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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는 죽었는가

Views 28약 8분생성형 AI 활용
Summary

가치투자 무용론은 왜 나왔을까

어느 시기부터 시장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치투자는 이제 안 통한다."

이 말이 완전히 뜬금없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훨씬 강한 성과를 보인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플랫폼, 클라우드, 반도체, 소프트웨어, AI 같은 기업들이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며 계속 성장했습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가치주로 분류되던 은행, 에너지, 제조업, 통신, 유통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였습니다. PER은 낮고 PBR도 낮았지만, 주가는 오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배당은 있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묻기 시작했습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투자가 아직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은 중요합니다. 가치투자자는 불편한 질문을 피하면 안 됩니다. 그레이엄의 원칙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변화를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죽은 것이 가치투자의 본질인지, 아니면 과거에 사용하던 일부 도구인지 말입니다.

가치투자의 본질은 "낮은 PBR 주식을 사라"가 아닙니다. "낮은 PER이면 무조건 싸다"도 아닙니다. 가치투자의 본질은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죽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가치투자는 죽었는가AI 생성 이미지

성장주 시대가 만든 착시

성장주는 미래에 더 크게 벌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입니다. 지금 이익은 작아도, 앞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믿는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은 낮은 PER이나 낮은 PBR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PER이 매우 높고, PBR도 높습니다.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늘 비싸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부 기업은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검색, 스마트폰,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운영체제, 반도체 설계, 소셜미디어, AI 인프라 분야의 대표 기업들은 매출과 이익을 크게 키웠습니다. 시장은 이 기업들을 비싸게 평가했고, 그중 일부 평가는 나중에 실적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이때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는 어려운 상황을 맞습니다.

"PER 60배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업의 이익이 몇 년 뒤 세 배, 네 배로 커집니다. 처음에는 비싸 보였던 가격이 지나고 보니 합리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PER 7배, PBR 0.5배인 기업을 샀는데, 이익이 계속 줄고 산업이 쇠퇴합니다. 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가치는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가치투자를 낡은 방식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가치투자가 죽었다"가 아닙니다.

정확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싸 보이는 것과 실제로 싼 것은 다르다.

성장주가 강했던 시기는 가치투자자에게 게으른 저평가 판단의 위험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낮은 지표만 보고 사는 것은 그레이엄의 정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숫자만 보는 습관입니다.

저금리는 미래의 가치를 크게 보이게 한다

성장주 강세에는 금리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생각할 때 우리는 미래에 벌 돈을 현재의 가치로 바꿔 봅니다. 지금 받을 1만 원과 10년 뒤 받을 1만 원은 같지 않습니다. 10년 뒤 돈은 불확실하고, 기다리는 비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돈은 현재 가치로 낮춰서 봐야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기준이 할인율입니다.

금리가 낮으면 할인율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먼 미래의 이익이 현재 가치로 더 크게 계산됩니다. 쉽게 말해, "나중에 크게 벌 기업"의 가치가 더 높게 보입니다.

그래서 저금리 시대에는 성장주의 매력이 커집니다. 지금 이익보다 5년 뒤, 10년 뒤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보는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학계와 시장에서도 가치주의 부진을 설명할 때 지속적인 저금리와 성장주 대비 부진이 주요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1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먼 미래의 이익은 더 크게 할인됩니다. 투자자는 "언젠가 벌 돈"보다 "지금 실제로 벌고 있는 돈"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배당, 낮은 가격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금리 변화에 따라 시장의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금리 환경에서도 질문은 같습니다.

현재 가격이 기업의 합리적 가치보다 낮은가?

저금리라고 해서 모든 성장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금리라고 해서 모든 가치주가 좋은 투자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금리는 가치평가의 조건을 바꾸지만, 가격과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는 원칙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빅테크는 왜 PBR로 설명하기 어려운가

그레이엄 시대의 기업은 눈에 보이는 자산이 중요했습니다. 공장, 기계, 재고, 토지, 현금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장부상 자본과 시장가격을 비교하는 PBR은 의미 있는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많은 기업은 다릅니다.

빅테크 기업의 핵심 자산은 공장보다 소프트웨어일 수 있습니다. 토지보다 데이터일 수 있습니다. 기계보다 알고리즘일 수 있습니다. 매장보다 플랫폼일 수 있습니다. 광고비와 연구개발비로 만든 브랜드, 고객 습관, 네트워크 효과가 기업의 진짜 힘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가 재무상태표에 충분히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계 기준은 내부에서 만든 브랜드, 고객 목록, 내부적으로 형성된 영업권 같은 것을 자산으로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IFRS의 IAS 38도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고객 목록 등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연구 단계의 지출은 비용으로 처리됩니다.2 미국 회계기준에서도 연구개발비는 일반적으로 발생 시 비용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IFRS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개발비만 자산화될 수 있습니다.3

