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계단
검은 계단은 모래 아래로 끝없이 내려갔다.
아렌은 처음 열 걸음쯤은 발밑을 보며 걸었다. 그러나 곧 계단은 빛을 잃었고, 위에서 쏟아지던 새벽의 푸른 기운도 좁은 구멍처럼 멀어졌다. 사막의 바람 소리는 사라지고, 대신 오래된 종이가 숨 쉬는 듯한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리아가 등 뒤에서 낮게 말했다.
"책이 숨 쉬는 소리라면, 나는 오늘 이후로 책을 훔치지 않을 거야."
"네가 그런 맹세를 하면 세상이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아렌의 농담은 말끝에서 힘을 잃었다. 손 안의 파편들이 차갑게 떨고 있었다. 별빛 조각, 붉은 산의 차가운 파편, 거울 호수에서 얻은 유리 파편. 셋은 서로를 부르듯 맥박쳤고, 그 박동은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더 깊은 울림과 맞물렸다.
앞서 걷던 사하라가 멈춰 섰다. 검은 순례자들의 흰 천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흔들렸다.
"여기부터는 우리도 함께 가지 못한다."
아렌이 물었다.
"왜죠?"
"모래 밑의 도서관은 길을 아는 자가 아니라, 답을 두려워하는 자를 받아들인다."
사하라는 작은 물주머니를 아렌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막에서 거의 없는 물은 목숨과 같았다.
"물을 아껴라. 진실을 들은 뒤에는 목이 마를 것이다."
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 별로 위로는 안 되는데."
"위로하려는 말이 아니다." 사하라가 조용히 답했다. "기억하라는 말이다. 칼은 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닫힌 문이 왜 닫혔는지는 책만이 말한다."
아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뒤돌아보니 순례자들의 얼굴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막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길 앞에서 함부로 작별을 말하지 않는 법이 있었다.
아렌과 리아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세상은 아래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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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책장 속 한 줄
도서관은 도시보다 넓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둠 속 높은 곳에서 별빛 같은 먼지가 천천히 떠다녔다. 기둥들은 검은 돌로 세워졌고, 그 사이마다 뼈처럼 흰 책장이 줄지어 있었다. 책은 가죽도 종이도 아닌 낯선 물질로 묶여 있었다. 어떤 책은 쇠사슬에 매여 있었고, 어떤 책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며 작은 모래 소리를 냈다.
리아는 숨을 삼켰다.
"이걸 다 누가 읽어?"
"읽는 곳이 아니라 기억하는 곳인가 봐."
아렌의 말에 한 책장이 낮게 울었다. 마치 그의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처럼.
그때 바닥에 새겨진 선들이 빛났다. 세 파편이 아렌의 손에서 떠올라 공중에 맴돌았다. 별빛, 붉은 불씨, 유리빛이 서로 맞물리며 도서관 깊은 곳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빛을 따라 걸었다.
길은 곧 하나의 원형 홀로 이어졌다. 홀 중앙에는 모래로 반쯤 묻힌 거대한 독서대가 있었다. 그 위에 펼쳐진 책은 단 한 권이었다. 책장은 비어 있었으나 아렌이 가까이 다가가자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읽을 수 없는 고대 문자였다. 그러나 아렌의 피가 손바닥의 상처에서 한 방울 떨어지는 순간, 글자는 그의 말로 변했다.
리아가 바로 손목을 붙잡았다.
"또 피야? 이놈의 오래된 것들은 왜 늘 피를 좋아해?"
아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이 멎었기 때문이다.
검은 별의 왕관은 깨뜨릴 수 없다.
그 아래로 다음 줄이 천천히 떠올랐다.
파괴하려는 칼끝은 별문을 여는 두 번째 손이 된다.
리아가 얼굴을 굳혔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렌은 계속 읽었다.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졌다.
"왕관은 문을 닫기 위해 만들어진 자물쇠다. 파편으로 흩어진 것은 파괴가 아니라 지연이다. 네 파편이 다시 하나가 되고, 별왕가의 피를 지닌 자가 그것을 쓰면 별문은 닫힌다."
