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한 장이 기대를 식히다
1966년, 미국의 한 보고서가 연구실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자동언어처리자문위원회, 곧 ALPAC 보고서였다. 그동안 기계 번역은 냉전의 긴장 속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러시아어 과학 논문을 컴퓨터가 빠르게 영어로 바꿔 준다면 군사와 과학 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초기 기계 번역은 단어장을 펼쳐 놓고 단어를 하나씩 바꾸는 방식에 가까웠다. 문법 규칙을 더해도 문맥과 상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단어가 문장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되는 문제를 처리하기 어려웠다. ALPAC 보고서는 기계 번역이 기대만큼 빠르지도, 정확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고, 이후 관련 연구 지원은 크게 줄었다.1
이때 드러난 문제는 단순했다. 언어는 단어의 합이 아니었다. 번역은 사전 찾기가 아니라 상황을 읽는 일이었다.
AI 생성 이미지
퍼셉트론의 약속이 흔들리다
또 다른 찬바람은 신경망 쪽에서 불었다. 신경망은 인간의 뇌처럼 작은 계산 단위들을 연결해 배우게 하려는 방식이다. 그중 퍼셉트론은 1957년 프랭크 로젠블랫이 제안한 초기 모델이었다. 입력을 받고, 연결의 세기인 가중치를 조금씩 조정해, 고양이와 고양이가 아닌 것처럼 대상을 구분하려 했다.
처음에는 대단한 가능성처럼 보였다. 기계가 사람이 규칙을 일일이 써 주지 않아도 예시를 보며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1969년 마빈 민스키와 시모어 페퍼트가 낸 『Perceptrons』는 단층 퍼셉트론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2 간단히 말해, 한 줄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신경망 전체의 사망 선고가 아니었다. 여러 층을 쌓고 효과적으로 학습시키는 방법이 아직 부족했을 뿐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비판이 크게 받아들여졌고, 연결주의 연구는 오랫동안 주변으로 밀려났다.
장난감 문제 밖의 세계
초기 AI가 잘 풀던 문제는 대부분 작고 깨끗했다. 체스판은 칸이 정해져 있고, 논리 문제는 규칙이 분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지러운 방과 같았다. 사물은 가려져 있고, 말은 애매하며, 사람은 규칙대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조합 폭발이라는 벽이 나타났다. 조합 폭발은 선택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이다. 갈림길이 두세 개일 때는 길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갈림길이 수십 번 이어지면 경우의 수는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당시 컴퓨터도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비쌌다. 저장할 데이터도 부족했다. 상식을 컴퓨터에 넣으려면 사람이 손으로 규칙을 써야 했는데, 세상에 관한 규칙은 끝이 없었다. 1973년 영국의 라이트힐 보고서는 AI가 약속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작은 문제에서 통하던 방법이 현실 문제로 잘 확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AI 연구 지원 축소에도 영향을 주었다.3
겨울이 남긴 것
이 시기를 흔히 첫 번째 AI 겨울이라고 부른다. 보통 1970년대의 연구비 축소와 관심 저하를 가리키지만, 그 차가운 분위기는 1960년대 후반 기계 번역에 대한 실망과 신경망 비판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겨울이라는 말은 연구가 완전히 멈췄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전처럼 "곧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나온다"는 낙관은 더 이상 쉽게 통하지 않았다.
이 겨울은 실패의 기록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의 크기를 처음으로 정확히 보여 준 사건이었다. AI에는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부족했다. 더 빠른 컴퓨터, 더 많은 데이터, 더 나은 학습 방법, 그리고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다루는 전략이 필요했다.
연구자들은 조금씩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아는 기계를 만들기보다, 한정된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판단하는 기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 겨울의 끝자락에서 다음 봄의 씨앗이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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