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움은 무엇을 뜻할까
뜨거운 물컵과 차가운 물컵을 나란히 놓고 시간이 지나면, 뜨거운 물은 식고 차가운 물은 데워진다. 두 물컵이 같은 온도에 가까워지면 더 이상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이 상태를 열평형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구별이 있다. 온도는 물체가 얼마나 뜨겁거나 차가운지를 나타내는 물리량이고, 입자 운동 관점에서는 입자들의 평균적인 운동 에너지와 관련된다. 특히 이상기체처럼 단순한 경우에는 온도가 높을수록 입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커진다고 말할 수 있다. 온도가 높다는 것은 대체로 입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반면 열은 물체 안에 저장된 어떤 물질이 아니다. 열은 온도 차이 때문에 이동하는 에너지이다.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에너지가 이동할 때, 그 이동하는 에너지를 열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물체가 열을 가지고 있다"보다는 "물체가 내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온도 차이 때문에 열이 이동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온도는 보통 섭씨온도 (^{circ}text{C})로 많이 나타내지만, 열역학 계산에서는 절대온도인 켈빈 (text{K})을 사용한다.
[ T(text{K}) = t(^{circ}text{C}) + 273.15 ]
절대온도 0 K는 입자들의 열운동 에너지가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한계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 온도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온도의 기준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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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평형과 온도 측정
온도계를 물에 넣으면 처음에는 온도계와 물 사이에 열이 이동한다. 시간이 지나 온도계와 물이 같은 온도에 도달하면 열평형이 되고, 이때 온도계가 가리키는 값이 물의 온도이다.
이 생각은 열역학 제0법칙으로 정리된다.
물체 A와 물체 B가 각각 물체 C와 열평형이면, A와 B도 서로 열평형이다.
이 법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온도 측정의 기초이다. 온도계가 물체와 열평형을 이루면 온도계의 눈금을 통해 물체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열평형은 "열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두 물체 사이에 온도 차이가 없어 알짜 열 이동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입자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내부 에너지도 존재한다.
비열과 열용량: 온도를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
같은 세기의 불로 물과 금속 조각을 가열하면 금속은 금방 뜨거워지지만 물은 천천히 데워진다. 물질마다 온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의 온도를 (Delta T)만큼 바꾸는 데 필요한 열량 (Q)는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 Q = mcDelta T ]
여기서 (m)은 질량, (c)는 비열, (Delta T)는 온도 변화이다. 비열은 물질 1 kg의 온도를 1 K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단위는 (text{J/(kg}cdottext{K)})이다.
비열이 크면 같은 질량의 물질을 같은 온도만큼 올리는 데 더 많은 열이 필요하다. 물은 비열이 큰 물질이다. 그래서 바다는 낮에는 천천히 데워지고 밤에는 천천히 식는다. 해안 지역의 기온 변화가 내륙보다 작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물체 전체에 대해 온도를 1 K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은 열용량이라고 한다.
[ C = mc ]
따라서 열량은 (Q=CDelta T)로도 쓸 수 있다. 비열은 물질의 성질에 가깝고, 열용량은 물체의 질량까지 포함한 값이다.
간단한 예를 보자. 질량 (2.0,text{kg})인 물의 온도를 (20^{circ}text{C})에서 (30^{circ}text{C})로 올린다고 하자. 물의 비열을 (4200,text{J/(kg}cdottext{K)})로 잡으면,
[ Q = mcDelta T = 2.0 times 4200 times 10 = 84000,text{J} ]
즉 약 (8.4times10^4,text{J})의 열량이 필요하다. 섭씨온도에서 10도 차이와 켈빈에서 10 K 차이는 크기가 같으므로, 온도 변화량 (Delta T)에는 그대로 10을 넣을 수 있다.
