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전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힘을 전달하고, 전위차가 에너지 이동을 이끈다는 관점을 함께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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