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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노래꾼의 침묵

아렌의 손은 엘루마르의 손잡이에 닿아 있었다.

검은 검집 안에서 검이 낮게 울었다.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잠든 사람들의 심장까지 흔들 만큼 차가웠다. 세리온은 불씨 앞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들킨 사람의 당황보다, 오래 기다린 벌을 마침내 받은 사람의 피로가 떠올라 있었다.

"말해." 아렌이 말했다. "마룬을 가지고 나를 항구로 데려오라는 게 누구의 명령이야?"

리아가 가장 먼저 깼다. 그녀는 칼을 빼앗긴 손으로 허리춤을 더듬다가, 빈 곳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로반은 고통 속에서도 몸을 세우려 했고, 미라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세리온은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명령이 아니다. 협박이지."

"누가?"

"눈먼 까마귀."

그 이름이 협곡의 찬 공기 속에서 검은 새처럼 날개를 폈다.

로반의 얼굴이 굳었다. "그들은 죽었다."

"조직은 죽어도 방식은 남는다." 세리온이 말했다. "인장도, 암호도, 사람을 움직이는 법도."

아렌은 한 걸음 다가섰다.

"당신은 그들과 무슨 관계야?"

세리온은 대답하기 전에 리아를 보았다. 리아는 차갑게 웃었다.

"말조심해. 지금은 나보다 네 목이 얇아 보이니까."

세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말이 마땅하다는 듯이.

"나는 한때 까마귀의 전령이었다. 왕실 첩보부의 가장 낮은 그림자. 문서를 옮기고, 노래 속에 암호를 숨기고, 죽은 사람의 이름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일을 했다."

미라가 작게 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우리를 감시했나요?"

"아니." 세리온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처음부터였다면 너희는 가시울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렌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세리온은 마른 입술을 적셨다.

"마룬 베라스는 내 옛 동료였다. 별왕가의 마지막 피를 숨긴 감시자. 그는 언젠가 검은 별이 다시 뜨면, 내가 노래꾼의 얼굴로 너를 찾아가야 한다고 부탁했다. 왕도로 가지 않게 하라고. 누구의 왕좌도 믿지 말라고."

"그 말을 왜 지금 해?"

"믿지 않았을 테니까."

아렌은 웃지 않았다. 그 말은 맞았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리고 항구로 데려오라는 쪽지는?"

세리온은 불씨 속에서 사라진 밀랍 조각을 바라보았다.

"붉은 산을 나오기 전부터 누군가 우리 길을 알고 있었다. 마룬이 살아 있다는 말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 믿고 싶었어." 리아가 말했다.

세리온은 부정하지 못했다.

"마룬은 나를 한 번 살렸다. 왕궁이 불타던 밤에."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협곡을 훑고 지나갔다. 불씨가 흔들렸다.

아렌은 엘루마르에서 손을 뗐다. 검의 노래가 조금 낮아졌다.

"다시 숨기면," 그가 말했다.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야."

세리온이 고개를 들었다.

"그 대신 두고 갈 거야. 혼자. 검은 별 아래에."

그 말은 칼보다 깊게 박혔다. 세리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벌이 더 무겁군."

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나만 수상한 줄 알았더니, 우리 원정대는 아주 훌륭한 쓰레기통이네."

아렌은 그녀를 보았다. 리아는 시선을 피했다. 칼 없는 그녀의 손은 여전히 빈 허리춤을 더듬고 있었다.

그들은 새벽이 오기 전 다시 길을 잡았다. 목적지는 바뀌지 않았다.

서쪽.

바람의 항구.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가야 했다.

바람의 항구AI 생성 이미지

바다가 보이기 전

산은 서서히 낮아졌다.

붉은 바위와 눈보라가 뒤로 물러가고, 대신 젖은 들판과 갈대밭이 나타났다. 땅에서는 소금 냄새가 났다. 바람은 더 이상 산의 이빨처럼 살을 베지 않았다. 그러나 더 끈질겼다. 옷깃 속으로 파고들어 속삭이고, 등 뒤에서 밀고, 귀 옆에서 알 수 없는 말들을 흘렸다.

