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보던 운동을 에너지로 다시 보기
앞에서 우리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하나씩 찾고, 그 힘들의 합으로 가속도를 구했다. 이 방법은 운동의 순간순간을 자세히 보여 준다. 하지만 모든 순간의 힘을 계속 추적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롤러코스터가 내려갔다 올라가는 운동, 공이 위로 던져졌다가 다시 내려오는 운동, 용수철에 밀린 물체의 운동처럼 속도가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그 관점이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물체가 운동을 하거나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에너지 관점에서는 "지금 힘이 얼마인가?"보다 "처음과 나중에 에너지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본다. 그래서 중간 과정이 복잡해도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를 비교해 운동을 간단히 분석할 수 있다.
에너지의 단위는 줄(J)이다. 뒤에서 볼 일의 단위도 줄이며, (1,text{J}=1,text{N}cdottext{m})이다. 즉 1 N의 힘이 물체를 힘의 방향으로 1 m 움직일 때 한 일의 양이 1 J이다.
AI 생성 이미지
일: 힘이 변위를 따라 에너지를 전달하는 양
물리학에서 일은 일상어의 "노력"과 다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만히 서 있으면 팔은 힘들지만, 물리학적으로 가방에 한 일은 0이다. 가방의 변위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레를 앞으로 밀어 움직이면 힘이 변위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일을 한 것이다.
힘 (F)가 일정하고, 물체의 변위가 (d), 힘과 변위 사이의 각이 (theta)일 때 일은 다음과 같다.
[W=Fdcostheta]
여기서 중요한 것은 힘 전체가 아니라 변위 방향 성분이다. 힘이 물체의 이동 방향과 나란하면 (theta=0^circ)이고 (cos0^circ=1)이므로 일은 (W=Fd)이다. 힘이 이동 방향과 반대이면 (theta=180^circ)이고 (cos180^circ=-1)이므로 일은 음수가 된다. 힘이 이동 방향과 수직이면 (theta=90^circ)이고 (cos90^circ=0)이므로 일은 0이다.
일의 부호는 에너지 전달 방향을 알려 준다.
양의 일: 힘이 물체의 운동을 돕는다. 수레를 앞으로 밀어 속력이 커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음의 일: 힘이 물체의 운동을 방해한다. 미끄러지는 물체에 작용하는 운동 마찰력이 그렇다.
0인 일: 힘은 작용하지만 변위 방향 성분이 없다. 원운동에서 줄의 장력이 순간속도와 수직이면 장력은 일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 N의 힘으로 상자를 수평 방향으로 3 m 밀었다면 한 일은 (20times3=60,text{J})이다. 그런데 같은 힘을 수평면에서 비스듬히 위쪽으로 당겼다면, 실제로 상자를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힘의 수평 성분뿐이다. 이때는 (Fd)가 아니라 (Fdcostheta)를 사용해야 한다.
운동에너지와 알짜일
움직이는 물체는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질량이 (m), 속력이 (v)인 물체의 운동에너지 (K)는 다음과 같다.
[K=frac{1}{2}mv^2]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속력이 2배가 되면 운동에너지는 4배가 된다. 자동차의 속력이 조금만 커져도 제동 거리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힘이 물체에 작용할 때 각각의 힘이 한 일을 모두 더한 값을 알짜일이라고 한다. 알짜일은 물체의 운동에너지 변화와 같다.
[W_{text{net}}=Delta K=K_f-K_i]
이 식을 운동에너지 정리라고 한다. 여기서 (K_i)는 처음 운동에너지, (K_f)는 나중 운동에너지이다. 알짜일이 양수이면 운동에너지가 증가해 속력이 커진다. 알짜일이 음수이면 운동에너지가 감소해 속력이 작아진다. 알짜일이 0이면 운동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이때 운동 방향은 변할 수 있지만 속력은 그대로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보자. 질량 2 kg인 물체가 처음 속력 3 m/s로 움직이다가 알짜힘의 작용으로 속력이 5 m/s가 되었다. 처음 운동에너지는 (frac12times2times3^2=9,text{J}), 나중 운동에너지는 (frac12times2times5^2=25,text{J})이다. 따라서 알짜일은 (25-9=16,text{J})이다. 힘을 시간에 따라 자세히 몰라도, 속력 변화만 알면 알짜일을 구할 수 있다.
