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생긴 여름
1956년 여름, 미국 뉴햄프셔주의 다트머스대학에 젊은 연구자들이 모였다. 회의의 이름은 다트머스 인공지능 여름 연구 프로젝트였다. 기간은 6월 18일부터 8월 17일까지로 잡혔고, 주최자는 존 매카시, 마빈 민스키, 클로드 섀넌, 너새니얼 로체스터였다.1
이 모임이 특별했던 이유는 대단한 기계가 갑자기 완성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요한 일은 이름이 생겼다는 점이다. 존 매카시는 "Artificial Intelligence", 곧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제안했다. 그는 단순한 자동기계 연구가 아니라, 기계가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싶어 했다. 훗날 매카시는 이 이름을 붙인 이유를 "깃발을 돛대에 못 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2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하나의 분야로 묶겠다는 선언이었다.
AI 생성 이미지
너무 대담했던 가정
다트머스 제안서에는 당시 연구자들의 자신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학습이나 지능의 다른 모든 특징은 원칙적으로 매우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고, 따라서 기계가 그것을 모의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자고 했다.3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인간의 생각을 아주 잘게 쪼개 규칙으로 적을 수 있다면, 기계도 그 규칙을 따라 생각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이 기호 조작이다. 기호 조작은 글자, 숫자, 논리 기호 같은 재료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바꾸는 일이다. 체스판의 말, 수학의 명제, 문제의 조건을 모두 기호로 바꾸면 기계가 다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믿음은 허황된 꿈만은 아니었다. 튜링은 이미 계산을 절차로 설명했다. 섀넌은 정보와 회로의 세계를 열었다. 민스키와 매카시는 기계가 추론할 수 있는 구조를 상상했다. 허버트 사이먼과 앨런 뉴얼은 실제 프로그램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 주려 했다.
체스, 정리, 문제 풀이
초기 AI 연구자들이 고른 과제는 흥미로웠다. 체스 두기, 수학 정리 증명하기, 복잡한 문제 풀기였다. 모두 인간이 "머리를 쓴다"고 여기는 활동이었다. 동시에 규칙이 비교적 분명했다. 체스 말은 정해진 방식으로 움직이고, 수학 증명은 논리 단계로 이어지며, 문제 풀이는 목표와 조건을 따질 수 있다.
뉴얼, 사이먼, 클리프 쇼가 만든 Logic Theorist는 이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이 프로그램은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에 실린 명제 논리 정리들을 증명하려 했다. 1956년 다트머스 모임에서 소개되었고, 첫 52개 정리 중 38개를 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4
여기서 핵심은 기계가 모든 경우를 무식하게 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휴리스틱을 사용했다. 휴리스틱은 등산할 때 정상으로 보이는 방향을 먼저 고르는 감각과 비슷하다. 항상 맞지는 않지만, 막막한 탐색을 줄여 준다. 초기 AI는 바로 이런 "그럴듯한 길 찾기"를 규칙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탄생은 완성이 아니었다
다트머스의 여름은 AI가 완성된 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이 정식으로 출발선에 선 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몇 달 안에 큰 진전이 나올 것처럼 기대했지만, 지능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규칙으로 잘 설명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현실의 언어, 상식, 감각, 애매함은 쉽게 기호로 고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 여름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다트머스 이후 연구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부터 기계에 시켜 볼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AI는 마법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계산 가능한 조각으로 나누어 보려는 야심 찬 연구 계획으로 태어났다.
참고
1The Meeting of the Minds That Launched AI
2John McCarthy's Dartmouth retrospective slides
3Artificial Intelligence (AI) Coined at Dartmouth
4Newell, Simon & Shaw Develop the First Artificial Intelligenc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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