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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규칙의 성이 무너지다

1980년대 중반, 기업 사무실에는 새로운 기대가 떠돌았다. 전문가 시스템을 들여오면 숙련된 직원의 판단을 컴퓨터가 대신해 줄 것 같았다. "만약 이런 조건이면, 이렇게 하라." 규칙을 충분히 많이 넣으면 기계가 전문가처럼 일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백 개면 충분해 보였던 규칙이 어느새 수천, 수만 개로 불어났다. DEC의 XCON 같은 성공 사례도 제품 종류가 바뀔 때마다 규칙을 계속 고쳐야 했다. 규칙 하나를 추가하면 다른 규칙과 충돌했고, 작은 수정이 엉뚱한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의 머릿속 경험을 문장으로 꺼내는 일도 느렸다. 이것을 지식 획득 병목이라고 부른다. 병목은 좁은 길에 차가 몰려 전체 흐름이 막히는 것처럼, 지식을 모으는 단계가 시스템 전체의 속도를 늦추는 현상이다.1

비용도 문제였다. 전문가 시스템은 종종 리스프 머신 같은 전용 장비 위에서 돌아갔다. 리스프는 당시 AI 연구자들이 즐겨 쓰던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일반 워크스테이션과 개인용 컴퓨터가 빠르고 싸졌다. 비싼 전용 기계를 살 이유가 줄어들었다. 1987년 무렵 전용 AI 하드웨어 시장이 흔들리면서, 기업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2

두 번째 겨울과 조용한 재정비AI 생성 이미지

현실은 예외로 가득했다

기호주의 AI는 세상을 기호와 규칙으로 정리하려 했다. 이 방식은 진단표, 주문 구성, 화학 분석처럼 범위가 뚜렷한 문제에서 힘을 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규칙 바깥으로 새어 나갔다.

예를 들어 "열이 나고 특정 검사 결과가 나오면 감염을 의심하라"는 규칙은 유용하다. 하지만 환자가 다른 약을 먹고 있다면? 검사 결과가 오염되었다면? 증상이 다른 병과 겹친다면? 규칙은 점점 길어지고, 예외는 더 빨리 늘어난다. 연구자들은 이런 어려움을 자격 문제라고 불렀다. 어떤 행동이나 판단이 성립하려면 필요한 조건을 모두 적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 조건을 끝까지 열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3

사람은 애매한 상황에서도 "아마 이쪽일 것 같다"고 판단한다. 반면 많은 전문가 시스템은 정해진 칸에 맞지 않는 입력을 만나면 갑자기 약해졌다. 그래서 이 시스템들은 종종 취약하다고 평가받았다. 유리잔처럼 평소에는 멀쩡하지만, 예상 밖 충격에는 쉽게 깨지는 성질이었다.

겨울 속에서 바뀐 질문

두 번째 AI 겨울은 AI가 완전히 멈춘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이 바뀐 시간이었다. "전문가의 지식을 모두 규칙으로 넣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기계가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아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커졌다.

확률과 통계가 다시 중요해졌다. 확률은 정답을 단정하지 않고 가능성을 숫자로 다루는 방법이다. 날씨 예보가 "비가 온다"가 아니라 "비 올 확률 70%"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 세계에는 불확실한 단서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단순한 참·거짓 규칙보다 유연했다. 최적화도 중요해졌다. 최적화는 많은 선택지 중에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산길에서 가장 덜 가파른 길을 조금씩 찾는 일에 가깝다.

이 시기 AI라는 이름은 잠시 부담스러운 간판이 되었다. 대신 연구는 머신러닝, 패턴 인식, 데이터 마이닝 같은 이름으로 이어졌다. 머신러닝은 사람이 규칙을 일일이 써 주는 대신, 기계가 예시에서 패턴을 배우게 하는 방법이다. 패턴 인식은 사진, 소리, 글자 속 반복되는 특징을 찾아내는 연구였고, 데이터 마이닝은 큰 데이터 더미에서 쓸모 있는 관계를 캐내는 일이었다.4

겉으로 보기에 AI는 조용해졌다. 그러나 조용한 연구실에서는 다음 시대의 도구들이 다듬어지고 있었다. 규칙을 손으로 쌓는 방식에서, 데이터로부터 배우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 두 번째 겨울은 끝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었다. 차가운 계절 아래에서, AI는 새로운 봄에 필요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참고

1Expert Systems Boom and Second AI Winter (1980–1993)

2AI winter

3The Second AI Winter (1987–1993)

4The Definitive History of AI: Part 5 - The Second AI Winter and the Rise of Machine Learning (1987-2000)

책 목록

생각하는 기계의 탄생: AI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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