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의 아침
가시울 마을의 아침은 늘 쇠 냄새로 시작됐다.
아렌은 풀무 손잡이를 잡고 온몸으로 바람을 밀어 넣었다. 불꽃이 화덕 안에서 벌떡 일어나며 붉은 혀를 내밀었다. 달아오른 쇳덩이가 노랗게 빛났고, 양아버지 마룬은 묵직한 망치를 들어 내려쳤다.
땅, 땅, 땅.
그 소리는 마을의 종보다 정확했다. 닭이 울기 전에도, 밀가루 장수가 수레를 끌고 오기 전에도, 대장간의 망치 소리는 먼저 깨어났다.
"팔에 힘이 빠졌다, 아렌."
마룬이 눈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힘은 남았어요. 배가 비었을 뿐이죠."
아렌은 숨을 헐떡이며 대꾸했다. "오늘 빵값이 또 올랐대요. 에나 아주머니가 말하길, 밀 수레가 사흘째 안 왔다고요."
"검을 두드리는 놈이 빵값부터 걱정하니 세상이 평화롭긴 하구나."
"검은 누가 사요?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건 낫이랑 말굽이죠. 검은 배를 못 채워요."
마룬은 그 말에 아주 조금 웃었다. 그의 웃음은 금방 식는 쇠처럼 짧았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지만, 오래된 상처 때문에 왼쪽 다리를 조금 절었다. 아렌은 어릴 때부터 그 다리를 보며 자랐다. 마룬은 그 상처 이야기를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었다.
대장간 문밖으로는 평범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낮은 지붕들, 연기 나는 굴뚝, 빨랫줄에 걸린 셔츠, 우물가에서 다투는 아이들, 멀리 보이는 밀밭. 그 너머에는 죽은 숲이 있었다. 오래전 불타고 다시는 제대로 잎을 틔우지 못한 숲.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잿가지숲이라 불렀고, 해가 지면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아렌은 그 숲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늘 말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숲은 밤마다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도 처음에는 평범했다. 아렌은 말굽 세 개를 만들었고, 부러진 괭이를 고쳤고, 엘로 노인의 낡은 솥에 난 구멍을 메웠다.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고, 땀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는 저녁에 빵 두 덩이를 살 수 있을지 계산했다. 하나는 마룬 몫, 하나는 자기 몫. 치즈는 포기해야 했다.
그때 하늘이 어두워졌다.
비구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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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
처음 떨어진 것은 눈처럼 보였다.
아렌은 대장간 문턱에 서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작은 조각 하나가 그의 손등에 내려앉았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검은 가루가 번졌다.
재였다.
"불이 났나?"
그가 중얼거리자 마룬이 밖으로 나왔다. 마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재는 점점 굵어졌다. 굴뚝 연기처럼 하늘에서 흘러내렸다. 밀밭 위에, 우물 위에, 아이들의 머리 위에 검은 먼지가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처음엔 소리를 질렀고, 다음엔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어디가 불타는지 알지 못했다.
마을 종이 울렸다.
뎅. 뎅. 뎅.
종소리는 낮게 떨렸다. 평소의 모임 종이 아니었다. 위험을 알리는 소리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 외쳤다. "아이들을 데려가!"
아렌은 우물가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마룬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 손아귀는 쇠집게처럼 단단했다.
"움직이지 마라."
"하지만 사람들이—"
"숲을 봐라."
아렌은 고개를 돌렸다.
잿가지숲의 경계에 무언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나무 그림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림자는 움직였다. 낮게 몸을 낮추고, 길게 찢어진 입을 벌리고, 네 발로 땅을 긁었다. 늑대와 닮았지만 늑대가 아니었다. 어깨는 말만큼 높았고, 갈비뼈 사이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털은 젖은 재처럼 뭉쳐 있었고, 눈은 불씨처럼 붉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다섯.
죽은 숲의 그늘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사람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옛날에 사라진 것들이다…… 재늑대다."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자 공기가 얼어붙었다.