리아가 안도하려는 듯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다음 줄이 떠오르자 그녀의 숨도 함께 멈췄다.
그러나 문은 빈손으로 닫히지 않는다.
왕관을 쓴 자는 문 안쪽에서 빗장이 되어야 한다.
그 이름, 그 피, 그 기억이 별문과 함께 봉인될 것이다.
홀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아렌은 책장 위에 손을 얹었다. 손끝이 떨렸다. 왕관을 다시 합친다. 별문을 닫는다. 그리고 착용자가 함께 봉인된다. 죽음보다 더 오래, 삶보다 더 고요한 곳에.
모르가스는 왜 왕관을 벗지 못했는가.
왜 죽어서도 돌아오려 했는가.
그 답이 칼날도, 예언도 아닌 잊힌 책장 속 한 줄에 있었다. 세상을 구하려면 적을 베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이 되어야 했다.
리아가 아렌의 팔을 세게 잡았다.
"아니야."
아렌은 그녀를 보지 못했다.
"리아."
"아니라고 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런 식으로 답이 나오면 안 돼. 우리는 파편을 부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책이 하나면 다른 책도 있을 거야. 도서관이잖아."
그녀는 홀의 책장들을 돌아보았다. 마치 어둠 속 수천 권의 책을 전부 뒤져서라도 한 줄을 지워 버릴 듯한 얼굴이었다.
아렌은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웃고 싶어졌다. 울고 싶기도 했다.
"나도 살고 싶어."
그 말이 나오자 리아가 멈췄다.
아렌은 처음으로 그 진실을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왕이 되고 싶은 게 아니야. 죽고 싶은 것도 아니야. 마룬을 다시 만나고 싶고, 로반을 구하고 싶고, 미라와 세리온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너랑 또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면서 길을 걷고 싶어."
그는 책 위의 문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는 해야 해."
리아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또 혼자 짊어지겠다는 거야?"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줘."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섰다. 마치 아렌이 칼을 겨눈 것처럼.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같이 하자는 거야?"
"아니. 시간을 달라는 거야." 아렌은 간신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알면 나를 막으려 할 거야. 아니면 나를 대신할 방법을 찾다가 더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몰라. 아직 마지막 파편도 없고, 흑요새로 가는 길도 몰라. 지금 이 사실이 퍼지면 원정대는 다시 모이기도 전에 무너질 거야."
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네가 무너지는 건 괜찮고?"
아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서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책장들이 하나씩 떨리기 시작했다. 쇠사슬에 묶인 책들이 동시에 닫혔다. 먼지가 별빛처럼 흩어졌고, 어둠 속에서 거대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리아가 단검을 뽑았다.
"좋아. 이 대화는 끝난 게 아니야."
아렌은 엘루마르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은 뽑히기 전부터 노래했다. 써라. 두려움을 베어라. 기억 하나쯤은 작은 값이다.
아렌은 이를 악물고 손을 떼었다.
"아직은 아니야."
눈먼 용
어둠 속에서 용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산이 움직이는 줄 알았다. 검은 비늘은 오래된 석판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 갈라진 틈마다 흰 글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날개는 찢어진 책장처럼 접혀 있었고, 머리는 홀의 기둥보다 컸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눈이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두 개의 빈 구멍에서 모래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용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은 천둥처럼 도서관 전체를 울렸다.
"읽는 자가 왔구나."
리아가 단검을 더 꽉 쥐었다.
"읽는 자는 그렇다 치고, 먹는 자는 아니길 바라."
용의 고개가 리아 쪽으로 기울었다.
"도둑의 딸. 너는 농담으로 두려움을 묶는구나."
리아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아렌이 앞으로 나섰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나르가엘. 마지막 사서. 첫 별문이 닫히던 날 두 눈을 책장에 바쳤고, 그 뒤로 거짓이 아닌 글자만 보게 되었다."
