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hropic은 미 국방부로부터 ‘공급망 위험’으로 분류돼 있다. 특정 업체의 기술이 국가안보 시스템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조달상 경고다. 이 지정 때문에 국방 계약업체는 군 관련 업무에서 Anthropic의 Claude 모델을 쓰지 않는다고 인증해야 한다.1
그런데 NSA는 Anthropic의 새 모델 Mythos를 계속 쓰거나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비서실장 Susie Wiles가 관련 계약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2 표면적으로는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안을 이해하는 핵심은 “Anthropic을 신뢰하느냐”가 아니라 “특정 능력을 어떤 제한 조건 아래 쓸 수 있느냐”다.
블랙리스트보다 중요한 것은 예외의 조건이다
미 국방부 CTO 에밀 마이클은 Anthropic이 여전히 공급망 위험으로 분류돼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Mythos 문제는 그 지정과 별개의 국가안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1
이 구분이 중요하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회사와 제품 전반에 대한 조달상 제한이다. 반면 Mythos 계약은 특정 임무에 필요한 능력을 제한된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를 다루는 문제다.
Mythos는 사이버 취약점을 찾고 패치하는 데 특화된 AI 모델로 언급됐다.1 NSA 입장에서는 이런 능력이 즉각적인 안보 가치가 있다. 여기에 Mythos가 구형 칩에서도 실행된다는 점도 변수다. 최신 AI 칩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어떤 하드웨어에서 운용할 수 있는지도 조달 판단에 영향을 준다.2
따라서 이번 사안은 “금지한 기술을 예외적으로 몰래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특정 임무, 특정 모델, 특정 데이터 제한을 조건으로 예외를 설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AI 계약의 중심은 ‘허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 조건’이다
Anthropic과 국방부의 갈등은 AI를 군사·정보 영역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Anthropic은 대규모 국내 감시나 완전 자율무기 사용에는 선을 그으려 했고, 국방부는 군이 합법적 작전 용도로 기술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3
이런 갈등 속에서 NSA 계약의 핵심은 전면 허용이나 전면 금지가 아니다. 마무리 중인 계약에는 Mythos가 미국인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2
이는 앞으로 정부 AI 조달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큰 방식이다. 모델을 한 번에 승인하거나 배제하는 대신, 다음 요소를 쪼개 통제하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가
어떤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가
어떤 네트워크나 하드웨어에서 운용되는가
어떤 사용은 명시적으로 금지되는가
AI 계약의 실질적 쟁점은 모델 자체보다 운용 경계가 된다. 같은 모델이라도 데이터, 임무, 접근권한에 따라 위험도와 허용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봐야 할 세 가지 변화
첫째, 미국 정부는 단일 AI 업체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국방부는 Google, OpenAI, Nvidia, Microsoft, AWS, SpaceX, Reflection 등 7개 기업과 기밀 네트워크에서 합법적 작전 용도로 기술을 배포하는 계약을 맺었다.1 특정 기업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도, 전체 전략은 여러 공급자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둘째, 프런티어 모델 평가는 안보 업무가 됐다. 마이클은 NSA와 상무부가 중국 모델을 포함한 모든 프런티어 모델의 최첨단 능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1 이제 AI 모델 평가는 단순한 성능 벤치마크가 아니라 국가안보 역량과 위험을 동시에 가늠하는 작업이다.
셋째, 병목은 모델만이 아니다. 백악관은 장기적인 AI 칩 부족을 풀기 위해 90억 달러 규모의 칩 예산을 승인한 것으로 보도됐다.2 Mythos가 구형 칩에서 실행된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델 능력, 칩 공급, 배포 환경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정부가 얻어야 할 교훈
Anthropic-NSA 계약 논란은 국가안보 영역의 AI 도입이 성능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급망 신뢰, 칩 확보, 데이터 제한, 사용 조건이 함께 계약의 핵심이 된다.
기업은 “우리 모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어떤 사용을 허용하고 금지할지, 민감한 데이터에 어떻게 접근하지 않게 할지, 정부 환경에서 어떤 통제 장치를 둘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AI를 도입하려면 단순히 특정 업체를 승인하거나 배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무별 필요성과 위험을 구분하고, 예외를 만들 경우 그 경계를 계약에 명확히 넣어야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앞으로 국가안보 AI 조달의 기준은 “누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만들었는가”에서 “그 모델을 어떤 경계 안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1Pentagon tech chief says Anthropic is still blacklisted, but Mythos is a separate issue
3Pentagon formally designates Anthropic a supply chain risk amid feud over AI guardr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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