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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마룬의 목소리를 가진 것

깊은 갱도 아래에서 깨어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틈 너머로 먼저 올라온 것은 열기였다. 숨을 들이마시면 목 안쪽이 데었다. 돌계단 아래, 붉은 빛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용암 강이었다. 산의 피가 끓으며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 너머에 거대한 형체가 서 있었다.

바위로 된 어깨. 쇠사슬이 감긴 목. 불꽃이 새어 나오는 눈구멍. 오래전 드워프들이 산의 심장에 묶어 두었을 고대의 파수꾼이었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아렌의 가슴을 찢었다.

"왕이 돌아왔느냐."

그것은 분명 마룬의 목소리였다.

아렌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리아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속임수야."

"알아."

하지만 아렌의 대답은 떨렸다.

파수꾼의 머리가 천천히 기울었다. 사슬이 바위바닥을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대장장이의 손. 숨겨진 아이. 별의 피. 너는 너무 늦었다."

세리온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저건 기억을 먹는 존재다. 갱도에 떨어진 자들의 목소리를 훔쳐 말하는 거야."

"그럼 마룬도 여기 왔다는 뜻이군." 로반이 낮게 말했다.

그 말이 아렌의 심장에 못처럼 박혔다.

마룬은 살아 있다. 엘라닌의 벽에 새겨졌던 그 문장. 이제 그 문장은 희망이 아니라 미끼가 되었다. 아렌은 등 뒤의 엘루마르가 스스로 울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검집 속에서 별빛이 희미하게 떨렸다.

파수꾼은 손을 들어 용암 강 너머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돌로 만든 다리가 반쯤 무너진 채 걸려 있었다. 다리 끝, 붉은 불기둥 사이에 드워프 왕의 석관이 있었다. 석관의 가슴 부분에는 왕관의 이빨처럼 굽은 조각 하나가 박혀 있었다.

불처럼 붉고, 별처럼 차가운 파편.

토룬이 무릎을 꿇었다.

"브라칸 왕의 무덤……."

미라가 속삭였다.

"저게 우리를 여기까지 부른 거야."

세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들은 저걸 '두 번 속삭이는 조각'이라 불렀다. 처음에는 지키라 속삭이고, 두 번째는 가지라 속삭인다고 했지. 왕관을 이루는 붉은 이빨이지만, 그 이름 때문에 많은 왕이 번호와 운명을 혼동했다."

리아가 쇠뇌를 들어 올렸다.

"그럼 가져가서 입을 막자."

그 순간 석관 주변의 재가 일어났다.

재가 아니라 뼛가루였다.

불의 심장 아래에서AI 생성 이미지

용암 강의 다리

첫 번째 망령은 투구만 남은 머리로 일어섰다. 두 번째는 부러진 도끼를 들고 석관 뒤에서 기어 나왔다. 세 번째, 네 번째, 열 번째. 곧 석관 주변은 죽은 드워프 병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불에 타 검게 변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눈은 없었지만, 모두 아렌을 보고 있었다.

파수꾼이 마룬의 목소리로 말했다.

"건너와라. 각자의 잃어버린 것을 돌려주겠다."

그 말이 끝나자 갱도 전체가 변했다.

리아는 강 건너에서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배 위에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리아와 같은 눈을 가진 여자였다.

"리아."

리아의 손가락이 쇠뇌 방아쇠에서 미끄러졌다.

로반은 무너진 성문 앞에 서 있었다. 피난민들이 살아 있었다. 그가 열었던 문 너머로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죽은 왕도 말 위에 앉아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죄가 없다, 로반."

미라는 작은 약초방을 보았다. 병든 어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세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가장 오래된 상처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려다 삼키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렌은 대장간을 보았다.

마룬이 불 앞에 서 있었다. 앞치마에는 숯가루가 묻어 있었고, 커다란 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돌아오너라." 마룬이 말했다. "이 모든 길은 네 것이 아니다. 조각을 내려놓으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간다."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또 그 말이냐."

마룬의 형상이 슬프게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다."

아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틈을 망령들이 파고들었다. 다리 위로 검은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로반이 방패를 들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쇳조각과 뼈화살이 방패에 박혔다.

"건너!"

리아가 정신을 차리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의 쇠뇌가 불꽃을 가르며 망령 하나의 무릎을 박살냈다. 미라는 토룬의 팔에 약초 기름을 발라 주었다. 드워프 아이는 울지 않고 망치를 들었다.

