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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검은 표식의 협곡

강은 밤새 그들을 북쪽으로 밀어 올렸다. 배 밑바닥에 부딪히는 물소리는 칼끝처럼 날카로웠고, 양쪽 협곡은 검은 성벽처럼 솟아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의 재빛은 옅어졌지만, 아렌의 손 안에 든 별빛 조각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리아가 먼저 절벽을 가리켰다. 말은 없었지만, 모두가 보았다.

바위 위에 검은 왕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가시처럼 뻗은 관, 그 가운데 부서진 별. 어젯밤 돌다리 아래에서 본 검은 기사들의 표식과 같았다. 새겨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 홈 안에는 아직 젖은 먹물이 고여 있었다.

"우리보다 앞섰군." 세리온이 낮게 말했다.

로반은 검집 끝으로 배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앞선 것이 아니라 몰아넣은 거다. 협곡 끝은 말 없는 숲이다. 다른 길은 없다."

그 말에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약초 주머니를 끌어안았다. "그 숲에서는 새도 울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나무꾼이 도끼질을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요."

리아가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 "소리 좀 안 난다고 죽지는 않아."

세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강 안개 너머로 입을 다문 숲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은 빽빽했지만 살아 있는 숲처럼 보이지 않았다. 잎은 검푸르고, 가지는 서로 얽혀 거대한 짐승의 갈비뼈 같았다. 바람이 지나가는데도 숲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렌은 조각을 움켜쥐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손톱으로 문을 긁는 듯한 떨림이 전해졌다.

그는 아직 동료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돌다리에서 들었던 목소리. 자신을 부른 죽은 왕의 속삭임. 모르가스라는 이름이 마음속 가장 어두운 곳에 박혀 있었다.

배가 자갈밭에 닿았다. 뒤쪽 협곡에서 먼 쇳소리가 울렸다. 말발굽이었다.

검은 기사들이 오고 있었다.

말 없는 숲AI 생성 이미지

소리가 사라진 길

그들은 배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첫 걸음은 평범했다. 젖은 흙이 발밑에서 눌렸고, 덩굴이 장화에 걸렸다. 둘째 걸음에서 강물 소리가 사라졌다. 셋째 걸음에서 말발굽 소리도 끊겼다. 넷째 걸음에서 리아가 무언가를 욕했지만, 입술만 움직였다.

아렌은 멈춰 섰다. "리아?"

자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리온이 급히 손짓했다. 서로 가까이 붙으라는 뜻이었다. 로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뽑았다. 칼날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소리조차 없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칼은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숲이 일부러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리아는 가느다란 밧줄을 꺼내 모두의 손목에 묶었다. 밀수꾼답게 빠르고 정확했다. 아렌의 손목에 매듭이 조여지는 순간, 그는 조금 안심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도, 줄만 있으면 흩어지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말 없는 숲은 길을 빼앗는 숲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길을 열었다.

회색 안개가 뿌리 사이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발목을 덮었고, 곧 허리를 감쌌다. 밧줄은 여전히 손목에 매여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옆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흐려졌다. 세리온의 어깨가 나무 그림자와 섞였고, 미라의 붉은 머리끈이 안개 속에서 꺼져 갔다.

아렌은 앞으로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들렸다.

망치가 쇠를 치는 소리.

불이 숨 쉬는 소리.

그리고 오래된 대장간에서 늘 들리던 낮고 거친 목소리.

"아렌."

죽은 자가 건넨 유혹

대장간이 숲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렌은 숨을 삼켰다. 잿더미가 된 가시울 마을도, 검은 기사들도, 강먹이의 비명도 사라졌다. 대신 붉은 화덕이 타오르고 있었다. 벽에는 마룬이 쓰던 낡은 망치가 걸려 있었고, 작업대 위에는 반쯤 식은 말굽이 놓여 있었다.

마룬이 화덕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굴 한쪽은 재로 덮였고, 가슴에는 검은 칼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아렌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화를 내기 전의 무거운 눈, 걱정을 감추려 할 때 더 엄해지는 눈.

아렌은 입술을 떨었다. "아버지."

이번에는 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마룬은 손을 내밀었다. "그 조각을 내려놓아라."