퍼텐셜 에너지: 위치와 형태에 저장된 에너지
에너지는 운동하는 물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곳에 있는 물체, 눌린 용수철처럼 상태가 바뀐 물체도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를 퍼텐셜 에너지라고 한다. 퍼텐셜은 "가능성"이라는 뜻에 가깝다. 아직 운동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운동으로 바뀔 수 있는 에너지이다.
중력 퍼텐셜 에너지
지표면 가까이에서 중력가속도 (g)가 거의 일정하다고 볼 수 있을 때, 질량 (m)인 물체가 기준점보다 높이 (h)만큼 위에 있으면 중력 퍼텐셜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U_g=mgh]
여기서 기준점은 우리가 정한다. 책상 위를 (h=0)으로 정할 수도 있고, 바닥을 (h=0)으로 정할 수도 있다. 기준점에 따라 (U_g)의 값은 달라지지만, 실제 운동을 결정하는 것은 퍼텐셜 에너지의 변화량이다. 물체가 높이 (h)만큼 내려오면 중력이 한 일은 (mgh)이고, 중력 퍼텐셜 에너지는 그만큼 감소한다.
예를 들어 질량 1 kg인 물체가 기준점보다 2 m 높은 곳에 있다면 (gapprox9.8,text{m/s}^2)일 때 (U_g=1times9.8times2=19.6,text{J})이다. 물체가 떨어지면 이 에너지는 주로 운동에너지로 바뀐다.
탄성 퍼텐셜 에너지
용수철을 누르거나 늘이면 원래 길이로 돌아가려는 힘이 생긴다. 이때 용수철에 저장된 에너지를 탄성 퍼텐셜 에너지라고 한다. 용수철 상수가 (k), 자연 길이에서 변형된 길이가 (x)일 때 탄성 퍼텐셜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U_s=frac{1}{2}kx^2]
용수철 상수 (k)는 용수철이 얼마나 뻣뻣한지를 나타낸다. 단위는 N/m이다. 같은 길이만큼 눌렀을 때 (k)가 클수록 더 큰 힘이 필요하고, 더 많은 에너지가 저장된다. 변형량 (x)가 2배가 되면 탄성 퍼텐셜 에너지는 4배가 된다.
주의할 점은 (x)가 용수철의 전체 길이가 아니라 자연 길이에서 얼마나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는가라는 점이다. 자연 길이보다 0.10 m 늘어난 경우와 0.10 m 줄어든 경우는 부호는 다를 수 있지만, 에너지는 (x^2)에 비례하므로 같은 양만큼 저장된다.
역학적 에너지 보존
운동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를 합한 것을 역학적 에너지라고 한다.
[E_{text{mech}}=K+U]
마찰이나 공기 저항처럼 에너지를 열이나 소리로 흩어지게 하는 힘이 없다면, 역학적 에너지는 일정하게 보존된다.
[K_i+U_i=K_f+U_f]
이 식은 매우 강력하다. 중간에 물체가 어떤 경로를 지나갔는지 자세히 몰라도, 처음과 나중의 높이 또는 변형량을 알면 속력을 구할 수 있다.
공을 높이 (h)에서 가만히 놓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속력이 0이므로 운동에너지가 0이고, 중력 퍼텐셜 에너지는 (mgh)이다. 바닥 바로 위에서는 높이를 0으로 잡으면 퍼텐셜 에너지가 거의 0이 되고, 대신 운동에너지가 (frac12mv^2)가 된다. 공기 저항을 무시하면
[mgh=frac{1}{2}mv^2]
이다. 양쪽에 질량 (m)이 있으므로 질량과 관계없이 (v=sqrt{2gh})가 된다.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같은 속력으로 도달한다는 결론도 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 이것은 공기 저항이 작다고 볼 수 있을 때의 근사이다.