다리는 좁았다. 아래에서는 용암이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쉬었다. 열기가 발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돌판 하나가 무너지자 리아가 허공으로 기울었다. 아렌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

그때 엘루마르가 노래했다.

뽑아라.

검의 목소리는 달콤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도 맑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네가 망설이는 동안 모두가 죽는다.

아렌은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로반이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직 아니다!"

"그럼 언제요?"

"네가 너 자신을 잃지 않을 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망령의 왕이 나타났다.

망령의 왕

그는 다른 망령들보다 컸다. 머리에는 녹아내린 왕관이 붙어 있었고, 가슴에는 텅 빈 구멍이 있었다. 살아 있을 때 브라칸이라 불렸을 존재. 카람도르의 마지막 왕.

망령의 왕은 석관 앞에서 도끼를 들었다.

"내 백성을 돌려다오."

그의 목소리는 산 전체를 울렸다.

"내가 지키려 했다. 나는 산의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별이 내게 말했다. 더 깊이 내려가라고. 더 많은 불을 깨우라고. 더 큰 왕관을 쓰라고."

세리온이 숨을 삼켰다.

"모르가스가 그를 속였어."

"아니." 망령의 왕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속고 싶었다."

그 고백은 칼보다 무거웠다.

로반이 앞으로 나섰다.

"그 마음은 안다."

아렌이 그를 붙잡았다.

"로반, 혼자서는 못 이겨요."

"혼자가 아니다." 로반은 방패를 고쳐 쥐었다. "내 죄가 나와 함께 있으니."

망령의 왕이 웃었다. 뼈와 불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인간 기사여, 너도 문을 열었구나."

로반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성문을 열었다. 피난민을 들이려 했다. 그 틈으로 암살자도 들어왔다. 왕이 죽었고, 왕국은 나를 배신자라 불렀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리아의 얼굴이 굳었다. 세리온도 말없이 로반을 보았다.

로반은 계속했다.

"나는 오래도록 내 선택을 저주했다. 하지만 오늘 알겠다. 죄는 문을 연 손에만 있지 않다. 그 문을 피로 채운 자들에게도 있다."

망령의 왕이 도끼를 휘둘렀다.

로반은 막았다. 충격이 다리 전체를 흔들었다. 그의 무릎이 꺾였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아렌!" 로반이 외쳤다. "파편을 뽑아라! 나는 왕을 맡겠다!"

"안 돼요!"

"가라!"

그 목소리는 명령이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로반은 두 번째 공격을 받아냈다. 방패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는 남은 칼을 뽑았다. 검날은 망령의 왕의 도끼에 비하면 바늘 같았다.

그러나 로반은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도망치느라 너무 오래 살았다."

그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누군가가 도망칠 시간을 벌겠다."

붉은 파편

아렌은 달렸다.

석관까지의 길은 망령들로 막혀 있었다. 리아가 왼쪽에서 길을 열었다. 그녀의 칼 세 자루가 불빛을 받아 붉게 번쩍였다. 미라는 연기 속에서 약병을 던졌다. 병이 깨지자 푸른 불꽃이 피어올라 망령들의 발목을 묶었다.

세리온은 노래했다.

그의 노래는 여느 때의 농담 섞인 선율이 아니었다. 오래된 언어로 된 짧은 진혼곡이었다. 망령 하나가 그 노래를 듣고 멈췄다. 잊었던 이름을 들은 듯 고개를 숙였다.

아렌은 석관 위에 올라섰다.

브라칸 왕의 석상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었다. 그 사이에 붉은 파편이 박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금속이 아니었다. 불과 그림자가 함께 굳은 것 같았다.

아렌이 손을 대자 파편이 속삭였다.

마룬을 돌려주겠다.

그는 숨을 멈췄다.

정말로.

파편 속에서 마룬의 기억이 흘러나왔다. 사슬에 묶인 남자. 어둠 속에서 끌려가는 뒷모습. 검은 기사들의 표식. 그리고 누군가가 낮게 말하는 목소리.

"대장장이는 아직 쓸모가 있다. 아이가 왕관을 모을 때까지 살려 둬라."

아렌의 손에 피가 맺혔다. 파편이 그의 살을 파고들었다.

"너희가 마룬을 데려갔어."

