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 앞에서
검은 별문은 하늘에 난 상처처럼 벌어졌다.
그 안쪽에는 밤보다 깊은 어둠이 있었고, 어둠 속에서는 수많은 손이 밀려 나왔다. 손들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공포, 아직 저지르지 않은 배신, 아직 잃지 않은 사랑이 손가락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전장은 멈추지 않았다. 망령들은 세리온의 노래에 맞춰 흔들렸고, 산 자들은 비틀거리며 방패를 들었다. 사하라의 모래벽은 반쯤 무너졌고, 칼리사의 해적들은 검은 강가에서 불붙은 돛을 끌어내렸다. 미라는 피가 섞인 약을 병사들의 입에 흘려 넣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술도 검게 물들고 있었다.
리아는 마지막 파편을 움켜쥔 채 아렌에게 달려왔다. 파편은 접힌 밤하늘처럼 손바닥 위에서 흔들렸다.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작은 심장 같았다. 별 하나 없는 밤의 심장.
"아렌!"
그녀가 파편을 던졌다.
아렌은 손을 뻗었다. 별빛 조각이 품에서 뛰었다. 붉은 산의 차가운 파편이 허리춤에서 울었다. 거울 호수의 유리 파편이 맑은 비명을 냈다. 그리고 마지막 밤하늘의 조각이 그의 손에 닿는 순간, 네 개의 파편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빛이 아니라 어둠이 폭발했다.
검은 금속이 허공에서 휘어졌다. 별빛은 그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고, 붉은 열은 안쪽에 숨어들었으며, 유리의 차가운 문양이 왕관의 이마에 새겨졌다. 마지막 조각은 왕관의 빈 자리를 채우며 밤의 날개처럼 펼쳐졌다.
검은 별의 왕관이 완성되었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아렌은 왕관을 보았다. 그리고 왕관도 그를 보았다.
마룬의 목소리가 균열 너머에서 들려왔다.
"쓰지 마라, 아렌."
곧이어 모르가스의 목소리가 그 말을 덮었다.
"써라, 작은 왕이여. 늦기 전에."
리아가 피 묻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길을 찾겠다고 했잖아."
아렌은 왕관을 들어 올렸다. 손끝이 떨렸다.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왕관은 너무 무거웠다. 금속의 무게가 아니었다. 왕이 되고 싶었던 모든 사람의 꿈, 세상을 고치겠다며 세상을 부순 모든 사람의 확신, 사랑한다는 말로 남의 자유를 빼앗은 모든 손의 무게였다.
아렌은 속삭였다.
"나는 지배하려고 쓰는 게 아니야."
그리고 왕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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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꿈
전장이 사라졌다.
아렌은 가시울 마을의 대장간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은 맑았다. 검은 재는 내리지 않았다. 마룬은 문간에 앉아 못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상처가 없었고, 눈가에는 오래된 피로도 없었다.
"늦었구나." 마룬이 말했다. "저녁이 식겠다."
아렌은 한 걸음 다가갔다. 대장간 안에서는 빵 냄새가 났다. 세리온은 여관 마당에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로반은 갑옷을 벗고 웃고 있었다. 미라는 약초 바구니를 들고 칼리사와 말다툼을 하고, 리아는 우물가에 앉아 사과를 훔쳐 먹다가 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모르가스가 그의 곁에 섰다. 더 이상 썩은 왕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젊고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왕관을 쓴 자가 아니라 왕관을 이해한 자처럼 보였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세계다." 모르가스가 말했다. "죽음이 없는 세계. 배신이 없는 세계. 네가 사랑하는 이들이 너를 떠나지 않는 세계."
아렌은 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너무 완벽했다. 두려움이 없었다. 망설임도 없었다. 도망칠 길을 살피는 눈빛도 없었다.
리아가 아니었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모르가스가 속삭였다. "너는 왜 의심하느냐?"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선택은 상처를 낳는다. 선택 때문에 마룬은 너를 숨겼고, 세리온은 거짓말을 했으며, 리아는 도망칠 준비를 했다. 로반은 문을 열었고, 왕은 죽었다. 선택이 없는 곳에는 죄도 없다."
그 말은 칼보다 날카로웠다.
아렌은 자신이 그 말을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도 떠나지 않는 세계. 아무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세계. 그가 왕이면 모두가 그를 사랑하는 세계.
검은 별의 왕관이 그의 관자놀이를 파고들었다. 수천 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무릎을 꿇었다.
명령하라.
살리라.
붙들라.
사랑받으라.