아렌은 주먹을 더 꽉 쥐었다. 별빛 조각은 손바닥 안에서 뜨겁게 뛰었다.

"내려놓으면 끝난다." 마룬이 말했다. "검은 기사들은 너를 쫓지 않는다. 네 친구들도 죽지 않는다. 리아는 강으로 돌아가고, 미라는 약초밭으로 돌아가고, 세리온은 노래를 부르러 떠난다. 로반은 더는 피 묻은 꿈을 꾸지 않는다."

대장간 문밖으로 사람들이 보였다. 리아가 웃으며 칼을 닦고 있었다. 미라는 햇빛 아래에서 약초를 말리고 있었다. 세리온은 술잔을 들고 노래했다. 로반은 갑옷을 벗은 채 잠들어 있었다. 모두 살아 있었다. 모두 편안했다.

마룬이 한 걸음 다가왔다. "너는 왕이 아니다. 예언도 아니다. 너는 내 아이였다. 망치 잡는 법도 제대로 배우기 전에 세상이 네 손에 검을 쥐여 준 것뿐이다."

그 말은 아렌의 가장 약한 곳을 찔렀다.

그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운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죽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가시울에서 마룬이 남아 검은 기사들을 막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뒤창으로 도망치던 자신의 발, 불빛 속에 남은 아버지의 등.

마룬은 작업대 위의 물동이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넣어라. 조각을 잠재워라. 그러면 모두 산다."

아렌은 손을 들었다.

조각이 물 위에 가까워질수록 심장 박동 같은 떨림이 느려졌다.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 웃었다. 아주 낮고 오래된 웃음. 아렌은 그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돌다리 아래에서.

마룬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 목소리는 마룬의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이빨을 돌려다오."

아렌의 손이 멈췄다.

그는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아버지의 얼굴을 쓰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진짜 마룬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룬은 도망치라고 했다. 숨으라고 했다. 하지만 조각을 적에게 넘기라고 하지는 않았다.

아렌은 물동이를 걷어찼다. 검은 물이 바닥에 흩어지며 수많은 작은 입으로 변해 쉭쉭거렸다.

"내가 내려놓으면 모두가 사는 게 아니야."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내려놓으면 모두가 내 대신 무릎 꿇게 되겠지."

마룬의 얼굴이 갈라졌다. 재가 떨어지고, 그 밑에서 검은 왕관을 쓴 해골 같은 그림자가 드러났다.

"너는 결국 그들을 죽일 것이다, 이름 없는 아이야."

그림자가 속삭였다.

"너는 사랑받은 만큼 잃게 될 것이다."

아렌이 뒤로 물러나는 순간, 대장간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검이 번쩍였다.

로반의 검

로반은 왕좌의 방에 서 있었다.

바닥에는 붉은 깃발이 찢겨 있었다. 왕의 사자 문장은 피에 젖어 알아볼 수 없었다. 계단 위에는 늙은 왕이 앉아 있었다. 아니, 쓰러져 있었다. 왕관은 굴러 떨어져 로반의 장화 앞에 멈췄다.

"너는 문을 열었다." 왕이 말했다.

로반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오래 묻어 둔 밤이었다. 북쪽 전쟁의 마지막 겨울, 그는 성문 하나를 열었다. 성안에 갇힌 아이들과 부상병을 빼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문으로 피난민만 나간 것이 아니었다. 적의 첩자가 들어왔고, 왕은 그날 죽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를 배신자라 불렀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죽은 자 앞에서 변명은 녹슨 방패보다 못했다.

"다시 문을 열 셈이냐?" 왕이 물었다. "저 아이가 들고 있는 조각은 또 다른 문이다. 네가 한 번 더 망설이면 왕국 전체가 죽는다."

안개 속에서 아렌이 보였다. 그러나 아렌의 얼굴은 검은 투구로 덮여 있었다. 리아의 손에는 가시관 문장이 새겨진 단검이 들려 있었다. 세리온은 모르가스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미라는 독병을 숨긴 채 웃고 있었다.

로반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들이 동료라는 것을 알았다. 알아야 했다. 그러나 죄책감은 기억보다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숲은 그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숲은 그가 밤마다 스스로에게 하던 말을 되돌려 주었다.

네가 지키려 한 자들이 죽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먼저 베어라.

