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별 아래의 길잡이
세리온은 일곱 밤을 혼자 걸었다.
그가 남긴 가짜 발자국은 유리섬의 절벽에서 셋으로 갈라졌고, 검은 기사들은 그중 둘을 따라 죽은 늪과 바위 미궁으로 흩어졌다. 셋째 길은 세리온 자신이었다. 그는 바람의 노래로 자신의 냄새를 찢고, 그림자를 길게 늘여 추격자들의 눈앞에 아렌의 환영을 세웠다.
그 대가는 작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에는 이제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낮에는 희미했으나, 밤이 되면 땅 위에 드리운 검은 형상이 세리온보다 먼저 움직였다. 때로는 손을 들고, 때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림자에는 얼굴이 없었지만 세리온은 알았다. 그것은 웃고 있었다.
흑요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여덟째 새벽이었다.
요새는 산 위에 세워진 성이 아니었다. 검은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땅을 꿰뚫은 것처럼 서 있었다. 중앙의 탑은 못처럼 곧았고, 그 아래의 대지는 오래된 상처처럼 갈라져 있었다. 균열에서는 빛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빛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리온은 무릎을 짚고 숨을 골랐다. 목 안쪽이 쇠붙이처럼 탔다. 그는 자신의 낡은 류트를 내려다보았다. 현은 셋이나 끊어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것을 버리지 못했다. 노래꾼에게 마지막 무기는 칼이 아니라 기억이었고, 기억은 대개 가장 먼저 배신했다.
그때 동쪽 하늘 낮은 곳에서 세 줄기의 빛이 솟았다.
붉은빛, 은빛, 그리고 희미한 별빛.
아렌이 보낸 신호였다.
세리온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는 그 의미를 알았다. 흩어진 자들을 부르는 불빛.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 그리고, 배신자였던 자신에게도 닿는 부름.
그는 한때 길잡이였다. 이제는 적의 문 앞에서 비틀거리는 늙은 노래꾼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불빛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그림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집으로 오너라, 바엘란의 제자야.'
세리온은 고개를 들었다.
흑요새의 탑 꼭대기에서 검은 별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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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영혼
성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세리온이 다가가자 검은 철문은 스스로 안쪽으로 열렸다. 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산 자가 아니었다. 투구 속에는 얼굴 대신 재가 차 있었고, 갑옷 사이로는 푸른빛도 붉은빛도 아닌 죽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들은 세리온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예의가 더 끔찍했다.
세리온은 검은 계단을 올랐다. 한 층, 또 한 층. 계단 벽에는 오래된 왕들의 이름이 긁혀 있었고, 그 위에 새 이름들이 덧씌워져 있었다. 마룬 베라스. 로반 칼드. 칼리사. 미라. 리아. 그리고 가장 깊게 새겨진 이름.
아르엔 발라티르.
세리온은 손끝으로 그 이름을 만지려다 멈췄다. 이름은 아직 마르지 않은 피처럼 젖어 있었다.
탑의 중간 홀에서 그는 마룬을 보았다.
정확히는, 마룬의 모습이었다. 대장장이의 굵은 팔, 그을린 앞치마, 아렌을 꾸짖던 지친 눈. 하지만 세리온은 속지 않았다. 마룬의 눈에는 늘 불씨가 있었다. 앞에 선 것은 불씨 없는 껍데기였다.
'아이를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마룬의 목소리가 말했다.
세리온은 대답하지 않고 지나쳤다. 두 걸음 뒤, 이번에는 로반이 나타났다. 피 묻은 갑옷을 입고 검을 땅에 짚은 채였다.
'우리를 버리고 도망쳤군, 까마귀.'
세리온은 이를 악물었다.
"네 목소리를 훔쳐 말하는 놈에게 전해라. 나는 아직 완전히 팔리지 않았다."
그 말에 홀 전체가 낮게 웃었다. 벽도, 바닥도, 계단도 웃었다.
마지막 문 너머에는 왕좌가 있었다.
그러나 왕좌 위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비어 있는 자리 자체가 사람처럼 세리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빈자리 뒤로 검은 별의 빛이 내려와 왕의 윤곽을 만들었다. 창백한 얼굴, 긴 손가락, 눈 대신 깊은 밤을 담은 시선.
모르가스의 영혼이었다.
그는 죽은 왕이라기보다 죽음을 오래 입고 있는 자처럼 보였다. 몸은 없었으나 명령은 있었다. 심장은 없었으나 욕망은 남아 있었다.
'세리온.'
이름 하나가 홀을 가득 채웠다.
세리온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러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찢어지는 듯했다.
'너는 오래 버텼다. 스승을 배신했고, 왕을 배신했고, 아이도 배신했다. 그런데도 아직 자신을 선한 자라 부르고 싶으냐?'
"나는 나를 선하다고 부른 적 없다."
'그렇다면 정직하구나.'