로반은 낡은 수레 위에 누워 이동했다. 미라는 그의 상처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매었다. 피는 멎었지만 열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항구에 약방이 있을 거예요." 미라가 말했다. "제대로 된 약초와 깨끗한 술만 있으면 살릴 수 있어요."

로반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살릴 수 있다는 말은 좋군. 확신처럼 들려서."

"확신 아니에요. 협박이에요. 죽으면 제가 화낼 거니까요."

로반은 희미하게 웃었다.

리아는 수레 뒤를 걸었다. 아렌의 옆에서 걷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필요한 말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의 칼은 로반의 짐 속에 묶여 있었다. 누구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크게 들렸다.

길에는 피난민이 많아졌다.

남루한 옷의 농부들, 문짝을 수레에 실은 가족들, 주인 잃은 개들, 얼굴을 천으로 가린 상인들. 그들은 모두 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바다로 가면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하지만 검문소마다 검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왕의 깃발이 아니었다. 검은 바탕에 부서진 별과 가시관. 병사들은 왕의 이름을 외웠지만, 눈빛은 왕을 섬기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름을 적고, 손바닥을 확인하고, 아이들의 머리카락 색을 살폈다.

아렌은 후드를 더 깊이 눌러썼다. 엘루마르가 등 뒤에서 조용히 떨었다. 그의 은빛 머리칼 몇 가닥이 뺨에 닿았다.

검문소를 지나칠 때마다 모르가스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미소 지었다.

보아라. 왕관 없는 왕국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아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붉은 파편은 밤마다 서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밤, 그 빛은 조금 남쪽으로 꺾였다. 세리온은 오래된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바다 위의 작은 점을 짚었다.

"유리섬."

"섬?" 미라가 물었다.

"남쪽 바다의 수도원 섬이지. 옛 기록에는 '세 번째 별문이 잠든 곳'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모두 파편인지, 문을 여는 말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붉은 파편은 그곳을 가리킨다."

리아가 바다 쪽을 보며 말했다.

"그 섬에 가려면 배가 필요해. 그냥 배가 아니라 폭풍을 버틸 배."

"아는 배가 있나?" 로반이 물었다.

리아는 잠시 침묵했다.

"알고 싶지 않은 배는 있어."

그 말의 뜻은 항구에 도착해서야 드러났다.

바람의 항구

바람의 항구는 절벽 위와 아래에 동시에 세워진 도시였다.

높은 절벽에는 부유한 상단의 집과 등대, 바람을 잡는 거대한 흰 돛탑들이 서 있었다. 아래쪽에는 선창과 창고, 술집, 밧줄 공방, 소금에 절인 생선 냄새가 뒤엉킨 골목들이 미로처럼 뻗어 있었다. 수백 척의 배가 항구 안에서 흔들렸다. 작은 고기잡이배부터, 세 개의 돛대를 가진 무역선, 검은 돛을 접은 전투선까지.

처음 바다를 본 미라는 숨을 잊었다.

"끝이 없어요."

리아가 말했다.

"끝은 있어. 대개는 물속이지."

항구는 살아 있었다. 종이 울리고, 갈매기가 울고, 선원들이 욕을 했고, 상인들은 여러 나라 말로 가격을 외쳤다. 그러나 아렌은 곧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너무 많은 사람이 보지 않는 척하고 있었다.

그물 손질하는 노인이 그들의 신발을 보았다. 과일 파는 여자가 로반의 피 묻은 붕대를 보았다. 술 취한 선원이 세리온의 악기집을 보았다. 골목 끝의 아이는 아렌의 후드를 보았다가 바로 사라졌다.

항구에는 육지보다 많은 눈이 숨어 있었다.

세리온이 낮게 말했다.

"상인조합, 밀수꾼, 왕실 잔당, 검은 기사단, 회색 손, 해적들. 이 도시는 모두가 모두를 판다."