모르가스가 손을 내밀었다.
"왕이 된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외로운 왕은 세상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나와 함께라면 너는 누구도 잃지 않는다."
아렌은 손을 뻗을 뻔했다.
그때, 멀리서 음 하나가 어긋났다.
틀린 음의 노래
처음에는 바람 같았다.
그다음에는 피 묻은 현을 뜯는 소리 같았다.
세리온의 목소리였다.
"아렌."
이름 하나가 완벽한 꿈의 벽에 금을 냈다.
가시울의 하늘이 흔들렸다. 대장간 지붕 위로 검은 별문이 비쳤다. 웃고 있던 마룬의 얼굴이 잠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리아의 눈동자에 진짜 불안이 돌아왔다.
세리온은 노래하고 있었다. 흑요새 첨탑에 묶인 채, 그림자 왕관에 목을 조여 가며. 그의 노래는 아름답지 않았다. 음은 갈라졌고 숨은 끊겼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명령이 없었다.
부탁만 있었다.
돌아오라는 부탁.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탁.
누구도 혼자 왕이 되지 말라는 부탁.
모르가스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저 배신자가 아직도 노래하는군."
그가 손을 들었다. 꿈의 하늘에서 검은 사슬이 내려와 세리온의 목소리를 짓눌렀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리아의 목소리.
"네가 혼자 사라지면, 난 널 용서 안 해."
미라의 목소리.
"독도 명령도 흐리게 만들 수 있어요. 완전한 어둠 같은 건 없어요."
로반의 목소리.
"죄는 왕관이 아니다. 쓰고 다니지 마라."
칼리사의 목소리.
"빚진 목숨으로는 도망 안 친다, 꼬마 왕."
사하라의 목소리.
"물 앞에서 왕도 도둑도 같다."
마지막으로 마룬의 목소리.
"너는 내 피가 아니어도 내 아들이다. 왕관이 네 이름을 정하게 하지 마라."
아렌은 무릎을 꿇었다. 왕관은 그의 머리 위에서 불타고 있었다. 모르가스의 꿈은 아직 달콤했다. 너무 달콤해서 눈물이 났다.
"나는 모두를 살리고 싶어." 아렌이 말했다.
모르가스가 미소 지었다.
"그러면 명령해라."
아렌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 물어볼 거야."
꿈이 산산조각났다.
숨은 구절
아렌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별문 앞에 서 있었다.
전장의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비명, 쇳소리, 무너지는 돌, 망령의 낮은 울음. 왕관은 그의 머리에 있었고, 별문은 그의 가슴을 향해 입을 벌렸다.
모르가스의 영혼은 검은 불꽃이 되어 왕관 안에서 솟구쳤다.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왕관은 한 사람을 요구한다. 별왕가의 피를 지닌 한 사람. 너는 문 안쪽의 빗장이 되어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아렌은 알고 있었다. 모래 밑의 도서관에서 들은 진실. 왕관을 쓰는 자는 문을 닫고, 문 안쪽에 남는다.
그는 그 길을 받아들이려 했다.
리아가 아니었다면.
리아는 검은 피로 젖은 손을 품속에 넣었다. 그녀가 꺼낸 것은 찢어진 양피지 조각이었다. 오래된 글자가 모래처럼 희미했다.
"도서관에서 봤어."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책장 안쪽, 눈먼 용이 몸으로 가리고 있던 줄. 처음엔 훔친 줄 알았는데… 아마 가져가라고 둔 거였어."
아렌은 그녀를 보았다.
리아가 읽었다.
"왕관이 한 의지로 닫히면, 그 의지는 감옥이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이름들이 스스로 문을 붙들면, 왕은 빗장이 아니라 열쇠가 된다."
모르가스가 포효했다.
"거짓이다!"
"아니." 세리온의 목소리가 첨탑에서 떨어졌다. "내 스승 바엘란이 지운 구절이다. 모르가스가 가장 두려워한 말이지."
세리온은 마지막 음을 불렀다.
이번에는 틀린 음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음이었다. 그림자 왕관이 그의 발밑에서 깨졌다. 첨탑의 검은 사슬들이 하나씩 끊어졌다. 세리온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그 노래가 망령들의 이마에 박힌 명령을 찢었다.
죽은 자들이 멈췄다.
살아 있는 자들이 들었다.
리아가 아렌의 손을 잡았다.
"명령하지 마. 부탁해."
아렌은 전장을 향해 외쳤다.