상태 변화와 숨은 열
얼음을 가열하면 처음에는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얼음이 녹는 동안에는 계속 열을 공급해도 온도가 거의 (0^{circ}text{C})에 머문다. 공급된 에너지가 온도를 높이는 데 쓰이지 않고, 고체 구조를 무너뜨려 액체로 바꾸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태 변화에 쓰이는 열을 잠열이라고 한다. 융해, 기화처럼 물질의 상태가 바뀔 때에는 다음 식을 사용한다.
[ Q = mL ]
여기서 (L)은 단위 질량당 상태 변화에 필요한 열량이다. 온도 변화가 있을 때는 (Q=mcDelta T), 상태 변화가 있을 때는 (Q=mL)을 사용한다. 실제 가열 과정에서는 두 식을 단계별로 나누어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얼음을 물로 만들고, 그 물을 다시 데우는 과정이라면 먼저 얼음의 온도를 올리는 단계, 얼음이 녹는 단계, 액체 물의 온도를 올리는 단계를 따로 계산한 뒤 더해야 한다. 온도가 변하는 구간과 상태가 변하는 구간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상기체와 상태방정식
기체는 압력, 부피, 온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풍선을 따뜻한 곳에 두면 부풀어 오르고, 밀폐된 용기를 가열하면 내부 압력이 커진다. 이런 관계를 가장 단순하게 나타낸 모델이 이상기체이다.
이상기체는 실제 기체를 단순화한 모델이다. 기체 입자 자체의 부피를 무시하고, 입자 사이의 인력을 무시하며, 입자 충돌은 에너지가 보존되는 탄성 충돌이라고 본다. 낮은 압력, 높은 온도에서는 많은 실제 기체가 이상기체에 가깝게 행동한다.
이상기체의 압력 (P), 부피 (V), 몰수 (n), 절대온도 (T) 사이에는 다음 관계가 성립한다.
[ PV = nRT ]
여기서 (R)은 기체 상수이다. 이 식을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이라고 한다.
이 식은 세 가지 중요한 관계를 포함한다.
온도가 일정하면,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 (P)가 커지면 (V)는 작아진다.
압력이 일정하면, 부피는 절대온도에 비례한다.
부피가 일정하면, 압력은 절대온도에 비례한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절대온도 (text{K})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섭씨온도는 0이 임의로 정해진 기준이므로 기체의 비례 관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기체의 압력은 입자들이 용기 벽에 계속 충돌하기 때문에 생긴다. 온도가 높아지면 입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증가하고, 벽과의 충돌이 더 강해진다. 부피가 일정한 용기라면 그 결과 압력이 증가한다.
내부 에너지와 열역학 제1법칙
물체 내부의 입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서로 상호작용한다. 입자들의 운동 에너지와 입자 사이의 퍼텐셜 에너지를 합친 것을 내부 에너지라고 한다. 이상기체의 경우 내부 에너지는 주로 입자들의 운동 에너지와 관련되며, 온도가 높을수록 내부 에너지도 커진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을 열 현상에 적용한 것이다.
[ Delta U = Q - W ]
여기서 (Delta U)는 내부 에너지 변화, (Q)는 계가 받은 열, (W)는 계가 외부에 한 일이다. 이 부호 약속에서는 기체가 팽창하며 외부를 밀면 (W>0)이다.
말로 풀면 다음과 같다.
계가 받은 열은 내부 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외부에 일을 하는 데 쓰인다.
예를 들어 실린더 안의 기체를 가열하면 기체의 온도가 올라가 내부 에너지가 증가할 수 있다. 동시에 피스톤을 밀어 올리며 외부에 일을 할 수도 있다. 공급한 에너지가 모두 온도 상승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기체가 일정한 압력 (P)에서 부피가 (Delta V)만큼 변할 때 한 일은 다음과 같다.
[ W = PDelta V ]
팽창하면 (Delta V>0)이므로 기체가 외부에 일을 한다. 압축되면 (Delta V<0)이고, 이 식에서 (W)는 음수가 된다. 즉 외부가 기체에 일을 한 셈이며, 그만큼 내부 에너지가 증가할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러나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마음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커피는 차가운 방 안에서 식는다. 하지만 식은 커피가 방의 열을 스스로 모아 다시 뜨거워지는 일은 관찰되지 않는다. 에너지 보존 법칙만 보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연은 그런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이 방향성을 설명하는 법칙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열은 스스로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이동하지 않는다.