롤러코스터도 비슷하다. 가장 높은 지점에서는 중력 퍼텐셜 에너지가 크고 속력은 작다. 낮은 지점으로 내려오면 퍼텐셜 에너지가 줄어들고 운동에너지가 커져 속력이 증가한다. 다시 올라가면 운동에너지가 퍼텐셜 에너지로 바뀌어 속력이 감소한다. 에너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다.
보존력과 비보존력
역학적 에너지가 항상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힘을 두 종류로 구분하면 좋다.
보존력은 퍼텐셜 에너지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이다. 중력과 탄성력은 대표적인 보존력이다. 보존력이 한 일은 출발점과 도착점에만 의존하며, 경로에는 의존하지 않는다. 같은 높이 차를 내려왔다면 직선 경로든 곡선 경로든 중력이 한 일은 같다.
비보존력은 역학적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바꾸어 흩어지게 하거나, 바깥에서 역학적 에너지를 더해 줄 수 있는 힘이다. 마찰력과 공기 저항이 대표적이다. 마찰이 있는 바닥에서 상자가 미끄러지면 운동에너지는 줄어들고, 접촉면과 상자의 온도가 조금 올라간다. 이때 에너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학적 에너지가 열에너지, 소리 에너지 등으로 바뀌어 우리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쓰기 어려운 형태가 된 것이다.
비보존력이 한 일을 포함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W_{text{nc}}=Delta E_{text{mech}}]
또는 같은 뜻으로,
[K_i+U_i+W_{text{nc}}=K_f+U_f]
라고 쓸 수 있다. 즉 비보존력이 음의 일을 하면 역학적 에너지가 감소한다. 운동 마찰력이 작용하는 경우가 그렇다. 반대로 사람이 물체를 밀어 에너지를 공급하면 비보존적인 외력이 양의 일을 하여 역학적 에너지가 증가할 수도 있다.
에너지 문제를 푸는 순서
에너지 문제에서는 먼저 "무엇이 보존되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다음 순서를 따르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계와 기준점을 정한다. 어떤 물체를 분석할지, 높이 (h=0)을 어디로 잡을지 정한다.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를 고른다. 속력, 높이, 용수철 변형량이 알려진 지점을 선택한다.
에너지 항을 쓴다. 운동에너지 (K), 중력 퍼텐셜 에너지 (U_g), 탄성 퍼텐셜 에너지 (U_s) 중 필요한 것만 쓴다.
마찰과 공기 저항을 확인한다. 무시할 수 있으면 역학적 에너지 보존식을 쓴다. 무시할 수 없으면 비보존력이 한 일을 포함한다.
단위를 확인한다. 모든 에너지와 일의 단위는 J로 맞춘다.
예를 들어 마찰이 없는 경사면에서 물체가 내려오는 문제라면 빗면을 따라 작용하는 힘을 계속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 높이와 나중 높이의 차를 이용해 중력 퍼텐셜 에너지 감소량을 구하고, 그것이 운동에너지 증가량과 같다고 놓으면 된다. 반면 거친 경사면이라면 마찰이 한 음의 일을 포함해야 한다.
실험으로 보는 에너지 손실
작은 구슬을 경사 레일 위에서 굴려 보자. 마찰과 공기 저항이 아주 작다면 구슬은 처음 높이와 거의 같은 높이까지 다시 올라간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조금 낮은 높이까지만 올라간다. 레일과 구슬 사이의 미세한 마찰, 공기 저항, 소리, 열, 작은 변형 등에 의해 일부 역학적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에너지 보존이 틀렸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보존되지 않은 것은 역학적 에너지이다. 전체 에너지는 다른 형태까지 포함하면 보존된다. 물리학에서 중요한 일은 어떤 에너지를 포함해 볼 것인지, 어떤 손실을 무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장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일은 힘과 변위의 방향 관계로 부호가 결정된다. 둘째, 알짜일은 운동에너지의 변화를 만든다. 셋째, 마찰과 공기 저항이 작으면 운동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 보존된다. 에너지 관점은 힘 분석을 대신하기도 하고, 힘 분석과 함께 운동을 더 넓게 이해하게 해 주는 도구이다.
이 노트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