이 말은 초보자에게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기업이 공장을 사면 장부에 자산으로 남기 쉽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개발자를 고용하고, 브랜드를 키우고, 고객이 매일 쓰는 앱을 만들기 위해 쓴 돈은 상당 부분 비용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장부상 자본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 경쟁력은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은 PBR이 높게 나옵니다. 장부상 자본에 비해 시장가격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전통적인 PBR 기준만 보면 늘 비싸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비싸다"고 결론 내리면 위험합니다. 장부에 없는 자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네트워크, 데이터, 소프트웨어, 특허, 생태계, 전환비용 같은 무형자산이 기업의 이익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일부 투자 연구에서도 전통적인 장부가치 중심 가치 지표가 무형자산의 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최근의 성과 부진을 겪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4

그렇다고 반대로 "무형자산이 있으니 어떤 가격도 괜찮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가치투자가 아니라 믿음의 투자입니다.

무형자산도 결국 현금흐름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강하다면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떠나지 않아야 합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다면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가치가 커져야 합니다. 데이터가 가치 있다면 더 나은 제품, 더 높은 광고 효율, 더 강한 고객 유지로 이어져야 합니다.

장부에 없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말로만 존재하는 무형자산은 가치가 아닙니다.

가치투자는 숫자 공식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가치투자가 죽었다는 말에는 대개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첫째, 낮은 PER·낮은 PBR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는 전략이 예전만큼 잘 통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둘째, 그래서 가격과 가치를 비교하는 태도 자체가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첫 번째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시장은 변했습니다. 산업 구조도 변했습니다. 기업의 자산 구성도 변했습니다. 회계 장부에 잡히지 않는 가치가 커졌습니다. 단순히 PBR 낮은 종목을 많이 사는 방식은 과거보다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격과 가치를 비교하지 않는 투자는 결국 분위기에 기대는 투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도 너무 비싸게 사면 나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산업도 과도한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면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AI, 클라우드, 반도체, 플랫폼 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래가 밝다는 말과 현재 가격이 싸다는 말은 다릅니다. 좋은 이야기와 좋은 투자는 다릅니다.

시장이 흥분하면 사람들은 미래를 너무 멀리, 너무 크게 봅니다. 매출은 계속 성장하고, 이익률은 계속 높아지고, 경쟁자는 약해지고, 규제는 없고, 금리는 우호적일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이런 가정이 모두 맞아야만 현재 가격이 정당화된다면 안전마진은 거의 없습니다.

가치투자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기대하는 미래가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

"조금만 실망해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비싼가?"

"이 기업의 장점은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내 분석이 틀렸을 때 버틸 여지가 있는가?"

이 질문들은 빅테크 시대에도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도구는 바뀌어도 원칙은 남는다

그레이엄식 가치투자를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순자산보다 훨씬 싸게 거래되는 우량 기업을 찾기는 예전보다 어렵습니다. 정보는 빨라졌고, 시장 참여자는 많아졌고, 기업의 핵심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엄의 핵심 원칙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주식은 기업의 일부입니다.

시장은 늘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투자자는 틀릴 수 있으므로 안전마진이 필요합니다.

이 세 문장은 시대가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가치투자자는 PBR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PER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을 이해해야 합니다. 성장의 질도 봐야 합니다. 현금흐름, 재투자 효율, 고객 충성도, 경쟁 우위, 규제 위험, 기술 변화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다시 단순해집니다.

이 기업이 앞으로 벌 돈과 현재 가진 경쟁력을 생각할 때, 지금 가격은 합리적인가?

가치투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게으른 가치투자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낮은 지표만 보고 사는 투자, 산업 변화를 무시하는 투자, 무형자산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 안전마진 없이 "싸 보인다"는 이유로 사는 투자는 점점 더 위험해졌습니다.

현대의 가치투자는 더 넓어져야 합니다. 장부상 자산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산도 봐야 합니다. 현재 이익뿐 아니라 이익의 지속성과 성장의 질도 봐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가격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장은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전기차, AI. 이름은 바뀌지만 인간의 심리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에 과도하게 흥분하고, 실망이 오면 지나치게 비관합니다.

그래서 Mr. Market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어떤 기업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안하고, 어떤 기업에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안합니다. 투자자의 일은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닙니다. 제안서를 받아 들고 조용히 묻는 것입니다.

"이 가격은 가치에 비해 어떤가?"

그 질문이 살아 있는 한, 가치투자도 살아 있습니다.

참고

1Spectral analysis and the death of value investing

2IFRS - IAS 38 Intangible Assets

3KPMG - R&D costs: IFRS® Accounting Standards vs. US GAAP

4Sparkline Capital - Intangible Value: A Sixth Factor

책 목록

처음 만나는 가치투자: 가격에 흔들리지 않고 가치를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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