"그럼 누구를 믿지?" 미라가 물었다.

리아가 대답했다.

"아무도. 대신 누가 더 비싼 값을 부르는지 봐야 해."

그때 광장 쪽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축제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었고, 상인들은 가판을 닫지 않은 채 목을 길게 뺐다.

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좋은 소리가 아니야."

아렌은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광장 가장자리에 섰다.

그리고 보았다.

광장 한복판에 교수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다섯 명이 무릎 꿇고 있었다. 밀수꾼처럼 보이는 남자, 늙은 사제, 항구 경비병, 그리고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소년 둘.

그들 뒤에는 검은 기사들이 서 있었다.

검은 갑옷은 낮빛을 삼켰고, 투구의 틈은 밤처럼 어두웠다. 우두머리는 말 위에 앉아 두루마리를 펼쳤다.

"왕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거짓 혈통을 숨기며, 검은 별의 뜻을 거스른 죄로 이들을 처형한다."

군중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늙은 사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술은 터져 있었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검은 별은 왕이 아니다."

기사의 손짓이 떨어졌다.

칼날이 번쩍였다.

미라가 비명을 삼켰다. 로반은 수레 위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처가 그를 붙잡았다. 아렌은 앞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리아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안 돼."

"저들을 죽이고 있어."

"여기서 검을 뽑으면 광장 전체가 죽어."

아렌은 그녀를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군중 속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는 울지도 못하고 어머니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다. 모두가 공포를 숨 쉬는 법을 배운 얼굴이었다.

검은 기사 우두머리는 다시 말했다.

"별피의 아이를 숨기는 자에게도 같은 벌을 내린다. 은빛으로 변한 머리칼, 노래하는 검, 도둑 여자와 늙은 기사와 함께 다니는 소년을 본 자는 항구 감시탑에 신고하라. 신고자는 금화 백 닢과 왕의 보호를 받는다."

아렌의 피가 얼어붙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자세했다.

광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살폈다. 의심은 불보다 빨리 번졌다.

세리온이 속삭였다.

"가야 한다. 지금."

그들은 광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아렌은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았다. 교수대 위로 검은 깃발이 펄럭였다. 바다를 향해 달아난 사람들조차 이미 붙잡혀 있었다.

왕국은 전쟁터가 아니었다.

왕국은 천천히 처형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해적 여왕의 값

리아는 그들을 선창 가장 낮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갈매기도 내려앉지 않았다. 썩은 밧줄과 타르 냄새가 고여 있었고, 물은 기름처럼 검었다. 창고 사이 좁은 골목 끝에 간판 없는 술집이 있었다. 문 위에는 부러진 닻 하나만 걸려 있었다.

리아가 문 앞에서 멈췄다.

아렌이 물었다.

"아는 곳이야?"

"싫어할 만큼."

그녀가 문을 밀자, 안의 소음이 한순간 끊겼다.

술집 안에는 선원과 칼잡이, 노름꾼들이 가득했다. 모두가 동시에 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길이 갈라졌다. 방 안쪽, 붉은 천으로 덮인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왕관 대신 금화와 상어 이빨을 엮은 머리장식을 쓰고 있었다. 한쪽 귀에는 작은 은나침반이 매달려 있었고, 손가락에는 서로 다른 배에서 빼앗은 듯한 반지들이 빛났다. 검은 외투 안쪽에는 짧은 칼이 여섯 자루 꽂혀 있었다.

그녀가 웃었다.

"내 작은 칼이 돌아왔군."

리아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칼리사."

해적 여왕 칼리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집 안의 모든 사람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숨을 죽였다.

"스승이라고 불러야지."

"나는 오래전에 졸업했어."

"아니." 칼리사가 말했다. "넌 내 금고를 털고, 내 상품을 훔치고, 내 배 한 척을 불태운 뒤 도망쳤지. 그건 졸업이 아니라 배신이야."