로반이 달려들었다.

리아가 가까스로 몸을 틀었다. 소리가 없어서 칼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소매가 갈라지고 피가 튀었다. 세리온이 단검으로 로반의 검을 막았지만 힘에서 밀려 무릎을 꿇었다. 아렌은 안개에서 막 빠져나오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칼날을 보았다.

로반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참은 사람이었다.

아렌은 조각을 들어 빛을 내보려 했다. 하지만 숲의 안개가 빛을 삼켰다. 별빛은 손가락 사이에서만 희미하게 떨렸다.

그때 작고 마른 손이 아렌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미라였다.

미라의 불

미라는 처음부터 안개 냄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말 없는 숲의 침묵은 저주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코에는 풀과 곰팡이와 썩은 껍질의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발밑에 흰잠풀이 있었다. 잠든 사람의 숨을 얕게 만드는 독초였다. 그 옆에는 청숨이끼가 눌려 있었다. 적게 쓰면 폐를 열고, 많이 쓰면 환각을 부르는 약초였다. 나무껍질에는 고요버섯의 포자가 은가루처럼 붙어 있었다.

숲은 마법만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니었다.

독이 마법의 입이 되고 있었다.

미라는 두려웠다. 그녀는 칼을 잘 쓰지 못했다. 리아처럼 빠르지도, 로반처럼 강하지도, 세리온처럼 비밀을 많이 알지도 못했다. 아렌처럼 별빛 조각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돌다리 아래에서 맹세를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짐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쓰러지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아는 방식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헛것을 보고, 맥박이 빨라지고, 동공이 넓어졌다.

약의 일이었다.

미라는 약초 주머니를 열었다. 손이 떨려 끈이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끈을 물어뜯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설명할 수 없었다. 허락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흰잠풀을 태우면 안개를 잠시 무겁게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심장이 느려진다. 별눈잎을 함께 태우면 의식을 붙들 수 있다. 대신 목을 태우고 피를 토하게 할 수도 있다.

미라는 리아의 부싯돌을 빼앗았다. 리아가 눈을 치켜떴지만, 미라는 고개를 세게 저었다. 그리고 뿌리 사이의 마른 속껍질을 긁어 작은 불씨를 만들었다.

소리 없는 불이 피어났다.

미라는 흰잠풀 세 줄기, 별눈잎 다섯 장, 까마귀쑥 한 줌을 불 위에 던졌다. 검푸른 연기가 솟구쳤다. 곧바로 목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왔다. 미라는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양손으로 퍼뜨렸다.

아렌이 기침했다. 리아가 무릎을 짚었다. 세리온은 피 섞인 침을 뱉었다. 로반의 검이 허공에서 멈췄다.

미라는 로반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아직 환영 속에 있다면, 그녀는 단번에 베일 것이다. 그래도 멈춰야 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검은 씨앗 하나를 꺼내 손톱으로 깨뜨렸다. 쓴 냄새가 터졌다. 사슴도망풀의 씨앗이었다. 냄새만으로도 깊은 꿈을 깨우는 약이었다.

그녀는 로반의 코앞에 그것을 들이밀었다.

로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검 끝을 미라의 목 바로 앞에 세운 채 멈춰 섰다. 칼날과 피부 사이에는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 미라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치면 그가 다시 벨 것을 알았다.

마침내 로반이 숨을 토했다.

소리가 돌아왔다.

처음 돌아온 소리는 미라의 기침이었다. 그다음은 리아의 거친 욕설, 세리온의 억눌린 신음, 아렌의 이름을 부르는 로반의 갈라진 목소리였다.

"내가…… 무슨 짓을."

로반은 검을 떨어뜨렸다. 검은 흙 위에 무겁게 박혔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리아가 피 묻은 소매를 움켜쥐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있었다. "한 번만 더 우리 쪽으로 칼을 들면, 그때는 숲이 아니라 내가 널 묻어 주겠어."

로반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럴 권리가 있다."

세리온은 가슴의 얕은 상처를 누르며 말했다. "숲은 우리를 길 잃게 하지 않았다. 우리 안에 있던 길을 보여 줬을 뿐이지."

