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손맛보다 먼저 환경이다
요리를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는 맛이 아니라 혼란이다. 냄비는 끓고, 도마 위에는 손질하지 않은 재료가 남아 있고, 싱크대에는 사용한 그릇이 쌓인다. 이 상태에서는 간을 맞추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진다.
요리는 손맛보다 먼저 정리, 위생, 순서에서 시작된다. 재료를 얼마나 잘 볶는지보다, 날고기와 생채소가 같은 도마에 닿지 않게 하는 것, 뜨거운 팬을 맨손으로 잡지 않는 것, 필요한 도구를 미리 꺼내 두는 것이 먼저다.
초보자는 "요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주방을 안전하게 움직인다"는 목표를 먼저 세우면 된다. 주방에서 지켜야 할 기본은 네 가지다.
손과 조리대는 깨끗하게 유지한다.
익히지 않은 재료와 바로 먹을 재료를 분리한다.
손질, 조리, 설거지의 순서를 정한다.
칼, 뜨거운 팬, 끓는 물을 조심해서 다룬다.
이 네 가지가 지켜지면 요리는 훨씬 덜 어렵다. 실수해도 원인을 찾기 쉽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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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기와 도마 구분은 선택이 아니다
요리 전 손 씻기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준비다. 손은 재료, 냉장고 손잡이, 양념통, 휴대전화, 행주를 계속 오간다. 손이 더러워 보이지 않아도 세균은 옮겨질 수 있다.
손은 비누로 문질러 최소 20초 동안 씻는다. 손바닥만 비비지 말고 손등, 손가락 사이, 손톱 밑, 엄지까지 문지른다. 특히 날고기, 생선, 달걀, 밀가루를 만진 뒤에는 다시 씻어야 한다. 미국 CDC도 음식을 준비하기 전·중·후, 그리고 날고기나 달걀 등을 만진 뒤 손을 씻으라고 안내한다.1
도마와 칼도 손과 같다. 한 번 사용한 표면에는 이전 재료의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도마는 최소한 두 용도로 나누는 것이 좋다.
바로 먹는 재료용: 채소, 과일, 빵, 익힌 음식
익혀 먹는 재료용: 날고기, 생선, 해산물
도마가 하나뿐이라면 순서를 바꾼다. 먼저 바로 먹는 채소와 과일을 손질하고, 그다음 고기나 생선을 손질한다. 중간에 용도를 바꾸어야 한다면 도마와 칼을 뜨거운 물과 세제로 씻고 물기를 제거한 뒤 사용한다.
흔한 실수는 "어차피 익힐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익히기 전 재료의 즙이 손, 칼, 도마, 접시, 양념통에 묻는 순간 생긴다. 날고기를 집은 집게로 익은 고기를 다시 집거나, 생선 손질한 도마 위에 오이를 써는 식이다. 교차 오염을 막으려면 날고기, 해산물, 달걀은 바로 먹는 음식과 분리하고, 닿았던 접시와 조리도구는 씻은 뒤 다시 써야 한다.2
행주도 주의해야 한다. 젖은 행주는 오염을 옮기는 통로가 되기 쉽다. 손 닦는 수건, 식기 물기 닦는 행주, 조리대 닦는 행주는 가능하면 구분한다. 사용한 행주는 펼쳐서 말리고, 냄새가 나거나 미끈한 느낌이 있으면 바로 세탁하거나 교체한다. 스펀지와 행주를 오래 젖은 상태로 두지 않는 습관은 주방 위생의 기본이다.3
손질, 조리, 설거지는 한 줄로 이어야 한다
초보자가 자주 겪는 혼란은 일을 동시에 하려다가 생긴다. 양파를 썰다가 팬이 달궈지고, 팬을 보다가 마늘이 타고, 타는 냄새에 놀라 싱크대로 가면 도마가 가득 차 있다. 요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순서가 엉킨 것이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다음 순서로 움직인다.
조리대를 비운다.
손을 씻는다.
레시피나 만들 음식을 한 번 끝까지 읽는다.
필요한 재료를 꺼낸다.
필요한 도구를 꺼낸다.
씻을 재료를 씻고 물기를 뺀다.
썰 재료를 먼저 썰어 둔다.
불을 켠다.
중요한 기준은 불을 켜기 전에 멈출 수 없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팬에 기름을 두른 뒤 마늘을 찾기 시작하면 마늘을 넣기 전부터 팬은 계속 뜨거워진다. 끓는 물 앞에서 소금을 찾으면 물은 넘칠 수 있다. 양념을 넣어야 할 순간에 숟가락을 찾으면 재료는 익는 정도가 달라진다.
모든 재료를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조리라면 기다리는 동안 다음 재료를 준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감자를 삶는 15분 동안 양파를 썰 수 있다. 그러나 볶음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요리는 다르다. 마늘, 대파, 양념, 접시는 불을 켜기 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설거지도 마지막에 한꺼번에 몰아두지 않는다. 요리 중 생기는 빈 봉지, 껍질, 사용한 그릇을 바로 치우면 조리대가 넓어진다. 조리대가 넓으면 칼질이 안정되고, 뜨거운 냄비를 내려놓을 공간도 생긴다. "요리하면서 정리하기"는 부지런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뜨거운 것과 날카로운 것은 이동 방향을 정한다
주방 사고는 대부분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익숙한 동작에서 생긴다. 칼을 내려놓는 위치, 팬 손잡이의 방향, 냄비 뚜껑을 여는 방향만 바꾸어도 사고가 줄어든다.