재늑대.
아렌은 어릴 적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백 년 전 북쪽 전쟁 때 죽은 병사들의 혼을 먹고 자랐다는 짐승. 화살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밤마다 문밖에서 부른다는 괴물. 아이들을 겁주기 위한 헛소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괴물들은 지금 마을을 보고 있었다.
종소리가 멈췄다.
그 순간, 가장 큰 재늑대가 울었다.
울음은 늑대의 것이 아니었다. 녹슨 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고, 먼 땅의 무덤들이 동시에 숨을 내쉬는 소리 같았다. 말들이 마구간에서 미쳐 날뛰었다. 아이들이 울었다. 재는 더 짙게 내렸다.
마룬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긴 쇠막대를 집어 들었다. 아직 칼도 창도 아닌, 반쯤 벼린 쇠였다.
"문을 걸어 잠가라."
"아버지, 저것들이 들어오면—"
"잠가라."
아렌은 문빗장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틈새를 떠나지 못했다.
재늑대들은 곧장 달려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숲 가장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그중 하나가 고개를 들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곧장 대장간 쪽을 바라보았다.
아렌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오래된 노래
그날 해는 제대로 지지 못했다. 검은 재가 빛을 삼켜, 낮과 저녁 사이에 썩은 그림자 같은 시간이 마을을 덮었다.
사람들은 여관으로 모였다. 두꺼운 돌벽이 있는 건물이 그나마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창문에는 널빤지가 덧대어졌고, 문 앞에는 농기구와 망치, 낫이 쌓였다. 누구도 그것들로 재늑대를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지만, 빈손으로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렌과 마룬도 여관에 있었다. 마룬은 벽난로 가까이에 앉았고, 아렌은 그의 곁에 섰다. 평소라면 여관 안은 웃음과 술 냄새로 가득했겠지만, 그날은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 침묵을 깬 것은 현악기 소리였다.
팅.
낡은 망토를 걸친 사내가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오후에 마을에 들어온 떠돌이 음유시인이었다. 이름은 세리온이라 했다. 젊은 듯 늙은 듯한 얼굴, 먼 길의 먼지가 묻은 장화, 그리고 이상하게 맑은 회색 눈을 가졌다.
"이럴 때 노래냐?" 방앗간 주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세리온은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노래가 필요하지. 사람은 두려울 때 자기가 누구인지 잊거든."
"우리가 누군지 알아서 뭐 하게?"
"문밖의 것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
그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세리온은 낮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벽과 들보 사이로 깊이 스며들었다.
검은 별이 서쪽 하늘에 걸릴 때
왕관은 주인을 잃고 피를 부르리라
재가 들판을 덮고 늑대가 문을 찾으면
잠든 이름 하나가 불 속에서 깨어나리라
아렌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노래죠?" 그가 물었다.
세리온의 손이 줄 위에서 멈췄다.
"아주 오래된 노래다. 왕들이 아직 자기 무덤을 고르기 전, 별을 읽는 자들이 남긴 노래."
"검은 별의 왕관 이야기인가?" 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는 그런 이름을 처음 듣는 듯했고, 누군가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은 듯 얼굴을 굳혔다.
세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에 따르면, 세상의 첫 어둠은 검이 아니라 왕관의 모양으로 내려왔다고 하지. 그 왕관을 쓴 자는 죽음을 이기지만, 대신 살아 있는 모든 것의 꿈을 먹는다. 오래전 일곱 왕이 그것을 부수려 했고, 왕관은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진 것과 끝난 것은 다르다."
"헛소리야." 방앗간 주인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작았다.
아렌은 문득 세리온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색 눈이 재 속의 불씨처럼 반짝였다.
"어떤 노래는 사람을 찾아온다." 세리온이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 노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여관 밖에서 긁는 소리가 났다.
끼익.
나무문 아래쪽을 발톱이 천천히 훑었다.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려 하자 어머니가 입을 막았다.
끼익. 끼익.
그리고 낮은 숨소리.