또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
엔트로피는 에너지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또는 한 거시적 상태를 만들 수 있는 미시적 배열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쉽게 말해 자연 과정은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된 상태보다 더 넓게 퍼진 상태로 가는 경향이 있다.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접촉하면 에너지는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지나 두 물체가 같은 온도가 되면 에너지는 더 고르게 퍼진다. 이 과정에서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엔트로피를 단순히 "무질서도"라고만 기억하면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은 자연 과정에는 방향이 있으며, 그 방향은 에너지가 더 넓게 분산되고 가능한 미시상태 수가 커지는 쪽이라는 점이다.
열기관, 냉장고, 효율의 한계
열기관은 높은 온도의 열원에서 열을 받아 일부를 일로 바꾸고, 나머지를 낮은 온도의 열원으로 버리는 장치이다. 자동차 엔진, 증기 터빈이 대표적인 예이다.
열기관이 높은 온도 열원에서 받은 열을 (Q_h), 낮은 온도 열원으로 버린 열을 (Q_c), 외부에 한 일을 (W)라고 하면 에너지 보존에 의해
[ Q_h = W + Q_c ]
이다. 열기관의 효율 (e)는 받은 열 중 얼마나 일을 했는지를 나타낸다.
[ e = frac{W}{Q_h} = 1 - frac{Q_c}{Q_h} ]
효율이 100%가 되려면 (Q_c=0)이어야 한다. 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받은 열을 전부 일로 바꾸고 아무 열도 버리지 않는 열기관은 만들 수 없다. 실제 기관은 반드시 일부 에너지를 낮은 온도의 열원이나 주변으로 버린다.
이상적인 한계로 카르노 효율이 있다. 높은 온도 열원의 절대온도를 (T_h), 낮은 온도 열원의 절대온도를 (T_c)라고 할 때 최대 효율은
[ e_{max}=1-frac{T_c}{T_h} ]
이다. 이 식은 효율을 높이려면 높은 온도 열원은 더 뜨겁게, 낮은 온도 열원은 더 차갑게 해야 함을 보여 준다. 단, 온도는 반드시 켈빈 단위로 넣어야 한다.
냉장고와 에어컨은 열기관을 거꾸로 이용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외부에서 일을 해 주어 낮은 온도 쪽의 열을 높은 온도 쪽으로 옮긴다. 냉장고 안이 차가워지는 이유는 내부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장고 뒤쪽이나 에어컨 실외기는 따뜻해진다.
정리: 열역학이 알려 주는 것
열역학은 단순히 뜨겁고 차가운 현상을 다루는 분야가 아니다. 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고, 어떤 과정이 가능한지, 또 어떤 한계를 넘을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
이 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온도는 입자들의 평균적인 운동 에너지와 관련된 양이다.
열은 온도 차이 때문에 이동하는 에너지이다.
열평형은 두 물체 사이에 알짜 열 이동이 없는 상태이다.
온도 변화에 필요한 열량은 (Q=mcDelta T)로 계산한다.
상태 변화에는 온도 변화 없이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Q=mL)을 사용한다.
이상기체는 (PV=nRT)로 압력, 부피, 온도의 관계를 나타낸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열 현상에서의 에너지 보존을 나타낸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 과정의 방향과 열기관 효율의 한계를 설명한다.
앞에서 배운 역학은 힘과 운동, 일과 에너지 보존을 중심으로 물체의 변화를 설명했다. 열역학은 그 에너지 개념을 입자 수준과 거시적 현상으로 확장한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지만, 한 번 주변으로 넓게 퍼진 에너지를 다시 완전히 모아 일로 바꾸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한계가 바로 열역학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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