모르가스가 손을 들었다.
빈 왕좌 아래의 어둠이 물처럼 갈라졌다. 그 안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갈색 머리를 느슨하게 묶은 여인. 낡은 푸른 숄. 오래전 세리온이 직접 고른, 값싸지만 따뜻했던 숄.
엘렌.
그 뒤에서 작은 아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앞니 하나가 빠진 웃음. 잠들기 전마다 같은 노래를 불러 달라 조르던 목소리.
니아.
세리온은 숨을 잊었다.
그의 손에서 류트가 미끄러져 바닥에 부딪혔다. 둔한 소리가 홀에 퍼졌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모르가스가 다정하게 말했다. '끝이라고 믿게 만든 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문을 보았다. 문 너머에서 기다리는 것들을 보았다. 네 가족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부르면 돌아올 수 있다.'
엘렌이 세리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당신.'
그 한마디가 세리온의 모든 방어를 무너뜨렸다.
마지막 파편을 부르는 값
세리온은 자신이 언제 울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수많은 도시에서 노래했다. 죽은 병사의 어머니 앞에서도, 불탄 마을의 아이들 앞에서도, 왕을 잃은 궁정에서도 노래했다. 그때마다 그는 슬픔을 다루는 법을 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슬픔은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 묻어 둔 칼처럼, 손잡이를 잡는 순간 다시 피가 났다.
모르가스는 다가오지 않았다. 다가올 필요가 없었다.
'네 스승 바엘란은 마지막 파편을 찾는 주문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 그 노래의 한 음을 찢어 네게 숨겼지. 배신자의 목소리만이 그 조각을 깨운다. 왕에게 충성했고, 왕을 배신했으며, 다시 왕의 피를 따르는 자. 그런 목소리는 세상에 많지 않다.'
세리온은 입술을 떨었다.
"마지막 파편은 흑요새의 왕좌 아래에 있다."
'있다. 그러나 잠들어 있다. 잠든 칼은 주인을 고르지 못한다. 네가 노래하면 그것은 내 손으로 올 것이다.'
"당신 손으로 가면 별문이 열린다."
'아니. 닫힌다. 완전히. 영원히.'
"당신은 모두의 의지를 빼앗아 닫으려 하겠지."
모르가스의 눈 없는 시선이 깊어졌다.
'의지가 세상을 구한 적 있느냐? 의지는 왕을 죽였고, 친구를 배신하게 했고, 아이를 사막으로 몰았다. 나는 하나의 의지로 세상을 묶겠다. 더는 전쟁도, 배신도, 굶주림도 없게.'
세리온은 웃었다. 웃음은 부서진 유리처럼 나왔다.
"그 말도 예전에는 아름답게 들렸겠지."
'그리고 네 가족은 살아난다.'
모든 말이 멈췄다.
니아가 다가왔다. 작은 손이 세리온의 손등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마저 그리웠다. 세리온은 손을 빼지 못했다.
'아빠, 노래해 줘.'
그는 무너졌다.
류트를 주워 들었다. 끊어진 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피가 났다. 피가 현 위에 번지자, 세 줄뿐인 악기가 검은 빛으로 떨었다.
그는 주문을 알고 있었다.
바엘란이 죽기 전, 불타는 서고에서 남긴 마지막 음. 그 음은 파편을 깨우는 길이자, 왕관의 남은 이빨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세리온은 평생 그 음을 잊으려 했다.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졌다.
그가 첫 음을 냈다.
흑요새가 숨을 들이켰다.
두 번째 음에서 균열 아래의 망령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세 번째 음에서 세리온의 그림자 왕관이 완성되었다.
그는 거의 굴복했다.
정말로 거의.
그때 아렌의 목소리가 기억 속에서 들렸다.
'널 용서하지 않아.'
거울 호수 곁에서, 아렌은 그렇게 말했었다. 분노로 떨리는 얼굴이었다. 배신당한 아이의 눈이었다. 그러나 다음 말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와 가.'
용서가 아니었다. 면죄도 아니었다. 그것은 더 위험한 것이었다.
믿어 보겠다는 선택.
세리온은 깨달았다. 구원은 따뜻한 손이 아닐 때가 많다. 때로는 목에 겨눈 칼이다. 네가 아직 인간이라면, 여기서 멈춰 보라는 칼.
그는 네 번째 음을 불렀다.
그러나 아주 조금 틀리게.
왕을 부르는 자리에서 그는 아이의 이름을 넣었다. 문을 여는 음절에서 문을 잠그는 숨을 섞었다. 균열의 못 아래 잠든 파편을 깨우는 대신, 그 파편이 스스로 주인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겉으로는 같은 노래였다.
하지만 노래꾼은 안다. 세상을 무너뜨리는 노래도, 세상을 살리는 노래도, 마지막 한 음에서 갈린다는 것을.