문밖의 짐승은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냄새를 맡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렌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숨소리가 자기 가슴 안쪽을 직접 긁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룬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집으로 간다."
"지금요?"
"지금."
별빛 문양의 조각
대장간으로 돌아오는 길은 짧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재는 발목까지 쌓인 듯 바닥을 덮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 기도하는 소리, 짐승이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룬은 아렌을 뒷문으로 밀어 넣고 빗장을 걸었다. 그런 뒤 화덕 아래의 돌을 들어냈다.
아렌은 그곳에 빈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마룬은 천에 싸인 작은 물건을 꺼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렌은 양아버지의 손이 망치 앞에서도 떨린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받아라."
"이게 뭔데요?"
"내가 네게 숨긴 것."
천을 풀자, 손바닥만 한 조각이 드러났다. 금속인지 돌인지 알 수 없었다. 표면은 밤하늘처럼 검푸르고, 그 안쪽에 은빛 선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문양은 부서진 원의 일부 같았다. 아렌이 손가락을 대자 조각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 빛은 따뜻했다.
그리고 슬펐다.
아렌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장면이 번쩍였다. 눈 덮인 산맥. 검은 탑. 불타는 깃발. 그리고 별빛 아래 무릎 꿇은 남자들.
그는 숨을 들이켰다.
"방금…… 뭘 본 것 같아요."
마룬은 눈을 감았다.
"그래서 숨겼다."
"아버지, 이게 대체 뭔데요?"
"네 피가 답하게 될 물건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렌은 웃으려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제 피요? 전 그냥 대장장이 견습생이에요. 빵값도 못 맞추는."
"나도 네가 그렇게 살길 바랐다."
마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검을 잡지 않고, 왕들의 이름을 모르고, 먼 전쟁이 네 문턱까지 오지 않는 삶. 나는 그걸 지키려 했다."
"그럼 계속 지키면 되잖아요."
"오늘 재가 내렸다. 저것들이 숲에서 나왔다. 이제 숨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마룬은 아렌의 손을 조각 위에 덮었다.
"잘 들어라. 누가 묻든 이 조각을 보이지 마라. 촌장에게도, 세리온에게도, 왕의 병사에게도."
"왕의 병사라니요?"
마룬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왕도 아르켄벨로 가져가지 마라."
아렌은 이해하지 못했다.
왕도는 모든 길의 끝이라고 했다. 하얀 성벽과 큰 종탑, 지혜로운 왕과 수많은 기사들이 있는 곳. 위험한 물건이 있다면 당연히 그곳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
"왜요? 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왕좌 가까이에 귀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중 몇은 사람의 귀가 아니다."
대장간 밖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어 비명.
짧고, 끊어진 비명.
아렌이 문으로 달려가려 하자 마룬이 막아섰다.
"나가면 죽는다."
"누군가 당했어요!"
"네가 나가도 둘이 죽을 뿐이다."
그 말은 잔인했다. 하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손안의 조각이 더 밝게 빛났다. 마치 그의 분노를 알아차린 것처럼.
그때,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하나였다. 곧 여럿이 되었다. 빠르고 무거운 말발굽. 재늑대의 발소리와 달랐다. 쇠편자가 돌길을 때리는 소리였다.
마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무 빨라."
"누가요?"
그는 대답 대신 벽에 걸린 오래된 검을 내렸다. 아렌은 그 검을 처음 보았다. 대장간의 장식인 줄 알았던 녹슨 쇳조각이 아니었다. 칼집을 벗기자 푸른빛이 칼날을 따라 흘렀다.
말발굽 소리가 대장간 앞에서 멈췄다.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룬 베라스. 왕의 이름으로 문을 열어라."
아렌은 양아버지를 보았다. 마룬은 검을 쥔 채, 아주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왕의 이름이 아니다." 그가 속삭였다. "아렌, 뒤창으로 나가라. 지금."
문 위로 검은 재가 쏟아졌다. 그리고 바깥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그 아이를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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