"나와 함께 문을 닫아 줄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대답해 줘! 강요하지 않는다. 두려워도 된다. 거절해도 된다. 이것은 왕의 명령이 아니다!"
처음 대답한 것은 리아였다.
"리아. 도둑이었고, 도망자였고, 지금은 네 친구다. 내 몫의 문을 붙들겠다."
미라가 검은 피 묻은 손을 들었다.
"미라. 치유사. 독의 명령을 들었지만 따르지 않겠다."
칼리사가 부러진 칼을 세웠다.
"칼리사. 해적 여왕. 빚은 갚는다."
사하라와 순례자들이 물 없는 손바닥을 이마에 댔다.
"사하라. 별을 보는 자. 균형을 위해 서겠다."
카엘이 부서진 왕국의 깃발을 들었다.
"카엘 에스테른. 왕이 되기 전에 사람으로 대답한다."
로반은 피를 토하며 검을 땅에 꽂았다.
"로반 칼드. 열린 문 때문에 살았던 자들을 위해, 이번 문을 닫겠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마룬의 쇠사슬이 울렸다.
"마룬 베라스. 대장장이. 내 아들의 짐을 나누겠다."
수백, 수천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해적, 병사, 순례자, 이름 없는 피난민, 죽음에서 잠시 풀려난 망령들까지. 그들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은 마음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강했다.
모르가스는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내려놓은 왕관
왕관은 아렌의 머리 위에서 찢어질 듯 울었다.
별문이 그를 끌어당겼다. 그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리아가 손을 붙들었지만, 힘은 너무 컸다. 아렌은 문 안쪽에서 모르가스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 그는 왕도, 구원자도 아니었다. 잃는 것이 두려워 모든 것을 자기 손 안에 가두려 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너도 결국 나처럼 될 것이다!" 모르가스가 외쳤다. "사랑하는 자를 잃으면, 다시 왕관을 찾게 될 것이다!"
아렌은 눈을 감았다.
그는 마룬의 대장간을 떠올렸다. 리아의 거짓 웃음과 진짜 눈물. 세리온의 비겁함과 마지막 노래. 미라의 떨리는 손. 로반의 죄. 카엘의 흔들림. 칼리사의 빚. 사하라의 물 한 방울.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누구도 왕관 하나에 갇혀서는 안 되었다.
아렌은 왕관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것은 그의 머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왔다. 기억들이 흔들렸다. 가시울의 첫눈, 마룬이 처음 쥐여 준 망치, 리아가 사막 밤에 맡긴 접이칼. 왕관은 그것들을 먹으려 했다.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진정한 왕은 사람들 위에 서지 않는다."
그가 왕관을 들어 올렸다.
"문 앞에 서서, 모두가 지나갈 길을 남긴다."
왕관이 그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순간 아렌의 피가 별빛처럼 솟았다. 리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왕관은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목소리가 붙든 맹세 위에 떠올랐다. 각자의 이름이 빛의 실이 되어 왕관을 감쌌다.
아렌은 마지막으로 명령하지 않았다.
그는 부탁했다.
"닫혀라. 그리고 누구도 혼자 가두지 마라."
검은 별문이 접히기 시작했다.
모르가스의 영혼은 문틈에서 발버둥쳤다. 그는 수천 개의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왕의 목소리, 아버지의 목소리, 친구의 목소리, 죽은 아이의 목소리. 그러나 이제 아무도 그 목소리를 하나의 진실로 듣지 않았다.
세리온의 마지막 노래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망령들이 무기를 내려놓았다.
검은 별이 하늘에서 꺼졌다.
별문은 바늘구멍만큼 작아지더니, 끝내 닫혔다.
정적이 내려왔다.
처음으로 검은 재가 멈췄다.
아렌은 무너졌다.
리아가 그를 받아 안았다. 그의 머리에는 왕관이 없었다. 이마에는 검은 별 모양의 희미한 흉터만 남아 있었다. 멀리 흑요새의 첨탑이 갈라지고, 세리온의 노래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렌." 리아가 그의 뺨을 두드렸다. "눈 떠. 약속했잖아. 혼자 사라지지 않겠다고 했잖아."
아렌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새벽빛이 그의 회색 눈동자에 닿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너무 멀리서 돌아온 사람의 것이었다.
리아가 웃으려다 울었다.
"나 알아보겠어?"
아렌은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입술이 움직였다.
"리아."
그녀가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 말이 그녀의 가슴을 얼렸다.
"가시울은… 어디지?"
동쪽 하늘에서 첫 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닫힌 별문 너머에서, 아주 희미한 노크 소리가 한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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