리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상품이 아니라 아이들이었어."

칼리사의 웃음이 조금 식었다.

"세상은 네가 부르는 이름대로 착해지지 않아, 리아."

아렌은 그제야 깨달았다. 회색 손, 도둑 길드, 옛 스승. 그 모든 그림자의 바다 쪽 끝에 이 여자가 있었다. 리아는 그곳에서 칼을 배웠고, 거짓말을 배웠고,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법을 거슬러 도망친 것이다.

칼리사의 시선이 아렌에게 옮겨 왔다.

"별피의 아이."

로반의 손이 검 쪽으로 갔다. 리아의 손도 빈 허리춤으로 갔다.

칼리사는 웃었다.

"걱정 마. 네 목을 바로 팔 생각이었다면, 이미 광장에 넘겼어. 하지만 검은 기사단은 값을 늦게 치르지. 나는 현금을 좋아해."

세리온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배가 필요하다. 남쪽 유리섬까지."

술집 안에서 낮은 웃음이 번졌다. 칼리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유리섬? 수도사들이 파도와 거울만 먹고 산다는 그 죽은 섬? 그 주변 바다는 요즘 미쳤어. 폭풍이 제자리에서 자라고, 나침반이 피를 흘리고, 밤마다 바다 밑에서 종이 울린다지."

"갈 수 있는 배가 있나?" 아렌이 물었다.

"있지." 칼리사의 눈이 빛났다. "폭풍을 먹는 배. 내 배다."

미라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칼리사는 아렌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값은 간단해. 왕관의 파편 하나."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아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붉은 파편이 품 안에서 차갑게 뛰었다. 엘루마르는 등 뒤에서 아주 낮게 노래했다.

"안 된다." 로반이 말했다.

칼리사는 그를 보지도 않았다.

"부상자는 가격을 깎을 힘이 없지."

"그 파편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세리온이 물었다.

"모르니까 갖고 싶지." 칼리사가 웃었다. "하지만 다른 자들은 알더군. 검은 기사단은 그것으로 왕을 부른다 했고, 눈먼 까마귀는 왕을 막는다 했고, 남쪽의 상인군주는 왕 없이도 세상을 살 수 있다며 사겠다고 했다. 은빛 숲의 사절도 항구에 와 있어. 드워프의 난민들은 그걸 문빗장이라 부르고."

그녀는 손을 펼쳤다.

"모두가 같은 물건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니 값이 높을 수밖에."

아렌은 항구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바다보다 더 큰 것을 느꼈다.

그들은 더 이상 몇 명의 도망자가 아니었다. 왕관은 대륙 전체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왕들, 첩자들, 해적들, 상인들, 죽은 조직의 잔재까지. 모두가 그 조각 하나에 손을 뻗고 있었다.

"파편은 줄 수 없다." 아렌이 말했다.

칼리사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럼 다른 값을 내야지."

그녀의 시선이 리아에게 꽂혔다.

"내 제자."

리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를 물건처럼 말하지 마."

"너는 내게 빚진 물건보다 비싸."

다음 순간 칼리사가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서 칼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리아는 무기가 없었지만 몸을 낮춰 피했고, 탁자를 걷어차 칼리사의 무릎을 노렸다. 술잔이 깨지고 사람들이 뒤로 물러섰다.

칼리사는 웃으며 두 번째 칼을 뽑았다. 리아는 깨진 병을 집어 들었다. 스승과 제자는 말보다 빠르게 서로의 약점을 찔렀다. 리아가 칼리사의 소매를 찢었고, 칼리사는 리아의 뺨에 얇은 피선을 그었다.

"느려졌구나." 칼리사가 속삭였다.

리아가 피를 뱉듯 말했다.

"너는 늙었고."

칼리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세 번째 칼이 리아의 목에 닿았다. 동시에 리아의 깨진 병도 칼리사의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둘은 그대로 멈췄다.

술집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칼리사의 부하 하나가 창문으로 달려가더니 얼굴이 창백해져 돌아왔다.