아렌은 로반을 보았다. 방금 전 자신의 환영도 떠올랐다. 마룬의 얼굴을 한 유혹.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짓된 평화. 그는 로반을 비난할 수 없었다. 숲은 누구에게나 칼을 쥐여 주었다. 다만 칼자루의 모양이 달랐을 뿐이다.

미라는 아직 떨리는 손으로 약초 주머니를 묶었다. 리아가 그녀를 힐끗 보았다.

"꼬마."

"저 꼬마 아니에요." 미라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은 네가 우리를 살렸다."

그 말에 미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지만 울지 않았다.

침묵의 표식

안개가 가라앉자 숲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나무들은 원을 이루고 서 있었다. 가운데에는 오래된 그루터기가 하나 있었다. 번개를 맞은 듯 갈라진 그루터기 속에서 검은 금속 조각이 희미하게 빛났다. 아렌이 가진 별빛 조각과 같은 별자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지만, 모양은 왕관의 이빨이라기보다 닫힌 입술처럼 얇고 길었다. 차가운 침묵이 그 안에서 맴돌았다.

세리온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침묵의 표식."

아렌이 그를 보았다. "왕관의 파편입니까?"

세리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래된 문양을 살핀 뒤 고개를 저었다.

"왕관을 이루는 이빨은 아니다. 하지만 왕관이 묶은 문들의 위치를 기억하는 봉인이다. 말 없는 숲은 이것으로 길을 지웠고, 검은 기사들은 이 표식을 깨워 우리가 다음 문을 찾게 만들려 했겠지."

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팔아도 쓸모없다는 뜻이야?"

"잘못 팔면 도시 하나가 사라질 만큼 쓸모 있지."

아렌의 손 안에서 별빛 조각이 뜨거워졌다. 조각과 표식은 서로를 알아보는 짐승처럼 떨었다. 아렌은 망설였다. 조금 전 환영의 말이 아직 귓속에 남아 있었다.

너는 사랑받은 만큼 잃게 될 것이다.

그때 미라가 말했다. "그 말, 들었죠?"

아렌은 놀라 그녀를 보았다.

미라는 창백한 얼굴로 웃으려 애썼다. "다들 들었을 거예요. 다른 말이었겠지만요. 숲은 사람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목소리로 말해요. 그래서 더 진짜 같아요."

로반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내 왕의 목소리를 들었다."

리아는 짧게 말했다. "나는 강물 밑에서 죽은 오빠가 불렀어."

세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숲의 침묵보다 무거웠다. 아렌은 그가 무엇을 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아직 서로에게 묻지 못할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렌은 그루터기 속으로 손을 넣었다. 침묵의 표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손끝이 닿자 검은 나무껍질이 별빛처럼 갈라졌다. 표식은 저항하지 않고 빠져나왔다.

그 순간 숲 전체가 숨을 들이켰다.

멀리서 새 한 마리가 울었다. 아주 짧고 가느다란 울음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만으로도 일행은 모두 고개를 들었다. 말 없는 숲이 처음으로 소리를 낸 것이다.

별빛 조각과 침묵의 표식이 아렌의 손바닥 위에서 맞물렸다. 완전한 왕관의 모양은 아니었다. 대신 닫힌 문과 그 문을 찾는 길의 윤곽이 떠올랐다. 그 빛은 북동쪽이 아니라 서쪽 하늘 아래를 가리켰다. 달 모양 호수와 은빛 탑이 있는 곳.

은빛 여왕의 궁정.

그때 숲 가장자리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맑고 차가운 소리였다. 말발굽도, 검은 기사들의 쇳소리도 아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빛 등불들이 하나둘 켜졌다. 등불 아래에는 흰 사슴 가면을 쓴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활시위에는 은색 화살이 걸려 있었다.

가장 앞선 여인이 가면을 벗었다. 머리카락은 달빛처럼 희었고, 눈동자는 물에 비친 칼날처럼 밝았다.

그녀는 아렌의 손에 있는 별빛 조각과 침묵의 표식을 보더니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말 없는 숲을 통과한 자들이여."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힘이 있었다.

"은빛 여왕께서 너희를 궁정으로 초대하신다. 그리고 초대를 거절한 자는, 이 숲에서 다시는 길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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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별의 왕관: 부서진 왕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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