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안의 작은 기적
1950~60년대의 AI 연구실에는 이상한 흥분이 떠돌았다. 컴퓨터는 아직 방 하나를 차지할 만큼 컸고, 계산 속도도 오늘날의 휴대전화보다 느렸다. 그런데 그 기계가 수학 정리를 증명하고, 문제를 풀고,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1956년 앨런 뉴얼, 허버트 사이먼, 클리프 쇼가 만든 Logic Theorist는 그 흥분의 중심에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Principia Mathematica)』에 나오는 정리 일부를 증명했다. 심지어 몇몇 증명은 사람이 쓴 것보다 더 간결해 보였다.1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기계가 논리를 다룰 수 있다면,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곧이어 뉴얼과 사이먼은 일반 문제 해결기, 곧 GPS를 만들었다. 여기서 GPS는 길 안내 장치가 아니라 General Problem Solver의 약자다. 이름부터 대담했다. 특정 문제만 푸는 기계가 아니라, 여러 문제에 통하는 해결 절차를 찾겠다는 뜻이었다. GPS는 목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길을 잃었을 때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비교하며 한 걸음씩 방향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AI 생성 이미지
장난감 문제의 승리
초기 AI가 잘한 일은 주로 장난감 문제였다. 장난감 문제란 실제 세계의 복잡함을 덜어 낸 작은 실험 문제를 뜻한다. 규칙이 분명하고, 필요한 정보가 모두 주어지며,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비교적 뚜렷하다.
수학 정리 증명, 퍼즐, 간단한 게임은 이런 환경에 잘 맞았다. 기계는 가능한 선택지를 빠르게 살피고, 불필요한 길을 잘라 내며 답을 찾았다. 이때 쓰인 방법이 탐색과 휴리스틱이었다. 탐색은 미로의 갈림길을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고, 휴리스틱은 "이쪽 길이 더 그럴듯하다"라고 판단해 시간을 아끼는 요령이다.
문제는 현실이 장난감처럼 단정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현실의 문장은 애매하고, 사진 속 사물은 빛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며, 사람의 상식은 규칙 몇 줄로 끝나지 않는다. 연구실의 성공은 진짜였지만, 그 성공이 곧 일반 지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너무 빨랐다.
눈을 배우는 기계, 퍼셉트론
1957년 프랭크 로젠블랫은 퍼셉트론을 고안했다. 퍼셉트론은 초기 신경망의 한 종류다. 신경망은 뇌를 그대로 복사한 장치가 아니라, 여러 입력에 가중치를 붙여 판단하는 계산 방식이다. 사람의 경험이 판단 습관을 조금씩 바꾸듯, 퍼셉트론도 틀릴 때마다 가중치를 조정했다.
이 아이디어는 강력해 보였다. 기계가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써 주지 않아도, 예시를 보고 구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각 인식, 즉 글자나 모양을 알아보는 일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했다.2
하지만 퍼셉트론도 좁은 길을 걷고 있었다. 단순한 경계로 나눌 수 있는 문제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조금만 복잡해져도 막혔다. 훗날 이 한계는 신경망 연구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래도 퍼셉트론은 중요한 씨앗이었다. AI가 규칙을 입력받는 기계에서, 데이터로부터 배우는 기계로 바뀔 수 있음을 처음 강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번역과 대화가 만든 오해
1954년 IBM과 조지타운대학은 러시아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공개 실험을 했다. IBM 701 컴퓨터는 제한된 단어와 몇 가지 문법 규칙으로 짧은 문장을 번역했다. 실험은 작았지만 반응은 컸다. 몇 년 안에 기계번역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왔다.3
그러나 언어는 단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단어도 문맥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문장 뒤에는 문화와 상식이 숨어 있다. "그가 은행에 갔다"에서 은행이 강둑인지 금융기관인지는 문장 바깥의 세계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조지프 와이젠바움의 ELIZA도 비슷한 착각을 낳았다. ELIZA는 사용자의 문장을 받아 일부를 되묻거나 바꾸어 말했다. "어머니가 걱정돼요"라고 하면 "어머니에 대해 더 말해 보세요"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와이젠바움은 인간과 기계의 대화가 얼마나 쉽게 오해될 수 있는지 보려 했지만, 많은 사람은 ELIZA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꼈다.4
황금빛은 왜 바랬을까
초기 AI의 성과는 가짜가 아니었다. Logic Theorist는 실제로 정리를 증명했고, 퍼셉트론은 실제로 학습했으며, ELIZA는 실제로 대화처럼 보이는 상호작용을 만들었다. 문제는 그 성과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연구자들은 규칙이 분명한 작은 세계에서 얻은 성공을 현실 전체로 너무 쉽게 넓혀 보았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예외투성이다. 필요한 정보가 빠져 있고, 단어는 흔들리며, 장면은 늘 변한다. 초기 AI의 황금빛 착각은 여기서 생겼다. 작은 시험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계가, 거대한 현실의 시험지도 곧 풀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이 착각은 곧 비용을 요구했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도 커졌다. 다음 장에서 AI는 처음으로 차가운 계절을 맞는다.
참고
2The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 IBM
3The First Public Demonstration of Machine Translation Occurs
4ELIZA Reinterpreted: The world's first chatbot was not intended as a chatb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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