"검은 기사단입니다. 선창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칼리사는 리아의 목에서 칼을 떼지 않은 채 아렌을 보았다.

"네가 오니 바람이 더러워지는군, 별피의 아이."

밖에서 쇠 장화 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 외쳤다.

"부두를 수색하라! 은빛 머리의 소년을 찾는다!"

아렌은 엘루마르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은 즉시 대답했다. 그의 팔 안쪽으로 차가운 별빛이 흘렀다. 쓰면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또 무언가를 잃을 것이다.

미라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렌, 안 돼요."

리아는 칼리사의 칼끝 아래서도 아렌을 보았다.

"검 뽑지 마."

칼리사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좋아. 제자가 아직 쓸모는 있군."

그녀는 리아를 거칠게 밀쳐 내고 외투를 휘둘렀다.

"거래를 바꾸지. 파편은 배 위에서 다시 이야기한다. 지금은 내 배에 타라. 늦으면 너희 목은 기사단에게, 내 항구는 불길에게 넘어간다."

"왜 돕는 거지?" 로반이 물었다.

칼리사는 문 쪽으로 걸으며 말했다.

"돕는 게 아니야. 비싼 물건이 다른 손에 넘어가는 게 싫을 뿐이지."

폭풍을 먹는 배

그들은 술집 뒤편의 비밀문을 지나 선창 아래 수로로 달렸다.

위에서는 검은 기사들의 고함이 울렸다. 창고 문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항구의 자유는 얇은 천에 불과했다. 칼날 하나가 닿자마자 찢어졌다.

수로 끝에서 바다가 열렸다.

검은 돛을 단 배 한 척이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배의 선체는 오래된 고래뼈처럼 휘어 있었고, 뱃머리에는 입을 벌린 짐승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 입 안에는 푸른 번개가 갇힌 듯 희미하게 빛났다.

칼리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폭풍먹이호다. 바람을 타는 배가 아니야. 바람을 씹어 삼키는 배지."

아렌이 갑판에 발을 올리는 순간, 품 안의 붉은 파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엘루마르는 등 뒤에서 길게 울었다. 배도 그 소리에 대답하듯 삐걱거렸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선창 위로 검은 기사들이 나타났다. 쇠뇌가 일제히 겨눠졌다.

"멈춰라!"

칼리사는 키를 잡고 활짝 웃었다.

"항구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이지."

돛이 펼쳐졌다.

바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배가 움직였다. 아니, 배가 먼저 숨을 들이마시자 바람이 끌려왔다. 항구의 깃발들이 한꺼번에 찢어질 듯 펄럭였고, 물결이 뒤집혔다.

검은 기사들의 화살이 날아왔다. 몇 발은 돛을 스쳤고, 한 발은 아렌의 발치에 박혔다. 그 화살 끝에는 검은 불이 붙어 있었다.

그 불꽃을 보자 아렌의 안쪽에서 모르가스가 속삭였다.

바다로 가도 달라지지 않는다.

폭풍먹이호가 항구를 벗어났다. 뒤에는 검은 깃발과 교수대, 수천 개의 감시하는 눈이 멀어졌다. 앞에는 남쪽 바다가 펼쳐졌다. 그리고 먼 수평선 위에는 먹구름이 성벽처럼 솟아 있었다.

칼리사가 아렌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다시 거래하자, 별피의 아이."

그녀는 리아의 피가 묻은 칼끝으로 아렌의 품을 가리켰다.

"파편 하나. 아니면 네 도둑 친구."

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로반은 검을 잡았고, 미라는 창백해졌다. 세리온은 바다 너머 먹구름을 바라보며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저건 자연의 폭풍이 아니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세 번 두드렸다.

쿵.

쿵.

쿵.

폭풍먹이호 전체가 굶주린 짐승처럼 떨었다.

칼리사의 미소가 처음으로 굳었다.

바다 아래에서, 누군가 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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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별의 왕관: 부서진 왕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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