용의 빈 눈구멍이 아렌을 향했다.
"아르엔 발라티르. 너는 답을 읽었다."
아렌의 진짜 이름이 홀 안에 울리자 세 파편이 미친 듯이 떨었다. 책장들이 낮게 신음했다. 먼 곳 어딘가에서, 검은 별이 그 이름을 들은 듯했다.
아렌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 답이 전부입니까?"
"전부를 원하는 자는 왕이 되고, 한 줄을 받아들이는 자는 문이 된다."
"다른 길은 없습니까?"
용은 오래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아렌은 작은 희망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다른 길은 늘 있다. 그러나 더 싼 길은 없다."
리아가 소리쳤다.
"그럼 더 비싼 길을 말해!"
용의 입가에서 희미한 불꽃이 새어 나왔다. 뜨겁지 않은 불이었다. 오래된 잉크가 타는 냄새가 났다.
"네가 그의 운명을 대신 쓰고 싶으냐, 리아?"
리아는 즉시 답하지 못했다.
용은 그것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좋다. 침묵은 때로 가장 정직한 대답이다."
아렌은 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렌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까지 고마웠다. 누구도 이런 운명에 쉽게 대신하겠다고 말할 수 없어야 했다. 그런 말이 쉬운 세상이라면, 이미 구할 가치가 없을지도 몰랐다.
나르가엘이 거대한 발톱을 들어 바닥의 모래를 긁었다. 검은 돌 위에 지도가 나타났다. 사막, 유리섬, 바람의 항구, 붉은 산, 은빛 숲이 불씨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북동쪽 끝, 검은 산맥 너머에 하나의 성이 솟았다.
성은 빛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지도를 어둡게 삼켰다.
"마지막 파편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렌은 이미 답을 알 것 같았다.
용이 말했다.
"흑요새."
리아가 낮게 욕설을 삼켰다.
"적의 수도."
"모르가스의 그림자가 가장 짙은 곳. 검은 기사단의 심장. 산 자가 명령받고, 죽은 자가 대답하는 성."
지도의 흑요새 한가운데서 작은 빛이 떠올랐다. 왕관의 마지막 이빨처럼 휘어진 검은 파편이었다.
"마지막 파편은 흑요새의 가장 높은 탑도, 가장 깊은 감옥도 아닌 곳에 있다. 왕이 없는 왕좌 아래. 그들은 그것을 무기로 믿지만, 사실은 왕관이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남겨 둔 마지막 침묵이다."
아렌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마룬이 그곳에 있습니까?"
용의 빈 눈이 다시 그를 향했다.
"대장장이는 사슬에 묶여 있다. 그러나 아직 부러지지 않았다. 그는 너를 부르지 않는다. 너를 막고 있다."
아렌의 목이 잠겼다.
리아가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팔꿈치가 닿을 만큼만 가까이 섰다.
나르가엘은 고개를 들었다.
"서둘러라. 검은 별은 이미 도서관의 문턱을 찾았다. 너희가 읽은 한 줄을 모르가스도 원한다. 그는 봉인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왕관을 완성해 문을 닫는 척하며 안에서 바깥을 지배하려 한다."
그 순간, 도서관의 먼 천장에서 검은 빛이 떨어졌다.
빛이 아니라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책장 위를 타고 번지더니 가시관의 모양으로 굳었다. 책들이 비명을 질렀다. 글자들이 페이지에서 떨어져 모래가 되었다.
리아가 외쳤다.
"이제 나가야겠지?"
나르가엘이 날개를 펼쳤다. 찢어진 책장 같은 날개가 홀 전체를 덮었다.
"도서관은 너희를 내보낼 것이다. 대신 하나를 남겨야 한다."
아렌이 굳었다.
"무엇을?"
용은 아렌의 가슴께를 보았다. 그곳에는 세 파편의 빛이 희미하게 스며 있었다.
"답을 읽은 자는 대가를 남긴다. 피, 기억, 이름 중 하나."