칼은 사용할 때보다 놓을 때가 더 중요하다. 칼날이 손이 지나가는 방향을 향하지 않게 놓는다. 싱크대 물속에 칼을 담가 두지 않는다. 물속에 있으면 보이지 않아 손을 베기 쉽다. 칼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때는 손잡이가 상대방 쪽을 향하게 하고, 칼날은 아래로 둔다.
칼질을 할 때 재료가 흔들리면 위험하다. 둥근 양파나 감자는 먼저 한쪽 면을 잘라 평평한 바닥을 만든다. 손가락 끝을 세우지 말고 안쪽으로 살짝 말아 칼날이 손톱 앞을 지나가게 한다. 속도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두께로 천천히 자르는 것이 빠르게 자르다 멈추는 것보다 안전하다.
뜨거운 팬과 냄비는 항상 손잡이 방향을 확인한다. 손잡이가 몸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면 지나가다 건드리기 쉽다. 손잡이는 몸의 옆쪽이나 안쪽을 향하게 둔다. 젖은 행주로 뜨거운 냄비를 잡지 않는다. 젖은 천은 열을 빨리 전달해 손을 데일 수 있다. 냄비 장갑이나 마른 행주를 사용한다.
끓는 물을 다룰 때는 얼굴과 손의 위치를 조심한다. 뚜껑을 열 때는 김이 몸 반대쪽으로 빠지게 연다. 면이나 채소를 넣을 때는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지 말고 물 가까이에서 천천히 넣는다. 물이 튀면 즉시 불을 줄이고 주변 물기를 닦는다. 바닥에 물이나 기름이 있으면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바로 닦는다.
기름을 쓰는 요리에서는 재료의 물기를 확인한다. 물이 많은 재료를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기름이 튄다. 두부, 생선, 씻은 채소는 키친타월이나 깨끗한 행주로 겉면의 물기를 제거한 뒤 넣는다. 팬 가까이에 손을 오래 두지 말고, 재료는 몸에서 먼 쪽으로 살짝 밀어 넣듯이 놓는다.
미리 꺼내 두면 실패가 줄어든다
요리 전 준비를 프랑스어로 '미장 플라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자리에 두는 것이다. 초보자에게 이 준비는 맛보다 실수를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
요리 전에는 세 가지를 확인한다.
재료: 빠진 재료가 있는가, 씻거나 해동해야 하는가
도구: 칼, 도마, 냄비, 팬, 주걱, 집게, 계량스푼이 필요한가
공간: 썰 곳, 익힐 곳, 완성한 음식을 둘 곳이 비어 있는가
예를 들어 된장찌개를 끓인다면 냄비, 국자, 도마, 칼, 된장, 물, 두부, 채소를 먼저 꺼낸다. 두부는 썰어 두고, 채소도 익는 데 오래 걸리는 것과 금방 익는 것을 나누어 둔다. 이렇게 준비하면 끓는 냄비 앞에서 냉장고를 뒤지는 일이 줄어든다.
볶음 요리는 더 분명하다. 불을 켠 뒤에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파와 마늘은 금방 향이 나고, 조금 지나면 탄다. 양념을 찾느라 30초를 보내면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볶음에 들어갈 재료와 양념은 불을 켜기 전에 손이 닿는 곳에 두어야 한다.
흔한 실수는 준비를 "요리 시간이 길어지는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반대다. 준비 없이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시간이 늘어난다. 준비한 뒤 시작하면 움직임이 짧아지고, 불 조절과 익힘 상태를 볼 여유가 생긴다.
시작 전 1분 점검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확인한다. 모두 지키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매번 같은 순서로 확인하면 곧 습관이 된다.
손을 비누로 20초 이상 씻었는가
조리대에 불필요한 물건이 없는가
도마와 칼의 용도가 섞이지 않는가
날고기와 바로 먹을 재료가 떨어져 있는가
젖은 행주가 조리대 위에 뭉쳐 있지 않은가
뜨거운 냄비를 내려놓을 자리가 있는가
팬 손잡이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지 않은가
재료와 양념을 불 켜기 전에 꺼내 두었는가
쓰레기와 포장재를 바로 버릴 수 있는가
요리 중 손을 다시 씻어야 할 순간을 알고 있는가
요리의 기본은 특별한 감각이 아니다. 깨끗한 손, 분리된 도마, 정리된 조리대, 예측 가능한 순서다. 이 네 가지가 갖춰지면 다음 단계인 도구, 재료, 칼질, 불 조절을 배우기가 훨씬 쉬워진다. 주방은 서두르는 곳이 아니라 순서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참고
1Preventing Food Poisoning | Food Safety | CDC
2Avoid cross-contamination when handling food - Food Safety
310 Basic Kitchen Hygiene Rules To Follow – Hygiene Food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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