틀린 한 음의 벌
왕좌 아래에서 검은 빛이 솟구쳤다.
흑요새 전체가 흔들렸다. 먼 지하에서 거대한 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모르가스의 영혼이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멈췄다.
솟구치던 검은 빛 속에 아주 가느다란 별빛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모르가스의 손으로 가지 않았다. 왕좌 아래를 한 바퀴 맴돌더니, 깊은 균열 속으로 다시 숨어들었다. 파편은 깨어났지만 복종하지 않았다.
홀의 모든 촛불이 꺼졌다.
'틀렸구나.'
모르가스의 목소리는 낮았다.
세리온은 피 묻은 입술로 웃었다.
"노래꾼은 원래 조금씩 꾸며 부르는 법이지."
엘렌과 니아의 모습이 일그러졌다. 여인의 얼굴은 재가 되었고, 아이의 손가락은 검은 실처럼 풀렸다. 세리온은 눈을 감지 않았다. 끝까지 보았다. 이것이 자신이 원했던 거짓의 얼굴이었다.
'너는 그 아이를 위해 네 가족을 두 번 죽였다.'
"아니." 세리온은 속삭였다. "오늘은 처음으로 그들을 내 욕심에서 풀어 줬다."
모르가스가 손을 내렸다.
그 순간 세리온의 그림자가 일어나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림자 왕관의 가시가 살을 파고들었다. 바닥에서 검은 사슬들이 솟아나 그의 팔과 다리, 가슴을 꿰뚫었다. 피가 흐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목구멍이 떨렸다.
'죽이지 않겠다.' 모르가스가 말했다. '네 목소리는 아직 쓸모가 있다. 마지막 파편은 복종하지 않았지만 깨어났다. 왕의 피가 가까이 오면 네가 다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 네 의지와 상관없이.'
세리온은 저항했다. 그러나 사슬은 힘이 아니라 이름을 묶었다. 세리온. 까마귀. 배신자. 제자. 길잡이. 그가 불렸던 모든 이름이 족쇄가 되었다.
그는 탑 꼭대기로 끌려 올라갔다.
흑요새의 가장 높은 첨탑에는 검은 철로 만든 거대한 고리가 있었다. 고리는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고, 그 위로 검은 별이 못 박힌 눈처럼 떠 있었다. 세리온은 그 고리 한가운데 묶였다. 사슬이 그의 갈비뼈 사이를 지나 탑의 돌에 박혔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열쇠가 되었다.
아래쪽 성마당에서는 망령 군대가 줄지어 일어났다. 검은 기사들이 깃발을 들었다. 멀리 감옥 탑의 창가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세리온은 그 자세만으로 알아보았다.
로반이었다.
그리고 더 깊은 대장간 같은 지하에서, 쇠를 치는 소리가 한 번 울렸다.
마룬 베라스.
세리온은 숨을 삼켰다. 모르가스가 그를 이곳에 묶은 이유를 알았다. 아렌이 오면, 세리온의 목소리가 길을 열 것이다. 친구의 목소리로. 죄인의 목소리로. 믿어 보겠다고 남겨 둔 자의 목소리로.
가장 잔인한 함정이었다.
어둠을 부르는 노래
밤이 깊어지자 세리온의 입에서 첫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는 흑요새의 문을 지나 사막으로, 바다로, 유리섬의 묘지로 퍼져 나갔다. 잠든 망령들이 눈을 떴다. 검은 기사들의 말들이 동시에 울었다. 균열 아래의 무언가가 손톱으로 세계의 안쪽을 긁기 시작했다.
세리온은 노래를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빼앗기지도 않았다.
틀린 한 음이 아직 그의 안에 남아 있었다. 아주 작고, 아주 위험한 흠. 모르가스는 그것을 벌로 묶어 두었다고 믿었지만, 세리온은 노래꾼이었다. 노래꾼은 상처 속에도 숨길 곳을 만든다.
그는 강제로 흘러나오는 어둠의 노래 사이에, 들릴 듯 말 듯한 숨을 끼워 넣었다.
흰 까마귀는 죽은 자의 편지를 물고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 숨은 말이 아니었다. 지도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렌이라면, 리아라면, 세리온을 끝까지 의심하면서도 버리지 않은 자들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흠이었다.
나를 믿지 마라.
내가 틀린 음을 믿어라.
탑에 오르면 나를 구하려 하지 마라.
나를 베어라.
검은 별이 그의 머리 위에서 더 크게 빛났다. 아니, 빛을 삼켰다. 모르가스의 목소리가 밤 전체에 스며들었다.
'그 아이는 너를 베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이긴다.'
세리온은 피와 노래로 젖은 입술을 들어, 보이지 않는 동쪽을 향해 웃었다.
"그 아이를 아직도 모르는군."
그의 목에서 다시 어둠의 노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흑요새의 모든 문이, 아렌을 맞이하듯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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