엘루마르가 등 뒤에서 달콤하게 울었다. 기억을 내라. 어차피 많이 잃었지 않느냐.
리아가 아렌의 손을 잡았다. 거칠고 단단한 손이었다.
"이름은 안 돼. 피도 안 돼. 너는 이미 너무 많이 냈어."
아렌은 웃었다. 아주 작게.
"기억 하나쯤은 작은 값이라며?"
"그 검이랑 같은 말 하지 마."
그러나 선택할 시간은 없었다. 검은 그림자가 홀 바닥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모르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왕아. 드디어 네가 네 무덤의 문장을 읽었구나.
아렌은 눈을 감았다. 마룬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몇몇 기억은 안개 낀 거울처럼 흐렸다. 더 잃으면 무엇이 남을까. 이름을 잃으면 왕관이 그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름을 잃으면 동료들도 그를 부를 수 없게 된다.
그는 손바닥을 펼쳤다.
"피를."
리아가 붙잡으려 했지만, 아렌은 이미 단검 끝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독서대 위에 떨어졌다. 도서관 바닥의 선들이 붉게 타올랐다.
나르가엘이 포효했다.
책장들이 동시에 열리고, 그 페이지들이 날개처럼 휘몰아쳤다. 아렌과 리아의 발밑이 꺼졌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눈먼 용이 검은 그림자 앞을 가로막는 모습이었다. 빈 눈구멍에서 모래가 아니라 별빛이 쏟아져 나왔다.
"흑요새로 가라!"
용의 목소리가 무너지는 도서관을 뚫고 울렸다.
"마지막 파편을 찾아라. 그리고 기억해라, 아르엔 발라티르. 왕관을 쓰는 자가 왕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문이 되기를 택한 자만이 세상을 남긴다!"
모래 위의 비밀
아렌은 모래 위로 튕겨 나왔다.
하늘은 이미 낮이었다. 태양은 잔인하게 밝았고, 검은 계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리아가 바로 옆에서 기침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모래가 쏟아졌다.
멀리 검은 순례자들의 천막이 보였다. 그러나 사하라의 모습은 없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떠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렌은 손바닥을 보았다. 상처는 깊지 않았다. 하지만 피가 닿았던 자리에 작은 검은 선이 생겨 있었다. 마치 아주 가는 왕관의 가시처럼.
리아도 그것을 보았다.
"아렌."
그녀의 목소리는 화가 난 것도, 울음 섞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아렌은 조용히 말했다.
"부탁이야. 아직은 말하지 말아 줘."
리아는 긴 침묵 끝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별은 낮인데도 희미하게 보였다. 태양 곁의 얼룩처럼,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나는 네 비밀을 지켜 줄 거야."
아렌은 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하지만 네 거짓말은 지켜 주지 않을 거야."
리아가 그를 똑바로 보았다.
"네가 죽으러 간다면, 나는 모두에게 말할 거야. 네가 살 길을 찾겠다고 약속하면, 그때까지만 침묵할게."
아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살 길. 그 말은 사막 한가운데의 물소리처럼 멀고도 간절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볼게."
"아니." 리아가 말했다. "찾아. 반드시."
그때 북쪽 하늘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다. 검은 깃털 사이에 은빛 끈이 묶여 있었다. 새는 아렌 앞에 떨어지듯 내려앉더니, 피 묻은 작은 천 조각을 토해 냈다.
리아가 천을 집어 펼쳤다.
그 위에는 서툴지만 또렷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로반 생존. 흑요새 이송. 마룬과 같은 감옥.
그 아래에는 익숙한 표식이 있었다.
눈먼 까마귀의 인장.
아렌은 북쪽을 바라보았다. 사막 너머, 산맥 너머, 검은 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파편, 마룬, 로반, 그리고 왕관을 완성할 운명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검은 별이 낮하늘에서 한 번 깜박였다.
그 빛 없는 눈이, 마침내 그들을 찾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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