속삭임은 웃었다.

네가 우리에게 길을 열어 주고 있지.

석관 뒤에서 파수꾼이 움직였다. 쇠사슬이 끊어졌다. 거대한 바위 손이 아렌을 향해 내려왔다.

그 순간 로반의 비명이 들렸다.

아렌이 돌아보았다. 망령의 왕의 도끼가 로반의 옆구리를 찢고 지나갔다. 로반은 피를 토하면서도 망령의 왕의 허리를 붙잡았다.

"지금!"

아렌은 엘루마르를 뽑았다.

검이 세상을 갈랐다.

빛이 아니라 노래가 터졌다. 별이 불타는 소리. 어린 시절 대장간에서 들었던 쇠 울림. 은빛 궁정의 달빛. 말 없는 숲의 침묵. 모든 것이 한 줄기 검광으로 모였다.

아렌은 파수꾼의 손을 베었다.

바위 손이 갈라져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용암이 폭발하며 붉은 비를 뿌렸다. 아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검을 다시 휘둘렀다. 망령들의 갑옷이 찢기고, 불꽃 눈이 하나씩 꺼졌다.

엘루마르는 더 크게 노래했다.

더.

아렌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심장이 한 박자씩 늦게 뛰었다. 눈앞에 흰 빛이 번졌다. 그러나 그는 세 번째로 검을 들었다.

"아렌, 그만!" 미라가 울부짖었다.

그는 듣지 못했다.

검광이 망령의 왕을 꿰뚫었다. 브라칸의 형체가 흔들렸다. 녹아내린 왕관이 바닥에 떨어져 재가 되었다.

망령의 왕은 로반을 내려다보았다.

"문을 연 자여."

로반은 피투성이 얼굴로 웃었다.

"이번엔 닫았군."

브라칸 왕의 망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라졌다.

너무 비싼 승리

아렌은 붉은 파편을 뽑았다.

순간 불의 심장이 꺼지는 듯했다. 용암 강이 낮게 울부짖었다. 산 전체가 무너질 준비를 했다.

토룬이 외쳤다.

"달려! 왕의 무덤이 닫힌다!"

리아와 세리온이 로반을 부축했다. 로반은 걷지 못했다. 그의 피가 검은 돌 위에 길을 만들었다.

아렌은 엘루마르를 검집에 넣으려 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은 아직도 그의 생명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미라가 달려와 그의 손을 쳤다.

"놓아!"

검이 떨어졌다. 그제야 아렌은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숨은 예전 같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이 비어 있었다. 마치 살아갈 날들 중 몇 해가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미라가 그의 얼굴을 보고 굳었다.

"아렌……."

"왜?"

리아가 아무 말 없이 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검은 머리칼 한 줌이 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노인의 머리처럼 창백한 은빛이었다.

세리온은 눈을 감았다.

"엘루마르가 대가를 가져갔군."

"얼마나요?" 아렌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뒤에서 파수꾼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마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돌의 목소리였다.

"왕관은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닫히거나, 열린다."

그 말이 끝나자 천장이 갈라졌다.

일행은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 뛰었다. 용암이 뒤쫓아 왔다. 불길이 망령들의 빈 갑옷을 삼켰다. 토룬이 마지막 문양석을 두드리자 좁은 통로가 열렸다. 모두가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산이 울었다.

긴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은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는 갱도 입구 밖으로 기어 나왔다. 붉은 산의 밤공기는 차가웠다. 누구도 승리를 말하지 않았다.

로반은 바위에 기대어 앉았다. 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미라가 상처를 눌렀지만 피는 계속 새어 나왔다.

"살릴 수 있어요." 미라가 말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살릴 수 있어요."

로반은 아렌을 불렀다.

"파편은?"

아렌은 손을 펼쳤다. 붉은 파편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더 두려웠다.

로반은 희미하게 웃었다.

"좋다. 그럼 아직 끝난 게 아니군."

그때 리아가 갱도 입구 옆에 꽂힌 검은 단검을 발견했다. 단검 손잡이에는 부서진 별과 가시관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접힌 편지가 박혀 있었다.

세리온이 먼저 알아보았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 봉인……."

아렌이 편지를 뽑았다.

봉랍 위에는 감시자들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겉면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아렌의 손이 얼어붙었다.

원정대 안에 배신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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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별의 왕관: 부서진 왕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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